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셸, 인도양 섬나라서 마라톤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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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초미니 수도 빅토리아와 센트안 해상공원을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전망대.

'마라톤'을 떠올리면 두 명의 남자가 동시에 떠올랐다. 한 남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마라톤 마니아다. 하와이나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해 직접 달리는 모습을 봤다는 지인의 증언이 있을 정도다. 

또 한 명의 남자는 내 첫사랑. 달리기 중독자였던 그 남자 때문에 옆에 있던 친구에게 운동화를 '빌려' 신고 교내 마라톤 경기에 당일 참여했었다. 주최 측이 참가자 중에 예술대 여학우도 있다며, 마라톤 경기를 취재 온 교내방송 기자에게 나를 들이민 덕분에 나는 졸지에 인터뷰까지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준비 없이 뛰다가 땡볕에서 스타일 구기게 쓰러져(라기보다 앞으로 헤딩했다는 말이 더 정확) 보건실까지 실려가긴 했지만. 

아프리카 대륙, 인도양의 작은 섬 세이셸은 여러 모로 낯선 나라였다. 인구 9만명인 나라에서 국제 육상경기연맹이 공식 인증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국인 2000명, 51개국에서 온 1200명을 포함하여 총 3200여 명이 이 마라톤에 참가하는데, 내게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그 얘길 듣자마자 악몽 같은 내 추억이 떠올랐지만, 직접 마라톤을 뛰어보기로 했다. 20여 년 만이었다. 

세이셸로 가는 직항은 예상대로 없었다.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쾌적한 비행 환경에도 불구하고 갈아타고, 기다리고, 도착하는 데 거의 20시간 가까이 걸렸다. 세이셸에 도착했을 때, 우기가 시작된 섬나라 특유의 열기와 습기 때문에 몸이 늘어졌다. 마라톤은 다음날 오전 7시였다. 시차 부적응 상태에서 먼 아프리카까지 날아와 달리다가 졸도해 실려 간다면? 말을 말자. 사전 정보도 얻을 겸, 마중을 나온 관광청 직원에게 마라톤에 참가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노노!'라는 말을 단호하게 반복해 나를 더 공포에 몰아넣었다. 

마라톤 당일, 호텔에서 경기가 열리는 마헤 섬의 보발롱 해변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내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몸을 풀며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내겐 그것이 꼭 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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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선정 세계 최고의 해변 으로 꼽힌 라디그 섬 그랑앙스. 화강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마라톤 하면 인간 한계, 의지 극복 같은 말부터 떠올라 엄숙해졌다. 황영조, 이봉주의 빼빼 마른 근육질 몸을 떠올리면 '극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며 마라톤은 딴 세상 얘기처럼 들렸던 거다. 하지만 기록을 경신하거나,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라토너 특유의 집념과 의지는 그곳에 도드라지지 않았다. '세이셸 에코 마라톤 대회'는 꼭 동네 축제처럼 보였다. 세이셸에 사는 동네 아이들이 전부 선물처럼 이곳에 도착해 있는 것 같았다. 원주민과 유럽계의 혼혈인 '크레올' 아이들은 유난히 머리가 동그랗고, 바글거리고, 반짝여서 하루 종일 그 아이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았다. 

마라톤은 4개 경기로 진행됐다. 풀코스·하프 마라톤도 있지만, 5㎞와 10㎞ 마라톤도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나는 5㎞를 뛰었다. '질주본능'이 장착된 듯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거북이를 지킵시다' 같은 문구를 단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환경단체 남자도 있었고,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달리다 걷다 하는 엄마, 몸이 불편한 아이와 함께 달리는 '휠체어 맨'도 있었다. 운동화를 신지 않고도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잘만 뛰는 크레올 아이들의 발바닥이 유난히 하얗고 예뻤다. 

기록 갱신이란 말을 머리에서 지워버리자,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졌다. 마라톤 코스 곳곳에서 열대과일 주스를 팔고 있는 여자들과 부지런히 코를 파고 있는 경찰관이 보였다. 007 시리즈로 유명해진 '이언 플레밍'이 마라톤 코스인 보발롱 해변이 보이는 호텔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이곳엔 스프링클러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완주자든 포기자든 더우면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게 대회 콘셉트란 얘기도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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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의 모제스 무부구아(Moses Mbugua)가 3시간31분18초로 남자 마라톤 1위를 했다. 나와 함께 뛴 한 기자는 5㎞ '아시아 여성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해변에 뛰어 들어가는 기행을 저질러 결국 (내 생각에는) 꼴등으로 들어왔다. 휠체어를 탄 남자아이가 나를 앞선 게 기뻤는지, 웃으며 혀를 쏙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완주했다. 금메달도 받고, 마라톤 공식 티셔츠도 받았다. 땀 때문에 젖은 미역줄기처럼 늘어진 머리를 드러낸 채 기념사진도 찍었다. 누구도 이기진 못했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기분이었다. 행복은 결국 '다행'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고 싶었던 남자 앞에서 졸도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마라톤과 관련된 내 트라우마는 세이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과 파도소리에 씻겨 사라져 버렸다. 

