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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독일

독일 : 독일의 알프스, 이 작은 마을에 '모모'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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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 여행+ [1] 독일 슐로스 엘마우·가파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가파)의 동화 같은 거리.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가파)의 동화 같은 거리. 프레스코 벽화가 곳곳에서 반기는 고요한 중세 도시다. /가파(독일)=이승원
독일 남부 특유의 흰 소시지(바이스브루스트·weisswurst)를 달콤 쌉싸름한 독일 겨자에 찍는다. 흑맥주인 에딩거 둔켈 500mL 유리잔으로 투명한 햇살이 내려앉는 2월 하순의 목요일.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 저 위로, 미하엘 엔데 거리(Michael Ende Strasse)라고 쓴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은 인구 2만6000명에 불과한 초미니 도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 kirchen·이하 가파·GaPa). 엘마우 성에서 기차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독일의 알프스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1936년 제4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도시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은 추크슈피체(Zugspitze). 백두산보다 대략 200m 높은 2962m다. 가파를 찾는 상당수는 그 산을 오르기 위해서지만, 이 작은 소도시에는 또 하나의 보석이 있다. 40개 언어로 2500만부가 팔려 나갔고,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익숙한 베스트셀러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1929~1995). 가파는 작가의 고향이다.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는 것은 물론, 도시 한복판에 그의 공원과 미술관이 있다. 이 도시에서 처음 들렀던 가파 관광안내소(Tourist Information)의 상냥한 직원 글로리아는 "엔데 공원은 가파의 오아시스"라고 귀띔했다. 20m 훌쩍 넘는 높이의 피나무(lime tree)를 지나자 미술관 건물이 반겼다. 흥미롭게도 시 당국은 이 미술관을 쿠어하우스(Kurhaus)라고 명명했다. 우리말로 하면 요양소. 엔데와 그의 작품을 통해 병든 현대인의 육체와 영혼을 치유하라는 의미일까.

가파의 미하엘 엔데 미술관.
1 가파의 미하엘 엔데 미술관. 2 가파의 미하엘 엔데 미술관 안에 있는 ‘모모’ 캐릭터.
엔데가 자신의 대표작이 된 동화 '모모'를 발표한 게 1973년이다. '모모'의 부제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능력을 지닌 말라깽이 소녀 모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는 존재다. 하지만 도시의 악당인 '회색 일당'은 마을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미명 아래 그들의 시간을 야금야금 빼앗는다. 모모에게 찾아올 시간도, 서로 흉금을 터놓을 시간도, 상상을 펼칠 시간도 빼앗긴 마을 사람들이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는 명약관화. 어떨까. 40년 전의 낡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여름이면 수련(睡蓮)으로 가득하다는 공원 연못 주변을 걸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되새김한다. '가파에서의 한철'이 시간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인을 구원할 수 있을까. 가파 중앙역에서 도시 정중앙 미하엘 엔데 공원까지는 걸어서 10분. 한 집 걸러 중세 프레스코 벽화가 반기고, 동화같은 아기자기함이 남아 있는 곳. 고요를 즐기며 이 작은 도시의 골목길을 걷는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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