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아프리카 튀니지는 깊이 들어설수록 별천지다. 지중해의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삶은 좀 더 투박하고 친밀해진다. 프랑스풍의 어색한 모방이나 로마시대의 흔적은 모래바람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완연한 튀니지의 모습을 이곳 사막 지대에서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의 생떽쥐페리 역시 튀니지의 사막을 사랑한 작가였다.

사막과 접한 남쪽 도시들은 거친 진흙 빛이다. 구도심인 메디나 역시 더욱 실감난다. ‘튀니지안 블루’로 채색됐던 지중해 연안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튀니지 남부는 완연한 사막의 땅이다. 색다른 체험을 위해 낙타를 타고 사파리에 나서는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14세기 흙벽돌 골목을 간직한 메디나

사막 위의 도시들 중 남서부 토주르(Tozeur)는 대추나무숲에 둘러싸인 오아시스의 땅이다. 고대 로마시대때는 로마군의 내륙진출을 위한 주둔지였고 지중해와 사막을 잇는 카라반의 길목이기도 했다. 유럽풍의 호화로운 숙소나 제법 북적이는 도심도 갖추고 있다. 도시를 둘러싼 대추야자 숲은 오랜 세월 모래바람으로부터 오아시스의 삶터를 지켜냈다.

토주르는 오래된 메디나 때문에 더욱 토속적으로 다가선다. 지중해 연안의 도시인 튀니스나 수스의 메디나처럼 하얗게 단장된 화려한 공간이 아니다. 구도심 올레드엘하데프는 14세기때 만들어진 흙벽돌 골목이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한줌 햇볕이 드는 미로같은 골목에 들어서면 성기게 구워낸 벽돌담이 이어진다. 벽돌길은 착시현상을 일으켜 모자이크 세상을 거니는 듯하다. 언뜻 드러난 하늘 한 편으로는 엘 파크스 모스크의 미나르(탑)가 솟아있다.

이방인들로 채워진 번잡한 도시의 메디나와는 달리 현지 주민들은 이슬람의 골목을 한가롭게 서성거린다. 붉은 색 모자를 쓴 채 나귀를 모는 노인의 뒷모습은 애잔하고도 아름답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배경이 된 사막

이곳 오아시스의 주변 마을들은 산과 사막이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토주르는 산악 사막지형을 간직한 셰비카, 미데스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들 마을들은 알제리 국경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사막위의 로맨스를 그렸던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 황량한 땅을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가로 지르면 영화 속 경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였던 광활한 사막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득하게 재현된다. 셰비카는 사막에서 만나는 폭포가 인상적이다. 영화속 배경이 된 동굴 위쪽으로는 뿔 달린 산양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협곡이 끝없이 펼쳐진 미데스는 미국 그랜드 캐니언을 닮은 기이한 풍경을 지녔다.

협곡이 끝없이 펼쳐진 미데스의 협곡.

평지로 내려서면 거친 땅은 사하라로 연결된다, 두즈는 우리가 꿈꿔왔던 모래사막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매년 12월~1월에는 사막의 음악과 액티비티가 곁들여진 사하라 국제 페스티벌도 펼쳐진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선택했다면 베두인족의 텐트에서 사하라의 고혹한 석양과 여명을 감상하는 선물이 주어진다. 해가 지면, 동화 속에서나 봤을 사막여우가 모닥불 옆으로 다가서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두즈 인근에는 신기루같은 흰 소금 평야가 펼쳐져 있다. 쇼트엘제리드로 불리는 말라버린 거대한 소금 사막이다. 소금 사막 한 가운데는 미처 마르지 못한 물이 흐르고 모래 위에는 배 한척이 을씨년스럽게 세워져 있다. 이곳은 우기에는 넓은 호수가 되고 건기에는 말라 흰 소금가루만 뿌옇게 내려 앉는다. 사하라의 뜨거운 모래사막 옆에서 한때는 바다였다는 소금 사막을 만나는 것 자체가 생경하다.

튀니지 남부의 일상은 모래바람을 가르면 비경이 펼쳐지고, 색다른 감동이 전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상상 밖 체험은 사막에서의 신기루처럼 아득하게 이어진다.


가는길

튀니지까지 직항편은 없다. 파리나 중동지역의 두바이, 도하를 경유해 수도 튀니스로 입국한다. 튀니스에서는 육로로 이동하며 ‘루아즈’로 불리는 8인승 합승차량을 이용한다. 호텔에서는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가 두루 통용된다. 화폐는 ‘디나르’를 쓴다. 튀니지 남부의 낮기온은 뜨겁지만 밤에는 선선한 편이다. 튀니지산 와인인 마공와인은 한때 프랑스로 수출 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튀니지는 유명한 올리브 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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