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대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급감했던 일본 여행이 방사선 피해 위험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원전 사고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 지역은 한여름에 한국보다 섭씨 5~8도 정도 기온이 낮은 선선한 날씨 덕분에 휴가지로 인기다.

1850~60년대 하코다테에 축조된 일본 최초의 서양식 성곽 고료가쿠(五稜郭). 높이 98m 타워에서 내려다보면 별(☆) 모양을 하고 있다.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봄에는 벚꽃 명소가 된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기자 ho@chosun.com

겨울철 설경(雪景)으로 잘 알려진 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는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름철에도 무덥지 않고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날씨로 일본에서 최고 여름 휴양지로 손꼽힌다.

샤코탄 반도: 해안절벽과 드라이브 코스 ‘일품’

홋카이도 반도 북서쪽으로 돌출해 있는 샤코탄 반도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하다. 홋카이도의 유일한 해상공원이다.
가무이곶은 바다 쪽으로 800여m 튀어나온 지형으로, 휴게소에서 해안 끝 절벽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능선 위로 나있다. 산책로 양쪽의 100m가 넘는 해안 절벽에는 각종 야생화가 위태롭게 매달려 피어 있다. 이곳이 일본의 10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힌 것은 온통 코발트 블루인 바다 때문이다. 그냥 블루라는 말로 모자라 ‘샤코탄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형이 험한 만큼 바람과 운무(雲霧)가 많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면 출입이 금지된다. 옛날에는 여성이 들어가면 바다가 거칠어진다는 전설에 따라 여성들의 출입을 막았다고 한다.

도와다호에서 흘러내려 온 오이라세 계곡물이 울창한 숲 사이를 흐르고 있다. 아오모리의 신선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실 수 있는 곳이다. / 아오모리현관광청 서울사무소 제공
가무이곶에서 샤코탄곶, 시마무이해안 등으로 이어지는 42㎞ 해안선은 부서지는 파도와 해안 절벽, 바다에 흩어진 바위섬들이 장관을 이루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코스에는 해안 절벽이 많아 암벽을 관통하는 터널이 20여개 나 있다.

온천도시 노보리베쓰(登別) 인근에 있는 도야호수는 10만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로 생긴 초대형 칼데라 호수. 둘레가 43㎞에 이르며 호수 안 4개의 섬을 둘러보는 유람선이 운항하고 있다. 주변에 활동을 멈추지 않은 화산이 둘러싸고 있어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산책로 곳곳에는 따뜻한 온천물이 흘러넘치는 무료 족욕탕(足浴湯)이 마련돼 있다.

홋카이도 & 아오모리

호수변에 자리한 우수산은 20~50년 주기로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분화구의 생생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니세코 지역의 신센누마(神仙沼)는 울창한 원시림을 통과해 도달한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에 오랫동안 침전이 이루어져 늪으로 변한 곳으로, 산 정상 호숫가 주변은 고산식물로 뒤덮여 있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다.

하코다테: 고풍스러운 건축물 보존된 낭만 도시

홋카이도 남단의 하코다테(函館)는 막부 시절 외국문물이 처음 들어온 최초 국제항으로,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매력이 남아있다.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에 해저 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연락선이 닿았던 부둣가에는 연어·게·성게알·미역 등을 파는 ‘아침 시장’이 매일 새벽 선다. 오징어 소면과 해산물을 듬뿍 넣은 라면 맛이 일품이다. 19세기 초에 들어선 부둣가 창고 건물들은 유럽풍 거리를 배경으로 쇼핑과 레스토랑 명소로 탈바꿈했다.

홋카이도의 대표적 벚꽃 명소인 고료가쿠(五稜郭)공원은 일본 최초의 서양식 성곽으로 거대한 별(☆) 모양의 성 주위에 빙 둘러가면서 땅을 파서 물을 채워 넣었다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 마을 모토마치는 항구가 번성하던 시절 외국인 거주지역으로, 공회당·교회·정교회 등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코다테는 외항과 내항 사이에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모양으로, 하코다테 산에 오르는 로프웨이를 타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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