▶ 세이셸 여행 100배 즐기는 Tip 

1. 가려면〓두바이나 아부다비, 홍콩을 경유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이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4회 운항한다. 세이셸로 갈 때는 13~14시간, 올 때는 12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인도양의 레위니옹이나 모리셔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다른 지역을 한꺼번에 여행하는 것도 좋다(비행기로 2~3시간 내외). 

2. 숙박은〓초특급 프라이빗 리조트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비용으로 따지자면 50~6500유로까지, 그야말로 극과 극. 

3. 먹거리〓대표적인 음식은 '크레올식 카레'. 호텔에서의 아침은 대부분 인터내셔널식이다. 커피가 우리 입맛과 다르다. 믹스커피가 요긴할 수 있으니 꼭 준비할 것. 

※취재협조〓세이셸관관청(www.visitseychelles.kr·(02)737-3235) 

[세이셸 =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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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북소리'를 따라 3년간 유럽 여행한 무라카미 하루키… 낯선 도시와 사람들을 만나다
극장을 떠도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스인에겐 아무것도 아냐
이탈리아 사람과 일처리할 땐 아부성 선물은 효과 만점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하루키가 내 나이일 때, 그는 원고 청탁과 원고 더미에 압사 직전이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던 그가 이렇게 정신없이 나이를 먹다가 이렇게 정신없이 죽겠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저지른 일은 바로 한 번도 배우지 않은 그리스어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작가에겐 어떤 모험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귓속을 둥둥둥 울리던 그 북소리를 따라 이후 3년간 유럽을 떠돈다. 그리고 3년의 기간 동안 장편 '노르웨이 숲'과 '댄스 댄스 댄스'를 쓰고, 꽤 많은 분량의 책들을 번역하며, 그리고 바로 이 책, 내가 본 어떤 여행기보다도 재미있고 유쾌한 '먼 북소리'를 쓴다.

지금은 체류기 형식의 여행서가 꽤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에만 해도 낯선 도시의 사람들과 꽤 오랜 시간 관계를 맺는 방식의 책이 많지 않았다. '먼 북소리'는 그가 머물던 그리스의 작은 섬들, 가령 '스펫체스' 섬과 같은 군도들과 로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런 식이다.

이탈리아 Italia_무라카미 하루키는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하며 느낀 이탈리아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글로 풀어냈다. 사진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콜로세움’의 모습. / 이탈리아관광청 제공
그리스에서 사는 동안 하루키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그렇게 해서 그리스 이탈리아식의 장단점을 모조리 열거해 놓을 수 있었다), 그는 극장에 가고(그리스 극장의 슬랩스틱극 같은 소동을 그릴 수 있었다. 극장에서 고양이 한 마리쯤 어슬렁거리는 건 그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말'이나 '당나귀'도 아닌데 뭘 그리 요란을 피우남!), 자신이 사는 섬 주위를 매일 아침 조깅한다.(그리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아침부터 길바닥을 뛰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심지어 뛰고 있는 하루키에게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왜 뛰는 거요, 젊은이? 무슨 일 있소?)

그는 로마에도 잠시 체류하며 우편물을 붙이고(이탈리아의 우편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도 그는 진술한다), 필요한 서류들을 위해 전화를 걸고 (이탈리아 전화는 통화 도중 끊기거나, 소리가 마구잡이로 바뀐다. 어떤 날은 크게, 어떤 날은 작게!), 텔레비전을 본다.(화재 진압을 하다가 카메라가 자기를 바라보자 반사적으로 카메라 보며 씨익 웃는 이탈리아 소방대원을 상상하시길.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작가인 그가 텔레비전을 통해 본 기이한 것은 물론 또 하나 있었다. 이탈리아 방송은 여유 시간이 남았을 때는 그냥 시계만 무작정 비춘다는 것이다.(한국이라면 '동물의 왕국' 편집본이라도 틀어주지 않을까? 정말 터프한 나라다!) 또한 이탈리아에선 뭔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선 아부성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 '아부성 선물'의 효과는 너무나 요란하게 즉각적이라, 그는 이런 모습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귀여움'을 대변한다고 얘기한다.

