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효모빵 공부보다 더 급한 일은 비행공포증 극복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가 '비행공포증', '폐쇄공포증' 환자였다,라는 사실을. 나는 12년 동안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런데 가급적 한국 여행을 해야 하는 일을 기피했었다. 비행공포증 때문이었다. 폐쇄공포증은 내가 있는 공간이 문 또는 창문에 의해 모두 닫혔을 때 발생하는 불안감이 일반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증상을 이다.

비행공포증은 그 불안감에 자신이 공중에 떠 있다는 공포감이 포함된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비행기 좀 세워주세요, 흑흑흑' 이런 외침을 들어보았는가?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세워달라니. 전조 현상으로 식은땀이 쏟아져내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에 시달리게 된다. 이럴 경우 약으로 자신을 진정시키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세워주세요'라며 읍소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천연효모빵 공부를 위해 유럽을 순례한다고? 과연 가능할까? 물론 가능했어야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심리 치료를 받아왔고, 다음 도전 목표는 운전이었다. 자동차 운전 또한 환자에게는 극복해야 할 일이었다. 심리치료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차를 사고, 차 안에 앉아 있어 보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양평 시장에 가보고 … 이윽고 지금은 가로수길, 홍대앞까지 차를 몰고 다니게 되었으니 2단계 극복은 완전히 이뤄진 셈이었다.

비행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을 극복하게 해준 'BMW'

어느 봄날 해질 무렵. 나는 강북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백미러에 나타난 '천사의 눈'(여기서 '천사의 눈'이라 함은 냉음극관-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ighting-으로 만들어진 BMW자동차의 LED 헤드라이트를 말한다)이다.

나는 천사의 눈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에 비행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을 한 방에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요컨데, 나는 어느날 초저녁에 동그란 원형 헤드라이트의 신비롭고 근미래스러운 불빛에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매력적인 원형헤드라이트를 만든 BMW란 자동차 메이커는 도대체 어떤 회사이며,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일까,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뮌헨'이란 도시는 어떤 곳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결국 뮌헨에 있는 BMW WELT와 BMW뮤지엄에 '천사의 눈'이 잔뜩 전시되어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봄이 오자마자 서두르듯 BMW본사가 위치한 뮌헨을 가기위해서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비행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뮌헨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할 때만 해도 나는 극복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널찍한 공간이라서 공포심이 반감되는 프레스티지 클래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나는 식은땀, 심장 벌렁증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날 내가 내린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한 도시가 아닌, 나의 신천기를 열어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제부터 여행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거대한 샐러드 위를 달리는 '이체에(ICE)'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나는 시차적응이 되지도 않은 상황이었지만 중앙역에서 이체에(독일의 고속철도 ICE:Inter City Express)를 타고 뮌헨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0살은 족히 넘긴 유복해보이는 독일 아저씨, 아줌마들이 샴페인을 연거푸 마시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들어댔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0대의 건강하고 '매너없는' 어르신들이 독일에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가, 독일의 고속철도는 자리에 앉은채 핸드폰 통화를 할 수 있고, 마구 떠들어도 상관없는 칸과 떠들어서는 안되는 사일런트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내가 산 티켓은 마구 떠들어도 결례가 될 수 없는 '소음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또 한번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고성방가를 배경음악삼아 3시간 동안을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며 줄곳 들었던 생각은, 내가 탄 이 기차가 브로콜리와 상추, 토마토와 오이가 잔뜩 쌓여있는 거대한 샐러드바의 위를 달리고 있는 미니어쳐기차가 아닐까하는 동화스러운 상상이었다. 그만큼 이 나라는 도시든 시골이든 예외없이 나무와 숲이 울창하다.

그 숲을 끝없이 달리는 열차니 '온 더 샐러드 트레인'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가슴앓이의 시작 '쾨니히스광장' 뮌헨역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 호텔스닷컴을 통해 예약한 '아트호텔뮌헨(art hotel munich)'을 찾아나섰다.

낯선 도시와 넓고 좁은 골목을 체우고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은 생경스러웠지만, 동시에 언젠가 한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아득한 데자뷰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잔뜩 찌푸린 하늘, 먹구름과 햇살 그리고 회색빛 석양이 마치 내 마음처럼 변덕스럽게 하늘모양을 바꾸고 또 바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는 현대미술관(Pinakothek der Moderne)을 향했다. 또 다시 스마트폰의 자그마한 창에 표시된 지도를 따라 이름모를 거리를 걷다가 맞딱드린 너무나도 이국적인 '쾨니히스광장'의 풍경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낡은 건물들과 웅장한 오브제,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기만 해도 예술가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아름답고 철학적인 거리의 기운에 취해서 난 그날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체 참 많이도 걷고 또 걸었다.

