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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 이맛이 바로 일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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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제대로 맛본다 '규슈 시마바라반도 기행'


규슈 서부 시마바라반도는 일본의 대자연과 전통문화, 미식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여행지다. 특히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운젠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웰빙여정을 꾸릴 수 있어 사철 내방객이 줄을 잇는다. 1300년 전통의 규슈지역 최고의 온천지대에,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 족욕탕, 일본 10대 료칸으로 꼽힌다는 '료테이 한즈이료'의 럭셔리 환대체험은 과연 일본 전통문화기행의 묘미를 실감케 한다. 그 뿐인가. 20여년 전 대폭발을 일으킨 운젠다케 화산의 상흔과 극복의 노정은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강고한 생명력을 다시 한 번 되뇌이게 한다.

산 위에서 신선의 여유를 누리고, 산 아래에서 인간의 의지를 배울 수 있는 곳, 일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시마바라반도 운젠(雲仙) 일원을 찾았다.

◇규슈 시마바라반도는 '화산과 온천의 나라' 일본에서도 가장 일본다운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여행지로 통한다. 사진은 온천 증기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운젠 지고쿠'.

◆일본 온천의 매력을 즐긴다 '규슈 시마바라반도 온천기행'

일본 규슈 중서부 나가사키현에 자리한 시마바라반도는 '화산과 온천의 나라' 일본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개항지 나가사키의 배후로, 운젠, 시마바라, 오바마 등의 소도시는 일찌기 서양인들의 휴양지로 내력 있는 관광도시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년 전 분화한 운젠다케(주봉 후겐다케)를 중심으로 1300년 전통의 유황온천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가 하면, 일본 최초의 골프장인 '운젠골프링크'(9홀·1913년)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구의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지오파크'에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1934)으로 지정된 운젠국립공원도 함께하고 있어, 휴양-학습기행 등 온가족을 흡족하게 해줄 여행 소재가 한가득이다.

▶1300년 전통의 온천지대 '운젠온천'

시마바라반도의 대표적 온천지대다. 해발 7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이곳은 과연 규슈지역 최고의 온천지대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도시 초입부터 온통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또 곳곳에 뿜어져 나오는 온천증기가 하늘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운젠온천은 비교적 근래에 개발된 벳부, 구로가와 온천지대와는 달리, 1300년의 장구한 내력을 지녔다. 때문에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서 거부감 없는 은은한 매력이 풍겨난다. 그때문일까. 오랜세월 속에 체화된 주민들의 환대정신은 운젠 온천의 가장 큰 경쟁력이기도 하다.


만묘지에 여행객들이 참배하고 있다.

운젠 온천의 시발은 701년 운젠의 절 만묘지(滿明寺)에서다. 고승 교우키가 처음 온천수를 발견해 승려와 마을 남성들이 온천욕을 즐겼다. 마침 만묘지가 자리한 운젠산은 여성 입산금지의 영산으로 남성 전용 온천으로 활용됐던 터였다. 세월이 흘러 운젠지역도 개화의 바람이 불었고, 1653년 온천마을로 본격 개발되며 여성 입장이 능케 됐다. 운젠 온천의 성지격인 만묘지는 온천여행객들의 단골 방문코스다. 불상 앞에는 세월의 변화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신도들이 캔커피, 캔맥주 등도 공양으로 올려둬 빙그레 웃음을 자아낸다.

▶운젠 온천의 명물 '지고쿠온센'

운젠온천지역의 명물은 단연 '지고쿠 온센(지옥온천) 순례'다. 뿌연 온천 증기가 오리무중, 앞을 가리고 지표가 가마솥의 팥죽처럼 팔닥팔닥 끌어 오르는 온천지대에서는 금새라도 시뻘건 마그마가 터져 나올듯하다.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공간을 둘러본다 해서 2km에 이르는 '지옥순례길'을 만들어 놓았다.


도쿄에서 왔다는 한 쌍의 연인이 지옥 순례길을 둘러보고 있다.

