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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그린란드 : 극한의 환경에서 이룬 아름다운 삶 그린란드 중서부 항구도시인 일루리사트는 아이스 피오르드로 유명하다. 일루리사트 정착을 기념하는 기념비 아래 펼쳐진 바다 위로 빙하가 떠다니고 있다.그린란드에서 맞는 첫 새벽이다. 어두워지지 않는 밤을 지나 새벽녘에도 창밖은 여전히 밝은 세상이다. 창가 커튼도 햇빛을 충분히 가리지 못한다. 지난 여행지였던 아이슬란드에서는 그나마 암막 커튼이 있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린란드에서는 이불로 창가를 가리고, 또 다른 이불 아래 몸을 뉘었지만 어둠도, 잠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마을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개들의 울부짖음이 다가오던 잠을 쫓아낸다. 썰매를 끌지 않는 여름 한철이 무료한 듯 수시로 짖어댄다. 덩치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늑대를 닮은 그들의 울음소리는 도시 여행객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주인.. 더보기
미국 알라스카 일루리사트 : 탐험대의 고달픈 신고식 일루리사트의 개 평원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길을 걸으면 여기저기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자주 들린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북극의 혹한에 길들여진 썰매개들은 아주 힘들어한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개들은 차가운 눈밭 위에서 뒹굴거나 배를 깔고 엎드려 지낸다. 해안 마을의 언덕 위로 올라서자 축구장 다섯 개 정도의 평지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 썰매개 수백 마리가 개 줄에 묶인 채 넓게 퍼져 있다. 늑대처럼 크고 우람하고 잘생긴 북극 썰매개들이 하얀 눈밭에서 졸거나 뒹굴거나 울부짖는다. 정말 굉장한 ‘개판’이다. 잠시 후 개 주인이 나타나 대장 개를 풀어놓는다. 그럼 대장 녀석은 무리를 누비고 다니며 개들에게 뭐라고 수군거린다. 축구에서 교체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감독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처.. 더보기
그린란드 : 탐험의 시작 - 83일간 한밤의 태양 아래서 기록한 그린란드 견문록 “내 이름은 나노끄” 그린란드의 일루리사트에서 머물던 83일 동안 그곳 원주민들은 나를 이렇게 불러주었다. 나노끄(Nanoq), 그린란드 말로 북극곰이란 뜻이다. 만년설에 덮인 채 오랫동안 잊혀져 온 이 거대한 얼음 나라에서 나는 석 달간 나노끄로 불리며 살았다. 그린란드 내륙의 하얀 사막, 그 광활한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일루리사트의 빙산은 한없이 크고 비장했으며, 설원을 내달리는 북극 썰매개들은 지상의 그 어떤 동족보다 강하고 날렵했다. 물개와 고래, 넙치를 잡으며 살아가는 그린란드 원주민들은 결코 빙하의 질서를 거스르는 법이 없었고,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그렇듯 일루리사트 곳곳마다 가슴 절절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북극의 여름, 어둠을 빼앗긴 그 백야의 밤과 낮 동안 나는 잠 없이 꿈꾸는 법을.. 더보기
그린란드 : 머나먼 출발 -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이미 보상이다.” 임마까(Immaqa), This is Greenland! 오랜 기다림도, 간절한 출발도 모두 그린란드의 하늘이 결정한다. 탐험가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도착이 아니라 출발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설원을 걷는 일은 자기 의지의 몫이지만 출발 전 아직 속세에 머물 때까지는 돈과 환경 등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탐험의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탐험가들은 예상치 못한 수많은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문센, 스코트, 섀클턴……, 그들은 모두 영웅이 되기 이전에 탐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만큼 신뢰를 지닌 인물들이었고, 그 모든 변수들을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어디 돈 문제뿐이랴? 생각지도 못한 천재지변이 시시때때로 탐험대의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원정 .. 더보기