조금 딴소리 같긴 하지만(어차피 삼천포는 내 특기이기도 하니까),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발칙한 유럽여행'에서 "암스테르담에서는 차를 운하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두는데, 물에 굴러 떨어지기 직전인 차들도 종종 눈에 띈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독일이나 스위스 사람들의 정리강박증에 비해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런 칠칠치 못함이 자신의 마음에 아주 쏙 든다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언젠가 소설가 K와 터키여행 이야길 하다가, 터키인들의 진정한 귀여움은 눈에 보이는 그 빤한 거짓말에서 나온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모름지기 재밌는 여행기를 쓰는 작가들의 특징은 바로 '귀여움'을 보는 능력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먼 북소리' 얘기로 돌아가면 유럽을 여행하면서 하루키는 무수히 많은 북유럽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노르웨이 덴마크 사람들에 대한 그의 인상 역시 아주 재밌다. "이 사람들(대개 북유럽)은 햇빛에 관해서는 매우 진지하다. 마치 태양 전지식 전기면도기가 한곳에 모여 충전을 겸한 신앙 고백 집회라도 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맙소사!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던지. 그 이후, 배터리 충전하듯 옹기종기 모여 햇빛을 쐬고 있는 유럽 사람들을 보면 어김없이 하루키의 이 문장이 떠오르곤 했다.

때때로 삶이 고루하다고 느껴질 때, '먼 북소리'를 반복해서 읽는다. 원고 더미에 치여 머리가 폭발하기 직전인 날쯤이라고 해두자. 제일 먼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 '고등학교 지리부도'를 열어놓고 지도들을 본다. 그리고 어디로든 떠나는 상상을 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도 좋고, 프랑스의 악상 프로방스 지역도 좋고,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들을 돌아보는 여행도 좋겠다. 하지만 며칠 전 버스를 타고 집에 가다가 내가 들었던 가장 기이한 여행기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광주에 가려던 한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실컷 잠을 자고 난 후, 눈을 떠보니 대구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리둥절했던 할머니가 맞이하게 된 진실은 이러한 것이었다. 대구 버스 기사가 광주 버스를 대구 버스로 착각하고, 그 버스를 타고 대구까지 돌진해 온 것이었다! 기사는 '현철과 벌떼들'의 노래를 아주 구성지게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럼 대구 버스 기사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먼 북소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게다가 버스나 전철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젊은이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이 패거리들은 예의도 없거니와 행동도 난폭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로마의 버스는 가끔 길을 잘못 들어서기도 한다!"

한국에선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러니 제아무리 정확한 일본이라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10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는 하루키가 (마라톤을 즐겨 하는 하루키는 100살쯤 살 것 같다) 이 상태로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이런 운전기사를 만날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늘 예상과는 다른 도착지로 유유히 흐른다.

먼 북소리―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리뷰가 재밌어서 그대로 옮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상실의 시대'에서 장면마다 왜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지, 또 '댄스 댄스 댄스'에서 '나'는 왜 하와이를 찾아 떠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깃털'에 나오는 반은 야생화된 공작은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 있는 야생공작이 그 근원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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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와이' 오키나와 스포츠관광

사이클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의 고우리대교를 건너 언덕을 오르고 있다.
사이클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의 고우리대교를 건너 언덕을 오르고 있다. 투명에 가까운 바다를 건넌 사람들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키나와 컨벤션 뷰로 제공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는 낯선 여행지에 가면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조깅할 때의 스피드(시속 약 10㎞)는 풍경을 바라보기에 이상적이어서 차로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들도 다 볼 수 있고, 걸어서 구경하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루키의 이 말은 일본 최남단 섬 오키나와(沖�)를 다녀와서야 비로소 실감했다. 걸음걸음마다 그림 같은 절경이 펼쳐지는 '청정섬' 오키나와는 성능 좋은 렌트카로 휙 지나치기보다 달리기로 천천히 다가가야 순도 100%의 맑은 속살을 내보인다.

