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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 모래언덕 너머 만화 왕국… 세련되진 않지만 정겨운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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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 돗토리 기행

일본 돗토리(鳥取)는 유별난 곳은 아니다. 교토나 나라처럼 국보급 문화재가 쌓여 있지도 않고, 하코네나 아타미처럼 손꼽히는 온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산과 계곡이 아름답다지만 위용에선 후지산을 당해낼 턱이 없다.

돗토리는 소박하게 아름답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정겨운 자태로 여행자를 포근하게 품어주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그래서 처음 가는 사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루 이틀만 지내도 금방 정이 들고 떠날 때면 아쉬워 자꾸만 뒤돌아보게 하는, 그렇게 묘한 매력을 풍기는 것이다.

◇세계 첫 '모래 미술관'

제주도 두 배 만한 면적의 돗토리현(縣·한국의 도에 해당)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자랑하는 것이 있다. 4월 14일 오픈한 '모래 미술관'이다. 물과 섞어 딱딱하게 굳힌 모래로 조각하는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은 세계 처음이다.

동서 16㎞ 길이로 펼쳐진 돗토리 모래언덕.

돗토리에 모래미술관이 탄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돗토리현 동쪽 끝 해안가에는 거대한 사구(砂丘), 즉 모래언덕이 있다. 풍화(風化)한 화강암 가루를 강과 바람이 10만년 동안 쌓아 형성된 것이다. 동서 16㎞에 걸쳐 펼쳐진 모래언덕은 그것 자체가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래미술관은 모래언덕 바로 옆에 세워졌다. 돗토리 사구의 모래는 재질이 고와 모래조각의 재료로 최상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풍부한 양질의 모래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을 그 옆의 미술관에 전시하는 방식으로, 사구와 미술관을 묶어 패키지 관광상품을 만든 것이다.

현재 미술관에선 세계 각국의 모래 조각가들이 영국을 주제로 제작한 16개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대영제국의 영광과 산업혁명을 재현해놓은 작품부터 다윈·뉴턴·셰익스피어를 묘사한 작품까지, 살아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모래 예술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산악 트레킹의 천국

돗토리는 일본 관광지로는 드물게 아웃도어 활동을 간판 상품으로 내걸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돗토리현 서쪽에 위치한 해발 1709m의 고산(高山)이다. 다이센(大山)으로 불리는 이 산은 요나고공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등산로는 해발 약 700m 지점의 출발지에서 정상까지 편도 4시간 35분이 소요되는 코스가 있다. 너도밤나무가 다량 서식하는 산림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산 정상의 높이는 설악산과 비슷하지만 코스가 크게 험난하지 않아 등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등반할 수 있다. 등산로 주변으로 1300년 역사를 지닌 고찰(古刹) 다이센지(大山寺)가 들러볼 만하다.

다이센(大山)의 해발 850m 지점에서 해안까지 연결하는 22㎞의 자전거 하이킹 코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반이다. / 파라다이스티앤엘 제공

다이센지 인근의 승방(僧房) 엔류인(圓流院)은 법당 안에 그림과 만화가 어우러진 희한한 곳이다. 인기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妖怪) 만화 캐릭터 108점이 천장에 그려져 있고, 법당의 사방 벽에는 화가들이 기증한 동·서양화 50여점이 걸려 있다. 성(聖)과 속(俗)의 경계가 애매한 일본 불교의 특징이 종교와 그림의 융합을 가능케 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자동차로 10분쯤 내려오면 가족 단위로 머물 수 있는 캠핑장 '모리노쿠니'가 있다. 빈손으로 가도 텐트를 빌려 잔디밭 위에서 취사까지 하면서 야외 캠핑을 만끽할 수 있다. 자전거 애호가라면 해발 850m 지점에서 바닷가까지 22㎞의 내리막길을 자전거로 질주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19세기 근대 체험

돗토리현 구라요시(倉吉)시엔 일본의 19세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남아있다. 19세기 후반 메이지(明治)시대에 지어진 양조장이며 간장공장, 인형공방, 죽(竹)공예장 같은 근대 상공업의 시설을 지금도 그대로 활용해 관광객을 맞고 있다. 개천을 따라 늘어선 유서 깊은 목조 건물을 누비며 일본의 흥성했던 근대를 맛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구라요시 인근의 불당(佛堂) '나게이레도(投入堂)'도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다. 해발 520m의 암벽에 목조 불당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얹혀져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만화 왕국

돗토리의 구호는 '만화 왕국'이다. 인기 만화 '기타로(鬼太郞)'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와 '명탐정 코난'의 아오야마 고쇼 등의 고향이란 점을 내세운 것이다. 요나고공항 인근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엔 동상으로 제작된 120여개의 만화 캐릭터가 늘어서 있으며, '명탐정 코난'을 주제로 한 아오야마 고쇼 기념관도 만화 마니아들을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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