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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페루

페루 리마 : 마추픽추도…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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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페루 요리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페루 요리
잉카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잇는 잉카레일 일등석은 달리는 레스토랑이다. 철길과 나란히 흐르는 빌카노타 강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식전주 피스코사워를 마시고 향긋한 송어 요리에 백포도주를 곁들이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강을 따라 1시간 30분간 북서쪽으로 달리면 하늘의 도시 마추픽추에 도착한다. / 잉카레일 제공
남미 겨울의 끝자락인 9월, 페루 수도 리마는 낮게 깔린 잿빛 구름 아래 잔뜩 웅크린 모습이었다. 페루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장편 '새엄마 찬양'에서 리마의 겨울을 이렇게 설명했다. '커튼을 걷자 축축하고 음산하며 희뿌연 리마의 9월 햇빛이 방 안을 덮쳤다. 겨울은 참으로 냉혹하고 모질다고 루크레시아 부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리마의 겨울에 짓눌린 이 귀부인을 위로하는 게 있었다. 바로 하녀가 쟁반 가득 담아다 그녀 앞에 펼친 요리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페루 요리
리마의 왼쪽, 태평양과 맞닿은 백사장에서 하필이면 9월에 남미 최대의 요리축제 미스투라(MISTURA)가 펼쳐진 이유도 겨울에 신물 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을까. 리마 최고의 고급 주택가 미라플로레스와 지척인 이곳에서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 미스투라 축제는 마음껏 먹고 마시며 우중충한 겨울 날씨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이들로 붐볐다. 9월에 리마를 찾는 이들은 이제 잿빛 하늘보다 미스투라 180여개 요리 부스와 군침을 돌게 하는 '페루의 맛'을 떠올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 요리 축제엔 페루는 물론 남미 전역에서 해마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행사를 주관하는 페루 요리협회(APEGA)는 올해 예상 방문객 수를 50만명으로 잡았다. 지난해에는 42만명이 이 행사를 찾았다.

페루 퀴진(Peruvian Cuisine)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리다. 미 공영 라디오(npr)는 지난 4월 "최근 수년간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페루 레스토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레스토랑연합회는 2011년 이미 페루 요리를 '최고의 푸드 트렌드'로 꼽았다. 이런 결과는 절로 나온 것이 아니다. 페루 정부와 페루의 국민 셰프로 불리는 가스통 아쿠리오(Acurio) 같은 스타 셰프들이 손잡고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페루 요리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7개의 서로 다른 고도와 기후대에서 생산되는 엄청나게 다양한 농수축산물 식재료는 이런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원자재 노릇을 했다. 미스투라 행사장에서 만난 셰프 아쿠리오는 "안데스산맥과 아마존, 태평양 연안 등 넓은 지역에 펼쳐진 다양한 기후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생산한다"고 자랑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매일 4개의 페루 음식점이 새로 생기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페루는 지난 세기 말 정치투쟁과 테러로 얼룩졌던 국가 이미지 변신의 동력도 요리에서 찾고 있다. 한때 좌익 테러집단 '빛나는 길'의 폭파 참수 암살 등으로 악명 높았던 이 나라는 2000년대 들어 요리를 앞세워 이미지 탈바꿈에 성공했다. 미스투라 외에도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50'에 해마다 2~3개의 페루 레스토랑이 포함된다. 2013년 페루 정부 통계를 보면, 페루 관광의 40%가 음식을 맛보기 위한 것이었다. 미식 관광으로 그해 페루가 벌어들인 돈은 7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50에 포함된 곳 위주로 리마의 최고급 레스토랑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페루의 맛은 리마의 멋진 레스토랑에만 있지 않았다. 리마의 재래시장에선 아마존 민물고기로 만든 4000원짜리 회 샐러드 세비체가 코를 자극했다. 빌카노타강을 끼고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 레일 열차에서의 한 시간 반 짧은 탑승 시간에도 어김없이 식전주(食前酒) 피스코사워가 식탁에 올랐고 향긋한 송어요리가 관광객의 배를 불렸다. '마추픽추도 식후경'이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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