해빙기의 항구 - 여행의 발견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다. 세 명의 탐험대원과 열여섯 마리의 썰매개들이 북극권의 빙원을 행군하고 있을 시각, 나는 일루리사트의 항구를 걷고 있었다. 주로 새우나 넙치를 잡으며 살아가는 일루리사트 사람들은 이 항구에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5월의 일루리사트 항구. 얼음에 묶인 배들이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얼음대륙의 섬마을 항구는 배가 드나드는 곳이고 배는 물이 있어야 뜰 수 있지만, 그린란드의 5월 말 아직도 꽁꽁 언 일루리사트 항구는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멈춰’있었다. 얼어붙은 부둣가의 빙판 위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얼음에 반쯤 먹힌 채 여기저기 제멋대로 흩어져 있고, 빙판과 바다가 만나는 접경에 이르러서야 몇몇 배들이 조심스럽게 얼음을 헤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좀 있으면 요란해질 게.. 더보기
그린란드 : 빙하에 갇힌 초록의 땅 그린란드 중서부 항구도시인 일루리사트는 아이스 피오르드로 유명하다. 일루리사트 정착을 기념하는 기념비 아래 펼쳐진 바다 위로 빙하가 떠다니고 있다.그린란드에서 맞는 첫 새벽이다. 어두워지지 않는 밤을 지나 새벽녘에도 창밖은 여전히 밝은 세상이다. 창가 커튼도 햇빛을 충분히 가리지 못한다. 지난 여행지였던 아이슬란드에서는 그나마 암막 커튼이 있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린란드에서는 이불로 창가를 가리고, 또 다른 이불 아래 몸을 뉘었지만 어둠도, 잠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마을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개들의 울부짖음이 다가오던 잠을 쫓아낸다. 썰매를 끌지 않는 여름 한철이 무료한 듯 수시로 짖어댄다. 덩치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늑대를 닮은 그들의 울음소리는 도시 여행객에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주인.. 더보기
그린란드 까낙 : 세상 끝 마을, 북극 사냥꾼들의 마을 2차 에어드롭을 마친 뒤 탐험대 픽업을 위한 마지막 에어드롭까지는 약 20여 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썰매개들이 너무 지쳐 운행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느려졌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중순, 나는 촬영팀과 함께 탐험의 마지막 픽업 장소인 까낙으로 향했다. 자연 그 자체로 살아가는 까낙 사람들 사냥꾼들의 버려진 배 위에서 천진하게 놀고 있는 까낙의 꼬마들 지구 최북단의 마을인 까낙은 항공편도 일주일에 한 번밖에 없고, 게다가 여름철에는 관광객과 극지 과학자들이 대거 몰려들기 때문에 티켓 구하기도 어려웠다. 에어그린란드 본부의 안느에게 사정을 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까낙 공항은 놀랍게도 활주로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인구 60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도 공항이 있다는 것.. 더보기
일각고래 사냥 - 그들은 오늘의 생존만을 위해 고래를 사냥할 뿐 더 많은 고래를 탐하지 않는다. 고래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 어느 물고기보다 깊은 심해를 헤엄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물 위로 나와 ‘신화처럼’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신비의 포유류, 그런데 이 고래들 중에서도 유독 신화적인 부류가 있으니 그게 바로 그린란드의 일각고래다. 일각고래 사냥을 떠나며 방향을 지시하는 사냥꾼 마마우트 일각고래는 이름처럼 기다란 외뿔(사실은 이빨이다)이 나 있어 전설의 동물인 유니콘에 빗대어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에 속하는 일각고래는 북위 70도 위에서만 살아간다고 하는데 주로 북 그린란드의 까낙이 대표적인 서식지이다. 그래서 까낙의 원주민들은 대대로 일각고래를 사냥하며 살아왔다. 우리가 까낙에 온 첫 번째 목적은 물론 탐험대를 픽업하기 위해서였지만, 촬영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