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수요일

오늘은 디보체(3820m)에서 고소적응(영어로 애크러메이션 데이 Acclimation Day라고 하여 표준 스케줄에 따르면 EBC 트레킹 도중 이틀간을 쉬게 되어 있다)을 하기로 한 날이다. 나는 일행 중 한 명과 팡보체(Pangboche / 3,920m)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산보하듯 천천히 걸어서 약 1시간 40여분이 걸렸다. 디보체와 팡보체는 고도 차이가 별로 없어 고소적응이 될만한 쇼마레(Shomare / 4,010m)까지 한 시간 이상을 더 가고 싶었다. 그러나 동행하신 분이 "날씨도 흐려지는데 더 이상 가기에는 너무 멀다"며 걱정을 하여 부득이 팡보체에서 점심을 먹고 디보체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팡보체에서 하이랜드 셀파리조트를 들르게 된 것은 작은 행운이었다.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세 번을 다녀왔다는 주인 셀파의 집답게 정상 등정에 사용했던 산소통과 등산장비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시물 중에 나를 완전히 매료시키는 한 장의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험준한 아마다블람 정상에 설치된 비박 텐트 두 동. 아마다블람의 낮은 봉우리로 여겨지는 저 비좁은 산꼭대기, 그곳에 간신히 자리 잡은 텐트들.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닥치면 곧 날라갈것만 같이 불안하다.

아마도 아마다블람을 등정중인 크라이머들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정상에 비박텐트를 쳤을 것이다. 아마다블람은 엄청난 바람이 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추위와 그 바람을 맞아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요 가장 위험한 산은 K2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은?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의 답들이 나오겠지만 전 세계의 산악인들이 세계 최고의 미봉(美峰)으로 손꼽는 산은 바로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이다.

아마다블람은 히말라야산맥의 지맥인 네팔 동부의 쿰부히말에 속한 산으로 주봉의 높이 6812m.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는 5563m. 아마다블람의 의미는 '어머니와 진주목걸이'라는데 진주는 만년빙을 의미한다.

1961년 마이크 길(Mike Gill)·배리 비숍(Barry Bishop)·마이크 워드(Mike Ward)·월리 로마니스(Wally Romanes) 등이 처음으로 등정하였다. 표준 등반 루트는 남서쪽 능선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이후 아마다블람에는 셀파를 제외하고 약 430여 명의 산악인이 등정에 성공했다. 아마다블람 정상을 등정하려면 수준 높은 암벽, 빙벽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레이트 타워라는 험한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려운 구간에는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등정을 하려면 연락사무소에서 등산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에베레스트와 마찬가지로 계절풍이 오기 전인 4~5월과 9~10월이 등정이 용이한 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선우 등산연구소장(월간 마운틴 발행인)이 1983년 동계 초등에 성공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Because It's there.)

알피니즘은 극한의 환경에서 한계 너머를 꿈꾸는 인간의 장대한 도전이다.(이용대의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에서) 20세기의 석학 아놀드 토인비가 그이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말한 대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인 것이다.

언젠가 아마다블람에 꼭 오르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내일은 해발 4,240미터의 페리체로 떠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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