현대미술관(Pinakothek der Moderne)에서 만난 올리베티수동타자기 '발렌타인'

독일현대건축가인 슈테판브라운펠스에 의해 설계되어 2002년도에 완공된 현대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가 디자인오리엔트 된 거대한 공업제품처럼 컨셉트에서 끝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완성되어진 건축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오랜 세월 짝사랑해 온, 2007년 12월 31일 타계한 디자이너 에토레소사스2세(ETTORE SOTTSASS Jr.)가 디자인한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의 빨간색 수동타자기 '발렌타인'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현대미술관의 1층 카페 구석에 놓여있던 '노르웨이세즈'가 만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너무나도 완벽한 건축공간이 만들어주는 안락함에 취했던 그날을 오랫동안 잊지못할 것이다. 누가 독일의 포스트모던과 바우하우스를 차가우며 인간미가 없다고 탓할 수 있을까. 이렇게도 완벽하고 따뜻하고 안락하게 감싸주는데 말이다.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11년도 유로비젼송콘테스트와 EU 그리고 묘한 열등감

힘빠진 다리를 이끌고 호텔에 도착해서 창밖을 바라보니 어둠과 함께 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 식당에서 라자니아를 뚝딱 먹고 호텔방으로 돌아가 티브이를 켜니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2011년 유로비젼 송콘테스트가 방송 중이었다. 학창 시절, 오전 11시만 되면 라디오로 들었던 '세계의 유행음악'을 통해 만났었던 유로비젼 송콘테스트를 리얼타임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흥분도 설렘도 잠깐, "굿이브닝 유럽!" 이라고 외치던 사회자 '스테판라브'의 요상한 영어발음의 멘트가 순간 왠지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유럽은 나에게 있어서 잘사는 이웃집의 공부잘하고 잘생겼으며 우애까지 좋은 형제처럼 어딘가모르게 부럽고 무서운 열등감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도이체아이헤'호텔 주변 거리풍경과 '뮌헨앓이'의 시작

가을하늘을 연상케하는 높고 진한 파란 하늘아래에서 뮌헨의 거리를 걸었다. 여행지에서 하루 정도는 지도와 안내 책자 없이 무작정 발길이 닺는 곳으로 산책을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날도 난 아침부터 아무런 계획없이 눈과 마음의 움직임만을 의지한채 뮌헨 시내를 걸었다.

빵굽는 냄새가 나면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 빵을 먹었고, 쇼윈우에 진열되어있는 그림 또는 오브제가 마음에 들면 점포 안으로 들어가서는 또 다른 그림과 골동품들을 바라보며 눈과 마음을 호강시켜주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산책을 하다가 들어가게 된 도이체아이헤호텔의 레스토랑과 그 주변의 크고 작은 상점들과 카페와 서점과 거리를 메우고 있던 친절하고 사랑스럽기 조차한 그곳의 사람들의 표정들 덕분에, 아직까지도 눈을 감으면 그 잔상들이 나를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런던콜링'(마르크스가 한 말이라고 알려진 이 어구가 실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음)이 아닌 '뮌헨콜링'인 것이다. 결국, 난 그곳에서 돌아온지 이십여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뮌헨앓이 중이다.

다음 여행은 본격적인 '천연효모빵 투어'가 될 것이다.


  1. Favicon of https://bluesword.tistory.com sword 2015.10.12 00:07 신고

    저는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간 이유가 자동차 투어를 하기 위해서...

    물론 운전 말고 bmw와 벤츠를 보기 위해...ㅎㅎㅎㅎ
    정말 뮌헨앓이 이해 합니다. ^_^

    비행기 공포증... ㄷㄷ
    저는 폐쇄적인 환경 보다는 귀울림 때문에 싫어하는데
    다행이 큰 비행기를 타면 겪진 않더라구요, 작은 비행기를 타면 귀가 심하게 아픈...-_ㅜ...

    프레스티지석으로 비용이 좀 쎄긴 하겠지만
    공포증을 조금이라도 물리치셨다니 다행입니다. ^_^
    비행기를 못타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ㄷㄷㄷ

뮌헨은 다양한 양식의 예술과 문화, 경제의 중심지이자 자유롭고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한 독일 바이에른 주의 주도이다. 특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로 유명한 뮌헨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활기찬 사람들, 가지각색의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뮌헨으로 떠나보자.

