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지하가 만나다 - 훔볼트하인의 방공호

베를리너 운터벨텐은 ‘베를린의 지하세계’라는 뜻을 가진 단체이다. 199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의 목적은 베를린의 지하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공개하여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도시가 동서로 분단되면서 수많은 시설들이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잃어버린 지하 시설들이 통일된 베를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새롭게 발굴된 교통용 터널, 전철역, 수송로, 방공호, 공기송출 우편시설 같은 지하시설들이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하인 공원 언덕 위에 자리한 방공호 또한 그렇게 해서 공개된 시설의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만 명의 시민들이 공습을 피했던 방공호는 중세시대의 요새와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당시 대공포가 설치되어있던 85m 높이의 방공호 탑에서는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현재 이곳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공개되어 있는데, 겨울에는 동면하는 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입장이 금지된다고 한다.



예술가와 정부, 타협하다 - 타헬레스(Tacheles)

1990년 2월, 일군의 예술가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방치된 백화점에 입성했다. 무단점거운동, 스쾃(squat)의 대표적인 이름이 된 '타헬레스'의 탄생이었다. 타헬레스란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명확하게 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유대어다. 이 명랑한 스콰터(squatter)들은 명확하게 “너희는 건물을 가졌지만 쓰지 않고 있고, 우리는 돈이 없지만 작업실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원래 그 건물은 1907년 백화점으로 지어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폐허가 된 건물이었다. 이곳은 철거될 운명에 놓여있었는데, 예술가들이 이곳을 다시 살려냈다. 하지만 정부의 관점은 예술가들과는 달랐다. 그 후 10년간 강제퇴거의 협박과 버티기의 지난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정부가 “문화공간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라고 판단을 바꾸면서 타헬레스의 위상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1999년,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 예술단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50여 명의 전세계 예술가들은 관리비에 해당하는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작업실을 합법적으로 대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불법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골든홀과 블루살롱, 영화관 겸 카페 Highend 54 등의 공동 공간에서 수시로 전시회, 공연, 콘서트, 영화상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피티로 가득 찬 타헬레스 전경.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합법적인 지위와 실험성을 바꿨다.”는 통렬한 비난과 정부의 간섭이 타헬레스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2009년 이 건물을 소유한 투자펀드 푼두스 그룹에서 10년의 임대계약이 끝났다며 예술가들에게 강제퇴거를 통보해 또 다른 지난한 싸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베를린 반문화(Counterculture)운동의 상징이었던 타헬레스는 이에 “우리는 과거에도 무단점거자였고, 이제 다시 무단점거자로 돌아왔을 뿐”이라며 당당한 한판 싸움을 다시 벌이고 있다.



천사와 인간, 손을 잡다 - 전승기념탑(Siegessaule)

전승기념탑 꼭대기의 '황금의 엘제'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천사 다미엘은 황금빛 여신의 동상 어깨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독일어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ueber Berlin]는 1987년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하고 페터한트케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작품이다.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를 타는 아름다운 마리온을 사랑하게 된 천사 다미엘은 고뇌 끝에 인간이 된다. 영화적 완성도로도 격찬을 받았던 이 영화는 베를린 전승기념탑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다미엘이 앉아있는 황금빛 여신을 베를린 사람들은 ‘황금의 엘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원래는 승리의 여신인 ‘빅토리아’다. 키가 무려 8.3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무게만도 무려 35톤. 프리드리히 드라케(Friedrich Drake)가 조각한 것이다.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그로쎄 티어가르텐(GroBe Tiergarten)공원에 자리 잡고 있는 전승기념탑은 1873년에 하인리히 슈트라크스(Heinrich Stracks)의 설계로 완성되었다. 덴마크(1864년), 오스트리아(1866년), 프랑스(1870년~71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탑이었다. 탑 내부에 있는 285개의 계단을 오르면 베를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다미엘처럼 황금의 엘제 어깨에 앉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67m 높이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으니, 다미엘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볼 법도 하다.