오키나와의 바다를 달리자

'일본의 하와이'로 불리는 오키나와는 연중 날씨가 따뜻한 이유로 국내에는 프로야구 구단의 겨울 전지훈련 장소나 한류 드라마 촬영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름에는 스쿠버다이빙과 서핑의 고장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달리기를 위해 오키나와를 찾아보자. 이 섬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11월 오키나와의 날씨는 비유가 필요없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한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오키나와는 여름이 끝난 요즘에는 서늘한 바닷바람으로 러너들을 유혹한다. 오키나와 본섬을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연결하는 58번 국도는 욕심 많은 러너들에겐 달리기와 눈요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맞춤형 코스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고우리대교'다. 오키나와 나하공항에서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이 다리는 고우리지마섬을 본섬과 연결하기 위해 2005년 세워졌다. 2㎞ 길이의 다리는 주변의 수려한 경관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마라톤 코스로 더 사랑받고 있다. 시드니올림픽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다카하시 나오코가 있는 '러너스 인포메이션 연구소'는 지난 12일 고우리대교와 고우리지마섬을 달리는 11㎞ 코스를 '일본의 달리기 좋은 마라톤 길'의 19번째 코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코스의 진미는 다리 좌우로 펼쳐진 바다의 풍광에 있다. 비교적 얕은 이곳의 바닷물은 시간에 따라 하루에도 다섯 가지 빛깔로 갈아입으며 러너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전의 바다는 유화물감처럼 뻑뻑한 코발트블루의 짙은 색과 마린블루의 지중해빛이 교차한다. 오후에는 에메랄드 그린의 보석으로 반짝이더니 석양과 함께 노란색, 주황빛으로 물들며 절정에 이른다.

사이클족(族)도 환영

오키나와에서 마라톤과 함께 새롭게 각광받는 레저가 '자전거'다. 오키나와에 있는 리조트 호텔은 대부분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키나와에는 자전거도로가 없다. 대신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자동차들도 시속 50㎞ 내외로 서행하기 때문에 차도를 달려도 안전문제는 없는 편이다.

마음 내키는대로 달리다가 지치면 해안 도로에 있는 식당을 찾아보자. 오키나와 전통의 오징어 먹물 소바와 돼지 족발 요리로 스태미나를 보충할 수 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나하시에 있는 인공해변 '주라선비치'는 대표적인 일몰 감상 포인트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 부부나 연인끼리 간다면 해가 질 무렵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타길 권한다. 붉은 노을을 받은 커플의 실루엣은 저녁 바다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가 전시된 주라우미수족관도 인기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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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제도의 470개 해변 중 나름의 사연과 숨겨진 매력을 간직한 이곳 

미국 천연자원 보호 협회(NRDC)의 보고에 따르면 하와이 제도에는 약 470개의 해변이 있다고 한다. 수치만 보더라도 하와이에서 해변이 자연과 인간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부터 둘러볼 해변들은 하와이의 수많은 해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사연과 매력을 간직한 곳들이다.

와이키키 비치
와이키키 비치

부족함이 없는 휴양지, 와이키키

하와이 여행을 계획하는 이라면 꼭 한번 찾게 되는 오아후 섬. 이곳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는 와이키키다. 와이키키 비치는 호놀룰루 남쪽 알라와이 운하에서 다이아몬드 헤드에 이르기까지 약 3.2km 구간에 펼쳐진 몇몇의 크고 작은 해변들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이 해변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즐길 거리를 갖고 있다. 

와이키키 해변을 대표하는 곳으로 먼저 알라와이 운하 근처의 듀크 카하나모쿠 비치를 꼽을 수 있다.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수영 챔피언 듀크 카하나모쿠의 이름을 딴 이 해변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으로 파도가 매우 잔잔해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에게 인기가 높다.

듀크 카하나모쿠 비치 옆에 있는 포트 드루시 비치 파크는 잔디밭, 야자수 그늘, 피크닉 테이블, 비치 발리볼 경기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해변에서의 스포츠와 피크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와이키키 비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그레이스 비치가 있다.

오아후 섬의 다이아몬드 헤드 / 오아후 섬의 라니카이 비치
오아후 섬의 다이아몬드 헤드 / 오아후 섬의 라니카이 비치
연못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잔잔한 파도를 간직한 쿠히오 비치에서는 무료 훌라 공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로열 하와이안 센터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일주일에 세 번 열린다. 석양이 지는 해변을 무대로 횃불을 부는 전통 세리머니로 시작되는 훌라댄스와 음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쿠히오 비치를 지나 퀸즈 서프 비치에 도착하면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마음이 들뜬다. 퀸즈 서프 비치에서는 주말 밤이면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악사와 코미디언들이 야외에서 공연을 하고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는 등 작지만 운치 있는 해변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상수시(San Souci) 비치는 현지인들이 와이키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갖가지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여행이라면 퀸즈 서프 비치 근처에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이나 상수시 비치 근처의 와이키키 아쿠아리움에 들르는 것 또한 신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날레이 베이

카우아이 섬 북쪽에 있는 하날레이 베이는 카우아이 섬은 물론 하와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약 3.2km에 달하는 황금빛 모래사장이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에메랄드 빛 물 주위를 초승달 모양으로 감싸 안은 듯한 모양을 한 하날레이 베이에는 해질녘이 되면 성벽처럼 에워싼 웅장한 절벽들이 거울같은 수면 위로 비친다. 초승달 모양의 해변 중간 지점에 있는 부두 주변에는 보트와 요트들이 호수 위의 백조들처럼 유유히 떠 있다.

