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가까이 보면서 휴양지 낭만도 즐기는 말레이시아 랑카위 여행

독수리 먹이주기, 선상 낚시
숲길 트레킹 이어 호수에 발담그는
아일랜드 호핑투어 인기
요일마다 장터 바뀌는 7일장
다양한 간식거리로 유혹


"곧 독수리들이 몰려온다. 셔터 누를 준비 됐나!" 선장이 구릿빛 팔뚝을 휘둘러 생닭고기 조각들을 바다에 내던지며 외쳤다. 그러나 바다에도 하늘에도 맹그로브 숲에도 독수리 깃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랑카위의 평화를 상징한다는 새 독수리. '악마의 새와 싸워 이기고 랑카위를 평화의 섬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용맹스런 그 독수리가, 겨우 닭고기 몇 조각에 쉽게 모습을 보여줄까?

안타깝지만 쉽게 보여줬다. 싸우는 일도 평화를 지키는 일도 '식후'의 문제라는 걸 깨우쳐 주듯, 불과 몇초 뒤 몇십마리의 독수리 떼가 한꺼번에 나타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뒤덮었다. 그것도 잠시, 앞다퉈 먹이를 향해 내리꽂히더니, 튼튼한 두 발과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수면에 뜬 먹이를 순식간에 낚아채 날아갔다. 두 발이 먹이를 세차게 움켜쥘 때마다 수면에선 물살이 튕겨올랐다. 보트를 타고 독수리를 관찰하러 온 여행객들은 독수리들이 물을 향해 내리꽂힐 때마다 셔터를 누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흰 머리에 갈색 날개를 가진 이 독수리는 맹그로브 숲에 둥지를 틀고 사는, 몸집은 그리 크지 않은 '흰배바다독수리'라는 종이다. 아귀다툼을 벌이는 듯한 먹이 쟁탈전에도 법도가 있었다. 가이드는 "모여든 독수리는 주로 수컷들인데, 알을 품고 있는 암컷에게 먼저 먹이를 물어다 준 뒤 자신이 먹는다"고 설명했다.

독수리 먹이주기 등 이색 체험에 관광객 환호




'헬랑'(독수리)과 '카위'(갈색)가 합쳐진 이름이 랑카위다. '갈색 독수리'란 뜻을 지닌 섬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서북쪽 해안, 타이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제주도 3분의 1 크기의 휴양섬이다. 모두 99개의 섬(썰물 때는 104개가 된다)으로 이뤄진, 전체의 3분의 2가 열대숲으로 덮인 보석 같은 생태 섬이다.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은, 스피드 보트를 이용해 본섬에 딸린 멋진 섬들을 돌며 다양한 생태체험과 트레킹을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 일정 중의 하나다.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을 마친 일행은 "누구나 100% 손맛을 볼 수 있는" 선상 낚시 재미에 흠뻑 젖은 채 '젖은 쌀의 섬'(베라스 바사 섬)에 들러 주민들이 준비한 쌀밥과 게·새우 등 해산물 요리로 배불리 점심을 먹은 다음,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임신부의 섬'(다양 분팅 섬)으로 향했다.

산세가 임신부를 닮은 다양 분팅 섬은 랑카위에서 본섬에 이어 둘째로 큰 섬이다. 랑카위 군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세 곳 중 한 곳이다. 석회암 지대와 열대숲의 경관이 아름다워 선상 섬 투어와 숲길 트레킹으로 인기를 끈다. 섬 꼭대기엔 커다란 민물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 흥미롭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올라 호수 물에 손발을 담그고 돌아오는 호수 탐방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호수 물을 마시면 임신을 한다는 전설이 있어 물을 마시거나 수영을 하는 이들이 많다. 평균 수심은 10~15m에 이르지만, 물가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놨다. 비 오면 수량이 늘었다가, 건조기엔 줄어든다고 한다. 선착장 주변이나 숲길에선 야생 원숭이들의 호기심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손에 든 카메라나 착용한 선글라스까지 낚아채 가는 발리 원숭이"보다는 덜하다지만, 손에 든 비닐봉지 등을 보면 낚아채 달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 반 고기 반의 스노클링과 해넘이 크루즈

랑카위 여행에서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일정이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코럴 투어'다. 거대한 독수리상이 세워진, 독수리광장 부근 여객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나가, 랑카위 섬 남쪽 끝의 파야 섬 해안에서 각양각색의 열대어와 산호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한나절 일정이다. 파야 섬 일대는 경관이 아름답고 산호 등 자연생태가 잘 보전돼 있어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물 위에 띄워놓은 200여명 수용의 대형 바지선에 올라,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거나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 해수욕을 하며 열대어를 감상한다. 물빛은 "에메랄드빛 그 자체"라지만 흐린 날씨 탓에 감동이 덜해 아쉬웠다. 맑은 날이면 수심 10m 바닥의 산호와 물고기들이 훤하게 들여다보인다고 한다. 비록 최상의 물빛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인, 우글거리는 열대어 떼는 정말 인상적이다.