동독과 서독, 마주보다 - 브란덴부르크 문

브란덴부르크 문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어, 한때는 독일의 분단을 상징했고 이제는 독일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1788년부터 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지어진 이 문을 설계한 이는 칼 고트하르트 랑한스(Carl Gotthard Langhans). 처음에는 도시 성문으로 만들어졌으나 도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내 중심에 자리잡게 되었다. 브란덴부르크 문 위의 동상 크바트리가(Quadriga)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에 올라타고 달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2009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지 20년째 된 날이었다. 포츠다머 플라츠에서 시작하여 브란덴부르크 문을 거쳐 국회의사당까지, 1.5km에 걸쳐 베를린 장벽이 서 있던 선을 따라 1,000여 개의 도미노 벽이 세워졌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재연하기 위해서였다. 각국의 예술가들이 하나씩 맡아 자유의 메시지를 형상화한 이 도미노 벽은 10만 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자유의 축제’ 끝에 장엄하게 쓰러졌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누었던 베를린장벽은 통일 이후 부서진 조각들조차 기념품으로 부지런히 실려나가 지금은 보기 힘들다. 오스트반호프(Ostbahnhof)역 부근에 남은 장벽만이 세계 각국의 118명의 작가들이 그림을 그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East Side Gallery)가 되었다.


동서분단시절 브란덴부르크문을 낀 장벽을 통과하는 방법을 설명한 안내문.



음악, 모두의 손을 잡다 - 러브퍼레이드

여러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는 러브퍼레이드 포스터.


독일은 음악과 아주 밀접한 나라이다. 바흐, 헨델, 베토벤, 바그너,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말러 등의 대가 이름만 떠올려도 그 관계가 어렵지 않게 짐작되리라. 베를린 필하모니, 드레스덴 오페라, 라이프치히 오케스트라는 또 어떤가. 현대음악에서도 독일의 활동은 대단하다. 그런 곳이기에 ‘러브 퍼레이드’가 열리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사랑과 평화의 테크노 축제 ‘러브 퍼레이드’ (Love Parade)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넉 달 전, 생활 예술가이자 DJ이며, 미장이였던 ‘모테 박사’(Dr. Motte)의 주창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생일을 쓸쓸히 보내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로 퍼레이드를 개최한다. 그가 집회 허가 신청을 낼 때 내세웠던 모토는 ‘평화, 기쁨 그리고 팬케이크’ 였다. 그것은 군비 축소와 음악을 통한 화해, 그리고 공정한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날, 한 대의 트럭과 약 150명의 사람들이 당시 서베를린의 소비의 중심지였던 쿠담(Kurf rstendamm)거리를 행진했다. 그것이 말 많고 탈도 많으면서 기쁨으로 가득찬 러브 퍼레이드의 시작이었다.


참가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996년부터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 6월 17일의 거리, 브란덴부르크 문, 전승기념탑까지 펼쳐지게 된 러브 퍼레이드는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에 열린다. 행사로 인한 소음과 환경파괴, 엄청난 쓰레기 처리문제, 마약의 남용과 폭리, 무단방뇨 등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러브 퍼레이드의 정신은 세계 각지로 퍼져 다양한 나라에서 같은 이름의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학살자, 죽인자를 추모하다 - 유태인 박물관(Judisches Museum)

히틀러 정권에 의해 학살된 유태인은 600만 명.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비극의 가해자로서, 독일은 반성을 아끼지 않는다. 위령탑을 건설하고 광장을 만드는 한편, 유태인들의 끔찍했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하게 만드는 유태인 박물관 건설에도 발벗고 나섰다.

2001년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설계한 이곳은 소장품이 아니라 건물 자체로 유명해진 드문 케이스의 박물관이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크풍의 구 박물관을 지나 지하통로를 거쳐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가스실과 수용소에서 대량학살된 유태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윗별을 참고한 건물의 전체적 모양, 칼로 난도질한 듯한 가늘고 길고 불규칙한 창문들, 49개의 기둥에 심어놓은 49그루의 올리브나무로 이루어진 ‘Garden of Exile(추방의 정원)’, 메나슈 카디쉬만(Menache Kadishman)의 작품 [낙엽]을 설치하여 절규하는 사람얼굴 모양의 철 조각들을 깔아놓아 밟아야만 지나갈 수 있게 만든 [memory void, 공백의 기억], 아무것도 없는 거대하고 높은 밀실인 홀로코스트 타워 등의 요소들은 풍부한 상징을 담고 있다. 빈 전시실조차도 사라진 유대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원래 지금과 같이 따로 지을 계획이 아니라, 베를린 박물관의 부속건물인 유대인관으로 계획되었던 이곳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확장되었다.


유태인 박물관 내부전시실 풍경.



