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작은 마을 여행

유럽의 매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와 마을들이다. 이들 도시는 대부분 구(舊)시가와 신(新)시가로 이루어져 있다. 구시가는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신시가와는 달리 수백년 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구시가는 풍부한 문화와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조그만 마을이지만 수백년 전에는 왕국의 중심 도시였던 곳이 있는가 하면, 한 나라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과 전통이 잉태된 곳도 있다.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은 과거에 꽃핀 역사와 문화, 예술에 관한 사연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프랑스 그라스(Grasse)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냄새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끔찍한 방법으로 만든 향수로 세상을 굴복시켜려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의 이야기이다. 프랑스 남부 코트 다 쥐르지방의 작은 마을 그라스가 바로 소설 '향수'의 무대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높은 산 중턱에 있는 그라스는 세계 향수의 수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자라는 장미, 라벤더, 제비꽃 등에서 만들어지는 향수는 천연향의 표준이 되었다. 18세기 초부터 그라스의 조향사들은 그들만의 비법과 천연 재료의 특성을 조화시켜 독특한 향을 창조했다. 그라스를 찾은 여행자들은 플라고나르, 몰리나르 같은 유서 깊은 향수 회사에서 옛 향수 제조법과 명품 향수를 체험할 수 있다.

그라스는 여행자의 후각뿐만 아리라 시각도 즐겁게 해준다. 화사한 색채로 단장된 옛 건물들의 창에는 형형색색의 꽃 화분들이 걸려 있고 고풍스러운 광장 분수는 오후의 여유로움과 잘 어울린다. 좁은 골목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이름 모를 향수의 깊은 향기가 담긴 듯하다.

●가는 길: 그라스가 있는 코트 다 쥐르지방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니스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파리로 가 프랑스 국내선 항공편 등을 이용해 칸이나 니스로 간 다음 그라스로 갈 수 있다. 시외버스로 칸에서는 30분, 니스에서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프랑스 그라스의 옛 향수 공장.

◆독일 바하라흐 (Bacharach)

독일 사람들은 '알테(Alte)'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알테란 '오래된(것)'이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그리움과 사랑'이란 의미로도 통한다. 오래된 것에 대한 독일인들의 사랑은 옛 도시와 마을들을 아끼고 가꾸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독일의 옛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라인 강변의 바하라흐를 꼽을 것이다.

바하라흐는 라인 강변에 자리한 마을로 수백년 전 목조 주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알테하우스는 지은 지 700년이 넘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주택 중 하나다.

마을 뒤쪽 언덕 위에는 영주가 살던 슈탈렉성이 우뚝 서 있다. 라인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슈탈렉성은 지금은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고풍스러운 중세 마을과 멋진 고성에서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가는 길: 라인 가도의 대표적 도시인 마인츠(Mainz)에서 열차로 50분 걸린다. 반대편인 코블렌츠로(koblenz)부터는 40분 걸린다. 라인강을 따라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스페인 론다(Ronda)

태양·정열·플라멩코·투우·눈부신 백색의 마을…. 우리가 생각하는 스페인의 정열적인 이미지들은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안달루시아 최남단 지중해 연안에서 내륙 산악 지방으로 차를 몰아 해발 7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좁은 강에 의해 깊게 파인 협곡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는 하얀색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어떤 건물은 절벽 수직면보다 허공 쪽으로 더 나오게 지어졌다. 어떻게 저런 곳에 마을이 들어섰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론다는 전설적 투우사 프란시스코 로메로를 배출한 투우의 본고장이다. 미국의 헤밍웨이가 사랑한 마을로 그의 대표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영화로 촬영한 무대이기도 하다. 헤밍웨이는 론다를 가리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기에 가장 좋은 마을"이라고 했다. 높은 절벽 위의 마을은 세상과의 단절이라기보다는 낭만과 사랑을 지켜 주는 보금자리처럼 느껴진다.

●가는 길: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야간열차를 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안달루시아의 대표적 도시인 말라가, 알헤시라스, 세비야 등지에서는 버스와 기차로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스페인 론다 마을의 투우 장면.

