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매력은 광활한 자연과 세련된 도시를 함께 만나는 것. 캐나다까지 와서 등산만 하고 갈 수는 없다고 믿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큰 돈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는 밴쿠버의 삼락(三樂). '밴쿠버의 녹색 심장'으로 불리는 스탠리공원의 자전거 하이킹, 최대의 재래시장이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e Island) 산책, 그리고 '밴쿠버 유산소 체력단련장'으로 이름 높은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다.


#1 스탠리파크 자전거 일주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면, 그 공(功)의 대부분은 이 도심 공원 몫이다. 8.8㎞ 일주도로는 걷기엔 조금 부담스럽고 달리는 차 안에서 지켜보자니 아쉽다. 대안은 자전거다.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밴쿠버인 만큼, 공원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즐비하다.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스탠리 공원의 공기를 일대일로 만난다. 1500m로 캐나다 최장(最長)을 자랑하는 다리, 라이언스 게이트 브리지(Lion's gate bridge)를 지나는 순간 여행자의 특권으로 즉흥 계획을 세운다. 영국 해안(English Bay)로 방향을 틀어 그랜빌 아일랜드로 가기로 한 것. 페달을 한층 더 힘껏 밟는다.

#2 그랜빌아일랜드 시장 구경

토요일 낮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활력 그 자체다. 1970년대까지 거친 공장지대였지만 지금은 갤러리, 미술대학, 시장, 음식점, 쇼핑몰이 밀집한 흥미로운 관광 코스다. 우리로 치면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가 일정 비율로 섞여 있다.

역시 압권은 시장 구경이다. 해산물 도시(Seafood City), 햇살농장(Sunlight Farm) 등 재기 넘치는 이름의 각종 가게가 50여 곳 이상 밀집해 있다. 노랑 피망은 1.99캐나다달러, 블루베리 1파운드에 6캐나다달러 등 가격표가 하나하나 붙어 있다. 테라 빵집(Terra Bread)을 지나다가 그 향에 굴복한다. 아이 얼굴만한 크기의 빵에 블루베리를 촘촘히 박아넣고 화이트초콜릿을 뿌린 녀석을 2.75캐나다달러에 사들고 바닷가 벤치로 나선다. 아코디언을 연주 중인 거리의 악사에 잠시 눈을 판다. 그 사이 벌 두 마리가 내 손 안의 점심을 훔쳐 먹고 있다. 머핀 한 입을 베문 노란 머리 소녀가 저쪽에서 키득키득 웃는다.

#3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

밴쿠버 도심에서 15분만 달리면 나타나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밴쿠버 야생닭인 '그라우스'에 체력과 건강을 의미하는 '그라인드'를 연결한 이름이다. 편도 2.9㎞로 짧지만, 고도 변화가 1㎞에 가까울 만큼 가파르다. 퇴근 시간에는 현지 주민들이 줄서서 올라갈 만큼 인기라더니, 과연 명불허전. 절반쯤 올라가니 티격태격하는 커플이 보인다. 여자는 "속았다"며 투덜대고, 남자는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설득 중.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라우스 그라인드 트레킹이 현지 주민에게 인기인 또 하나의 이유는 '그라인드 타이머' 때문이다. 연간 회원의 경우 자신의 카드를 등산로 입구의 타이머에 찍고, 정상에 도착해 다시 타이머에 대면 자신의 기록이 전광판에 뜬다. 자신과의 경쟁이면서 타인과의 대결인 것. 숨을 몰아쉬며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는데, 역대 최고기록은 26분 26초란다. 자신과의 대결에만 집중하기로 숨죽여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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