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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스페인 발렌시아 - 풍요 속 자유와 열정을 간직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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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연인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처럼, 과거의 영광 또한 놓아버리기 어렵다. 사랑이 넘쳐 흐르던 시간들을 누군들 쉽게 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랑과 과거는 온전히 보내주어야 한다. 그 자리에 새로운 인연과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5세기 황금기를 구가했던 스페인의 동부 도시, 발렌시아는 현재 새로운 세기의 수요의 부응하는 관광도시로,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변을 지닌 도시, 발렌시아로 떠나보자.

시청광장의 야경. 분수와 건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이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떠나는 도보여행

지중해와 인접해 있어 풍부한 햇빛과 비옥한 토지를 지녀서일까. 발렌시아는 따뜻한 햇살로 첫 인사를 건넨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거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기분이 든다. 과거의 영광이 곳곳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따사롭고 기분 좋은 도시, 발렌시아에서 첫 걸음을 내디딘다.

발렌시아의 시내 여행은 구시가지에서부터 시작한다. 19세기 중엽까지 이곳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성벽은 철거되었으나, 토레스 데 세라노(Torres de Serranos)와 토레스 데 콰르트(Torres de Quart)는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다. 특히 세라노 문은 발렌시아의 유명한 축제인 ‘불의 축제’ 때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거대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성벽의 위용은 그 당시 얼마나 강대한 도시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콰르트 성벽에서 긴 대로변을 따라 죽 걸어가, 대성당(Cathedral)을 만난다. 200여 년에 걸쳐 완공된 이 성당은 기본적으로는 고딕 양식을 갖추고 있지만, 로마의 영향을 받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바로크 양식도 섞여 있다. 대성당은 ‘벽화 성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내부에 벽화가 많다. 특히 예배당 안에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한 성배가 안치되어 있기도 하다.

대성당.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라 론하 내부. 무역거래 당시 사용됐던 탁자가 그대로 남아있다.

발렌시아의 중심, 메르카도 구역

성당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메르카도 구역에 닿는다. 이곳은 발렌시아 시민들의 상업 활동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두 개의 상징적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딕양식의 건물 라 론하(La Lonja)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이곳은 15세기 이슬람 왕궁 터에 실크와 상품 교역 거래소로 지어져 19세기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역거래를 위해 사용하던 탁자와 거대한 나선형 기둥으로 장식된 홀, 둥근 천장 등 건물 전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 론하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중앙시장(Central market)은 20세기의 건축미가 반영된 현대적인 건물이다.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세련된 건물 벽돌부터 천장의 유리돔까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중앙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라고 하니, 현대적 감각에 역사까지 깃들어 있는 장소로 볼 수 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상점마다 가득하지만, 이곳은 아침시장이기 때문에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한다.

중앙시장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시청광장(Plaza del Ayutamiento)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발렌시아의 메인 광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매년 3월에 열리는 라스 파야스 축제와 관련해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 중심지역으로, 도시의 오랜 전통과 현대적인 모습을 한 곳에서 보게 된다. 바로 근처에는 국립도자기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로크양식의 마르케스 데 도스 아구아스 궁전(Marques de Dos Aguas Palace)이 길가에 자리 잡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조화, 미래도시를 만나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 입구에 서면, 현대적인 건물과 물의 아름다운 조화로 인해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사진으로는 전하기가 힘든, 감성을 자극하는 아스라함이 가슴 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이곳은 예술과 과학,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구역으로, 발렌시아 출신의 유명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e)와 스페인 출신이나 멕시코로 귀화한 펠릭스 칸델라(Felix candela)에 의해 만들어 졌다.

펠리페 왕자 과학박물관.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건축되었다.

이곳은 국제 회의장, 과학 박물관, 예술 궁전, 해양학 박물관, 산책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술과 과학의 도시라는 이름과 같이 미래 도시에나 어울릴 법한 아방가르드한 건물 디자인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발렌시아의 남북을 관통하는 투리아(Turia)강과 인접한 점을 적극 활용해 물과 건축물의 조화가 자칫 인공적이고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미래형 건물에 자연미가 더해졌다.

발렌시아는 과거 그리스와 로마, 아랍 등의 지배를 받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국민적 영웅 엘시드가 이를 다시 정복했고, 15세기에는 아라곤 왕국의 왕 하메스 1세에 의해 발렌시아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 이후 프랑스의 지배에 대한 저항으로 도시가 파괴되기도 했지만, 자유를 향한 시민들의 저항정신과 열정만은 그대로 남아, 현재는 ‘풍요의 도시’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중해의 대표적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과거는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며 대체되지만, 발렌시아는 그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들이 한데 모여 자유와 열정을 간직한 도시가 되었다. 역사와 전통 속에서 피어난 도시 발렌시아는 오늘도 자유와 열정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여행정보
시차는 스페인이 한국보다 8시간(서머타임 기간에는 7시간) 늦다. 통화는 유로(Euro)를 사용하며, 94%가 가톨릭교를 믿는다. 해가 늦게 지고, 온화한 기후로 인해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의 늦게 일어나고 저녁 늦게까지 활동한다. 식사 시간도 한국보다 늦어 점심 식사는 오후 2~4시에 먹으며, 저녁 식사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시작한다.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발렌시아로의 직항편은 없으며, 보통 파리를 경유해 이동한다. 인천-파리 노선(대한항공)은 약 11시간 50분 소요되며, 파리에서 발렌시아 노선(에어 유로파 운항)이 약 2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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