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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노르웨이

노르웨이, 러시아 : 호수와 산으로 이어진 노르웨이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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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발틱 그리고 러시아



게이랑에르 피오르의 헬레쉴트 지역



 

이번 여행의 중심은 북유럽 4개국이다. 이번에 둘러볼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다. 그렇지만 여기에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추가되고 러시아가 추가되어 무려 7개국이나 돌아보게 되었다. 노르웨이에는 피오르가 발달하여 3일 동안 여행하고,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각 하루씩 살펴볼 예정이다. 그러므로 북유럽 4개국 여행의 핵심은 노르웨이 피오르가 된다.

그리고 발트 3국 중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각각 하루씩 살펴볼 예정이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문화유산을 자세히 살펴보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문화유산도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리가와 탈린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다. 러시아는 과거 수도였던 상트 페쩨르부르크와 현재 수도인 모스크바를 답사하려고 한다. 이들 두 도시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크렘린의 우스펜스키(성모승천) 성당


 

사실 한 나라 또는 한 도시를 하루에 살펴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돌이켜 보면 주마간산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가며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이동하는 일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러한 체험과 경험이 한 나라 또는 한 도시를 아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 삼국사기 > 를 만 번 읽는 것보다 고구려 유적지를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북유럽 관광의 포인트는 문화보다는 자연이다. 그 중 노르웨이의 피오르가 단연 압권이다. 피오르, 정말 책과 TV를 통해 백 번듣는 것보다 한 번 가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리가와 탈린에서는 자연보다는 오히려 문화유산에 중점을 두고 싶다. 우리가 모르는 발틱의 문화와 문화유산을 이번 기회에 조금 소개해 보고자 한다.

러시아의 상트 페쩨르부르크와 모스크바는 너무나 유명한 도시지만, 그곳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알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근·현대 문화와 문화유산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러시아는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런던올림픽 양궁과 무슨 인연이길래...



사선에 선 기보배와 로만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가니 런던올림픽 양궁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이 열리고 있다. 미국의 로릭 선수와 멕시코의 아비티아 선수의 경기다. 결과는 멕시코 선수 아비티아의 승리로 끝났다. 아비티아가 동메달을 딴 것이다. 곧이어 우리의 기보배 선수와 멕시코의 로만 선수가 벌이는 결승전이 벌어진다. 기보배 선수는 로릭을 이기고 올라왔고, 로만 선수는 아비티아를 이기고 올라왔다.

1세트는 기보배가 27:25로 이겨 2:0으로 앞서 간다. 그런데 2세트에서는 26:26으로 비겨 3:1이 되었다. 그러나 3세트에서는 로만이 29:26으로 이겨 3:3 동점이 된다. 4세트에서는 기보배가 30:22로 완승을 해 5:3이 되었다. 5세트에서는 기보배가 26:27로 아깝게 져 5:5 동점이 된다. 결국, 승부는 슛오프로 결정 나게 되었다. 슛오프란 한 발씩 쏘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런던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에서 가장 앞줄에 앉은 양궁 선수 기보배와 오진혁


 

기보배 선수가 먼저 활을 쏘았는데 9점 쪽에 가까운 8점이다. 졌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조금은 희망을 갖고 로만 선수의 차례를 기다린다. 드디어 로만 선수가 활시위를 당긴다. 아, 그런데 화살이 7점 쪽에 가까운 8점에 꽂힌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기보배 선수가 승리한 것이다. 그때 시간이 벌써 밤 12시가 다 되었다. 나는 서둘러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돌아오는 날, 나는 인천공항에서 다시 기보배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런던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이 공항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기보배 선수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그녀는 사격의 진종오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 2관왕에 올랐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여행은 우연하게도 런던올림픽 기간에 이루어졌고, 중간마다 올림픽 소식에 기쁨을 함께했다. 그리고 묘하게도 양궁과 인연이 많았는지, 기보배 선수의 인터뷰를 들으며 여행을 끝맺었다.