동성끼리 팔짱을 끼다 - 놀렌도르프 광장

20세기 초의 놀렌도르프 주변.이때부터 게이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베를린의 다른 이름은 동성애자들의 천국이다. 전체 주민의 약 10%, 35만 명 가량이 동성애자라는 수치는 이곳이 다른 도시에 비해 동성애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분단시절 서베를린으로의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 군대 면제 등의 혜택을 내밀자 이를 받아들인 동성애자들의 이주가 급격히 늘면서, 베를린은 명실상부한 유럽 최대 동성애 도시로 떠올랐다.


‘놀렌도르프 광장(Nollendorfplatz)’은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술집, 바, 카바레들이 모여 있는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놀렌도르프 광장’ 역 건물에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죽어간 동성애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이 있다. 나치가 학살한 것은 유태인만이 아니었다. 게르만 민족의 피를 더럽히는 불순한 자들로 규정된 동성애자들은 가슴에 핑크색 역삼각형(Rosa Winkel)을 붙이고 강제수용소에 감금되어야 했는데, 더군다나 유태인이라면 노란색 정삼각형을 겹쳐 달아야 했다. 그들에 대한 대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다고 한다. 1933년에는 놀렌도르프 광장 주변의 동성애자 카페들이 대부분 강제로 폐쇄당하는 역사적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석양이 내려앉은 바다 오르간, 태양의 인사

●Zadar 자다르
자연이야말로 천재 예술가가 아닐까

처음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The Sea Organ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절벽 위에 세워진 오르간을 떠올렸다. 그래서 처음 바다 오르간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 약간 김이 샜다. ‘겨우 이거 갖고 호들갑을 떨었단 말인가? 노래하는 도로도 아니고, 이 시멘트 계단에서 무슨 음악이 들린다는 거지?’ 이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의 오만함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세계적인 영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고 극찬한 자다르의 석양을 감상하면서 바다 오르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다. 관과 공명통을 옹벽 아래쪽에 설치해 놓은 덕에 ‘부웅~’ 소라껍질을 부는 듯한 소리가 길게, 또 짧게 들려왔다. 투명한 바닷물이 철썩일 때마다, 그 움직임과 강약에 따라 소리가 이어졌다.

단 한 번도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 ‘천의 음색’을 가진 오르간이다. 지휘자도 필요 없다. 오직 바람과 바다만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화음이고 음색이다. 사람들은 오르간 구멍이 뚫린 벽에 걸터앉기도 하고, 피아노 건반처럼 꾸며놓은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한다. 피아노 건반을 본떠 만든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이렇게 지척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다를 두고 살 수 있다니! 횟집과 상점들에 점령당한 내가 사는 도시의 해변과는 너무 달랐다.

바다 오르간을 보러 갔다면 태양의 인사The Greeting to the Sun도 놓쳐서는 안 된다. 태양부터 명왕성까지의 태양계를 크기와 거리의 비례에 맞춰 배열해 놓은 이 거대한 설치예술작품은 낮에 모아둔 태양열을 이용해 매일 밤 시시각각 다른 빛의 공연을 선보인다. 그날 저녁, 어디선가 가방을 둘러맨 꼬마 아이들이 잔뜩 나타나 이 원형의 작품 안에 둘러서서 손을 잡고 까르륵대며 뛰어다녔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까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일상이 거기 있었다. 셀카봉으로 무장한 관광객들만 잔뜩 돌아다니는 관광지가 아니라, 이곳의 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장소라는 것이 단박에 느껴졌다. 자다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의 추억을 하나씩은 갖고 있겠지? 

바다 오르간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앉아 있는 사람들

자다르 올드시티의 풍경

한 도시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서 비롯되는 추억이 있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가.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서울 종로의 피아노 거리가 떠올랐다.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 니콜라 바시츠Nikola Basic에게 이런 대공사를 맡기고, 처음에는 낯설었을 결과물을 오롯이 받아들여 지금의 명소로 만든 자다르의 모든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 단 2개의 건축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건축가 뒤에는 이처럼 좋은 작품을 사랑할 줄 아는 시민들의 힘이 있었다.