◆그리스 이드라(Hydra)

그리스 섬이라고 하면 미코노스와 산토리니를 떠올리지만, 이드라 섬도 육지에서 가까워서 찾아가기 쉽고 이방인을 포근하게 맞아주는 인간미가 넘치는 섬으로 알려져있다.

이드라 섬은 하얀색 바위로 이루어진 가늘고 긴 섬이다. 배가 이드라 항구로 들어서면 섬 마을의 화사한 분위기가 이방인을 맞이한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흰색 주택들 사이사이로 분홍 파스텔조의 지붕이 어우러져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찾아와서 예술가 마을을 이루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선박왕 오나시스와 그의 연인이었던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시인 T.S. 엘리엇, 가수 레너드 코헨 등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레너드 코헨의 독특한 노래 스타일이 섬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

●가는 길: 아테네 교외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페리나 쾌속선을 타면 된다. 피레우스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 페리로 2시간15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아테네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그리스 이드라섬의 해안 풍경.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주택들 앞에 짙푸른 에게해가 펼쳐져 있다.

◆포르투갈 에스트레모스(Estremos)

유럽에는 오래된 고성(古城), 수도원, 귀족의 저택 등을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투갈의 고성 호텔은 '포우자다'라고 하는데 국가 소유로 되어 있다. 포르투갈 동부의 고도 에스트레모스에 있는 산타 이사벨성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포우자다이다.

산타 이사벨성은 14세기에 포르투갈의 왕비였던 이사벨에서 이름을 따왔다. 성의 주인이었던 이사벨 왕비는 어느 날 성을 나와 남루한 집에 살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청빈하게 생활했다. 그녀는 사후 교황청으로부터 성인 '산타 이사벨'로 추앙되었다. 에스트레모스는 나즈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전통 기법으로 만드는 도자기가 유명하다.

산타 이자벨 포우자다는 성 입구에서부터 로비, 복도, 방에 이르기까지 중세의 중후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꾸며져 있는 침대에는 사자와 왕관을 형상화한 포르투갈 왕실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중세 마을의 왕성에서 지내는 하룻밤은 사치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가는 길: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에서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걸린다. 스페인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스페인의 국경도시 바다호스를 경유해 갈 수도 있다.

유럽의 작은 마을 여행

유럽의 매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와 마을들이다. 이들 도시는 대부분 구(舊)시가와 신(新)시가로 이루어져 있다. 구시가는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신시가와는 달리 수백년 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구시가는 풍부한 문화와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조그만 마을이지만 수백년 전에는 왕국의 중심 도시였던 곳이 있는가 하면, 한 나라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과 전통이 잉태된 곳도 있다.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은 과거에 꽃핀 역사와 문화, 예술에 관한 사연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프랑스 그라스(Grasse)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냄새에 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끔찍한 방법으로 만든 향수로 세상을 굴복시켜려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의 이야기이다. 프랑스 남부 코트 다 쥐르지방의 작은 마을 그라스가 바로 소설 '향수'의 무대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높은 산 중턱에 있는 그라스는 세계 향수의 수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자라는 장미, 라벤더, 제비꽃 등에서 만들어지는 향수는 천연향의 표준이 되었다. 18세기 초부터 그라스의 조향사들은 그들만의 비법과 천연 재료의 특성을 조화시켜 독특한 향을 창조했다. 그라스를 찾은 여행자들은 플라고나르, 몰리나르 같은 유서 깊은 향수 회사에서 옛 향수 제조법과 명품 향수를 체험할 수 있다.

그라스는 여행자의 후각뿐만 아리라 시각도 즐겁게 해준다. 화사한 색채로 단장된 옛 건물들의 창에는 형형색색의 꽃 화분들이 걸려 있고 고풍스러운 광장 분수는 오후의 여유로움과 잘 어울린다. 좁은 골목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이름 모를 향수의 깊은 향기가 담긴 듯하다.

●가는 길: 그라스가 있는 코트 다 쥐르지방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니스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파리로 가 프랑스 국내선 항공편 등을 이용해 칸이나 니스로 간 다음 그라스로 갈 수 있다. 시외버스로 칸에서는 30분, 니스에서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프랑스 그라스의 옛 향수 공장.

