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풍요로움이다. 북유럽 지역 국가 중 가장 넓은 영토를 지녔고, 경제력과 사회복지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풍요로움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자부심 강한 국민들. 이 모든 것이 모여 스웨덴을 형성한다. 그 중에서도 예테보리는 높은 시민의식이 도시 전반에 깔려 있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스웨덴 제2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수출항 도시 예테보리-예테보리는 무역이 발달된 항구도시이다.



쇼핑과 예술이 넘치는 활기찬 거리

예테보리는 스웨덴의 서쪽 관문이자 인구 약 45만 명의 수출항 도시이다. ‘북방의 사자’로 불리는 구스타프 아돌프 2세에 의해 17세기 초 시의 기초가 확립된 이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활기찬 곳이다. 예테보리는 위치상 북해와 발트해를 마주한 항구도시로, 오래 전부터 상공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해온 곳이다. 북게르만족인 고트족이 살고 있어, 고텐부르크(고트인들의 성이란 뜻)라고도 하며, 위치상으로는 덴마크의 북단과 마주 보고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고속열차를 타면, 3시간여 만에 예테보리에 다다를 수 있다. 열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다양한 색의 풍경들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북유럽만이 가진 특유의 자연 경관은 기차여행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하는 예테보리 중앙역을 나오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쇼핑몰 ‘노르드스탄(Nordstan)'을 보게 된다. 직접 만들어 파는 수공예 제품부터 시작해 브랜드 명품, 다양한 먹을거리, 빈티지한 보세 상점까지, 눈을 자극하는 오색찬란한 즐거움이 가득한 쇼핑몰이다. 하지만 여행 시작부터 쇼핑의 유혹에 빠질 수는 없는 법, 서둘러 쇼핑센터를 지나면 시청이 나오며, 시청 광장에는 구스타프 아돌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시청의 옆쪽에는 스토라 함 운하가 흐르고 있다. 노르드스탄 쇼핑센터에서부터 직선도로를 따라 예테보리 시내의 중심 거리 쿵스포트아베뉜(Kungsportsavenyn)를 걷다보면, 남쪽 끝에서 예타 광장(Gotaplatsen)에 도착한다.

예테보리 문화의 중심인 이곳은 예술의 광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고도 훌륭한 작품들과 건물들이 광장 곳곳에 들어서 있다. 특히 광장 중앙에 있는 포세이돈 동상이 세워진 조각분수는 스웨덴이 자랑하는 조각가 카를 밀레스(Carl Milles)의 작품으로 예테보리의 대표적 조각분수다. 분수를 중심으로 그 주위에는 시립극장과 미술관, 콘서트 홀, 도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대관람차와 오페라하우스-오페라하우스(우측)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이 펼쳐 진다.

포세이돈 동상-스웨덴 조각가 카를 밀레스의 작품으로 조각분수와 함께 만들어졌다.



립스틱(?) 바른 건물에서 도시를 조망하다

예타 광장에서 아베뉜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죽 내려가면 강 하구에 이르는 릴라 봄멘(Lilla Bommen)에 다다른다. 이곳에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하우스는 1989년 새 오페라하우스를 짓기로 결정을 한 이후 1994년 10월에 완공됐다. 유선형의 기초 위에 세워진 배 모양의 건물인 오페라 하우스는 현재 세계수준급의 공연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 공연 등이 상영된다. 특히 무대 위에 있는 전광판에는 자막이 곁들여져 내용을 알기 쉽지만, 앞 쪽 좌석에 앉으면 무대와 전광판을 번갈아 보기가 불편할 정도로 공연장 규모가 큰 편이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높게 솟아 있는 오피스 건물은 붉은 포인트로 인해 ‘립스틱’이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22층은 레스토랑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가운데에는 지상에서 86m 높이의 전망대가 있어 항구와 근처 섬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립스틱에서 보는 전망도 멋지지만, 바로 옆에 있는 대관람차 안에서 여유 있게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관광객들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북적북적한 것보다 훨씬 여유로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테보리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다른 여행지에 비해 비교적 낮은 물가에 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바이킹호를 가장(?)한 호텔 레스토랑에 식사를 할 때에도 저렴한 가격에 맛좋은 예테보리만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분위기 좋고 맛있는 식사까지 했는데, 강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파단이라고 불리는 선착장에 이르면, 유람선을 타고 강물을 따라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관람차-강가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사색을 즐기며, 시민의식을 생각해 보다

이제 놀이문화를 즐겨 볼 차례인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리세베리 놀이 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지만, 생각보다는 놀이기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원은 사색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볼 수 있다. 걷다 보면 보게 되는 카를 밀레스 등의 조각가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들도 산책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연 속에서 홀로 거니는 사색이 좀 더 필요하다면, 예테보리 원예협회공원(Tradgardenforeningen)을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곳원은 19세기 중반 성벽 내의 주거공간이 혼잡해짐에 따라 조경사와 건축가들이 모여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들었다고 한다. 공원 내에는 아름다운 영국식 정원에 온실, 장미원, 나비관 등과 조각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자연을 걷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다시 운하로 돌아와 예테보리만의 강 내음을 맡는다. 예태보리 여행 중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감 넘쳐 보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훌륭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 몫일까. 아니면, 도시를 이끄는 사람들의 몫일까.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답 없는 질문에 고개를 내젓는다. 결국 양쪽 모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예테보리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문화와 예술이 도시 전체에 펼쳐져 있는 풍요로운 도시 안에서 자부심 넘치는 높은 시민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가는 길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웨덴까지의 직항편은 없기 때문에, 보통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도시를 경유한 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도착한다. 스톡홀름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3시간 정도면 예테보리 중앙역에 도착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