닌의 올드타운에는 작은 교회가 많다. 성십자가 교회Church of Holy Cross에서는 매년 하늘의 별자리를 그리는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린다

EU로부터 에코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닌의 소금

●Nin닌
시간을 품은 작은 보석

드넓은 평야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 닌Nin은 3,000년 전부터 왕국이 세워졌던 아주 오래된 역사 도시다. 비옥한 토양과 함께 과거 금과 같이 여겨졌던 소금을 거두는 염전까지 갖췄으니 수많은 왕족이 탐을 낼 수밖에. 이곳저곳 파괴되고 일부만 남아 있는 성벽과 로마제국의 유적들이 이 마을의 복잡한 역사를 보여 준다.

닌은 그 오랜 역사와 함께 천연 소금으로 유명한 도시다. 지금도 로마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바닷물을 가두고 건조시켜 소금을 만들고 있다. 일체의 인공적인 도구 없이 사람의 손으로 정직하게 수확한다는 게 이곳의 자랑이다. 깨끗한 환경, 풍부한 일조량, 벨레비트산에서 불어오는 적당한 바람,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질 좋은 소금 생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오직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해가 쨍쨍한 날씨가 지속될 때만 소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이 허락해야 만들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아드리아해의 염전 중 유일하게 EU로부터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 인증을 받았다는 이곳의 소금 중에서 ‘플라워 소금Flower of Salt’은 더 특별하다. 바닷물이 다 건조되면 가장 위쪽 표면에 얇은 층으로 형성되는 소금으로, 일반 바다소금의 6배에 달하는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음식을 완성한 후 마지막에 살짝 뿌려 내면 풍미를 기가 막히게 살려 준다고.

염전 옆에 자리한 소금박물관으로 들어가 봤다. 모습은 박물관이라기보다 작은 기프트숍에 가깝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들이 염전을 둘러보게 해주는 것은 물론 염전의 역사부터 소금의 특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니, 제대로 된 박물관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플라워 소금부터 라벤더·세이지·로즈마리·바질 등 허브를 넣은 소금, 소금으로 만든 각종 비누·샴푸·치약, 소금 입욕제, 소금 초콜릿과 크래커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솔라나 닌Solana Nin 소금박물관
llirska cesta 7, 23232 Nin
www.solananin.hr

구시가 종탑에서 내려다본 풍경

바람이 많이 부는 트로기르의 골목길은 구불구불하다

올드타운이 있는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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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gir 트로기르
중세문명이 꽃핀 섬

트로기르Trogir 올드타운은 유네스코가 ‘중부유럽에서 로마네스크Romanesque-고딕Gothic 양식 건축물이 가장 잘 보존된 곳’라고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인들이 처음 도시를 세운 뒤로 로만, 비잔틴, 헝가리안, 베네치안, 나폴리안 등이 차례로 이 땅을 탐내 점령하고 도시를 세웠다. 땅을 파 보면 층층이 다른 문명의 건축 유적지가 나올 정도로, 풍부한 건축 유적과 역사를 품고 있다. 

크로아티아 대륙과 치오보Ciovo 섬 사이에 콕 끼어 있는 작은 섬. 두 다리로 작은 다리를 건너 그 섬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시간을 되돌린 듯한 중세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안 상인들의 영향과 편리한 뱃길 덕에 상업이 꽃을 피웠던 이곳에는 ‘니 도어Knee Door’를 가진 건축물이 유난히 많다. 출입문 바로 옆에 물건을 진열할 수 있는 선반이 달린 커다란 유리창문이 있는 형태로, 사람의 무릎을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중세시대 상인들이 향신료와 식재료, 옷가지를 팔던 그 상점에서 지금은 라벤더 포푸리와 말린 무화과, 자석 따위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구불구불 미로 같은 올드타운의 거리는 해변 산책로로 이어진다. 산책로의 한쪽엔 한가롭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제법 큰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이런 배를 타고 일주일 동안 달마치안 지방의 해안도시와 섬을 일주하는 작은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이 많다고. 아드리아해를 항해하면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매일 다른 해안도시를 만나는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 트래비 크로아티아 원정대(글 정지은, 사진 박근우, 영상 김민수)취재협조 크로아티아관광청 www.croatia.h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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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다." 

그냥 예상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올여름 더위 전망이 이렇다. 최근 서울만 해도 나흘 연속 30도를 넘기며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여행업계는 이미 여름휴가 준비에 돌입했다. 폭염을 피해 떠나려는 바캉스족의 움직임이 예년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 동안 항공DB 분석을 통해 대표 인기 여름휴가지와 올여름 새롭게 각광받는 여행지를 각각 선정했다. 