운젠지고쿠는 실제 이름처럼 생지옥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350년 전 천주교 신자 30여명이 뜨거운 온천 늪에서 고문 속에 순교를 당했다.

'지옥 산책로'를 따라 여러 지옥들을 둘러본다. 작은 지옥들마다 나름의 이름과 그 유래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다이쿄칸 지고쿠(大叫喚地獄)'은 운젠지옥 중에서도 가장 압력이 높고 수증기 끓는 소리가 큰 곳이다. 어두운 밤이면 부글거리는 소리가 마치 땅 아래 죽은자들이 뜨거움을 못견뎌 내지르는 절규처럼 들린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는 또 인간의 몹쓸 생각이 8만여 가지에 이른다 해서 '하치만지고쿠', 에도시대 부정을 저지른 여인을 나쁜 여자의 대명사격으로 부르는 '오이또지고쿠', 온천수 샘솟는 소리가 지저귀는 새소리같다해서 '스즈메 지코쿠' 등 7개의 지옥명칭을 지니고 있다. 만묘지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간다"며 훈계하기 위해 붙인 이름들이다.

운젠지고쿠의 용출 온천수 온도는 섭씨 70~100도. 하루 400여t의 온천수가 샘솟는다. 여기서 솟는 온천수는 파이프를 통해 운젠온천마을의 20개 료칸(여관)-호텔에 공급된다. 운젠 온천수의 가장 큰 자랑은 수질. 강산성 유황온천수로 살균효과 등이 뛰어나 피부병치료와 미용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운젠 온천마을에는 500~1000엔짜리 대중 온천탕도 즐비하다. 또 100년 전통의 신유 공동온천은 100엔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운젠 온천마을에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그중 비드로미술관에서는 마침 개관 10주년 특별전으로 '세계 유리 오일램프전'이 열리고 있었다. 18~19세기 유럽의 보헤미아, 베네치아 등 유리공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유센베이 제조 모습. 일반인도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

운젠의 빼놓을 수 없는 주전부리로는 '유센베이'를 꼽을 수 있다. 60년 전통의 센베이과자집 '도토미야'에서 온천수를 이용해 굽는 센베이과자로,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 바삭하면서도 달지 않은 게 특징이다. 과자만들기 무료체험도 할 수 있다.

▶'바닷가 족욕'의 천국 '오바마' 를 아세요?


오바마의 해상 노천욕.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오바마(小浜)는 시마바라반도의 작은 온천도시로 통한다. 물론 이곳 사람들도 오바마 대통령 캐리커쳐를 걸어놓고 이른바 '오바마 마케팅'도 벌이는 중이다. 오바마는 바닷가 '노천 족욕탕'으로 유명하다. 길이가 무려 105m. 연중 주민과 관광객이 몰려 들어 푸른 바다를 벗삼아 뜨끈한 노천 족욕을 즐긴다.


오바마의 견공 전용 족탕. 자주 들른 녀석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제법 온천욕을 즐길 줄 안다.

오바마의 개팔자도 상팔자다. 애완견 전용 노천온천욕탕이 있어 개들도 주인과 함께 하품을 쩎쩍하며 스트레스를 풀어 댄다. 아예 방파제 바깥쪽에 설치한 해상 노천탕도 인기다. 그야말로 발밑까지 철썩이는 파도를 느끼며 뜨끈한 노천욕(1시간 300엔)을 즐길 수 있다. 무료로 족탕을 즐기며 고구마-달걀-버섯 등을 온천수에 익혀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자연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운젠다케 재해기념관'

올 겨울 한파는 따뜻한 규슈도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운젠산을 조망하기 위해 로프웨이 탑승장(묘겐다께)까지 가는 산길도 얼어봍었다. 멀리 운젠산에 핀 설화를 감상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신 1991년 대폭발 참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시마바라 소재 '운젠다케 재해 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20년전 운젠산 폭발당시의 상황은 물론, 화산 활동의 원리, 일본 열도 화산에 관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테마파크다.

