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분단 중 사용됐던 감시 초소, 동독 비밀경찰의 아지트, 통일 후 전설적인 클럽으로 거듭난
히틀러의 벙커 등을 방문했다. 베를린의 굴곡진 역사가 만든 현재의 삶도 만났다.


↑ 베를린 장벽 유적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베를린 장벽 유적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 체크포인트 찰리 마우어뮤지엄 입구

체크포인트 찰리 마우어 뮤지엄 입구.

↑ 냉전 시대의 아픔을 보여주는 전시관 '블랙박스 콜드 워' 앞

냉전 시대의 아픔을 보여주는 전시관 '블랙박스 콜드 워' 앞.

↑ 베를린이 4개국에 의해 분할 점령을 당했을 때의 지도.

베를린이 4개국에 의해 분할 점령을 당했을 때의 지도.

↑ 러시아탱크를 볼 수 있는 소비에트 전쟁 기념관.

러시아 탱크를 볼 수 있는 소비에트 전쟁 기념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인물은 휴가 중 바뀐 정책을 잘 몰라 말실수를 한 동독의 대변인이 아니에요. 독일어가 서툴렀던 이탈리아의 기자였죠. '여행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고 했을 뿐인데 '국경이 개방됐다'를 거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로 오역을 했어요. 대형 사고죠! 그가 전송한 기사는 세계 외신을 통해 일파만파 전해져 서독 TV에도 나오게 됐어요. 이를 본 시민들은 바로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고 벽을 허물었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어요. 한국도 그렇게 갑자기 통일이 될지도 몰라요. 어느 날 국민들이 국경을 허물지도요."

베를린의 개선문으로 불리는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앞. 가이드인 샤샤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틀렸어. 우리의 국경 사이엔 지뢰밭이 있거든'이라는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의 통일을 기원해주는 그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베를린을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가이드 북을 들고 다음의 장소를 찾게 된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간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동, 서독간 마지막 출입문이었던 브란덴부르크 문, 분단과 냉전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올해는 더 많은 이들이 베를린의 역사적 장소들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베를린 시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배우며 자란 한국인이라면 베를린의 옛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펼쳐질 일을 독일은 미리 겪은 게 아닌가.

그래서 베를린은 더없이 흥미로운 도시다. 나는 오랫동안 베를린이 동서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베를린이 동독 지역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줄은 몰랐다. 서 베를린은 동독 지역 한가운데 떠 있는 외로운 섬과도 같았다. 베를린이 동과 서로 나뉘었던 세월은 45년이다. 두 지역 모두 각자의 노선대로 발전을 거듭했고 서로 다른모습을 지니게 됐다.

베를린의 동쪽과 서쪽을 깊숙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자전거 투어의 가이드인 샤샤는 자신을 '리얼 베를리너'라고 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요? 집에 있던 가장 큰 해머를 들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갔죠! 그땐 어려서 다음 날 학교를 땡땡이칠수 있단 사실에 신이 났었죠. 역사적인 현장인데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있나요?" 그는 먼저 프렌츨라우어베르크로 안내했다. 이 지역은 베를린의 중심인 미테에서 북동쪽을 차지한다. 여기엔 베를린 장벽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베를린 장벽 기념관Gedenkstatte Berliner Mauer이 있다. 장벽이 어떻게 세워졌는지에서부터 베를린 장벽의 모습, 이를 지키던 군인들의 임무, 탈출하다 희생당한 동독인 등 몇 시간을 꼬박 머물게 하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서독인들은 장벽 근처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어요. 하지만 동독의 장벽 안에는 무인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어요. 가까이 접근해 탈출을 시도하지 못하게 한 거죠." 야외에 전시된 사진 중 장벽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가로등에 매달려 동베를린 쪽을 향해 손 흔드는 아이의 사진을 보니 가슴 한편이 아릿해졌다.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라고 운을 떼며 큰 호응을 얻었던 미국 캐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떠올랐다. 그는 가족, 남편과 아내, 형제와 자매를 갈라놓고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못 만나게 하는 것은 역사와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 중앙에 이삭과 망치, 컴퍼스를 그려 넣은 옛 동독 국기.

중앙에 이삭과 망치, 컴퍼스를 그려 넣은 옛 동독 국기.

↑ DDR 뮤지엄에서 본 옛 동독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는 캐비닛.

DDR 뮤지엄에서 본 옛 동독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있는 캐비닛.

↑ 과거 비밀경찰의 사무실 모습.

과거 비밀경찰의 사무실 모습.

↑ 영화 <타인의 삶>에서처럼 누군가의 사생활을 감청하던 방

영화 <타인의 삶>에서처럼 누군가의 사생활을 감청하던 방.

↑ 동독 비밀경찰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볼 수 있는 슈타지 뮤지엄.

동독 비밀경찰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볼 수 있는 슈타지 뮤지엄.

↑ 템펠호프 공항 지하의 비밀 벙커.

템펠호프 공항 지하의 비밀 벙커.

과거 프렌츨라우어베르크는 동쪽에 속했다. 이 지역은 통일 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이다. "동독 노동자 출신들이 지냈던 곳이에요. 어떤 방은 1명이 썼지만 또 어떤 방은 12명씩 머물렀죠. 놀라운 것은 난방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거예요.1990년까지 벽난로에 석탄을 넣어 난방을 했더라니까요. 아직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요."

