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다리는 성과 마을뿐 아니라 삶과 세월을 잇는 소통로다. 체코 프라하카를교(까를교)는 보헤미안의 애환과 600년을 함께 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연결하는, 블타바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이기도 하다.


카를교는 겉과 속이 다르다. 블타바 강변에서 바라보는 카를교는 조연에 가깝다. 최고의 야경으로 일컬어지는 프라하의 야경을 추억할 때 카를교와 블타바 강은 프라하성의 버팀목이자 배경이다. 여행자들에게는 성으로 향하는 관문이 되고, 소설가 카프카를 되새기며 다시 구시가로 돌아오는 길에는 사색의 연결로가 되는 곳이다.

카를교는 프라하성과 구시가 광장을 이으며 600년 세월을 보헤미안의 애환과 함께 했다.



다리 동쪽 탑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카를교는 세월만큼의 풍류를 선사하다. 다리는 강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한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진 채 이어져 있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짙고 깊은 블타바 강과 붉은색 지붕들, 프라하 성의 모습이 가지런하게 배열된다. 교각 위는 빼곡하게 구경꾼들이 채운다. 다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중년의 악단이나 거리의 화가들은 카를교의 한 단면이다.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몸을 기대던 다리 위에서는 보헤미안들의 애환이 녹아든 랩소디가 울려 퍼진다. 체코가 낳은 감독인 카렐 바섹(Karel Vacek)이 "프라하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칭송한 다리는 영화, 드라마의 단골촬영 장소로 사랑을 받고 있다.




보헤미안의 애환과 사랑이 담긴 다리


카를교의 미학적인 가치는 다리 위에 놓인 동상들 덕분에 더욱 도드라진다. 다리의 난간 양쪽에는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들은 각자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며 카를교의 볼거리가 됐다.

카를교 양쪽에 세워진 동상들은 다리의 미학적 가치를 더한다.


17세기 예수 수난 십자가상은 다리 위 동상 중 최초로 세워졌다. 가장 인기 높은 작품은 성 요한 네포무크(성 존 네포무크)의 상이다. 동상 아래 부조에는 바람을 핀 왕비의 비밀을 밝히지 않아 혀를 잘린 채 강물에 던져지는 요한 네포무크 신부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이 동상 밑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전설 때문에 그 부분만 반질반질하게 퇴색돼 있다.

카를교 위에서는 악사들의 

품격 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소원을 빌어 반질반질해진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의 동판

탑 위에서 내려다본 카를교. 여행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카를교는 그 사연과 역사가 천 년을 넘어선다. 9세기 초 나무로 지어졌던 다리는 홍수로 여러 차례 유실됐고. 현존하는 카를교의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은 보헤미아의 왕인 카를 4세(까를 4세) 때다. 50년의 공사과정을 거쳐 1406년에 완공되는데, 600년이 흐른 최근에도 다리의 초석을 놓은 오전 5시31분을 기리며 축포를 쏘는 풍습이 남아 있다. 풍파를 겪어낸 보헤미안들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다리’로 이 카를교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구시가와 프라하성을 추억하다


카를교는 프라하성과 구시가를 오가는 시간여행의 통로다.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로 1000년 세월을 간직한 프라하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 전경. 중세 건축물들이 단아하게 배열돼 있다.


카를교에서 앙증맞은 문패들이 가득한 네루도바 거리(Nerudova Ulice)를 지나면 프라하성이다. 성곽 내부의 황금소로는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의 골목이자 프란츠 카프카가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변신], [성], [소송] 등의 작품을 써내려간 공간이다. 카프카 외에도 프라하는 음악가 드보르자크를 낳았고,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였다. 성루에 오르면 블타바 강 너머 구시가의 울긋불긋한 전경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카프카가 집필을 했던 황금소로. 카페, 책방 등이 들어서 있다.

‘프라하의 봄’의 사연을 담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의 기마상


60년대 피로 얼룩진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됐던 바츨라프 광장이나 천문시계틴 성당으로 대변되는 구시가지 광장도 고풍스런 프라하를 단장한다. 매 시각 인형들의 춤이 시작될 때면 광장 앞은 고개를 쳐든 구경꾼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미로처럼 뻗은 골목에서 마주치는 건축물들은 프라하가 중세 건축의 전시장임을 보여준다. 고딕,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의 빛바랜 담벼락들은 흐린 날 비라도 내리면 낮은 음성을 읊조리듯 친밀하게 다가선다.

구시청사의 천문시계. 매시 

정각이면 인형이 나와
춤을 춘다.

프라하성 내부 고딕양식의 성 비트 성당.


이방인들은 밤이면 뒷골목 낯선 바에 앉아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을 마신다. 700년 전통의 보헤미안 맥주는 ‘달그락’거리는 동유럽 특유의 둔탁한 골목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1,000년 된 거리와 600년 된 다리가 뿜어내는 묘한 매력은 도시의 잔상을 몽롱하고 알싸하게 변질시킨다.



가는 길
대한항공 등이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독일 뮌헨이나 오스트리아 에서 들어가면 가깝다. 입국 때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불시에 티켓검사를 하니 버스 등을 탈 때 무임승차는 삼가야 한다. 달러나 유로는 거리 곳곳 환전소에서 쉽게 환전이 가능하다. 한국 민박집들이 20여 곳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인근 중세마을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둘러보는 여행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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