◆독일 바하라흐 (Bacharach)

독일 사람들은 '알테(Alte)'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알테란 '오래된(것)'이라는 뜻이지만 그것은 '그리움과 사랑'이란 의미로도 통한다. 오래된 것에 대한 독일인들의 사랑은 옛 도시와 마을들을 아끼고 가꾸는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독일의 옛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라인 강변의 바하라흐를 꼽을 것이다.

바하라흐는 라인 강변에 자리한 마을로 수백년 전 목조 주택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알테하우스는 지은 지 700년이 넘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주택 중 하나다.

마을 뒤쪽 언덕 위에는 영주가 살던 슈탈렉성이 우뚝 서 있다. 라인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슈탈렉성은 지금은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고풍스러운 중세 마을과 멋진 고성에서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가는 길: 라인 가도의 대표적 도시인 마인츠(Mainz)에서 열차로 50분 걸린다. 반대편인 코블렌츠로(koblenz)부터는 40분 걸린다. 라인강을 따라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스페인 론다(Ronda)

태양·정열·플라멩코·투우·눈부신 백색의 마을…. 우리가 생각하는 스페인의 정열적인 이미지들은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안달루시아 최남단 지중해 연안에서 내륙 산악 지방으로 차를 몰아 해발 7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좁은 강에 의해 깊게 파인 협곡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는 하얀색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어떤 건물은 절벽 수직면보다 허공 쪽으로 더 나오게 지어졌다. 어떻게 저런 곳에 마을이 들어섰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론다는 전설적 투우사 프란시스코 로메로를 배출한 투우의 본고장이다. 미국의 헤밍웨이가 사랑한 마을로 그의 대표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영화로 촬영한 무대이기도 하다. 헤밍웨이는 론다를 가리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기에 가장 좋은 마을"이라고 했다. 높은 절벽 위의 마을은 세상과의 단절이라기보다는 낭만과 사랑을 지켜 주는 보금자리처럼 느껴진다.

●가는 길: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야간열차를 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안달루시아의 대표적 도시인 말라가, 알헤시라스, 세비야 등지에서는 버스와 기차로 2시간~2시간30분 걸린다.

스페인 론다 마을의 투우 장면.

◆그리스 이드라(Hydra)

그리스 섬이라고 하면 미코노스와 산토리니를 떠올리지만, 이드라 섬도 육지에서 가까워서 찾아가기 쉽고 이방인을 포근하게 맞아주는 인간미가 넘치는 섬으로 알려져있다.

이드라 섬은 하얀색 바위로 이루어진 가늘고 긴 섬이다. 배가 이드라 항구로 들어서면 섬 마을의 화사한 분위기가 이방인을 맞이한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흰색 주택들 사이사이로 분홍 파스텔조의 지붕이 어우러져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찾아와서 예술가 마을을 이루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선박왕 오나시스와 그의 연인이었던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시인 T.S. 엘리엇, 가수 레너드 코헨 등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레너드 코헨의 독특한 노래 스타일이 섬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

●가는 길: 아테네 교외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페리나 쾌속선을 타면 된다. 피레우스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 페리로 2시간15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아테네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그리스 이드라섬의 해안 풍경. 가파른 언덕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주택들 앞에 짙푸른 에게해가 펼쳐져 있다.

◆포르투갈 에스트레모스(Estremos)

유럽에는 오래된 고성(古城), 수도원, 귀족의 저택 등을 개조하여 호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투갈의 고성 호텔은 '포우자다'라고 하는데 국가 소유로 되어 있다. 포르투갈 동부의 고도 에스트레모스에 있는 산타 이사벨성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포우자다이다.

산타 이사벨성은 14세기에 포르투갈의 왕비였던 이사벨에서 이름을 따왔다. 성의 주인이었던 이사벨 왕비는 어느 날 성을 나와 남루한 집에 살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청빈하게 생활했다. 그녀는 사후 교황청으로부터 성인 '산타 이사벨'로 추앙되었다. 에스트레모스는 나즈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전통 기법으로 만드는 도자기가 유명하다.

