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 '궁궐성당(Hofkirche)'에 들어선다. 페르디난드 1세 때 건축된 이 성당 안에는 막시밀리안 1세의 무덤이 있다. 황제의 무덤이 있는 곳이고, 대성당이라서 그런지 내부는 약간 엄숙한 느낌이 깃들어 있다. 성당 내에는 황제의 대리석 조각무덤이 놓여 있고, 그 양쪽에는 28개의 청동상들이 있다. 마치 황제를 지키고 있는 듯,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이 어우러진 대성당 안에는 뭔가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무서운 마음(?)에 서둘러 성당을 빠져 나온다.
성당 근처에 있는 ‘시첨탑(Stadtturm)’ 위에서 인 강과 인스브루크 거리를 바라보며 상쾌한 기분에 젖는다. 전망대 위에 오르기 위해 148개의 계단을 올라왔다는 사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저 멀리 보이는 노르트케테 봉의 절경만 보더라도, 아픈 다리가 씻은 듯 낫는 느낌이다.
탑을 내려와 강을 향해 걷다가 바로크 양식 건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로코코 양식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바로 '핼블링 하우스(Helblinghaus)'이다. 화려한 건물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곳은 현재 상점과 일반 아파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양식은 조금 다르지만 강가에 있는 '오토부르크(Ottoburg)' 또한 주택첨탑으로 쓰이고 있다. 고딕양식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아늑한 음식점과 포도주점으로 변모해, 여행자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첨탑 앞에 있는 기념탑에 궁금해 물어봤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티롤 주 자유투쟁자의 기념탑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든지 자유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할 주제가 아닐까 새삼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특별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
인스브루크 거리의 중심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를 거닌다. 신성로마제국 황후의 이름을 딴 거리 위로 트램과 버스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그리 넓은 도로는 아니지만, 시내에는 일반 차량이 의외로 적어 통행에 불편은 없어 보인다. 항상 차들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도심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한적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거리의 가장 유명한 명소 성 안나기념탑을 바라본다. 이 기념탑은 1703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했던 바이에른 침입을 기념해 건립됐다고 한다. 탑에는 성모상, 성녀 안나상 등이 묘사되어 있는데, 거리를 바라봄과 동시에 저 멀리 만년설이 뒤덮인 확 트인 시야까지 한 눈에 들어와 마치 이 도시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의 또 하나의 명소는 바로 개선문이다. 왕자 레오폴드 2세와 마리아 루이자의 결혼을 기념해 건립됐다. 결혼축제 중 아버지인 황제 프란츠 1세가 사망했기 때문에, 개선문 남쪽에는 결혼식은 북쪽에는 황제의 서거를 상징하고 있다.
개선문을 다시 올라 동쪽으로 걸어가면, 티롤주가 오스트리아에 속한 지 5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루돌프샘을 만나게 된다. 호프부르크궁의 동쪽에 있는 레오폴드샘과 더불어 샘가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작품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레오폴드샘에 있는 조각품은 알프스 북부지역에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