뮌헨의 도심. 마리엔 광장을 중심으로 고풍스런 색감의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맥주’를 미뤄두고, 뮌헨 여행의 중심을 걷다

뮌헨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맥주’를 떠올리기 쉽다. ‘비어 가든’에서 한가롭게 맥주를 홀짝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지금은 오전임을 감안해, 그 즐거움은 조금 뒤로 미뤄두고 뮌헨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뮌헨 여행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칼스광장(Karlsplatz)’은 중앙역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칼스광장임을 알리는 칼스문을 지나면 보행자 전용도로인 노이하우저거리(Neuhauser Strasse)가 나오고, 양 옆으로 유명 쇼핑매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 광장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지금의 번잡한 모습으로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칼스광장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의 녹색 탑이 눈에 들어온다. 일명 쌍둥이 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교회는 두 개의 독특한 양파모양의 탑이 특징으로, 신 시청사와 더불어 뮌헨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양파모양의 탑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바위 돔 교회’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며, 두 개의 탑은 실제 높이가 100m, 99m로 높이가 서로 다르다. 쌍둥이 탑 한 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멀리에 있는 거대한 알프스 산맥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걸음을 내딛어 거리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마리엔 광장에 들어서면 웅장한 건물인 ‘신 시청사(Neues Rathaus)’를 볼 수 있다. 처음 볼 때에는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진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20세기 초 완공되었다고 한다. 건물은 신 고딕 양식으로 지어 졌으며, 높이는 85m로 뾰족한 기둥들은 세련된 매력을 자아낸다. 특히 신 시청사의 시계탑은 뮌헨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은 보아야 할 것으로 꼽힌다. 시계는 매일 11시와 12시에 울리며, 여름에는 17시에도 울린다. 하지만 시계만 보고 있기에 뮌헨은 아직 볼만한 명소들이 너무나 많기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프라우엔 교회와 신 시청사 - 두 곳 모두 뮌헨의 

상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프라우엔 교회 - 뮌헨의 심볼이 된 두 개의 양파 모양 지붕.



유럽 미술과 왕가의 전통을 한눈에 보다

지하철을 타고 쾨니히 역에서 내린 후 18번 트램을 이용하면,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에 닿는다. 14세기~18세기의 유럽 회화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미술 작품 약 7,000점을 수집, 전시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각각의 전시실이 나라별, 시대별, 유파별로 잘 분류돼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뒤러의 독일 전시실, 다빈치‧라파엘로 등의 이탈리아 전시실,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는 네덜란드 전시실 등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다.


도로를 경계로 알테 피나코테크와 마주보고 있는 ‘노이에(Neue) 피나코테크’는 19세기의 회화‧조각 등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다. 또한, 알테(구)‧노이에(신) 피나코테크를 이어 2001년에 오픈한 ‘피나코테크 드 모데르네(현대)’는 예술, 건축, 디자인, 그래픽의 4개 부문에서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관의 자리에 올라 있다. 세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유럽미술의 역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많은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눈을 정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유유자적한 산책을 해 볼 차례다. 그중에서도 독일 왕가가 세운 궁전 안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산책은 피로도 잊을 만큼 산뜻한 휴식을 제공해주리라 생각된다.


‘님펜부르크 궁전(Scholss Nymphenburg)’은 바이에른의 왕가 뷔텔스바흐(Wittelsbach) 왕가가 세운 여름 별궁으로, 광대한 정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름 별궁답게 넓은 프랑스식 정원 안에는 아말리엔부르크(Amalienburg, 수렵용 궁전), 바덴부르크(Badenburg, 목욕탕),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차의 궁전) 등 소규모의 궁전들이 곳곳에 있다. 궁전 안에는 루트비히 1세가 사랑한 여성의 초상화가 그려진 미인화 갤러리가 나란히 걸려 있으며, 바로크 양식만이 가진 우아함과 잘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은 뷔텔스바흐 왕가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레지덴츠(Residenz)’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현재는 박물관과 궁전으로 사용되고 있는 레지덴츠에서는 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 등 각 양식으로 장식된 내부를 둘러보며, 역대 바이에른 왕들이 수집한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6세기 때 조성된 르네상스식의 넓은 홀인 안티콰리움(Antiquarium)은 궁전 내에서 가장 오래된 홀로, 알프레히트 5세가 수집한 고대 그리스‧로마 풍의 흉상들을 보면 자연스레 탄성이 흘러나온다.

노이에 피나코테크 - 현대 회화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미술관.

이자르 강변 -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끝없는 뮌헨의 매력을 위해, 건배!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이자르 강변에는 이미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1903년 엔지니어인 오스카 폰 밀러가 창설한 과학기술박물관인 ‘독일 박물관(Deutsches Museum)’이다. 공업기술과 자연과학에 대한 박물관으로서는 유럽 최고의 박물관으로, 30개의 전문 분야별로 1만 7,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책으로만 보았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와 독일 최초의 잠수함 등을 비롯해, 독일에서 생산된 온갖 모형의 자동차와 항공기를 볼 수 있다. 앞서 미술관에서도 그랬지만, 박물관 또한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가 세심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고 느꼈다. 소중히 다룬 과거와 현재가 모여 미래가 형성되는 것이니, 무척 의미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며 박물관을 나왔다.