 맛집·쇼핑의 천국 '동남아' 

아름답고 화려한 경관, 다양한 맛집과 쇼핑. 여행의 기본 요소 중 하나지만 유독 저 키워드를 우선 순위로 두는 이들은 단연 여성이다. 여행업계는 이런 추세를 적극 받아들인 '여심저격'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객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거나, 해당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과 쇼핑센터를 여행 일정에 반드시 추가하는 것. 인터파크투어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을 주 목적지로 택해 동남아 레이디스 여행 상품을 내놨다. 

부티크 호텔에서 숙박하는 '싱가포르 3박'은 세계 최초 야간 동물원인 나이트 사파리, 싱가포르 최고 쇼핑 거리인 오차드로드, 빵집과 카페 등 소소한 즐길 거리가 많은 티옹바루 등을 일정에 포함했다. 82만8000원부터. 

로맨틱하고 황홀한 밤거리가 매력적인 홍콩은 야경과 쇼핑에 초점을 맞췄다. '홍콩 2박3일' 여행은 전 일정 5성급 호텔인 하버그랜드 호텔에서 묵는다. 소호거리, 홍콩 오션파크, 다양한 물건과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몽콕 야시장 등을 주로 둘러본다. 78만9000원부터. 

대만은 맛집이나 디저트 등 다양한 먹거리의 천국이다. '대만 자유여행 2박3일'은 대만 속 명동이라 불리는 시먼팅을 찾아 쇼핑 거리와 옷가게, 망고빙수 등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밤에는 화시제와 스린 야시장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46만5000원대부터. 

 효도에는 '일본'…가족여행은 '괌' 

1~2시간의 부담 없는 비행시간과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관광지가 펼쳐지는 일본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다. 

'북해도(홋카이도) 4박5일' 상품은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후라노의 팜도미타 라벤더 화원에 활짝 핀 보라빛 물결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3대 게요리 무제한 식사와 하코다테 관광, 야경 감상 등을 포함한다. 119만9000원부터. 

편안한 베드에 누워 바라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곳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해양스포츠까지 남태평양의 진주 괌은 가족과 즐길 수 있는 힐링 여행에 제격인 곳이다. 

'괌 PIC GOLD 3박4일'은 PIC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70여 가지의 액티비티와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 등이 포함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T갤러리아 괌' 'K마트' '괌 프리미어 아웃렛'으로, 화려한 공연 등 볼거리를 원한다면 '샌드캐슬 괌' '하드 록 카페' '플레저 아일랜드' 등을 찾으면 된다. 115만9000원부터. 

 드라마 속 그곳 '그리스 나바지오 해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송커플이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한 그곳인 그리스.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여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송송커플이 사랑을 나눈 그리스 자킨토스섬의 나바지오 해변은 초승달 모양의 암벽, 푸른빛 바다가 한껏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스 일주 10일'은 자킨토스섬을 포함한 일정으로 아테네를 비롯해 피라 마을과 이아 마을이 있는 산토리니 등 그리스 내 로맨틱한 명소들을 관광할 수 있다. 227만원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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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역사와 음악의 나라 '동유럽'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 볼 수 있었던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은 역사와 문화를 알차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가 매력적인 곳이다. 

'동유럽+크로아티아 14일'은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프라하를 시작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체스키크룸로프, 음악의 도시 빈 등을 거쳐 잘츠부르크, 크로아티아 관광의 핵심 도시인 트로기르와 두브로브니크, 어부의 요새와 마차슈 성당이 있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여정이 이어진다. 285만원부터. 

 베트남의 보석 '다낭' 

베트남에는 아름답고 한적한 모습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다낭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낭/호이안 관광 3박5일' 상품은 다낭과 호이안 시내 관광을 비롯해 베트남 전신마사지 2시간 등을 포함한다. 3일 차에는 다낭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블 마운틴 관광 등 전일 자유 일정으로 원하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58만9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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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