오슬로로 가는 지루하고도 먼 길



도하공항 기도실에서 기도를 드리는 이슬람교도들



 

우리나라에서 오슬로로 가는 직항은 없다. 오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핀 에어(Finn Air)를 이용 헬싱키로 간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슬로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비행기는 카타르의 도하를 거쳐 오슬로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 때문에 비행기만 10시간 하고도 6시간을 타야 한다. 인천에서 도하까지 10시간을 타야 하고, 도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슬로까지 6시간을 더 가야 한다.

도하에서 비행기를 내리니 새벽이라 공항이 한산하다. 그리고 요즘이 라마단 기간이라 사람들의 이동이 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시간쯤 후 오슬로행 비행기에 오른다. 도하공항에서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한다. 공항 대합실에서 나와 버스에 오르고, 버스에서 내려 비행기로 오르는 순간 45℃의 뜨거운 공기가 확 끼쳐온다. 습도까지 높아 여기가 열대지방임을 실감할 수 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해진다. 비행기는 8시 10분 오슬로를 향해 이륙한다.



황량한 산악과 평지에 세워진 이란의 도시


 

오슬로로 가는 비행기는 걸프해협을 건너 이란으로 들어간다. 쉬라즈, 이스파한, 테헤란을 거쳐 그루지야로 들어간다. 이란과 그루지야에는 높은 산과 황량한 대지가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흑해가 보인다. 흑해 연안에는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소치(Sochi)가 있다. 흑해를 지나면서 황량한 산악지대가 사라지고 평평한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러시아 평원이 나타난 것이다. 평야 지대는 오히려 단순하고 지루해서 나는 잠시 잠을 청한다.

러시아를 지난 비행기는 이제 발틱 해를 건너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들어간다. 오슬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남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6시간의 비행 후 비행기는 호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오슬로 권역으로 들어선다. 정말 지루하고도 먼 길이지만, 푸른 호수와 숲을 보니 정신이 맑아진다. 호수 주변으로는 마을과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야 비행의 종점이자 여행의 출발점인 오슬로에 도착한 것이다.

피오르를 찾아가는 길 역시 지루하고 멀다



오슬로 공항 주변의 풍경



 

오슬로 가르데르모엔(Gardermoen) 공항은 오슬로 동북쪽 35㎞ 지점에 있다. 비행장을 나오며 보니 단어들이 생각보다 눈에 익다. 안콤스트 우트란트(Ankomst Utland)는 '외국인 도착'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안콤스트는 '도착하다'를 뜻하는 독일어 안콤멘(ankommen)과 어원이 같고, 우트란트는 '외국'을 뜻하는 아우스란트(Ausland)와 어원이 같다. 그것은 노르웨이어가 독일어와 같은 게르만어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보니 노르웨이어는 북게르만어에 속한다고 되어 있다.

공항을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찾아 나선다. 길은 E6 고속도로를 타고 하마르와 릴레함메르(Lillehammer)를 거쳐 오따(Otta)로 이어진다. 중간에 뮈외사(Mjøsa) 호숫가 휴게소에서 잠깐 쉰다. 휴게소 주변에는 해당화가 피었는데 끝물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5월에 피는 해당화가 이곳 북유럽에서는 8월초까지 피는 것이다. 시원한 호수와 맑은 공기, 노르웨이가 여름 피서지로 최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노르웨이의 들과 농가


 

하마르에서 릴레함메르로 이어지는 길가로는 누렇게 익은 밀과 보리가 보이고, 밭 가운데에는 적갈색 벽에 검은 지붕을 한 농가들이 보인다. 가끔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와 양들을 볼 수 있다. 정말 무한히 넓은 대지에 점점이 박혀 있는 인간들의 흔적이다. 중간에 호수에 놓인 뮈에사 다리를 건너 릴레함메르에 이른다. 릴레함메르는 1994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릴레함메르는 뮈외사 호수 북쪽 언덕에 자리 잡은 중소도시로 인구는 이만 육칠천 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제17회 동계올림픽을 이웃하고 있는 하마르, 귀에빅, 외에르, 링게부 등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당시 67개국 1637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연을 벌였는데, 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6개 스포츠 분야 61개 종목에서 경기가 벌어졌으며, 숏트랙이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채택되었다. 그 결과 숏트랙 경기에서 채지훈, 김기훈, 전이경 등이 금메달을 차지하며 우리나라가 겨울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숏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 6위를 차지했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엠블렘 뒤로 릴레함메르시와 스키점프대가 보인다.