사실 뮌헨에는 아직도 가봐야 할 곳이 부지기수다. 또 다른 박물관들과 개선문,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위해 만든 올림픽 공원까지…. 하지만 이제는 서두에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다시 마리엔 광장으로 돌아와 뮌헨 최대의 노천 시장인 ‘빅투아리엔 마르크트(Viktualienmarkt)’로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온갖 과일과 야채들이 판매되며, 도심 속의 활기를 온몸 그대로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자, 이제 근처에 있는 비어 가든에서 시원한 독일 맥주에 흠뻑 취할 때다. 봄부터 가을에 걸쳐서 날씨만 좋다면 항상 열리는 비어 가든에서는 언제나 활기 넘치는 사람들과 유쾌한 대화들이 오간다. 뮌헨 맥주의 단위는 ‘마스’로 1리터들이의 커다란 맥주컵이다. 마스를 높이 들어 주변 테이블에 있는 사람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Prost(건배)!!”



가는 길
루프트한자 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뮌헨공항까지 갈 수 있다. 현재 수요일을 제외한 매 요일 12시 30분에 출발하며, 약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초대장이 도착했다. 새로이 위성빌딩을 개장한 뮌헨공항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의 초대장이자 새로운 유럽의 허브공항을 향한 출사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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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픈한 위성빌딩에서 바라본 뮌헨공항 터미널2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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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눈앞은 트렁크를 든 승객들로 북적였다. 허둥지둥 일어나며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일찍 공항에 사람들이 들이닥칠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4년 전 바로 이곳 뮌헨공항 터미널에서 벌어졌던 소위 ‘공항노숙’의 추억이다. 

지난 4월22일 바로 그 추억의 현장에서 각국에서 온 게스트들과 함께 뮌헨공항의 확장을 축하하고 돌아왔다. 4년 전 ‘노숙’ 당시에 내 집 거실인 양 돌아다니며 여유를 부렸던 청사 곳곳에는 그 사이 이국적인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예나 지금이나 뮌헨공항은 24시간 잠들지 않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날 웰컴 디너를 통해 얼굴을 익힌 각국 기자들과 합류해 터미널 2의 주요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뮌헨공항은 최근 유럽 지역 최초로 5성급 공항으로 선정되었다. 이제까지는 인천공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상위권 공항들만이 갖고 있던 타이틀로 최고 공항클럽에 처음으로 진입한 것이다.뮌헨공항 터미널 2 위성빌딩 개항식에 참석한 루프트한자 그룹 최고경영자 카르스텐 슈포어Carsten Spohr는 “위성빌딩은 승객들의 편리한 탑승 및 하차를 위해 탑승동을 2배 확장했다.

또 야외 루프 테라스를 갖춘 퍼스트클래스 라운지를 비롯, 4,000m2 규모의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5개의 라운지를 보유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뮌헨공항과의 성공적인 운영을 토대로 고객에게 고품격 여행 경험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뮌헨공항 해외미디어 담당자인 코린나Corinna도 아직 뮌헨공항은 갈 길이 멀고 도전할 목표가 있다며 규모나 화려함보다는 세련된 공항 운영과 승객들이 체감하는 편리한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효율적인 동선, 긴 줄이 생기지 않고 시끄러운 방송을 하지 않는 공항 등이 그 예라고. 

그런 관점에서 인상적인 서비스는 단연 인포게이트Info Gate였다. 안내 데스크를 찾아갈 필요 없이 공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인포게이트 단말기 앞에 서면 화면에 실물 크기의 안내자가 등장해 친절하게 대응해 주는 것. 마치 실제로 사람이 화면 너머에서 알려주는 느낌의 감성적인 서비스이기도 했다. 바로 이게 코린나가 강조했던 세련된 뮌헨공항식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어디나 국적기가 그 나라의 메인 공항을 허브로 쓰긴 하지만, 유독 뮌헨공항은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의 왕국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절정은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의 일등석 승객들에게 별도의 게이트에서 보딩·검색 수속을 해주는 원스톱 체크인 서비스였다. 뮌헨공항의 터미널 2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뮌헨공항과 루프트한자 그룹이 6대4로 지분을 투자한 공항시설이다. 공항과 항공사가 협업을 하다 보니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된 서비스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길 수밖에. 

