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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시간 여행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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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부하라는 중앙아시아의 숨은 명소이자 시간 여행의 종착역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천 년 전으로 향하면 그런 빛 바랜 도시를 만날 듯하다. 도시의 역사는 2,500년. 중앙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성지로 도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부하라의 전설이자 상징인 칼란 미나레트와 칼란 모스크는 중앙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시내에 나서면 지붕 없는 박물관을 걷는 기분이다. 부하라의 별칭이 아예 ‘박물관 도시’다. 그렇다고 정제된 유물들이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1,000년 된 성곽 옆에서는 동네 꼬마들이 공을 차며 천연덕스럽게 뛰논다. 동그란 카라쿨 모자를 쓴 아저씨들은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 앞을 지난다. 발을 딛는 곳이 고대 유적이고 현지인의 일상은 그 위에 자연스럽게 뒤엉켜 있다. 오래된 유적들은 2,500년 동안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사막의 땅 속에 차곡차곡 덧씌어져 있다. 수십 미터를 발굴하면 도시의 역사와 생채기가 드러나는 식이다. ‘부하라에서는 빛이 땅에서 하늘로 비친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실크로드의 주요 관문이던 오아시스

부하라의 융성함에는 지역적인 특성이 녹아 있다. 부하라는 서역과 중국을 잇는 실크로드의 주요 오아시스였다. 인도 모직, 중국 비단이 이곳을 통해 오갔고 아직도 그 흔적들은 곳곳에 남아 있다. 행상들의 숙소였던 ‘라비 하우스(Lyabi Khauz)’는 대형우물을 낀 채 여행자들의 휴식처가 됐으며 지붕이 둥근 옛 건물들에는 카펫, 가위 등을 파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타키’로 불리는 시장에는 낙타가 드나들 수 있도록 사람 키의 두 배가 넘게 만든 문이 있다. 오전 한때 장이 서는 금(金)시장 자르가른(Toki-Zargaron)이나 카펫시장 압둘라훈(Tim Abdulla Khan) 역시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 1 금시장인 자르가른. 오전 한때 장이 들어서는데 아직도 옛 저울을 이용해 장신구 거래를 한다.
  • 2 실크로드의 교역지였던 시장. 입구는 낙타가 드나들 정도로 높다.

부하라는 태생적으로도 지독한 이슬람의 도시였음을 보여준다. ‘부하라(Bukhara)’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사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솟은 칼란 미나레트(Kalan Minaret)와 칼란 모스크는 이슬람 도시 부하라의 전설과 상징이다.

칼란 미나레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첨탑으로 통한다. 높이가 46m다. 숱한 외침과 붕괴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적 의미 외에 이 탑의 또 다른 기능 덕분이다. 꼭대기에 불을 지피면 탑은 사막의 등대 역할을 했다. 실크로드의 행상들은 불빛만을 보고도 오아시스인 부하라를 찾을 수 있었다. 몽골 칭기즈칸이 부하라를 침공해 수많은 이슬람 유적을 무너뜨렸을 때도 이 탑에는 칼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미나레트 옆의 칼란 모스크는 한꺼번에 1만 명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 1 중앙아시아의 가장 큰 첨탑인 칼란 미나레트는 한때 처형대로 사용된 섬뜩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 2 칼란 모스크는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부하라의 상징중 하나다. 내부는 1만여 명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낙타 젖을 반죽해 쌓아올린 역사

부하라의 왕들이 거주했던 아르크 고성은 780여m나 이어지는 사암으로 된 흙벽이 인상적이다. 7세기에 처음으로 축성됐으나 몽골, 투르크족의 숱한 침략을 받으며 붕괴와 재건이 반복된 도시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인근에는 부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샤마니 왕의 묘(mausoleum of Ismail Samani)가 위치했는데 묘에 사용된 벽돌은 수천 년을 견딜 수 있도록 낙타 젖을 섞어 반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흙과 낙타 젖을 섞은 벽돌은 단단한 비스킷 같은 느낌이다. 길에서 만난 부하라의 오래된 건물들은 대부분 그런 질감을 지니고 있다.

  • 1 부하라 왕들의 애환이 서린 아르크 고성.
  • 2 샤마니 왕의 묘는 부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낙타젖을 반죽해 만든 벽돌은 천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삶 속으로 들어서면 부하라는 더욱 생경한 풍경이다. 둥글고 넓적한 빵인 ‘리뽀시카(Lepyoshka)’는 식당에서 밥처럼 나오며, 서민들은 양고기와 양파가 섞어 끓인 ‘쉬르파(shurpa)’를 주식으로 먹는다. 열차를 타도 카펫이 흔하게 깔려있고 탑승객들은 고풍스런 주전자(사모바르)로 열차 안에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수도 타슈켄트가 퇴색한 러시아의 주변 도시 같고, 사마르칸트가 화려하게 치장돼 있다면 부하라가 간직한 것은 정제되지 않은 옛 건축물과 사연들이다. ‘진정한 우즈베키스탄을 보려면 부하라로 가라’는 속설은 오랜 오아시스의 땅에 들어서면 진한 현실로 다가선다.

가는 길
부하라는 수도 타슈켄트의 서남부에 위치했으며 남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가깝다. 인천에서 타슈켄트까지는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타슈켄트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차로는 옛 실크로드 길을 달려 부하라까지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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