카우아이 섬의 포이푸 비치 / 하날레이 베이
카우아이 섬의 포이푸 비치 / 하날레이 베이
하날레이 베이를 무대로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하날레이 베이'는 하와이에 바치는 한 편의 헌정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와이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압축되어 있다. 하날레이 베이에서 서핑을 하던 아들이 상어에게 물려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공 사치가 황망히 하와이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 후 사치는 매년 가을, 아들의 기일을 전후로 3주를 하날레이 베이에서 보낸다. 하날레이 베이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죽은 아들과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슬픔을 극복해 나아간다는 것이 소설 '하날레이 베이'의 줄거리다.

소설에 묘사된 하날레이 베이는 영화 '블루 하와이' 속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고 가을이 되면 일기는 불안정하다. 때때로 폭우가 쏟아지고 겨울 밤에는 실내에서도 스웨터가 필요하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엄연한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하와이의 자연은 결코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때로 사나운 태풍이 몰아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에는 어떠한 편견도, 감정도 없으며 죽은 사람들도 결국 자연의 사이클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하루키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한다. 카탈로그 속의 하와이가 아닌, 소설 속의 대사처럼 ‘있는 그대로 이 섬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하와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캡틴 쿡’의 비극적 최후, 케알라케쿠아 베이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 하와이 아일랜드(빅아일랜드)는 눈 덮인 화산과 거대한 열대우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한 바다 등으로 각광받는 여행지다. 하와이 아일랜드 서쪽에 위치한 케알라케쿠아 베이는 바다 생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 덕분에 이곳은 하와이에서도 손꼽히는 스노클링의 명소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는 해변에 있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의 추모비다. 카약이나 스노클링을 하러 온 사람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외딴 곳에 역사적인 인물의 기념비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알라케쿠아 베이
케알라케쿠아 베이
태평양 항로 개척길에 올랐던 제임스 쿡이 첫 번째로 발견한 곳은 소시에테 제도와 뉴질랜드. 두 번째 항해에서는 남국에 근접한 항해를 하여 항로 개척과 과학적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왕립협회의 회원이 되는 행운도 얻게 된다. 그리고 1776년 2월, 쿡은 그의 인생에 마지막이 될 세 번째 항해를 시작한다. 1778년 어느 날 태평양의 북동쪽을 지나던 쿡 일행은 지도에 없는 섬들을 발견한다. 이를 표기하기 위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던 쿡의 머리에 후원자였던 샌드위치 백작 - 빵에 고기와 채소를 끼워 먹는 음식, 샌드위치를 고안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 이 떠올랐다. 이리하여 ‘샌드위치 제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처음 알려진 은둔의 화산섬이 바로 하와이다. 

처음에는 쿡 일행에게 우호적으로 극진히 대하던 원주민들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적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하와이를 발견한 이듬해인 1779년 2월 14일 쿡은 케알라케쿠아 베이에서 원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창에 찔려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1874년, 쿡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간소한 추모비가 세워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아픈 역사의 잔상을 안은 채 새하얀 추모비는 오늘도 무심히 코나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뿐이다.

고독한 낙원, 파포하쿠 비치

파포하쿠 비치
파포하쿠 비치
오아후와 마우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몰로카이 섬은 하와이의 주요 섬들 가운데 서구 문명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곳이다. 섬 북쪽의 칼라우파파 지역에는 고대 하와이 원주민의 흔적이 남아 있고 서쪽의 마우나 로아는 훌라의 발상지로 통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자부심을 갖고 태초의 모습을 보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가장 하와이다운 섬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몰로카이는 ‘프렌들리 아일랜드(Friendly Islan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몰로카이로 가는 교통편은 드물다. 섬에 있는 호텔도 단 하나다. 편의점도 패스트푸드점도 거의 없다. 쇼핑몰이나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수고스럽게 이 섬을 찾은 소수의 모험가들에게 몰로카이는 완전한 자유라는 값진 선물로 보답한다.

특히 몰로카이 서쪽의 파포하쿠 비치는 고요와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낙원이다. 관광지의 번잡함에 싫증난 하와이 현지인들이 특히 이 곳을 소중히 여긴다. 화이트 골드 컬러의 모래 해변이 약 4.8km에 걸쳐 직선으로 뻗어 있는 파포하쿠 비치는 하와이에서도 가장 긴 해변 중 하나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모래밭에 앉아서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몰로카이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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