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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파한 -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추억하며 걷는 강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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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 사이로 내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길.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무너진 제국 페르시아의 옛 수도. 그 화려한 영광의 흔적을 찾아 걸어가는 아름다운 강변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이스파한은 이란이 품은 오아시스다. 남북으로 이란을 가로지르는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Zayandeh)강이 이스파한의 젖줄이다. 그 이름처럼 ‘생명을 주는 강’ 자얀데강(Zayandeh River)은 이스파한을 초록빛 가득한 사막의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사원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시장, 강변을 따라 늘어선 녹음 짙은 나무들과 오래된 돌다리들. 분수의 물줄기 사이로 꽃이 만발한 정원과 궁전, 우아한 선을 그리며 조화롭게 늘어선 나지막한 건물들. 페르시아 문화의 정수인 이스파한은 소요하기 좋은 도시다. 페르시안 이펫이 깔린 카페에서 물담배를 피고,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길을 잃고, 아름다운 정원과 궁전을 거닐며 옛 영광을 추억하고, 다리 밑 카페에서 히잡을 두른 여인들과 수다를 떨며 앉아있기 좋은 곳이다.

이란에서 가장 큰 사원인 자메 모스크.

페르시아의 보석 이스파한은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도시다. 이 도시의 영광은 1598년, 사파비 왕조의 서막을 연 아바스 1세(Abbas I)가 이곳을 수도로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이스파한의 화려한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영광은 고작 100년을 조금 넘겨 지속되었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침략으로 인해 수도는 쉬라즈(Shiraz)를 거쳐 테헤란으로 옮겨가게 되었으니.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경이로운 건축과 예술은 여전히 이 도시에 살아남아 그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다양한 시대에 걸친 이슬람 양식

이스파한을 걷는 일은 도시의 북동쪽 자메 모스크(Jameh Mosque)에서 시작하자. 이란에서 가장 큰 사원인 이곳은 11세기의 셀주크부터, 몽골, 사파비 왕조까지 다양한 시대에 걸친 이슬람 양식을 엿볼 수 있어 ‘디자인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사원을 나와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500m 남짓 걸으면 보조록 시장(Bazar-e Bozorg). 자메 모스크와 이맘 광장을 연결하는 5km 길이의 지붕 덮인 이 시장은 이란에서 가장 크다. 부분적으로는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장을 빠져나와 케이사리에 포탈(Qeysarieh Portal) 문으로 들어서면 이맘 광장(Imam Square)이다. 16세기 이곳을 여행한 프랑스 시인 르느아르(Renier)로 하여금 ‘세계의 절반’이라고 노래하게 만든 바로 그 광장이다. 512m 길이에 163m 넓이의 직사각형 광장은 천안문 광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이맘 광장의 동쪽에는 쉐이크 로폴라 사원(Sheikh Lotfollah), 서쪽에는 알리 카푸 궁전(Ali Qapu), 남쪽 끝에는 이맘 사원(Imam Mosque) 등 페르시아 건축 문화의 보석들이 줄지어 서 있다. 푸른색 타일이 박힌 사원의 벽이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아라베스크 문양은 또 얼마나 정교하고 기하학적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한숨이 배어 나온다. 광장 북쪽의 케이사리에 찻집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며 잠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자.


체헬소툰 궁전의 보물인 벽화.


이스파한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

이맘 광장 서쪽의 체헬 소툰 궁전을 지나 이어지는 이스파한의 중심 차하르 바그 아바시 거리(Chahar Bagh Abbasi)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자. 강변을 따라 걷는 녹음 우거진 길에는 오디를 줍는 여인들 곁으로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벤치에는 지나가버린 청춘을 돌아보는 노인들이 조각처럼 앉아 있다. 초록이 짙어가는 그늘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1602년에 세워진 시오세(Si-o-She) 다리를 지나 추비(Chubi) 다리를 건너,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카주(Khaju)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 더 멀리는 이스파한에서 가장 오래된 샤흐레스탄(Shahrestan) 다리까지, 자얀데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길은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길이다. 걷다 보면 다리 밑 어디에선가 현악기의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젊은 목소리들이 실려온다.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카주 다리

이스파한을 대표하는 이맘 사원의 내부 모습

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돌다리들은 파리나 베니스, 유럽의 그 어떤 도시의 다리보다 더 아름답다. 세월의 흔적에 닳아 반짝반짝 빛나는 돌다리들은 여전히 튼튼하고 우아하게 서 있다. 그리고 그 다리 밑에는 자그마한 찻집들이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돌다리 밑 찻집에서 뜨거운 홍차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노라면, 책에서 눈을 들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가 문득 아득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이 물담배를 피며 소곤거리고 있다. 강변의 녹음 우거진 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며 일없이 소일하는 일. 이스파한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생명을 주는 강' 자얀데강의 강변길.


코스 소개
이스파한은 이란의 중부에 자리 잡은 이스파한주의 주도다. 자그로스 산맥의 해발고도 1,585m의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1598년, 아바스 대왕이 이곳을 수도로 정한 후 사파비왕조 시기에 번영했다. 옛 페르시아 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 찬란한 문화유적의 보고로 세계문화유산이다. 자메 모스크에서 시작해 이맘 광장을 거쳐 샤흐레스탄 다리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걷기 코스는 이스파한 최고의 명승지를 거치기에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자얀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모두 11개인데 그 중 4개의 다리가 아름다운 옛 다리들이다.


찾아가는 법
이란의 테헤란까지는 직항편이 운행 중이다. 테헤란 남쪽 405km 지점에 위치한 이스파한까지는 버스로 7시간이 걸린다. 최근 이란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므로 치안 상태를 확인한 후에 여행하도록 하자.


여행하기 좋은 때
전형적인 사막 기후로 밤과 낮의 기온차가 매우 크다. 이스파한은 여름에는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더위지만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적다. 3월부터 5월까지의 봄, 9월부터 11월까지의 가을이 여행하기 가장 좋다.


여행 Tip
이스파한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해질 무렵 산책을 나서는 게 좋다. 저녁이 되면 이스파한 시민들이 다리 주변의 강변으로 모여들고, 다리에도 등불이 켜져 정감 어린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스파한은 예부터 전통공예의 중심지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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