[장주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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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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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성벽 위에서 올드타운을 내려다봤다. 장난감처럼 겹겹이 들어선 오렌지빛 지붕들이 아드리아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황홀한 풍광을 선사한다.
어떤 도시는 색(色)으로 각인된다. 이를테면 산토리니와 두브로브니크가 그렇다. 하얀 벽과 하늘색 지붕으로 상징되는 도시가 산토리니라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블루와 오렌지, 그 선명한 빛깔의 대비가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아드리아해(海) 푸른 바다를 끼고 오렌지색 지붕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해안 도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은 절묘한 풍광이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길이 2㎞, 높이 25m 성곽으로 둘러싸인 올드 타운의 고색창연한 풍모가 막 도착한 관람객을 설레게 만든다. 먼저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412m 높이의 스르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장난감 같은 오렌지빛 지붕들이 옹기종기 들어찬 성과 파란 바다, 초록빛 섬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오죽하면 영국 문호 버나드 쇼가 '진정한 천국을 찾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찬사를 보냈을까. 스르지산 꼭대기의 노천카페는 올드 타운의 부자(Buza) 카페와 함께 손꼽히는 전망대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중심인 플라차 대로. 대리석 바닥이 매끄럽다. 조명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이 낭만적 풍광 뒤로 두브로브니크는 아픈 시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7세기에 도시가 형성됐고 베네치아공화국과 경쟁한 유일한 해상무역 도시국가였다. 발칸과 이탈리아를 잇는 중계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16세기에 과학과 문학·예술을 꽃피웠다. 비극은 갑자기 찾아왔다. 1667년 대지진으로 모두 파괴된다. 무려 5000명 이상이 죽었다. 그래도 도시는 다시 일어섰다. 무너진 건축물을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세웠다. 하지만 또다시 재앙이 찾아온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였다.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 전투기가 두브로브니크를 폭격했다. 도시 여기저기 남은 포탄 흔적이 비극을 증명한다.

본격적인 내부 탐색은 필레 게이트에서 시작한다. 1537년 완공된 필레 게이트는 중세시대의 성문이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시간 여행)한 듯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대리석으로 다져진 대로(大路)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플라차라고 부르는 올드 타운의 중심가다. 이 플라차 대로를 활기차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볼거리. 동쪽 시계탑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면 루자광장이 나온다. 광장 오른편엔 커다란 성 블라시오 교회가 있고, 한복판에 칼을 든 기사가 서 있는 올란도 석주가 있다.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는 돌을 쌓아서 만든 높다란 성벽 위에 올라가 성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성벽 투어다. 성벽에는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이 있다. 성벽을 둘러싼 길은 구시가지와 아드리아해의 정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길이다. 오밀조밀한 골목길과 붉은 물결처럼 굽이치는 지붕들,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장관을 이룬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각도를 드러내는 아드리아해의 풍광에 수시로 넋을 놓게 된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전쟁의 상흔을 만날 수 있다. 길바닥, 건물 벽, 성벽 곳곳에 총탄이나 포탄 파편에 맞아 움푹 팬 흔적이 보인다.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시작된 내전의 상처들이다. 내전으로 건물 800여채 중 68%가 무너졌다. 한낮의 성벽 투어는 피하는 게 좋다. 햇살이 강하고 그늘 한 곳 없는 땡볕을 걸어야 한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골목길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곳곳에 널려 있는 빨래가 어딘지 정겹다.

이 도시의 현재, 진짜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골목 투어를 권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플라차 대로를 중심으로 40여개가 넘는 골목들이 촘촘히 그물망처럼 뻗어 있다. 골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걷다가 지치면 카페에 앉아 나른하게 게으름을 만끽해도 좋다. 이 도시에선 조바심 낼 필요가 없으니까.

하루 정도 시간이 남는다면 엘라피티군도 섬 여행을 떠나자. 1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지만 콜로체프, 로퍼드, 시판 등 3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로크룸 부두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이 3개 섬을 하루에 돌아볼 수 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서 기분까지 산뜻해진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한국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직항 노선은 없지만 유럽의 대도시에는 대부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비행기나 기차가 있다. 수도 자그레브로 들어간 뒤 야간버스나 야간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버스는 11시간 정도 걸린다.

터키항공이 지난 10일 두브로브니크에 신규 취항하면서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인천을 출발,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두브로브니크 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이스탄불-두브로브니크 노선은 주 3회 운항하며 1시간 50분 걸린다. 31일부터는 주 5회, 8월 29일부터는 주 6회로 증편될 예정이다. 새 노선 취항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99달러(세금 포함), 두브로브니크에서 이스탄불까지 99유로짜리 특가 항공권이 출시됐다. 특가 항공권은 7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화폐는 쿠나(Kuna·1 쿠나는 약 170원). 유로화도 쓸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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