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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랑스

프랑스 파리 :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난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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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난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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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파리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프랑스 미술을 대표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19세기 중반 이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일반 대중들은 더 친숙한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지금의 오르세 미술관은 20세기 초 건축가이자 교수였던 빅토르 랄루(Victor Laloux)에 의해 오르세 역으로 지어진 곳이다. 그 후 2년여의 공사를 거쳐 1900년 7월 14일 파리 만국 박람회를 계기로 미술관으로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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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곳이라 미술관을 소개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제대로 못 받기도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대상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어지는 것이 이치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있었다. 우연히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써 놓은 챕터가 눈에 띄어 읽게 되었고 그의 글을 통해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작품을 제대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고흐는 프랑스 남부 지방, 아를에서 15개월 머물면서 약 200점의 그림을 그리고, 100점의 스케치를 하고, 200여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의 전성기라고 합의가 이루어진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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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인 아르토에 의한 반 고흐의 작품의 분석을 중심으로 그림, 드로잉, 편지를 포함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대부분 오르세 미술관의 컬렉션에서 온 것에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텔로의 크뢸러 밀러 미술관,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에센의 포크윙 미술관의 작품이 더해졌다고 한다.

이 기획전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아르토가 1947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열린 '반고흐 회고전'을 보고 난 후 극도의 열광 상태에서 에세이를 썼고 이 에세이로 그는 그 다음 해에 생트 뵈브 비평상을 받았다. 에세이 제목은 'Le Suicide de la societe'(사회가 자살하게 만든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에 대한 아르토의 새로운 해석으로 광적인 에피소드의 진의와 화가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는 키를 갖게 되었고, 이번의 전시도 아르토가 쓴 에세이의 내용을 토대로 반고흐의 작품들을 구성해 놓은 식이었다.

특별전에 선보였던 작품들은 대부분 아를에 있는 동안 그렸던 작품들이었는데 나는 그의 그림들 중에서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린 작품들이 유난히 궁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알랭 드 보통이 설명해놓은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한 설명과 그림의 이미지를 비교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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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프랑스 지역의 모습. 사이프러스 나무는 이곳의 가장 흔한 나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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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프랑스에서 보았던 사이프러스 나무

 

그가 쓴 글을 읽은 탓일까? 고흐에 대한 나의 사랑이 커졌던 탓일까?

나는 반 고흐가 그린 사이프러스 나무들에서 한동안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을 통해, 스크린을 통해 수없이 많이 봤던 작품이 사이프러스 나무인데도 그날 나는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제대로 본 것이다. 나무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그린 그의 열정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내 눈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던 시간이었다.

고흐의 눈에 비친 사이프러스 나무는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둔탁했고 두꺼웠다. 몇 가지 색을 섞어서 완성한 그림이 아니라 수 십 가지 색이 섞여서 칠해지고 또 칠해져서 완성된 작품이었다. 그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물감을 아끼지 않고 그의 열정을 쏟아부은 것이기에 나에게는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비로소 나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그려진 작품을 제대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수많은 작품들을 뒤로 한 채 고흐의 작품을 보는 데만 몇 시간을 할애했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날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그냥 알던 친구가 친한 친구가 되었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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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관람을 통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 유명한 미술관의 작품을 전부 보고 오겠다는 생각은 버릴 것.  단 하나의 작품이라도 본인에게 끌림이 있고 감동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작가와 작품을 만날 준비를 하고 갈 것! 

 

오르세 미술관 Information

    홈페이지: http://www.musee-orsay.fr/en/home.html?cHash=1030a57d48

    주소: 1 Rue de la Légion d'Honneur, 75007 Paris, France

    개장 시간:09:30 ~ 18:00 (목요일 ~21:45)

    휴무일: 매주 월요일, 1/1, 5/1, 12/25

    입장료: 어른 11유로, 18~25세 미만 8.5유로, 18세 이하 무료

    찾아가는 방법: M12 Solférino역, RER C Musée d’Orsay역버스 24, 68, 69, 73,83,84,94

 

Tips

    뮤지엄패스 사용 가능.

    매주 첫째주 일요일 무료 입장

    오르세 미술관 + 오랑주리 미술관 티켓은 16유로에 구입 가능하다.

    오르세 미술관 + 로댕 미술관 티켓은 15유로에 구입 가능하다.

    목요일은 제외한 오후 4시 30분 이후엔 티켓을 8.5유로에 구입 가능하다.(목요일의 경우 저녁 6시 이후 8.5유로에 구입 가능함)

    사진 촬영 가능(플래시 꺼진 상태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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