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1(카파도키아 명물인 기구투어. 중력의 힘을 가뿐하게 이겨내어 새가 되어 날아보자. 열기구의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이 크다.)

[MOUNTAIN=김지영] 최근 들어 TV나 블로그 등의 홍보로 터키 여행은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꼬마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행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자고 먹고 반복해도 제자리의 시계바늘처럼 쉽게 줄어들지 않는 12시간의 비행시간을 비웃듯이 가볍게 비행기에 올랐다. 저녁에 출발해, 도착하니 다시 저녁이다.

중력을 이겨내는 어마어마한 힘을 얻다
터키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행은 이제 시작. 영어와 터키어로 복잡하게 뒤얽힌 국내선으로 한 번 더 갈아타고, 총 14시간의 비행시간 후에 도착한 곳은 카파도키아 지역의 괴레메 마을이다.

↑ 0002(비잔틴 시대의 수도원. 바위 안에 파인 수도원으로 들어가, 박해받은 그리스인들이 되어보자.)

카파도키아는 비잔틴(로마)시대에 기독교인에 설립 된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중동부를 일컫는 고대시대의 지역 명이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이 시기에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시대의 탄압을 피해 이곳에 자리매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것도 카파도키아였다. 또한 비잔틴 시대에 정치권력과 손을 잡은 타락한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수도승들이 함께 모여 살며 개혁 운동을 시행하던 곳에서 의미가 깊다. 로마시대의 일상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새롭고 신기할 뿐이다. 기독교 박해로 수천, 수만 세월 동안 자연의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희귀한 바위 속에 동굴을 만들어 숨어 살던 그들의 일상은 현 시대의 우리에게는 소중한 역사 속의 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 0003(그리스도인들이 카파도키아에서 교회를 세우고, 예수, 성모 마리아 등의 그림들을 그리고,숭배했다.)

카파도키아는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층이 굳어 긴 시간동안 자연적으로 생겨난 모습이다. 이 곳의 지역에 있는 바위들이 비슷하고, 똑같이 생겼더라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라, 자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희귀한 광경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카파도키아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황량함을 느낀다.

↑ 0004()

↑ 0005(수 만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기괴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제미벨리의 바위 속에 파뭍혀 길을 걸어보자.)

이틀간의 카파도키아 여행은 첫날 기구투어, 그린투어에 합류해 진행하고, 둘째 날에는 카파도키아를 내 몸으로 느끼기 위해 다양한 지역 주민에게 물어물어 잘 나오지 않은 지도를 보고 협곡 트레킹을 떠났다.
한국에서 카파도키아는 기구투어를 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새벽 일출과 함께 카파도키아의 다양한 모양의 바위 위를 날고 있노라면, 한가로이 하늘 위에 둥둥 떠다니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다. 나를 누르는 중력은 어디 갔는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 기구에 비춰지는 카파도키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하며, 서로의 여행 계획을 묻는다. 그리고 여행에서 있었던 재밌는 사건 사고들을 말하며 서로 공감하고 좋아한다. 터키여행의 시작이 좋다.
기구는 엄청난 열기와 공기로 힘껏 어깨 필 준비만으로도 충분한 위엄을 자랑하며 우리를 압도 시킨다. 누워만 있던 열기구가 이제 기운을 차린다. 조금씩 일어난다. 아무리 열과 공기를 불어넣어도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열기구가 벌떡 일어선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열기구에 올랐다. 열기구에서 내려 보는 카파도키아는 우주에서 자전을 멈춘 지구를 보는 듯하다. 나를 누르는 중력을 내가 손 하나 까딱 해 밀어내고 있다. 하늘 위에서 내일의 트레킹 코스도 함께 가늠해본다.


↑ 0006(황폐할 것만 같은 카파도키아에 흐르는 생명력 넘치는 으흘랄라 계곡. 그린투어를 이용하여 반드시 방문해보자.)

황량한 카파도키아에서 생명을 찾다
그린투어는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 약 1시간가량 차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으흘라라 계곡을 가기 위해 신청했다.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계곡과 양쪽으로 높이 뻗은 바위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높은 이 바위틈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기독교인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이러한 놀라움에 바위를 따라 내려가 길의 바닥에는 흐르는 계곡 물이 있다. 황량했던 카파도키아에서 계곡을 보다니.
으흘랄라 계곡 트레킹은 처음 약 10분간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계곡에 이르러 평평한 오솔길로 이어져 있다. 이 오솔길을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걷다보면 출구가 나온다.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그린투어에 참가하면 먼 곳까지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 0012(카파도키아에 방문하면 동굴호텔에서 분위기를 흠뻑 느껴보자.)

그린투어에는 이 밖에도 유네스코에 등록된 데린쿠유 지하도시도 함께 방문 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 땅 아래에 굴을 파고 조성한 도시인데, 카파도키아 전체 30개가 넘는 지하도시가 있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을 뒤로 하고, 지하 8층 깊이의 이곳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원하고, 아늑해 좋다. 하지만 아직 지하 일층. 가이드의 인솔아래, 한 층 한 층 계속 내려간다. 내려갈수록 내 한번 굽혀진 허리는 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왠지 산소도 부족해서 숨도 더 차는 듯 한 느낌이다.
이 지하도시는 과학적으로 만들어져서 환풍구도 있고, 지하 8층까지 식수나, 물건들을 나를 수 있는 통로도 있다. 이러한 좁은 곳에서 박해를 받아도시를 형성하고, 살아갔다는 비잔틴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재미있게 구경하러 온 나의 마음이 숙연해졌다.

