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변덕에도 꿋꿋하게
브뤼셀의 옥상 풍경


옥상은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곳이라는 점에서 나라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손꼽힌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옥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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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마다 파킹 58의 옥상에서 열리는 칵테일 바 레 자르당 쉬스펜뒤의 모습과 이곳에서 바라본 브뤼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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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텃밭으로 변신한 왕립도서관의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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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가장 핫한 복합 문화 공간 중 하나인 부으슈부르그의 5층 옥상 테라스에서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상영회나 칵테일 파티가 열린다. 8월 한 달은 바캉스로 문을 닫고, 9월에 재정비된 하반기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 예정.

탁 트인 시야가 보장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은밀한 공간 같은 느낌이 드는 옥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다만 머리 위 가림막이 없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걸릴 뿐. 프랑스의 북쪽에서 도버 해협을 면하고 있는 작은 나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옥상 놀이의 제약도 꽤 많은 편이다.

한나절 동안 포근했다가 금세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내 쾌청하고 쌀쌀했다가 다시 포근해진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린다. "오늘도 전형적인 브뤼셀 날씨군." 일례로 시내 한가운데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칵테일 파티를 들 수 있다.

브뤼셀의 중심가인 그랑플라스(Grand Place)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파킹(Parking) 58' 건물의 테라스에서 열리는 파티 '레 자르당 쉬스펜뒤'(Les Jardins Suspendus)가 그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던 당일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행사를 한 주 연기해야만 했다.

행사 연기 공지문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름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태양이여, 우리와 함께 하소서.' 그랜드 오픈 당일에는 아쉽게도 행사를 연기했지만, 비가 오지 않는 주에는 예정대로 파티가 열려 석양을 바라보며 칵테일 한잔을 즐길 수 있다. DJ들의 음악을 배경으로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모히토와 카이프리나 같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파티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늘 바로 아래에서 펼쳐지는 두 가지 풍경

반대로 변덕스러운 날씨의 덕을 톡톡히 보는 특별한 옥상도 있다. 바로 브뤼셀 왕립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텃밭이다. 2012년 친환경적 도심 텃밭을 널리 알리기 위해 350㎡ 넓이의 도서관 테라스에 각종 작물을 심은 이후, 매해 봄과 여름에 주기적으로 수확 이벤트를 한다.

이 신록의 테라스는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밤의 옥상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옥상 놀이를 고안해낸 문화 공간도 있다. 다국적 아티스트와 함께 전시, 퍼포먼스, 상영회, 콘서트 등을 펼치는 복합 문화 공간 '부으슈부르그'(Beursschouwburg)에서 지난 6, 7월 월드컵 기간에 맞춰 'Out Loud!'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축제다.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나이트 파티로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비롯해 영화와 뮤직 다큐멘터리 상영이 진행됐다. 흔치 않기에 더욱 소중한 맑은 날을 만끽하기 위해 브뤼셀 사람들은 이렇듯 끊임없이 궁리 중이다. 옥상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들은 땅을 밟고 있을 때는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어주고 있다.

이 글을 쓴 최혜진은…

『여성중앙』을 거쳐『쎄씨』피처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누구보다 주도면밀하고 깐깐한 워커홀릭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일보다는 연애를 더 좋아했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유럽으로 날아가 프리랜서 글쟁이로서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다. 책『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을 썼다. www.radiohea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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