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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마리노

이탈리아 산마리노 :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 산마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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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방랑자가 뽑은 내 생애 최고의 길 '산마리노'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 그들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중세의 날 축제. 7월 중순 닷새 동안중세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누가 뭐라 해도 이 기간이 산마리노 여행의 최적기다.

7월 중순 즈음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레플 이제껏 걸어본 길 중 최고를 꼽는다면?

김병수 중남미를 빼고는 거의 모든 대륙을 다녔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진흙도시 젠네의 골목길을 헤매기도 하고, 인도 푸시카르 사막에서 수십만 낙타와 함께 잠들기도 했다. 런던에서 공부할 때는 사우스 뱅크 산책을 즐겼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6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다녀 온 적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직장인들에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휴가란 대게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느긋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해볼까 한다. 

이탈리아 동북부 내륙에 위치한 산마리노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에 효율대비 최적의 장소다. 티타노산(Titano Mt.749m)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그만 도시 국가지만 가장 오래된 공화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301년 세워진 산마리노 공화국은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대통령이 2명인 것이다. 내무부 장관이 산마리노 사람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데, 인구 3만 명의 국가에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좌) 자유의 광장을 지키는 바위 경비대. 근엄해 보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우) 301년에 세워진 산마리노는 로마 황제의 지배를 받으며 2명의 집정관을 두었던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레플 산마리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 혹은 당신이 걸었던 길은 어디인가.

김병수 기차가 이탈리아 리미니역 플랫폼에 다다르면 저 멀리 티타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 앞에서 산마리노행 버스를 타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국경선의 표지판을 지나 10여 분 뒤 산마리노의 본격 여행이 시작되는 성벽 바로 아래까지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느낄 수 있다. 불과 해발 700여m 높이에 부는 시원한 산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푸른 평원을 감상하며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산 프란체스코 관문을 통과해 50여m를 오르면 곧 산마리노 의회가 있는 자유의 광장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바위 경비대’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군인들이 의회를 지키고 서 있다. 조용히 다가가 옆에 서면 기꺼이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여기저기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계속해서 오르다보면 티타노산 제1의 요새인 과이타에 이르게 된다. 3개 요새가 있지만 개방되는 곳은 제2 요새 체스타를 포함한 두 곳뿐. 이 모두를 돌아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이라도 한나절 걷기 좋은 산마리노 길
레플 산마리노에서 꼭 즐기거나 느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즐기고, 느끼고, 가져왔나.

김병수 7월 중순 닷새 동안 산마리노는 중세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골목골목 중세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닐고, 자신의 키보다 긴 칼을 부딪치며 중세 기사들이 칼싸움을 벌인다. 그들은 산마리노를 쳐들어오는 이탈리아인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조상들의 전투를 재연한다. 그런가하면 광장 곳곳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들 모두는 산마리노 자원봉사자들이다.

목마른 아이들에게는 시원한 수박 한입 물리고 중세의 장난감을 쥐어준다. 밤이 깊도록 광장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중세의 축제를 즐겨야 한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축제 마지막 날 벌어지는 석궁대회. 산마리노 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인접 도시 대표 팀들 간의 시합으로 선수들은 단 한번의 기회를 살려 3cm의 과녁 중앙을 정확히 맞히고 싶어 애를 쓴다.

(좌) 산마리노 구석구석 중세 분위기가 물씬 (우) 밤이 깊도록 화려한 중세의 축제는 계속된다
레플 산마리노를 걸을 때 주의할 점을 귀띔한다면?

김병수 우리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간다. 하지만 서유럽인들은 이와 더불어 대개 정장 한 벌씩을 가지고 다닌다. 밤이 되면 드레스로 갈아입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그날만큼은 화려한 음식으로 한껏 분위기를 즐긴다. 똑같이 주어진 여행시간이라도 어쩐지 그들은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긴다. 지금 여행 가방을 꾸리는 중이라면 일회용 컵라면은 당장 빼버리고 가벼운 정장을 한 벌 챙기자. 그래서 소중한 여행 동반자에게 근사한 시간을 선물하자.

티타노산을 중심으로 위치한 산마리노는 과이타 요새 정상에 서면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도시국가다.
레플 걷기 여행의 묘미, 무엇이 당신을 걷게 만드는가.

김병수 여행의 유형에 따라 여행자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고운 모래 해변에 선크림을 바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여행자와 산을 오르거나 신나게 자전거를 타면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 부류, 그리고 컬처 벌처(Culture Vulture) 즉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부류다.

PD라는 직함으로 해외에 다니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신세는 못되고, 자연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가며 최대한 돌아다녀야 한다. 다행히 적성과도 맞다. 걷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광에 고동치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그 자리, 그 시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사는 프리랜서 PD다. <와! e 멋진세상> 등을 연출하며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고, 요즘엔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영상앨범 산>을 만드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길 혹은 산에서 걸으며 보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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