바지선에 차려진 뷔페로 점심을 먹고, 보트를 타고 파야 섬으로 올랐다. 야자나무 그늘 주변에 펼쳐진 아담한 모래사장이 돋보이는 해변에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야생 상어들이다. 어른 몸집 크기에 가까운 커다란 상어들이 떼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공격성이 있는 상어가 아니어서 스노클링 때도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상어 먹이주기 체험'에 대해선 지난해 여름부터 금지령이 떨어졌다. 유럽 관광객이 직접 상어에게 먹이를 주다 손가락을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노클링 때 오리발을 착용하는 것도 지난해부터 금지됐다. 물속에서 오리발을 딛고 설 때 산호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있는 해상 투어 프로그램은 단연 '선셋 디너 크루즈'다. 유럽·중국·일본·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신혼 짝들은,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섬과 섬 사이를 천천히 흘러다니며 쌍쌍이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수영복 차림으로 선탠을 하는 일본인 짝도, 온몸을 검은 차도르로 감싼 말레이시아인 짝도, 편한 옷차림으로도 돋보이는 한국인 짝도, 불타오르는 노을에 서로의 눈을 적신 채 느릿느릿 저녁 바다를 항해한다.

몸이 달아오른 짝들은, 굵직한 밧줄을 그물 모양으로 엮어 배 뒤쪽에 늘어뜨린 즉석 '자쿠지' 시설에 들어가 세찬 물살에 몸을 맡기며 즐긴다. 저녁식사는 선상에서 굽고 익혀 요리한 해산물 위주의 뷔페식으로 하고,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위스키와 음료수를 즐기며 하루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케이블카 전망 즐기고 야시장 풍물 속으로

랑카위 본섬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정은 오리엔탈 빌리지와 마친창 산 정상을 잇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해발 709m 전망대에서 섬무리 펼쳐진 랑카위 바다를 한눈에 즐기는 것이다. 오르내리는 동안 마친창 산자락에 걸린 대형 폭포 '세븐 웰스 폭포'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산 정상이 구름에 싸여 해안 쪽 전체 경관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구름 사이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마을과 해안, 크고 작은 섬과 섬 사이에 뜬 배들이, 평소 꿈꿔오던 한 폭의 열대 휴양섬 풍경화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리엔탈 빌리지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건설한 아름다운 동양식 건축물로 이뤄진 마을인데, 강렬한 색채의 건물들과 인공호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랑카위 본섬에서 빼놓기 아까운 일정이 전통 야시장 탐방이다. 요일별로 장터가 바뀌는 7일장으로, 쿠아 타운과 트모용, 에와 등 섬 곳곳을 돌며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판을 벌인다. 온갖 열대과일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간식거리를 사먹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어묵을 길쭉한 과자처럼 기름에 튀겨낸 '크로폭 이칸'을 사 맛보니 먹을수록 구수한 게 간식거리로 딱이다. 어느 것이든 대체로 5링깃(약 2000원) 안팎에 사먹을 수 있다. 특이한 냄새를 자랑하는 '과일의 여왕' 두리안을 쌀밥에 곁들여 파는 '두리안 찰밥'도 있고, 나시고렝(볶음밥)·미고렝(볶음국수), 피상고렝(바나나튀김)도 맛볼 수 있다.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 지역이다. 쿠아 타운이나 판타이 체낭 일대에 늘어선 쇼핑몰에서 면세 쇼핑을 즐기는 것도 랑카위만의 매력이다. 밤거리 산책 때는 식당들에서 싸게 파는 각국 맥주를 즐겨볼 만하다. 캔 하나에 한국돈 700~800원이면 충분하다. 단, 이슬람계 식당들에선 술을 팔지 않는다. 중국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으면 된다.

랑카위(말레이시아)

랑카위 여행정보

항공편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랑카위까지 정기 직항편은 없다. 인천~쿠알라룸푸르(6시간30분), 쿠알라룸푸르~랑카위(50분)를 잇는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현지 정보 연중 고온다습하지만, 아침저녁으론 비교적 선선해 긴팔옷을 준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화폐는 링깃, 1링깃=약 360원. 한국에서 미국달러로 바꾼 뒤 현지에서 필요한 만큼 링깃으로 환전하는 게 좋다. 전압은 220볼트지만 플러그 형태가 달라 멀티어댑터가 필요하다. 이슬람국가여서 관공서·학교 등이 금·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엔 정상 근무한다.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지역이다. 중심가인 쿠아 타운에 전세계 주류를 파는 대형 주류판매점과 각국 담배를 파는 전문점 등 쇼핑몰이 많다. 판타이 체낭 지역에도 대형 쇼핑몰들이 있다. 대중교통, 버스가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는 철저히 구간요금제로 운영되므로 바가지 쓸 염려는 없다.

문의 주한 말레이시아 관광청(www.mtpb.co.kr) (02)779-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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