통일이 된 후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주인 없이 버려진 집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빈집에 들어가 '내 집이오' 하고 자물쇠를 채운 후 결국 주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대로 자신의 명의로 남기도 했단다. 실제로 오더베르그 거리Oderberger Str.의 플랫을 거저 얻었다는 친구가 있다. 젊은이들은 이곳에 모여 콘서트를 열고 파티를 벌였다. "그래서 처음 이 지역엔 바와 클럽들이 가득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방 용품이나 유아 용품 숍이 넘쳐나죠. 한때 마리화나를 피우며 게릴라 파티를 벌였던 이들이 25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거든요. 나이가 비슷하니 결혼도, 임신도 비슷하게 했을 거고, 그래서 한때 이곳은 프란츨라우어베르크(베르크는 '언덕'이라는 뜻)가 아니라 '임신부의 동산'이라고까지 불렸죠." 프렌츨라우어베르크를 떠나 자전거를 타고 찾은 곳은 '카를 마르크스 알레Karl MarxAllee'였다. '프렌츨라우어베르크가 노동자들의 땅이었다면 이곳은 상류층, 실적 좋은 공산주의자들이 사는 곳이었어요. 이러한 형태의 건물을 '러시아 사회주의적 고전주의'라고 하고 '웨딩 케이크 스타일'의 빌딩이라고 하죠." 영화 <타인의 삶>을 본이들은 알 것이다. 정치가며 군인, 유명한 예술가들은 이렇게 화려한 아파트에 살았다. 조금만 뒤로 가면 '플라텐바우plattenbau'라고 불리는 칙칙한 박스형 아파트가 있다. 겉모습은 우울하지만 당시로는 신식 주거 형태로 이곳에 사는 이들은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프리드리히스하인 지역을 거쳐 슈프레 강변을 지나면, 그때부터 베를린의 서쪽이 시작된다. 왠지 서쪽이라고 하면 우아하고 깨끗한 거리만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미 1970년대부터 서브컬처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요. 언더그라운드 클럽과 그래피티가 성행했어요."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은 젊고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다 옛날 이야기예요. 지금 크로이츠베르크는 베를린에 살러 온 주머니 두둑한 외국인들로 가득해요. 젊고 가난하며 재능있는 아티스트들은 이제 노이쾰른으로 향하죠."

최근에는 베를린의 서쪽이 뜨고 있다. 한동안 동쪽에만 집중되었던 관심과 투자가 다시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서쪽에서도 샤를로텐부르크 지역은 베를린 역사 대대로 왕이며 귀족, 부호, 지식인, 예술인이 살던 곳이다. 이곳이야말로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 운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40대 부인들을 위한 고급 부티크 등이 늘어서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콘셉트 몰이라는 '비키니 베를린'이 들어서 힙스터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베를린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중 하나다. 아픔과 혼란의 역사를 겪었지만 이로 인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거듭났다. 어쩐지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졌다.

↑ 오래된 공장 앞의 공터로 푸드 트럭들이 몰려든다

오래된 공장 앞의 공터로 푸드 트럭들이 몰려든다.

↑ 자빙니플라츠 역 아래에 위치한 서점.

자빙니플라츠 역 아래에 위치한 서점.

↑ 히틀러의 벙커가 결국 최고의 갤러리인 '잠룽 보로스'로 거듭났다.

히틀러의 벙커가 결국 최고의 갤러리인 '잠룽 보로스'로 거듭났다.

↑ 프렌츨라우어베르크의 맥주 공장은 맥주가 아닌 다채로운 문화를 생산해낸다.

프렌츨라우어베르크의 맥주 공장은 맥주가 아닌 다채로운 문화를 생산해낸다.

↑ 서베를린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다스 스튜에 호텔.

서베를린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다스 스튜에 호텔.

↑ 슈프레 강변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베를린 돔.

슈프레 강변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베를린 돔.


베를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곳





1 슈타지 뮤지엄Stasi Museum

옛 동독 비밀경찰의 역사와 활약상은 물론 이들이 도청을 했던 방, 첩보에 쓰였던 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OPEN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 공휴일 낮 12시~오후 6시

LOCATION

Rusche Str. 103, Haus 1


TEL

+49-30-553-68-54

WEB

2 옛 동독 박물관DDR Museum

옛 동독의 역사와 당시의 삶을 첨단 기술력와 멀티미디어, 위트 있는 장치로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게 했다.


OPEN

월~금요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LOCATION

Karl-Liebknecht Str. 1


TEL

+49-30-847123731

WEB

3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Museum Hausam Checkpoint Charlie


분단 당시 검문소를 재현해놓은 곳. 근처의 마우어 박물관에선 독일의 분단과 통일 관련 자료들을 볼 수 있다.


OPEN

오전 9시~오후 10시

LOCATION

Friedrich Str. 43-45, 10969, Berlin


TEL

+49-30-2537250

WEB

www.mauermuseum.de


4 베를린 장벽 기념관The Berlin Wall Memorial & Documentation Centre


베를린 장벽의 역사와 이에 얽힌 사연이 가장 꼼꼼히 기록되어 있는 곳.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다.


OPEN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오후 7시(4~10월),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LOCATION

Bernauer Str. 111


TEL

+49-30-467986666

WEB

www.visitberlin.de/en/spot/the-berlinwall-memorial-and-documentation-centre


5 쿨투어브라우어라이Kulturbrauerei


'베를린 온 바이크' 투어의 본부가 위치해 있다. 박물관에서 <DDR 시대의 일상>이란 타이틀로 전시 중.


LOCATION

Schonhauser Allee 36


TEL

+49-3- 44352614

WEB

kulturbrauerei.d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