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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튀니스 : 어린왕자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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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도 느꼈을까, 해질 무렵 찾아온 고요 속 平穩을

튀니지의 사하라사막에서 만난 낙타 행렬. 이들을 제외하고 고요함에 빠질 땐 마치 낯선 행성에 온 듯하다.
튀니지의 사하라사막에서 만난 낙타 행렬. 이들을 제외하고 고요함에 빠질 땐 마치 낯선 행성에 온 듯하다. /케이채 제공
얼마 전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박물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던 튀니지의 관광산업이 다시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다시금 많은 사람이 이 작지만 아름답고 따스한 나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어 튀니지에서의 짧은 시간을 돌아본다.

봄이 올 듯 말 듯 아직은 쌀쌀했던 3월 말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던 튀니스와의 첫 만남을 아직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생각보다도 차가운 날씨에 숙소에서 이불 몇 겹을 덮고도 추위에 떨며 잠을 자야 했고, 어디를 가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금방 이 작은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다. 당시는 중동에 민주주의 바람을 불게 했던 '아랍의 봄' 이후로 여행객들이 튀니지행을 꺼리고 있던 시기라 외국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관광객이라곤 지중해를 통해 대형 크루즈로 잠깐 스쳐가는 이들뿐이었다. 튀니지 남쪽에 있는 사하라사막을 보기 위해 온 것이었기에 그곳으로 향하고자 했지만 관광객을 위한 정보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디를 가든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미있게도 뭔가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이 나타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도와주고는 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상황을 해결하고 감사를 표하려고 보면 그들은 대부분 사라진 후였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꾸준하게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별 탈 없이 사하라로 가는 관문 도우즈(Douz)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사막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덜컹이는 지프를 타고 사하라의 깊숙한 곳으로 점점 더 들어갔다. 때로는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 집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기도 했다. 낙타를 보았고 또 낙타를 타고 길을 가기도 했다. 대부분은 텅 빈 사막 위에서 홀로 보내곤 했다. 텐트를 칠 장소에서 조금만 혼자 걸어 내려가도 인적도 없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주 고요한 장소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모래만이 가득한 그 광경을 가만 보고 있자면 마치 우주의 어떤 행성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태양과 사막의 모래가 만들어낸 독특한 물결.
태양과 사막의 모래가 만들어낸 독특한 물결. /케이채 제공

해가 진 후의 밤하늘과 그 고요함 속에서 바라보았던 튀니지의 사하라,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사하라의 모래바람은 카메라를 쉬이 상하게 하기에 사진가에겐 마음이 편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사막을 사진으로 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더 이상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바로 이 사막 위를 그렇게도 비행했었던, 그래서 이후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번 사하라사막을 인용했었던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속 어떤 근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 사막 위에 홀로 선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사하라를 떠나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따스한 튀니지 사람들을 만났다. 한 어린 소녀는 내가 튀니지에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을 닮았다고 자꾸 웃었는데, 아무래도 어떤 사극이었던 것만 같았다.

좁은 버스 안에서 만난 초등학교의 여교사와는 제법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튀니지가 '아랍의 봄'이 촉발되고 또 시작된 곳이라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불투명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희망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1년, 조금씩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던 튀니지가 이번 테러로 인해 다시금 외면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많은 편견과 전혀 다른 따스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나라. 특히 남쪽 사하라의 사막은 잊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당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여행정보

튀니지 지도

아프리카의 멀고먼 나라인 듯하지만 스크린에서 여러 번 마주쳤을 수 있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가 튀니지의 장대한 아름다움에 반해 튀니지 곳곳을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이용했다.

그 외에도 ‘글래디에이터’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배경이기도 하다. 튀니지는 스크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인기가 없는 나라이지만 놀랍게도 튀니지는 한국인이라면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대부분은 모로코를 거쳐 입국하게 되는데,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통해 찾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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