 

우리는 릴레함메르로 들어가지 않고 호수 건너편 휴게소에서 멀리 도시를 살펴본다. 멀리서도 스키점프대가 눈에 띈다. 그곳 뤼스갸르스바켄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1994년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렸다고 한다. 릴레함메르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도시로 오프란트(Oppland)주의 주도이다. 릴레함메르에서는 2016년 2월 26일부터 3월 6일까지 제2회 청소년 겨울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릴레함메르를 지난 우리는 강과 호수를 따라 오따까지 간다. 처음 계획으로는 이곳 오따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롬스달 지방을 지나 톨스티겐으로 해서 게이랑에르 피오르로 가는 것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그러므로 오따를 지나 돔보스까지 간 다음 'E136'번 고속도로를 타고 뷔올리(Bjorli)로 간다. 뷔올리로 가면서 산 위의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뷔올리 지역의 위도가 높고 고도도 높기 때문이다.

뷔올리의 시골 호텔 인상



뷔올리하이멘 호텔



 

뷔올리는 온달스네스, 몰데, 올레순, 게이랑에르 피오르 여행의 출발점이다. 뷔올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불과하지만, 북쪽으로 흐르는 라우마(Rauma)강을 따라 폭포와 산 그리고 빙하가 펼쳐진다. 그 때문에 우리도 이곳의 뷔올리하이멘 호텔에 여장을 푼다. 48개의 방이 있는 호텔로 우리 일행 32명이 묵을 만하다. 여름에는 트레킹, 하이킹, 사냥, 낚시 등을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호텔에 들어가니 로비에 벽난로가 피워져 있다. 그리고 곰 박제도 보인다. 이곳이 북극에 가까운 곳임을 알 수 있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야채 수프, 통감자, 스테이크, 연어 등의 주식과 콩, 당근, 브로콜리를 삶아 만든 일종의 야채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점심을 기내식으로 먹었기 때문인지, 다들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처음 맛보는 연어가 특히 맛있다. 더욱이 편안한 분위기 때문인지 모두 긴장이 풀리는 눈치다.



호텔의 노르웨이식 음식



 

나는 식사 후 식당 옆의 예배실을 잠시 둘러본다. 가운데 제대가 차려져 있고 벽에는 철사로 만든 십자가와 예수상이 걸려 있다. 소박한 루터교회 기도실의 모습이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니 벽에 흑백으로 된 낭만주의풍의 그림이 걸려 있다. 숲과 나무 그리고 올빼미,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다. 이곳 북유럽에는 겨울이 길어 사람들이 그림을 좀 우울하게 그리는 것 같다.

나는 TV를 튼다. TV를 통해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여자 핸드볼 경기가 나온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이 노르웨이와 27: 27로 비긴 경기를 본 적이 있어 더 관심이 간다. 특히 노르웨이팀의 토리르 헤르게이르손 감독의 얼굴이 눈에 익다. 경기 결과는 6골을 넣은 뢰케의 활약으로 노르웨이팀이 덴마크팀을 24:23으로 어렵게 이겼다. 우리는 8월 9일 여자 핸드볼 4강전에서 노르웨이와 다시 붙어 31: 25로 졌다. 노르웨이는 결승에 올라 몬테네그로를 26:2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를 보고 난 후, 아내와 나는 내일의 여행을 대비하기위해 잠자리에 든다.

피오르(Fjord)





송네 피오르의 구트방엔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좁고 긴 협곡을 말한다. 피오르는 2단계 과정을 거쳐 생성된다. 1단계에서 빙하가 산골짜기 사이를 이동하며 땅을 깎아낸다. 2단계로 빙하가 깎아낸 U자형의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러므로 피오르는 수심이 깊고 길이가 길다.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는 수심이 1,300m나 되고, 길이가 205㎞에 이른다.

피오르가 가장 잘 발달한 지역은 노르웨이와 그린란드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위도가 낮고 접근성이 좋을 뿐 아니라 경치가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피오르를 영어식으로 피오르드라고 발음해 왔다. 그러나 노르웨이 사람들은 피오르드가 아닌 피오르라고 발음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그들의 발음을 존중, 피오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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