뮌헨공항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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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공항센터에서 벌어지는 여름행사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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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분위기의 여객터미널 청사

공항 어디에서든 편리한 인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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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국제공항 터미널 2 위성빌딩 오픈

루프트한자 그룹은 지난 4월26일 독일 뮌헨공항 터미널 2 위성빌딩을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이로써 터미널 2는 기존 1,100만명에 그쳤던 승객 수용량을 3,600만명까지 확대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일즈 & 모어Miles & More 등급 회원의 경우 총 4,000m²에 달하는 다섯 개의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항공기 탑승을 기다릴 수 있다. 또한 기존 관제탑 주변에 위치한 뮌헨 로컬 스타일의 ‘마켓 플레이스’에서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방, 바, 카페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유아 놀이방 및 업무를 위한 공간, 그리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승객들을 위한 사일런트룸과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완비했다.  www.munich-airport.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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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터미널, 성대한 오프닝 팡파레 

드디어 자동화 된 에너지 절약형 셔틀열차를 타고 1분 만에 새로 오픈한 위성빌딩으로 이동했다. 게스트로 초대되어 이 시설을 최초로 이용하는 특권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위성빌딩의 외관에 대한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을 듣고 보니 채광이나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첨단건물이었다.

태양열은 차단하면서도 빛은 들어오게 하는 유리 신소재를 사용한 온도 최적화 파사드climate-optimized facade를 사용해 뮌헨 공항 내 타 터미널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소시켰다고. 화려한 외관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진면목을 발휘하는 부분이 지극히 독일다웠다. 자연광이 내려오는 중심구역에는 중앙상점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뮌헨 중심가의 대표적 노천시장인 빅투알리엔 마켓Viktualien Market을 테마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새 터미널에 마련된 메인 행사장에서는 연방장관, 뮌헨 시장 등의 VIP와 공항 및 항공사 CEO 등이 참석한 오프닝쇼가 진행됐다. 초청인원이 1,900명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행사였다. 문득 일개 터미널 증축에 이렇게 거창한 행사를 여는 배경이 궁금해지던 찰나, 한 패널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유럽이 강한 것은 독일이 강해서고, 독일이 강한 것은 바이에른이 강해서’라고. 이 말이 이번 행사의 성격에 어떤 실마리처럼 다가왔다. 현재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인 프랑크푸르트공항이 포화상태이기에 뮌헨공항이 제2의 허브로 키워지고 있다지만, 한편으로는 자부심 강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의 야심이 뮌헨공항의 급부상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새로운 위성빌딩 완공은 뮌헨공항 확장계획의 두 가지 실행 과제 중 첫 번째였고, 그 다음은 제3 활주로 개통이다. 

어쨌든 뮌헨공항의 허브화는 여행객들에게 호재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일 남부의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손짓하고 있으니 말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갓 구입한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모형 비행기를 만지작거리며 다음번 뮌헨공항으로의 비행을 꿈꾸고 있었다.

뮌헨의 대표적 노천시장 빅투알리엔 마켓을 모티브로 한 중앙상점가

개막식 무대에 오른 루프트한자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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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공항 미디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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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공항이 좋은 3가지 이유 

1. 마을 광장 같은 공항 보통 공항의 가장 웅장한 구조물은 승객들이 들어서는 정문에 배치하게 마련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뮌헨공항에서 가장 웅장한 모습은 터미널 1과 2 사이에 위치한 뮌헨공항센터Munich Airport Centre, MAC에서 볼 수 있다. 공항이라기보다 하나의 마을 광장 같다. 공항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예다. 여행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 크리스마스 가든, 서핑 대회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오픈 스테이지로 주위에는 각종 쇼핑가와 비즈니스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공항 수입의 약 절반(49%)이 항공과 관계없는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지역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공항이라면 승객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2. 노숙마저 편한 공항 뮌헨공항은 규모로 승부하기보다는 공항의 매끄러운 운영을 통해 승객을 감동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서비스들이 그런 사실을 실감하게 해준다. 무료 Wi-Fi 및 인터넷 단말기, 커피 & 신문, 30분 내 환승, 플로리다 야자수 등 다양한 볼거리, VIP 프로그램, 인포게이트Info Gate, 환승객 전용 수면실인 냅캡Napcabs, 가족 친화적 환경, 스톱오버 서비스, 24시간 운영. 심지어, 세계에서 노숙하기 좋은 공항 베스트에도 올라 있다. 

3. 중동부 유럽 여행의 관문뮌헨공항은 독일 남부를, 크게 보면 잘츠부르크 등의 중동부 유럽 여행을 위한 거점으로 삼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다. 주변 반경 200km 안팎에 멋진 곳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공항버스, 철도가 잘 연결되어 있고, 특히 공항과 아우토반(A9)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공항 인근의 다양한 등급의 호텔에서 숙박 후 렌터카를 이용하면 어디든 쉽고 빠르게 여행할 수 있다.   