산타 이자벨 포우자다는 성 입구에서부터 로비, 복도, 방에 이르기까지 중세의 중후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꾸며져 있는 침대에는 사자와 왕관을 형상화한 포르투갈 왕실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중세 마을의 왕성에서 지내는 하룻밤은 사치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가는 길: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에서 버스를 타고 약 3시간 걸린다. 스페인 국경에서 가깝기 때문에 스페인의 국경도시 바다호스를 경유해 갈 수도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안달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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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98m의 ‘누에보 다리’는 절벽 위의 도시 론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다. 헤밍웨이는 “연인과 스페인으로 떠난다면 꼭 론다에 가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스페인에 간다면 안달루시아로 가라.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투우, 플라멩코, 시에스타(낮잠) 모두 안달루시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뒤섞인 안달루시아의 독특한 모습은 수많은 문호와 예술가를 자극했다. 스페인의 정수(精髓)가 이 남부 지방에 녹아 있다. 안달루시아는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스페인의 거의 전역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의 영토였다. 안달루시아는 당시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이슬람 왕조의 별칭인 알안달루스(Al-Andalus)에서 유래했다. 1492년 그라나다가 함락되며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됐지만 그들의 유산은 세계의 여행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연인의 도시 론다

협곡 위에 세워진 98m 높이의 누에보 다리는 론다의 상징이다. 론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이 다리는 42년간의 공사 끝에 1793년 완공됐는데 보는 이를 압도하게 한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허니문으로, 또는 연인과 스페인으로 떠난다면 론다에 꼭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이곳에서 썼다.

론다는 스페인 근대 투우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18세기 투우사 프란치스코 로메로는 소를 모는 망토와 물레타(붉은 천)를 고안하고 근대 투우를 확립했다. 그의 손자 페드로 로메로는 5000마리 넘는 소와 대결해 승리하면서 전설적인 투우사가 됐다. 인구 3만명의 소도시지만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투우장에서 경기가 열리면 6000석이 가득 찬다.

론다의 진면목은 동트기 직전 이슬이 내려앉은 거리를 거닐며 느낄 수 있다. 여행객의 떠들썩함이 가신 고요한 론다를 새의 지저귐이 채운다. 헤밍웨이가 왜 연인과 오라고 했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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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카르멘’은 스페인 코르도바에 있는 로마교를 건너는 집시 여인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2 알람브라 궁전 나스리 궁에 있는 ‘사자의 샘’. 3 세비야‘4월 축제’를 즐기는 스페인 시민. 4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의 항구 전경.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의 시작점이다. /양지호 기자
◇코르도바, 이슬람과 가톨릭의 대비

코르도바의 상징은 한때 이슬람 왕국의 모스크였던 '코르도바 산타마리아 성당'이다. 이 성당은 메스키타(Mezquita·스페인어로 모스크)라는 일반명사로 더 유명하다. 10세기 이슬람 토후국의 수도였던 시절 이슬람 사원으로 지어졌다가 13세기 국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을 통해 가톨릭이 코르도바를 차지하면서 성당으로 개축됐다. 건축양식은 여지없는 모스크인데 건물 벽면과 천장은 카톨릭 성화(聖畵)와 성상(聖像)이 가득하다. 교회에 탱화와 불상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가톨릭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기묘한 동거다.

코르도바는 오페라 카르멘을 낳았다. 오페라의 원작이 된 소설 '카르멘'을 쓴 프랑스 작가 메리메는 코르도바를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 강 위에 놓인 로마교 위를 걷는 집시 여인을 보고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코르도바에서는 파티오 거리를 꼭 찾아야 한다. 파티오는 'ㅁ'자 형태로 집을 만들고 가운데 정원을 꾸미는 안달루시아식 주택의 안뜰을 말한다. 메스키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곳에서는 매년 5월부터 12일가량 '파티오 축제'가 열린다. 어느 집 안뜰의 화초가 더 아름답게 가꿔졌는지를 겨룬다. 스페인의 햇살을 받은 꽃들은 코르도바 건물의 흰색 벽에 대비돼 더 화사하게 빛난다.