스타워즈 주인공처럼 희귀한 바위들 사이를 누벼보자
오늘은 어떤 투어에도 참여하지 않고, 내 두발로, 내 눈으로 길을 찾고 걸어 다닐 예정이다. 물론 내 보물인 지도를 들고 총 네 곳의 협곡을 트레킹했다. 유명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어가 연결되지 않아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제미벨리를 비롯하여 로즈벨리와 레드벨리까지 계획했다. 약 6~7시간에 걸친 벨리 트레킹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대중교통 없이도 쉽게 걸어가면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인적이 드물지만, 넓은 벨리 속에서 그들만의 트레킹 길 표시가 수많은 길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우리에게 길을 제시해준다. 길이 다양하게 있을 때는 주위를 둘러보고 방향표시를 찾자.


↑ 0014(인적이 드물지만, 길을 잃을 위험은 없다. 주위를 둘러보고 표지판만 잘 따라가면 된다.)

제미벨리는 괴레메 마을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벨리의 초입은 우뚝 솟은 바위들 사이로 길이 나있다. 사실 이 계곡은 여행책자에 따르면 4~5km 정도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계곡 끝부분은 길이 보수가 되어있지 않고, 잃을 위험이 크다. 시작점에서 출발해, 약 한 시간가량 표시가 잘 되어있는 길을 따라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 0013(레드벨리와 로즈벨리는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볼 수 있다.)

제미벨리를 걷고 있으면 멀리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년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레드벨리와 로즈벨리를 함께 볼 수 있다. 제미벨리를 따라 걷다보면 유네스코에 등록된 교회를 볼 수 있다. 이 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의 가던 길을 붙잡고 차 한 잔주시며 교회를 소개시켜주신다. 처음엔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현지인이 처음이라 거리감을 두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교회를 몇십 년 동안 지키시면서 세계 각국의사람들에게 괴레메 마을의 자랑거리와 구경거리를 소개해 주시고, 한숨쉬고 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셨다. 그의 친절함에 낮선 길을 걷는 나의 긴장감을 따뜻한 홍차 한 잔으로 사르르 녹여주었다.

↑ 0011(갈라타 탑에서 바라본 이스탄불 전경.)

레드벨리와 로즈벨리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꼬리를 살랑 거리는 레드벨리와 로즈벨리는 같이 이어져 있어서 한 번 가면 일석이조로 트레킹을 할 수있다. 보통은 로즈벨리 투어에 있어서 약 만 원 정도만 여행사에 지불하면 트레킹 시작하는 입구에 데려다 주고, 아크테페라는 일몰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고 데려와 준다. 몇 몇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들을 위해 기구투어, 그린투어를 하면 서비스로 함께 신청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제미벨리를 지나 레드벨리 향했다.
이곳은 투어로는 보지 못할 길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바위 사이도 지나가고, 스타워즈 영화에 나오는 외계의 행성에 와 있는 느낌도 준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 길이 없으면 주위를 살피라. 또 길 표시가 있다.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 레드벨리가 나온다. 약 2km를 가면 입구가 나오고 이제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레드벨리와 로즈벨리는 미국의 그랜드 캐년의 축소판이다. 광활한 붉은 바위들로 장관을 만드는 협곡들 사이로 메마르지만 장엄한 바위들이 솟아나 있다. 이렇게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면 괴레메 마을과 차우신 마을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온다. 각자의 목적지에 따라 길을 선택을 하면 된다.

기운이 넘치는 자연의 힘을 보고, 듣고, 느껴보자
페티예 시내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고불고불한 산길을 가다보면 눈앞에 펼쳐진 사클라켄트를 발견한다. 사클라켄트는 페티예 남동쪽 약 55km에 자리한 협곡으로 여름에는 계곡 트레킹이 명성을 날린다. 계곡 입구 마을부터 이미 적벽대전에서 승리하고도 남을 엄청난 기운을 느낀다. 표를 끊고 200 미터 가량은 안전하게 계곡 트레킹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름이나, 오전 중엔 가이드와 함께 안전하게 계곡에서 두발로 걸어보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계곡 물 속에서 내 두발은 왠지 모를 신선노름이다.

↑ 0007(욜루데니즈 해변의 사람들 틈에 낚시하는 노인.)

페티예의 이튿날은 고대하던 욜루데니즈 블루라군 트레킹이다. 시작은 페티예의 카야쾨이, 그리스인들이 거주하였다가 지금은 다 빠져나가버린 유령도시이다. 이곳에서 도착해 한걸음씩 올라가면 송글송글 맺히는 내 이마의 땀. 더워서인지, 아무도 살지 않는 카야쾨이의 적막함으로 등골이 오싹해져서 인지 알 수 없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페티예에서 올라가는 길은 노란색과 빨간색 선으로 돌이나, 기둥 등에 표시가 되어 있다. 또한, 카야쾨이 마을 위에만 올라가면 평탄한 길로 블루라군 뿐만 아니라, 봄이면 나비가 가득한 버터플라이 계곡까지 보면서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오면 길을 찾기 어렵고 오르막길이 계속되며, 무엇보다 블루라군에게 당신의 뒷모습만 보여준다. 그러니 선택은 자유.

↑ 0008(파묵칼레. 따뜻한 온천수 속에 발을 담가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약 두 시간의 트레킹을 마치면 바로 욜류데니즈의 해변에 도착한다. 트레킹을 하면서 쌓인 땀들을 씻어 내기에 이 해변의 해수욕은 보너스. 게다가 머리 위에서는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장소의 명성에 걸맞게 2700m 가량의 높이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을 보며 해수욕을 하노라면, 내 마음도 몸도 절로 두근거린다.
아침이면 더욱 빛나는 욜루데니즈 블루라군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생활의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

↑ 0015(히에나 폴리스. 파묵칼레 뒤편에는 아름다운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유적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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