1 유명한 옥토버페스트 기간 중 뮌헨공항센터는 비어가든으로 탈바꿈한다 2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는 뮌헨공항센터 3 환승객을 위한 수면 휴게실, 냅캡 4 24시간 잠들지 않는 뮌헨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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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대표하는 루프트한자Lufthansa

루프트한자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로 세계 최대 민간 항공사 중 하나다. 높은 신뢰성과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스타얼라이언스 멤버사로서 넓은 네트워크와 스위스에어, 오스트리안에어, 에어베를린 등의 많은 계열항공사를 활용해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을 허브 공항으로 운영 중이며 특히, 제2의 허브로 삼은 뮌헨공항에는 퍼스트클래스First-class, 세네이터Senator, 비즈니스라운지Business lounge 등 다양한 등급의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www.lufthansa.com 

막강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1997년 전무후무한 집단이 탄생했다. 세계 최초의 항공사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독일의 루프트한자가 주축이 되어 만든 이 그룹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28개 항공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으며 192개국 1,330개 취항지의 루트를 공유하는 명실공이 세계 최대 규모의 동맹체다. 현재 뮌헨공항에는 18개 회원사가 53개국 147개 취항지로 연결하는 항공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www.staralliance.com 

뮌헨으로 통하는 독일 남부의 여행지
뮌헨시Munich City는 바이에른주의 주도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며 BMW벨트BMW Welt, 도이치 뮤지엄 등이 있는 도시다.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Castle은 디즈니랜드의 매직 캐슬의 모델로 유명하다. 베르히테스가덴 국립공원Berchtesgaden National Park은 히틀러의 별장으로 알려진 이글스 네스트Eagle’s Nest로 유명하며 높은 고도의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추크슈피체Zugspitze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걸친 남부 알프스 지대의 독일 쪽 봉우리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3,000m의 정상에는 파노라마로 펼쳐진 경치를 볼 수 있으며,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아이제 호수 등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이 밖에도 뮌헨공항을 통하면 밤베르크Bamberg,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들과 킴 호수Lake Chiemsee, 쾨니히 호수Lake Konigssee 등을 방문할 수 있다.

글·사진 Travie writer 유호상  에디터 천소현  자료제공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www.lufthan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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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맥주, 축구, 그리고……

뮌헨은 독일 최대의 주인 바이에른의 주도로서, 그 정치·경제·문화적 위상은 이제 막강하다.

뮌헨. 이 단어를 떠올릴 때면 나를 포함한 중년 이후의 독자들은 전혜린의 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이라는 곳이 아련하게 먼 나라였고 뮌헨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던 그때, 전혜린의 감각적인 글로 접한 뮌헨은 지금도 독자들의 머릿속에 마치 고향처럼 각인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혜린이 독일에 도착해서 첫발을 디딘 뮌헨은 스산한 날씨와 어설픈 거리로 묘사되었다. 아름답거나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세계를 황폐화시킨 나치의 발원지, 미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던 암울한 과거를 가진 도시, 전후(戰後)에 나타난 사회 재건의 움직임 속에서 콘크리트로 무미건조하게 서 있던 도시, 더 나은 독일의 앞날을 위해 면학과 노동으로 일관하는 진지하면서도 황량한 회색 빛 도시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이미 두 세대나 지난 지금, 뮌헨의 풍경은 그때와는 너무나 많이 다르다. 전혜린이 다시 살아온다면 깜짝 놀랄 게 분명하다. 뮌헨은 독일 최대의 주인 바이에른의 주도로서, 그 정치·경제·문화적 위상은 이제 막강하다. 바이에른 주는 독일에서 가장 부유하고 상공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그 중에서도 뮌헨은 문화적으로 가장 앞선 도시다. 독일은 유럽 연합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 문화 국가가 아닌가. 그러니 뮌헨은 독일뿐 아니라 중부 유럽의 중심 도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뮌헨은 독일의 남부 끝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같은 독일 땅인 베를린보다는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와 더 가깝다. 즉, 북유럽에서 남유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또한 베로나, 인스브루크, 잘츠부르크, 취리히 등 주변 외국 도시에서 접근하기가 매우 쉽다.

뮌헨의 마리엔 광장은 여행객들로 항상 붐빈다.

서울에서 뮌헨으로 가려면 프랑크푸르트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 베를린과 뮌헨이 거대한 공항 증축 공사를 하면서 독일 제2의 허브 공항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은 독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프랑크푸르트를 통하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가는 항공편으로 갈아타도 되고, 열차나 도로를 이용해도 상관없다. 물론 인근의 다른 나라 도시들, 베로나나 취리히, 잘츠부르크에서 진입해도 문제없다.

