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뜬다' 콘셉트로 패키지 프랑스 여행이라. 구미가 확 당겼다. 사실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해도 문제는 안전이다. 차라리 약간의 불편함을 즐기되 안전을 선택한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 '안정환'이 되리라, 외쳤다. 프랑스는 수도 파리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볼거리와 매력적인 곳이 많아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열 손가락 안에 매년 드는 곳이다. 가이드북, 론리플래닛도 필요 없다. 그저 가이드 말에만 따르면 될 뿐. 오히려 그게 홀가분하다. 머리 아플 게 없으니. 줄줄 쏟아져 나오는 가이드 아저씨의 필살기 이빨. '예술의 나라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프로방스 대표 도시 아를, 엑상프로방스, 생폴드방스가 있고 남프랑스의 해변을 따라서는 니스, 마르세유, 모나코 등 휴양으로 유명한 도시가 즐비하다'는 것. 와인의 천국 특유의 깊고 진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와 미식의 나라다운 고유 음식까지 맛볼 수 있어 볼거리 먹거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프랑스 여행의 포인트란다. 

귀가 즐거울 무렵, 어느 새 도착한 곳이 몽생미셸. 베르사이유 궁전과 함께 몽생미셸은 프랑스 방문객에겐 숙명과 같은 곳이다.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한 몽생미셸은 약 1300년 전 대천사장 미카엘의 계시를 받은 노르망디 주교 오베르가 예배당을 건축한 것이 시초다. 몽생미셸이란 이름 자체가 '성 미카엘의 산'이란 뜻. 이후 중세 프랑스 군의 요새 역할을 하기도 했고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이용되기도 하며 현재 수도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80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몽생미셸을 제대로 즐기려면 걸어서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옮긴다. 몽생미셸이 위치한 북부 프랑스로 가는 길은 노르망디 지역 특유의 여유와 신비로움이 있다. 지평선 너머 하나의 점으로 아득히 있는 성을 향해 걸으며 다가오는 몽생미셸의 존재감을 느껴본다. 마치 중세시대 명을 받고 성에 찾아가는 사자가 된 듯하다. 천사의 수도원 몽생미셸은 평소에는 육지의 모습이지만 만조가 되면 섬이 된다. 앙상한 바위섬 위 수도원과 성채의 고색창연한 모습. 바다 위에 홀로 떠있는 천공의 섬, 아니 마법의 성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날이 어두워지자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황금색 빛에 둘러싸였다. 이때가 바로 몽생미셸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아, 볼 것 없이 여기서 한 컷. 사실 뭉쳐야 뜬다형 패키지 여행에 좋은 것 중 하나가 인증샷이다. 일행 옆구리를 쿡 찌르고 부탁만 하면 되니깐. 

성 입구 쪽에 안내소를 지나 왕의 문을 통과하면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간다. 오밀조밀 단장한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몽생미셸 정상에 오르는 내내 재미를 더해준다. 다시 15분 정도 비탈길을 올랐을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해안가를 뒤로한 노르망디 지방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길의 끝에 당도하는 순간, 범접하기 어려운 압도감에 적지 않은 흥분이 느껴졌다. 성벽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기나긴 세월과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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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외관의 슈농소 성. [사진 제공 = 롯데관광]

수도원 문을 지나 돌층계를 올랐다. 1·2층에는 순례자를 보살폈던 방과 귀빈을 접대하던 귀빈실, 기사의 방 등 여러 방이 미로처럼 꾸며져 있다. 3층에는 잘 가꾼 정원을 품은 회랑이 있는데 회랑은 다양한 종교적 주제를 소재로 조각된 127개의 돌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돌기둥의 건축미 또한 돋보인다. 수도원 내부는 특유의 어둑어둑함과 고즈넉함이 가득했다. 80m 바위 위에 솟아있는 수도원 건물 꼭대기까지 높이는 157m. 첨탑 꼭대기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미카엘 천사의 금빛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발밑에는 용을 깔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몽생미셸의 다양한 곳 중 '클로이스터'라고 불리는, 수도사들의 휴식과 명상의 공간은 몽생미셸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몽생미셸을 뒤로하고 남부 프랑스로 내려오면 천재 화가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이 자리하고 있다. 아를의 곳곳에는 고흐의 흔적이 있어 그것을 따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면 고흐의 대표적인 작품의 배경을 만나 볼 수 있어 마치 그림 속으로 빠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강렬한 햇빛과 색채가 인상적이며, 남부 프랑스 특유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진 특유의 느낌은 아를을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 오, 그러고 보니 좋다. 가끔은 이런 구속형 패키지 여행. 아름다운 구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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