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가난과 범죄의 대명사였던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파벨라’. 산등성이에 지어진 데다 화려한 건물 색채 때문에 관광명소가 됐다. ②이파네마 해변에서 석양을 등지고 공놀이를 하는 소년·소녀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이 인다. 마치 보사노바를 듣는 것처럼. ③보사노바 앨범을 산다면 꼭 들러야 할‘토카도 비니시우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리우 여행은 보사노바(Bossa Nova·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경향'이란 뜻으로, 브라질 삼바 음악의 일종)와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다른 대도시들은 'J.F 케네디 공항'(뉴욕) '샤를 드골 공항'(파리)처럼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따서 공항 이름을 지었는데 이곳의 공항 이름은 '톰 조빔 공항'이다. '톰 조빔'은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의 애칭이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일단 조빔의 '이파네마의 소녀'를 들으며 이파네마 해변으로 향했다.

◇보사노바와 함께하는 여행

택시 기사는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고 해변의 번화가에서도 제일 가깝다"면서 이파네마의 '9번 해변(Posto 9)'에서 내려줬다. 이 도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해변이다. '이파네마의 소녀' 가사처럼 '늘씬하고 까무잡잡하면서 어리고 사랑스러운 소녀'와 소년들이 바닷물과 모래사장의 경계면에 늘어서서 축구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둥글게 서서 발과 머리로 축구공을 주고받는 이들 행렬 끝을 맨눈으로 가늠하긴 어려웠다. '위험한 물'이란 '이파네마'의 의미대로, 이곳의 파도는 거세기 때문에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이 더 적은 해변을 원한다면 이파네마 북서쪽의 르블론(Leblon)을 추천한다. 이파네마 동쪽의 코파카바나(Copacabana)는 모래가 이파네마보다 지저분한 편이다.

보사노바의 명작 '이파네마의 소녀'는 말 그대로 이파네마 해변에서 탄생했다. 1962년 톰 조빔과 외교관·시인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1913~1980)는 여느 때처럼 이파네마 해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식당 '벨로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창밖을 지나가던 15세 소녀를 보고 영감을 얻은 조빔과 모라에스는 각각 피아노와 펜을 잡고 몇 주 동안이나 씨름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보사노바도 덩달아 알려지게 됐다.

6년이 지난 후, 식당 이름은 '이파네마의 소녀(Garota de Ipanema)'로 바뀌었고, 이 식당이 있는 큰길의 이름도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Rua Vinicius de Moraes)'가 됐다. 이 길은 이파네마의 9번 해변 바로 앞에 있는데,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파네마의 소녀'는 관광객들로 붐벼 정작 이파네마 주민들은 더 이상 잘 안 가지만, 맥주 맛은 여전히 좋다. 이 식당 옆에는 동명(同名)의 수영복 가게가 있는데 싸고 예쁜 비키니와 해변용 드레스 등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게 주인이 바로 조빔과 모라에스에게 영감을 줬던 그 '이파네마의 소녀'이다. 지금은 65세의 노인으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지만, 이 가게엔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이파네마의 소녀'들로 북적인다.

◇연인들의 이파네마 해변

'이파네마의 소녀'에서 걸어서 3분도 안 떨어진 곳에는 보사노바 음반과 서적을 전문적으로 파는 '토카 도 비니시우스(Toca do Vinicius)'가 있다. 10여명밖에 못 들어갈 정도로 좁고, 허름해 보여도 리우에 있는 유명한 보사노바 연주자들이 헌정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 보사노바 명소다. 1950~60년대 리우의 정취를 간직한 곳으로 2층에는 보사노바와 관련된 소품을 모아놓은 작은 전시실도 있다. 주인인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폰소에게 음반 5장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는 "보사노바는 급하게 들으면 안 된다. 4장만 추천해 주겠다"고 했다. 아폰소는 어설픈 영어와 함께 손짓과 발짓으로 보사노바에 대해 30분 가까이 설명까지 해줬다.

리우 최고의 석양을 보기 위해서라면 이파네마 해변 끝에 있는 바위 '아르포아도(Ponta do Arpoado)'에 가야 한다. 리우의 석양 사진은 거의 다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낮에 가면 맨발로는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바위가 뜨거운데 이파네마의 소년·소녀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이곳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노닐고, 바닷물에 낚싯대를 늘어놓는다.

보사노바 팬들에겐 '경치 좋은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1991년 조빔은 이 바위에서 피아노를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었고, '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죽으면 내 마음은 이곳에 묻히길 원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다이빙을 하며 뛰어놀았던 그는 보사노바를 리우의 바다에서 배웠는지도 모른다.

이파네마 해변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젊음에 숨이 막힌다면 해변과 떨어진 라고아(Lagoa) 호수에 가는 것도 좋다. 길이 7.2㎞에 달하는 이 호수변에는 조깅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한 시간에 R$10(약 6000원)을 내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물가인 데다가 나무가 울창해 시원하고 조용하다. 어린 연인들은 강변에 만들어진 작은 갑판을 하나씩 차지하고서 해가 질 때까지 애정 행각을 벌인다. 오후 7시쯤, 해가 떨어지고 나면 호숫가 '키오스크(Kiosk·매점)' 구역에 몰려 있는 레스토랑이나 바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보사노바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드링크 바(Drink Bar)'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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