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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키오카온천 료칸의 가이세키(일식 정찬) 요리.
↑ 에치코유자와에 있는 사케 박물관 폰슈칸 내 목욕탕. 사케를 넣어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 니가타현 무라카미시의 염장연어(시오비키) 가게 가득 에도시대부터 전래된 방법으로 가공한 연어가 걸려 있다. 현지인들은 사케에 시오비키를 담가 부드럽게 만든 것을 최고의 연어 요리로 친다.
니가타는 일본 최고의 쌀 고시히카리를 재배하는 고장이다. '고시(越)'는 이 쌀을 처음 재배한 지역 이름, '히카리(光)'는 빛을 뜻한다. 하지만 찰기(コシ)와 윤기(ヒカリ)의 합성어도 된다. 도정을 해 놓으면 거의 투명할 정도로 맑은 쌀인데, 밥을 지으면 탱글탱글한 감촉과 윤기에 눈과 혀가 모두 즐거워진다. 동행한 니가타현 관계자의 자랑 섞인 설명은 이랬다.
"언젠가 도쿄 긴자(銀座)의 최고급 요정 주인들을 상대로 설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손님들에게 딱 한 가지만 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무얼 하고 싶냐'고. 가장 많은 대답은 '니가타현 우오누마(魚沼)산 고시히카리로 지은 하얀 쌀밥을 대접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우오누마 쌀이 그토록 귀한 것은 꼭 값이 비싸서가 아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고 남은 쌀만 내다 파는데, 어릴 때부터 그 맛에 길들여진 탓에 돈을 아무리 준대도 좀체 팔 생각을 않는단다. 츠키오카(月岡) 온천에서 저녁식사로 가이세키(會席) 상을 받았다. 에도시대 영주 다이묘(大名)의 정찬인 진수성찬이다. 젓가락 대기가 미안한 화려한 상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독특한 탄력으로 단맛을 감싼 하얀 쌀밥이었다.
좋은 쌀은 곧 좋은 술의 재료가 된다. 니가타에서 생산되는 사케(전통 청주)의 양은 일본 전체에서 3위. 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대량 생산이 어려운 프리미엄급 긴조(吟釀)의 양은 최대다. 240만 인구의 현 내에 95개 양조장이 있고, 여기서 500여 가지 사케가 생산된다. 니가타시(市)에서는 매년 3월 중순이면 사케노진(酒の陣)이라는 사케 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해 우승기업인 니가타현 무라카미(村上)시 다이요(大洋) 주조 공장장은 "니가타 지역 사케는 쌀알을 깎아내고 남는 부분인 정미보합률이 58.2%로 전국 평균보다 10% 가량 낮다"고 말했다. 쌀은 바깥부분에 잡맛을 내는 성분이 많이 섞여 있는데 이를 제거해 최고 품질의 사케를 생산한다는 설명이다. 깔끔한 맛을 내는 주조용 쌀 고시탄레이도 니가타에서 생산된다.
이곳 사케 맛을 결정짓는 보다 근본적인 환경은 니가타의 남쪽을 병풍처럼 두른 산악지역, 그리고 거기서 기인한 기후다. 니가타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나라였다'로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소설 < 설국(雪國) > 의 배경. 일본 최고의 강설량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겨울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작아 고급 사케에 필수인 저온 숙성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다이요주조 공장장은 "눈이 녹으면 복류수가 돼 지면과 지하에 모이는데, 미네랄 성분이 적은 매끄러운 이 물이 니가타 사케 맛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는 태평양으로 출분했던 연어가 회유하는 시기. 시월이 되면 니가타 북부 연안도시 무라카미시는 연어를 잡고 말리느라 분주해진다. 조카마치야(城下町屋)로 불리는 전통상가에서는 1m 가까이 되는 연어의 배를 가르고 소금을 친 다음 처마에 널어 말리는 전통 가공 방법을 직접 볼 수 있다. 멀리 홋카이도 해협을 지나 일본 열도의 서안을 따라 이곳까지 살아서 온 연어는, 긴 생존투쟁의 승자답게 강인한 아래턱을 갖고 있었다. 처마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살벌한 눈빛을 쏘아냈다.
특이한 것은 내장을 꺼내느라 절개한 연어의 배 한 부분이 붙어 있는 점. 완전히 가른 배는 할복을 떠올리게 해 꺼리기 때문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막부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연어를 가공해왔음을 알게 해주는 단서다. 이 지역은 일본 최초로 연어알의 인공 부화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조상 대대로 연어 가공업을 해온 기카와 뎃쇼 씨는 "연어만으로도 100가지 요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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