시마바라반도 곳곳에 온천이 즐비한 것은 다름아닌 반도 중심에 솟은 운젠다케 덕분이다. 일본 열도에는 현재 86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이 중 13개가 규슈 지역에 분포해 있다. 최근 분화를 시작한 신모에다케는 시마바라반도와 100km 정도 떨어진 규슈지역의 활화산 중 하나다.


흰눈을 이고 있는 운젠다케. 20년 전 대폭발을 한 화산이다.

운젠산의 주봉 후겐다케는 엄청난 분화의 위력을 토해낸 전력이 있다. 1792년의 대규모 분화와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로 1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991년 분화도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쏟아진 토석류로 시마바라시 남쪽 마을을 덮쳐 취재진과 화산학자 등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분화로 후겐다케 옆에는 높이가 124m에 이르는 헤이세이신산(1483m)이 새로 만들어졌다.

기념관 인근에는 당시 재해 현장이 잘 보존돼 있다. '토석류 피해가옥 보존공원'에는 당시 매몰된 가옥의 참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분화 후 13년 만에 발굴된 ENG카메라에서 나온 동영상 필름이 복구돼 당시 상황도 엿볼 수 있다.


토석류에 의한 가옥매몰 현장.
6년동안의 화산활동을 마친 운젠다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을 만큼 겨울이면 멋진 설화가 피어오르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단풍, 봄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내방객을 맞는다.


시마바라성

시마바라반도는 문화-역사 기행지로도 적당하다, 일본 100대 성의 하나인 시마바라성에는 각종 사료와 우리의 '동학운동' 쯤에 해당하는 '시마바라난'에 대한 자료가 보존돼 있다. 성 바깥에는 무사들이 거주하던 일종의 군인아파트격인 '부케야시키'가 보존돼 있다.

◆일본 10대 전통 료칸 '료테이 한즈이료(旅亭 半水盧)'

운젠 최고의 숙박지 '료테이 한즈이료'는 단순히 운젠 뿐만 아니라 '일본 10대 전통 료칸'의 하나로 꼽히는 고급 료칸이다.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찾아보고 싶어하는, 로망에 다름없는 곳이다.


일본 열도 10대 료칸 중 하나로 꼽히는 '료테이 한즈이료'는 과연 '극진한 환대'가 무엇인지를 실감케하는 곳이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옛담장이 이어져 있는데, 막상 담장 너머에는 완벽한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다. 입구는 마치 대 저택을 연상케 한다. 경사진 곳에 자연의 풍광과 지형을 살려 14동의 별채 객실을 배치했다. 복층형식의 객실은 공동 정원에서 드나들고 아래층 마당에는 프라이빗 정원이 펼쳐져 있다. 객실은 철저히 분리돼 있지만 지하통로로 막힘없이 연결돼 노천탕으로 향할 수 있다. 개인의 사생활보장과 편리를 동시에 추구해놓은 셈이다. 다다미가 깔린 복층 객실도 화실-양실로 나뉘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두었다. 료칸의 로텐부로(露天風呂) 유황온천수도 옥빛이 선명하다.


한즈이료 료칸의 객실. 조용한 침잠의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한즈이료는 일본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해 전통가옥의 풍모와 기능성을 함께 살리고 있다. 특히 조경도 압권인데, 18년 전통이라는 짧은 연륜에 어울리지 않게 고풍스런 정원의 자연미가 돋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조경을 근자에 리모델링했는데, 그 비용만도 2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일본 최고의 호화 료칸의 주인은 다름아닌 재일동포 2세인 가네우미 류카이(金海龍海· 60) 유코그룹 회장. 재일동포가 일본 최상급 전통료칸을 운영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유코그룹이 료테이 한즈이료를 인수한 것은 지난 해 8월. 가네우미 회장의 효심 때문이었다.