일단 뮌헨 시내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혜린이 묘사한 스산한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놀랄지도 모른다. 육중하고 세련된 건물과 화려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품위를 지닌 거리가 방문객을 맞는데, 대부분 전후에 복원된 것들이다. 대도시라고 하지만 인구가 130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통 체증도 매연도 별로 느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에게 뮌헨,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자동차, 맥주, 축구, 이 세 가지일 것이다. ‘바이에른 자동차 공업’의 머리글자를 딴 BMW 자동차와, 100가지가 넘는다는 뮌헨 맥주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과 ‘뮌헨 1860’의 두 팀으로 대표되는 분데스리가는 뮌헨의 자부심이다. 이 세 가지는 물론 거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독일의 어느 지역보다 BMW가 많고, 온 시내를 뒤덮다시피 한 다양한 상표의 맥줏집들을 볼 수 있으며, 거리 곳곳에 칸이나 발락같은 축구 스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내가 뮌헨에서 만난 한 버스 기사는 뮌헨의 중류층 남성들의 생활에 대해, 맥주를 마시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뮌헨 남자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직 세 가지예요. 축구, 자동차, 아이들.”

중부 유럽의 문화 수도

뮌헨은 또한 음악과 미술 애호가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곳, 특히 세계 정상의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뮌헨 뒷골목에 있는 클래식 음반 가게인 ‘마술 피리’의 젊은 주인은 ‘음악 도시’ 뮌헨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가 이끄는 일류 오케스트라가 셋이나 공존하는 도시가 뮌헨 말고 세계 어디에 있겠어요.”

뮌헨은 유럽에서 가장 지적인 분위기의 도시 중 하나다.

옳은 말이다. 그와 그런 말을 나누었던 당시,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Bayerische Staatsoper, 흔히 ‘뮌헨 국립 오페라 극장’이라고도 부른다)은 주빈 메타가 감독으로 있었다. 지금은 켄트 나가노에게 넘어갔지만. 로린 마젤이 이끌어 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마리스 얀손스가 그 뒤를 이었다.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르주 첼리비다케에 이어 제임스 레바인, 그리고 현재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다. 지금 나는 인구가 백만 명 남짓한 도시의 음악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때로는 하루 저녁에 이 세 오케스트라가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콘서트를 여는 곳이 바로 뮌헨이다. 마술 피리의 주인은 지금까지도 지난 시즌에 있었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이 연주한 말러 시리즈의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뉴욕 필하모닉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마젤은 뮌헨 시민들에게 고별인사처럼 말러 시리즈 공연을 선물했는데, 몇 달에 걸쳐 한 곡씩 말러 곡을 연주한 것이 아니라 단 두 주 만에 말러 교향곡을 모두 연주했던 것이다. 공연 마지막 날에는 모든 관객이 기립하여 20분 동안 노대가 마젤에게 경의를 표했다며 연신 자랑하던 그의 눈동자는 감회에 젖어 있었다. 카라얀이 이끌던 베를린 필하모닉의 독주에 대항해, 베를린에 굴복하거나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던 유일한 유럽 도시는 바로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페스티벌을 기념하여 기둥을 색색의 무늬로 장식해 놓았다.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라의 지존

뮌헨에서는 매년 7월이 되면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이 그 성대한 깃발을 올린다. 잘츠부르크나 베로나보다 더 오래된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페스티벌은 음악 수준과 전위적 무대 연출에서 세계 최정상이다. 많은 분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내게 종종 묻는다. 내 대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뮌헨이다.

메트로폴리탄 극장은 오페라의 본고장이 아니며, 관객들의 수준이 유럽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고, 그들의 상업성은 천박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과거의 영화에 미치지 못하며,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경제 불황마저 느껴진다. 빈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연출이 너무 많고, 베를린은 오페라에 한해서는 실망스러운 무대가 많으며, 파리 역시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 잘츠부르크나 바이로이트는 최고 수준이지만, 이곳들은 어디까지나 시즌을 운영하는 오페라 극장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최고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뮌헨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필적할 만한 곳은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정도가 아닐까?

뮌헨이 최고라는 사실은 가수진에서나 무대 디자인에서나, 연출의 전위성에서나 오케스트라의 수준에서나, 또 관객의 품격에서나 극장의 역사성에서나 모두 그러하다. 이런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의 핵심이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인 것이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내부. 메조 소프라노 발트라우트 마이어가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여타 오페라 축제들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유명한 휴양지나 의미 있는 유적지 등에서 열리며, 또한 축제극장 등 특별한 무대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은 평소 시즌제 공연을 하는 도심 한복판의 상설 무대인 뮌헨의 오페라 하우스, 즉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다. 대부분의 음악 팬들이 페스티벌 지역을 향해 휴가를 떠나기 전인 6월 말에서 7월 사이에 미리 개최하는 것도 특징이다.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역시 독특한데,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새롭게 준비되는 프로덕션은 원칙적으로 하나도 없다. 그 대신 지난 시즌, 즉 지난해 가을부터 그해 봄까지 올린 오페라와 발레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역사적 가치가 있으며 극장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을 엄선하여 각 작품 별로 매일 1~2회씩 번갈아 가며 공연하는 것이다. 그러니 국립 오페라 극장의 1년 시즌 총정리 무대가 바로 페스티벌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처럼 뮌헨에 상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계적인 극장의 공연들을 짧은 기간에 다 훑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 몇 가지 실내악과 콘서트, 중요한 성악가의 리사이틀이 추가되어 페스티벌의 전체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스타들의 산실

