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간다 캄팔라 : 하루 72명, 1시간의 추억을 위해 그들은 걷는다

반응형

우간다 캄팔라

등에 은색빛을 띠는 부분이 있어 실버백(Silverback)이라 불리는 마운틴 고릴라. 왼쪽은 밀렵의 위험에서 고릴라들을 보호하고 관광객들을 경호하기 위해 동행하는 브윈디 숲의 레인저.
등에 은색빛을 띠는 부분이 있어 실버백(Silverback)이라 불리는 마운틴 고릴라. 왼쪽은 밀렵의 위험에서 고릴라들을 보호하고 관광객들을 경호하기 위해 동행하는 브윈디 숲의 레인저. / 케이채 제공

아프리카라고 하면 누구나 사파리를 떠올린다.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야생 세계. 사자와 기린, 표범 등 영화 '라이언 킹'에서 보았음 직한 동물들이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파리야말로 아프리카에서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사파리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의 대륙 아프리카에서도 특히나 귀한 동물이 있다. 아프리카에 고작 900마리 정도 남아있는 마운틴 고릴라(Mountain Gorilla)다. 이 얼마 안 되는 고릴라는 우간다, 르완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경이 맞닿은 곳에 서식하고 있다. 콩고와 르완다의 정치적 상황과 열악한 관광 인프라 때문에 우간다가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고릴라 트레킹 장소로 꼽힌다.

우간다의 서쪽 끝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Bwindi Impenetrable National Park)에는 고릴라가 약 340마리 살고 있다. 매일 정해진 적은 사람만이 고릴라를 찾아 이 우림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고릴라를 보려면 한 사람당 600달러를 내고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도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고릴라를 향한 여정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시작된다. 캄팔라에서 브윈디 국립공원까지는 자동차로 12시간이 넘는 거리. 고르지 않은 거친 도로를 10시간 넘게 달리는 고통을 잘 이겨낸다면 브윈디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관문, 부호마(Buhoma)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의 큰길가는 대부분 고릴라 관련 나무 공예품으로 가득 차 있는데, 거의 고릴라를 형상화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데 그 품질은 놀라울 정도다. 아이들 마음이 담긴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마을에서부터 산 고릴라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아침이 오면 예약해 뒀던 허가증을 가지고 공원 입구로 향한다. 관광객들이 볼 수 있는 고릴라는 현재 아홉 가족인데, 한 가족당 최대 8명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하루 최대 72명이 고릴라를 만나러 떠나는 셈이다. 고릴라 가족마다 서식지가 다르고, 전날 그들의 위치가 어디였느냐에 따라 트레킹 출발 입구가 다르다. 고릴라 가족을 발견하기까지 트레킹 시간은 그룹마다 다르다. 나이가 많은 관광객은 최대한 가까이에 있는 고릴라 가족을, 젊은이들은 멀리 떨어진 가족을 보러 가도록 그룹을 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날씨가 더운 아프리카지만 고릴라들이 서식하는 브윈디 숲은 열대 우림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비가 자주 내리며 무척이나 습하다. 고릴라를 찾으러 가는 길 역시 산책하듯 쉬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기에 복장에서 신발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다. 마을과 공원 입구에서 나무로 만든 스틱을 파는데, 고릴라 얼굴을 그려놓고 칠해서 관광품으로도 트레킹용으로도 꽤 쓸만하다.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
모든 준비를 마치면 가이드와 고릴라들을 보호하는 숲의 레인저가 길을 이끌고, 그들을 따라 고릴라 가족의 흔적을 쫓아가게 된다. 위치에 따라 고릴라 가족 모습을 발견하는 데는 짧게는 1시간 미만부터 때로는 5시간 이상이 걸린다. 습기 찬 우림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몇 시간을 걷다 보면 이러다 고릴라를 못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엄습해올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걸어보라. 그럼 어느 순간 준비도 안 된 당신 앞에 떡하니 고릴라 가족이 나타날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당신에게 정말로 가깝게.

고릴라 트레킹이 다른 동물들을 보는 사파리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두 발로 땅 위에 서서 고릴라들을 올려다본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파리는 대부분 차를 타고 동물을 본다. 간혹 걸어가는 사파리가 있지만 대부분 동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거대한 산 고릴라들이 고작 3m 정도 거리에 있다. 그제야 당신은 고릴라라는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지, 그리고 얼마나 굉장한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이 당신을 공격하진 않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거대한 덩치와 달리 그들은 초식동물이고, 이미 관광객에게 익숙해 당신에게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을 테니까. 이 순한 고릴라 가족을 발견한 순간부터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단 한 시간.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동안 당신은 그들이 풀을 뜯어 먹거나, 어린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혹은 편안하게 낮잠을 자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보낸 한 시간은 당신이 아프리카에서 보낸 그 어떤 한 시간보다 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픽] 브윈디 국립공원
여행 정보

마운틴 고릴라 만나는 법

직접 고릴라 트레킹 허가증만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과정이 복잡하다. 허가증 발급부터, 캄팔라에서 브윈디 국립공원까지 가는 교통편과 숙박까지 모두 제공하는 여행사를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도 캄팔라에 있는 여러 여행사가 이런 상품을 제공한다. 비수기인 4~5월에 방문하면 허가증이 350달러로 할인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