일본 최고 호화 료칸의 오너인 재일동포 2세, 가네우미 류카이(金海龍海· 60) 유코그룹 회장.
가네우미 회장은 "10년 전 선친의 칠순 행사를 이 집에서 치렀는데, 그때 선친께서 이 곳의 분위기를 좋아하셔서 훗날 인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네우미 회장은 "한국인이 일본 최고급 료칸으로 일본 전통문화를 세일즈한다"는 자부심으로 료테이 한즈이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즈이료의 노천탕

한즈이료의 최대 자랑은 '최상의 서비스 정신'. '마음으로 고객을 맞는다'는 모토 아래,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환대를 펼친다. 마치 물 흐르 듯하는 '1손님 1종업원'의 섬세한 서비스가 특징이다.

료칸 기행의 묘미는 음식에도 있다. 이른바 가이세키요리. 에도시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정식 요리인 혼젠요리를 간단하게 변형한 것이다. 계절식을 기본으로, 같은 재료, 같은 요리법, 같은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 또 음식의 맛, 색깔, 모양을 고려하고, 그릇의 모양과 재질도 함께 감안해 준비한다.

이름에 '료테이(旅亭)'가 따라 붙는 한즈이료는 이 같은 원칙에 충실한 료칸이다. 그만큼 '음식으로 승부를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최상의 가이세키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사가 주방장을 포함해 8명. 계절에 따라 제철 미식거리로 매달 메뉴를 바꾸며 고객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주방장 사사끼 씨는 "일본열도 10대료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 도미에 소금을 두껍게 발라 구워내 나무 망치로 소금을 깨고 먹는 '시오가마'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라고 말했다.


한즈이료의 가이세키요리. 12종류의 음식이 나오는 코스 중 하나다.

12가지 코스가 이어지는 가이세키요리는 현란함 그 자체다. 식전주로 한주이로에서 직접 담근 배꽃잎주를 시작으로 죽순, 전복, 산삼, 소고기 설치살, 말고기, 복어사시미, 동파육, 시오가마 등 생소한 진미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아기자기한 그릇에 담겨나온다. 말 그대로 성찬이다. 처음 뭣 모르고 "이렇게 귀한 것을" 하며 황송한 마음에 싹싹 비우다 보면 중간쯤 가서 후회하게 된다. 갈수록 더 진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급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를 접할 때에는 좀더 느긋하게, 음식 맛을 보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한즈이료의 주요 고객은 이름을 대면 금새 알만한 일본의 정-재계, 스포츠 스타가 즐비하다. 한국인 유명 기업가와 스타급 연예인도 즐겨 찾는다.

숙박료는 1박 기준, 1인당 5만엔부터. 2명이 묵으면 10만엔이지만, 4명 이상 한 가족이 묵을 경우엔 가격이 떨어진다. 료테이 한즈이료 81-957-73-2111.

◆여행메모

▶가는 길=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인천~후쿠오카'를 각 주 3회 운항한다. 소요시간 1시간 20분. 후쿠오카에 도착하면 하카타(博多)역에서 JR로 갈아타고 나가사키현의 이사하야(諫早)까지 간다. 요금은 3790엔. 이사하야에서 운젠까지는 시마테츠(島鐵) 버스가 다닌다.

▶미식거리=시마바라의 '구조니(具 雜)'가 유명하다. 10여 가지의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끓인 우리의 떡국과 비슷하다. 국물맛이 시원 구수하다. 시마바라성앞의 음식점 '히메마쯔야(姬松屋)'에서 맛볼 수 있다.


 


시마바라의 명물, 구조니. 우리의 떡국과 비슷하다.

▶여행 팁=운젠온천마을에는 19개의 일본 전통식 료칸(여관)과 1개의 호텔이 있다. 료칸들의 숙박료는 5000엔~수만엔대까지 다양하다. 운젠온천마을 숙소를 예약한 경우는 후쿠오카 하카다역에서 운젠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젠온천마을 누리집(www.unzen.org) 확인.

◇규슈 시마바라반도는 '화산과 온천의 나라' 일본에서도 가장 일본다운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여행지로 통한다. 사진은 온천 증기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운젠 지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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