◇축제의 도시 세비야

스페인 안달루시아
안달루시아 자치주의 주도(州都) 세비야는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정열의 도시다. 매년 펼쳐지는 '4월 축제'와 부활절 즈음 펼쳐지는 '세마나 산타'가 양대 산맥이다. 봄의 축제로도 불리는 4월 축제는 일주일 동안 축제 부지에 천여 개 넘는 축제용 천막 '카세타'를 세우고 춤을 즐긴다. 머리에 꽃모양 장식을 달고 안달루시아식 주름치마를 입은 여성과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천막을 돌아다니며 춤을 춘다. 축제가 벌어지는 거리는 말을 탄 연인과 마차를 탄 가족들로 가득하다. 연주와 춤은 매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진다. 올해 축제는 지난 11일에 시작해 17일 밤에 불꽃놀이와 함께 끝났다. 세마나산타와 4월 축제가 이미 끝났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세비야관광청은 "5월 이후 예정된 축제만 21개"라고 밝혔다.

플라멩코가 발원한 안달루시아의 최대 도시인 세비야에는 플라멩코 공연장도 여럿이다. 스페인어 불꽃(flama)에서 유래한 이름인 만큼 화려하고 뜨겁다. 플라멩코 하면 춤만 떠오르지만 사실 무용수, 가수, 기타 연주자의 호흡이 중요하다. 노래는 판소리처럼 구성지고 춤은 탭댄스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관광객들도 무대에 빠져들면서 함께 손뼉을 치고 '올레'를 외쳤다.

◇피카소가 나고 자란 도시 말라가

말라가는 스페인의 유명 휴양지 ‘태양의 해변(Costa del sol)’으로 가는 관문이다. 지중해의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말라가부터 지브롤터 해협까지의 해변을 그렇게 부른다. 우중충한 날씨의 서유럽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다. 이 땅에서 파블로 피카소가 나고 자랐다. 말라가 대성당 인근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서는 피카소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8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일정이 바쁘다면 말라가 대성당을 둘러본 뒤 피카소 미술관으로 가면 된다.

(위로부터) 론다 산(産) 재료로 만든 고기 파에야. 코르도바 상점에 걸린 하몽.
인천공항에서 스페인 말라가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스탄불을 경유해 말라가 공항으로 가는 편이 거리가 짧다. 터키 항공(turkishairlines.com·1800-8400)은 6월부터 이스탄불-말라가편을 1일 2회 운항한다. 인천-이스탄불 주 11회 운항. 말라가에서 그라나다, 세비야, 론다, 코르도바까지는 차편이나 기차로 이동. 말라가에서 론다까지는 1시간,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는 2시간 안팎 걸린다. 말라가에 도착해 론다,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 순으로 방문한 뒤 말라가로 돌아와 출국하면 동선 낭비가 적다.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을 보며 식사하고 싶다면 궁 맞은편 알바이신 지구의 카르멘 아벤 후메야를 추천한다. 레스토랑 정보지 자가트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레스토랑 톱10’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야외 테이블과 실내에서 모두 알람브라 전경이 보인다. 프랑스 출신 셰프가 안달루시아 전통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메인요리 20유로 안팎. 5 코스 이상의 정찬(正餐)도 50유로부터 시작한다. 1유로는 약 1300원. +34 633 04 28 81

론다에서는 18세기 전설적인 투우사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페드로 로메로가 유명하다. 벽에 늘어선 소 머리 박제가 인상적이다. 안달루시아식 소꼬리찜(Rabo de toro·20유로)이 많이 팔린다. +34 952 87 11 10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하몽(말린 돼지다리)은 잘못 고르면 돼지 냄새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몽 전문 매장이나 시장에서 조금씩 맛을 본 뒤 사는 편이 안전하다. 현지인들은 말라가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타라사나스 시장(Mercado Central Ata razanas)에서 출국 전 하몽과 말린 무화과, 견과류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2시.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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