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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랑스

프랑스 파리 : 명품처럼 내 여행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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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파리지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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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니에 오페라 인근 파리 시민들이 주로 찾는 경매장 1층의 전시실. 팝스타들의 공연 포스터에서 유럽 중세 귀족의 찻잔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물품들이 경매에 나온다. / 신동흔 기자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 인근 재래시장인 마르셰 달리그르(Marche d'Ali gre)는 파리 주민만 아니라 관광객도 더러 찾는 곳이다. 요일을 정해 매주 2~3회 열리는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매일 열린다. 지난 19일 이곳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메헬렌씨는 "야채 가격도 싸고, 커피가 다른 어느 곳보다 싼 편"이라고 했다.

파리지앵처럼 파리를 여행하는 일정을 재래시장 방문에서 시작했다. 우연히 들른 이곳 상인들이 손님에게 수박이며 오렌지를 썰어 시식용으로 내미는 모습이 정겨웠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형형색색 과일을 예술품처럼 배열한 상인들의 미적(美的) 감각은 돋보였다. 역시 이곳은 아름다운 도시 파리다.

요즘 파리는 단체 관광이 부쩍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생긴 변화인데, 단체 관광 대신 개인 일정을 정해 삼삼오오 파리를 찾는 자유 여행객 비중이 늘었다. 여행사의 컨설팅을 받아 개인 일정을 짜는 '디자인 투어'로 오는 이도 많다.

거리를 걸으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시인 보들레르나 랭보는 산책하면서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냈다. 걷는다는 것은 순수한 '사유'를 의미했다. 느긋하게 거리를 산책하며 도시의 이면(裏面)이 보이기 시작할 때, 관광객은 비로소 여행자가 된다.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 무대가 된 가르니에 오페라에서 오스만가를 따라 10분쯤 걷다가 골목 안쪽에서 유명한 미술품 경매장 드루오(Drouot)를 발견한 것은 큰 기쁨이었다. 패키지 관광 상품에는 절대 포함되지 않는 장소를 찾은 것이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노(老)신사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간 이곳에서 파리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걸쳐 있는 경매장 15곳에선 미술품뿐 아니라 액세서리, 골동품, 팝아트 용품 등 다양한 물건이 경매되고 있었다. 한쪽에선 고성(古城)에서 가져온 도자기를 경매하고, 다른 쪽에선 팝 스타의 소장품, 또 한쪽에선 19세기 말 20세기 초 총기를 경매하는 식이었다. 작은 권총 한 정이 약 300유로부터 호가가 시작되자, 인근에 있던 홍콩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롤링스톤스의 1960년대 공연 포스터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입었던 공연 의상 등 경매에 나올 예정인 물건을 보여주는 1층의 전시실도 눈길을 끌었다. 파리에서 만난 '디자인 유럽'의 여행 가이드 문재희 실장은 "경매에는 관광객도 참여해 물건을 살 수 있다"며 "최근 한국 관광객들은 파리 사람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숨은 여행지를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파리 여행에서 먹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다. 미슐랭 별 3개짜리는 아니라도, 점심이나 저녁 한 끼 정도는 미슐랭 식당에서 특별한 시간을 갖는 호사를 누려도 될 듯. 판테옹 광장에서 클로틸드가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가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왼쪽으로 두 번 꺾어 들어가면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에서 미슐랭 별 1개의 식당 '라 트뤼피에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얇게 저민 호박으로 싼 생선이나 구운 오리 가슴살 고기를 메인 요리로 선택할 수 있는 점심 코스를 32~42유로에 맛볼 수 있다. 일성여행사 임부영씨는 "최근 한두 번씩 관광이나 출장으로 파리를 경험해본 인구가 많아지면서, '나만의 파리' '나만의 유럽'을 찾아 일정을 짜고 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여행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가르니에궁/레퓌블리크 광장

드루오 경매장

가르니에 오페라(가르니에궁)가 있는 오페라역에서 오스만가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간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오는 지하철 8·9호선 ‘리슐리외 드루오’ 역 입구에서 왼쪽 드루오가 쪽으로 접어들면 있다.

레퓌블리크 광장

광장 한가운데 ‘자유의 여신’ 동상이 서 있는 이곳에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집회가 자주 열린다. 반면 바스티유 습격 사건이 벌어졌던 바스티유 광장에서는 노조 위주의 집회가 많이 열린다. 이 장소가 테러 희생자들의 추모 장소가 된 것도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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