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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볼로냐 : 진정한 이탈리아를 맛보고 싶다면 볼로냐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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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나는 볼로냐(Bologna)의 첫 인상은 다소 투박하다. 도시는 베니스에서 피렌체로, 혹은 밀라노에서 로마로 향하는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인근 숨가쁜 여행지들이 즐비하기에 철제 광고간판의 낯선 볼로냐 역에서 내린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불과 한 시간 전 열차가 출발했던 베니스는 역 앞에 운하가 흐르고 곤돌라가 떠다니는 꿈같은 풍경이었다.


볼로냐가 이방인들에게 유명 관광지로 언급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볼로냐의 매력은 오히려 그런데 있다. '먼 북소리'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피렌체를 방문할 때 특별한 용건 없이 사나흘 쉬었다 간 도시가 볼로냐였다.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산책을 즐겼으며 어느새 단골이 된 레스토랑들을 찾았다. 그는 볼로냐를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이렇게 비교했다.


'피렌체는 관광객을 많이 상대해 닳고 닳은 구석이 있다. 로마는 불친절하고, 밀라노는 상점이 너무 많아 몸이 파김치가 된다.'

볼로냐의 중심 광장인 '피아자 마조레'


편안함에 대한 묘사로 치자면 하루키의 지적이 어느 정도 맞다. 도시는 현지인과 관광객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지 않는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도 억지 미소는 없다. 민박집 주인이 소개해 주는 건물 모퉁이 식당의 파스타도 썩 괜찮은 편이며 현지인들이 들락거리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도 맛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물론 이런 소소함 뒤에는 볼로냐는 커다란 수식어들을 감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을 간직한 도시

볼로냐는 '회랑(아케이드)의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곳이며 미식의 고장이다. 역사, 예술, 요리, 음악 등을 두루 갖춘 비옥한 도시는 2000년에는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일단 도시가 전하는 강렬한 이미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회랑들이다. 길게 늘어선 열주가 노천 지붕을 받치고 있는 '포르티코'로 불리는 회랑은 구시가 전역을 감싸고 있다. 비오는 날 우산 없이 다녀도 크게 불편할 일이 없을 정도로 포르티코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일찍이 이런 회랑의 릴레이를 본적이 없다. 구시가의 오래된 회랑 아래는 성긴 나무판자의 흔적도 남아 있고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구시가의 명소들을 뒤로 한 채 찾아 나선 산 루카 사원은 경계의 의미가 짙다. 작은 정원이 사랑스러운 '빌라 스파다'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목가적 초록풍경의 언덕들을 넘어 산 루카 사원에 도착한다. 사원 뒷길은 버스가 올랐던 시골 풍경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사원에서 구시가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포르티코 길이 3.8km 이어진다. 거꾸로 걸어서 올랐다면 땀 좀 흘렸을 길을 현지인들은 반바지 차림에 조깅코스로 애용한다.


총 666개의 아치로 연결된 이 산책길은 참 행복하고 아름답다. 포르티코 길을 내려서다 보면 '붉은 지붕의 도시' 볼로냐의 자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선명하게 그려진다.




천년 역사의 대학...이탈리아 요리의 수도

구시가에 도착해 제법 큰 대로인 우고 바시 거리에서 마주치는 쌍둥이 탑은 볼로냐의 상징이자 단테의 '신곡'에도 등장한 명물이다. 탑 뒤쪽, 잠보니 거리로 걷다보면 골목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어느새 대학 캠퍼스의 한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기호학 교수로 재직중인 볼로냐 대학이다.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대학에서는 수준 높은 클래식, 재즈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좌파들과 레지스탕스 역시 이 '붉은' 도시를 거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쌍둥이 탑에서 내려다본 구시가 전경. 볼로냐는 붉은 지붕의 도시로 통한다.


도시의 중심인 광장 '피아자 마조레'는 역사적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팔라조 다쿠르지오'에는 볼로냐가 배출한 정물화가 조지오 모란디의 작품이 상설전시 중이다. 모란디의 작품을 사랑했던 성악가 파바로티의 자녀들이 기증한 그림들도 미술관 한편을 채우고 있다. 넵튠 분수, 산 페트로니오 성당 등 광장을 단장하는 소재들은 여느 중세 이탈리아 도시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요리의 수도', '뚱보들의 도시'로 통한다. 맛 집들만 찾아다녀도 하루 해는 짧다.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불리는 미트소스 파스타는 꼭 맛봐야할 요리이며 가게에서 직접 만든 생 파스타 역시 유달리 쫄깃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육류나 치즈를 파는 델리카트슨 식당이나 중앙 광장 옆 골목에 들어선 노천시장 역시 미식가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절대 방문' 코스다.




가는길


한국에서 볼로냐까지는 터키항공 등이 경유편을 운항중이다. 열차로는 베니스, 피렌체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으며 교통의 요지라 밀라노에서의 연결편도 다수 있다. 대학의 도시인 만큼 B&B 형태로 운영되는 민박집들이 다수 있으며 시설이 꽤 깔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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