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여행

노캉위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천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뜻을 실감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풍화된 나목(?木) 앞에서 한국에서 온 신혼부부가 멋진 포즈를 취했다. 뉴칼레도니아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 가는 곳이다. / 사진작가 강근호씨 제공

추위가 몰아닥쳤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듯하다. 이번 주 '주말매거진+2'는 '피한(避寒)여행 특집'으로 꾸몄다. 따뜻한 기후, 뛰어난 풍광으로 우리의 얼어붙은 심신을 어루만져줄 만한 해외 여행지들이다. 겨울휴가철 가볼 만한 국내 여행지 편도 곧 마련할 계획이다.

뉴칼레도니아의 풍광에 대해 일본 작가 모리무라 가쓰라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찬사를 헌정했다. 이 말은 뉴칼레도니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용되기 때문에 사실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 이상 적합한 표현을 찾을 수 없는 것을.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내가 아는 여행 저널리스트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썼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니 아무리 식상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시작하자. 뉴칼레도니아는 분명 지구 상에서 천국에 가장 가까운 곳 맞다.

다만 '친절하진 않은' 천국이다.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선한 미소와 상냥함, 남을 배려하는 매너를 접하면 매료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친절하지 않다는 것은 관광 개발에 대한 말이다. 곳곳에 널려 있는 그 수많은 관광자원을 이 나라는 아마 10%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금만 개발하고 마케팅하면 세계적 명소가 될 곳을 그냥 내버려둔다. 개발보다는 자연 그 상태로 보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관광지를 여행하다 보면 숱한 과장과 허풍을 만나곤 한다. 별것도 아닌 곳에 요란한 선전문구를 달고 스토리를 얹어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뉴칼레도니아는 그 반대다. 이 섬나라를 여행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교통편과 편의시설을 더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대박'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과장은커녕, 별 기대도 않고 찾아갔는데 입이 벌어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이유가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관광에 목매는 나라가 아니다.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에 달한다. 니켈·망간·텅스텐 등 값비싼 지하자원이 널려 있어 이것만 갖고도 웬만한 선진국만큼 잘산다. 굳이 관광객을 끌려고 아등바등 애쓸 필요가 없다. 무리하게 개발할 필요도, 과장을 섞어 선전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뉴칼레도니아의 불친절함은 '상업적인 불친절'인 셈이다. 돈을 더 벌려고 요모조모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편의시설을 잔뜩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덕분에 뉴칼레도니아의 관광 명소는 어디를 가도 한적하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소박한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다.

◇'천사의 놀이터' 오로 풀장

수도 누메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동남쪽으로 25분쯤 날아간 곳에 일데팽(Ile des Pins)섬이 있다. 프랑스어로 '소나무섬'이다. 태고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 한없이 푸른 하늘과 바다와 송림(松林)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 자그만 섬에 오로(Oro) 천연 풀장이 있다.

오로 풀장은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파고들어 호수처럼 가둬진 곳이다. 주위 사방을 뉴칼레도니아 특유의 아로카리아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쌌다. 수면은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해 심산유곡 속의 거대한 옹달샘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풀장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물맛은 분명 짜디짠 바닷물이다. 바닥은 산호초군(群)으로 덮여 있고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군무(群舞)를 춘다. 스노클링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오로 풀장은 처음 온 관광객들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다. 우선 입구부터 찾기가 쉽지 않다. 보일 듯 말 듯한 안내판이 하나 붙어 있을 뿐이다. 입구로 들어선 뒤에도 숲길과 얕은 물길을 15분은 걸어야 한다. 다른 나라였다면 도로를 내고 온갖 시설을 다 지었을 터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숲길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천국이 눈앞에 펼쳐지고, 불편했던 기억은 한순간에 다 사라진다.

오로 풀장엔 음식점도 카페·편의점도, 화장실이나 샤워장도 없다. 주의를 당부하는 어떤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고, 안전요원도 없다. 산호초 바닥이니 맨발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경고도 없다. 깊은 곳도 수심 2m 정도니 큰 사고야 없겠다. 하지만 관광지의 과잉친절에 익숙해져 있는 아마추어 관광객이라면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천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한 법이다.

◇비현실적인 절대 미감(美感) 노캉위섬

일데팽에서 다시 보트로 30분쯤 달리면 노캉위(Nokanhui)라는 무인도가 나온다. 숨이 턱 막힐 만큼 아름다워 지구 상의 섬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곳이다. 설탕가루를 뿌린 듯한 백사장과 시리도록 맑은 연초록빛 바다라고 하면 역시 식상하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새하얗게 풍화된 나목(裸木)들은 세상과 괴리된 비현실감을 더해준다.

이곳 역시 상업적으로 친절하지는 않다. 교통편이라고는 20명 남짓 태우는 소형 보트 몇 편뿐이다. 허용된 체류시간 역시 30여분에 불과하다. 축구장 2~3개 크기만한 섬에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자연이 그려내는 단순명료한 절대 미감(美感)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천국이다.

이 무인도에 내릴 때는 신발부터 벗을 것을 권한다. 맨발로 고운 모래의 질감을 즐기면서 카메라 셔터를 아낌없이 눌러대라. 당신이 들렀던 어떤 관광지보다 추억의 사진첩을 아름답게 장식해줄 것임을 장담한다. 이 섬만은 아니다. 뉴칼레도니아 어디를 가도 청명한 태양빛과 코발트빛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 셔터를 누르면 그게 바로 작품 사진이다.

여행 수첩

에어칼린 항공사가 인천공항~뉴칼레도니아 직항편을 매주 월·토요일 두 차례 운행한다. www.aircalin.co.kr (02)3708-8581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