특히 2003년은 이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이 시작된 지 350년이 되는 해로서, 거리 곳곳에 내걸린 기념 깃발들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공연들로 구성된 그해에는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40일간 매일 최고의 무대가 펼쳐졌다.

그때 가장 주목 받은 공연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였다. 어쩌면 가장 진부할 수도 있는 레퍼토리가 어떻게 거듭나는가를 보여 준, 즉 연출의 시대를 선도하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역량을 보여 준 무대였다. 안드레아스 라인하르트의 전위적이고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은 적과 흑의 강렬한 조화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 떠오르는 신성으로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한 질감의 음성과 빼어난 외모, 영화를 방불하게 하는 사실적인 연기로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압도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2005년의 잘츠부르크 공연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알프레도 역의 롤란도 비야손이나 제르몽 역의 파올로 가바넬리 역시 대단한 열창을 했지만, 그녀에게 가려져 버린 형국이었다.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음악 감독이었던 주빈 메타가 지휘한 작품들 중에서는 《팔스타프》가 가장 각광을 받았는데, 이 공연은 극장 앞의 막스 요제프 광장에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중계되기도 했다.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에서는 매년 가장 중요한 한두 작품을 이 광장에서 스크린으로 상영하여 모든 시민들에게 보여 주는 행사를 한다.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의 최대 강점은 스타 가수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계 오페라계를 이끌어 갈 예비 스타가 등장하는 곳이 뮌헨이다. 네트렙코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스타들이 뮌헨 무대를 통해 능력을 검증 받았다.

에디타 그루베로바, 발트라우트 마이어, 르네 콜로 등의 대가들은 이 극장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가졌으며, 최근에 이 극장을 통해 실력을 검증한 가수들은 베셀리나 카사로바, 아냐 하르테로스,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니노 마차이제, 카르멘 오프리사누, 에카테리나 시우리나, 요나스 카우프만, 조세프 칼레야, 로버트 딘 스미스, 매튜 폴렌차니, 파볼 브레슬리크 등으로 그 면면이 화려하다.

전후 재건의 상징,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뮌헨에는 모두 3개의 오페라 하우스가 있지만 페스티벌의 중심은, 바이에른 왕이 기거하던 레지덴츠 궁 앞에 있는 막스 요제프 광장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1818년에 파르테논 신전을 본떠 지어진 이 거대한 건물은 처음에는 수준 높은 모차르트 공연으로 유명했다. 루트비히 2세의 치하 때는 바그너 악극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극장으로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이 개관하기 전까지는 바그너의 신전이자 바그네리언들의 메카로 군림했다.

또한, 국립 오페라 극장은 1850년대에 이미 이탈리아의 젊은 작곡가이던 베르디의 시리즈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전위적인 프로젝트로, 독일만의 극장이 아닌 국제적인 오페라 극장의 면모를 확립했다. 그 후에 이 극장은 19세기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나 한스 크나퍼츠부시 등 대가들에 의해 명성을 쌓으면서 알프스 이북의 최고 오페라 하우스로 자리 잡았다.

이 극장이 여름 페스티벌을 최초로 시작한 것은 1875년이다. 페스티벌은 지휘자 브루노 발터와 그를 잇는 클레멘스 크라우스에 의해 그 위상이 더 높아졌다. 그러나 음악계뿐 아니라 바이에른 지역의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이었던 이 극장은 1943년 미군의 단 하룻밤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후 페스티벌은 다른 극장에서 열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 시기에 게오르크 솔티, 루돌프 켐페 등이 극장과 페스티벌을 이끌었다. 이 건물이 새로 문을 연 것은 1963년이다. 과거와 같은 모습의 극장이 2,100석의 방대한 규모로 건설되었고, 레지덴츠 궁 안의 쿠빌리에 극장도 함께 재건되었다.

쿠빌리에 극장은 500석에 불과한 왕실 전용 극장으로, 처음 설계한 건축가 쿠빌리에의 이름을 땄다. 이 극장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왕의 거처인 레지덴츠 궁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복궁 안의 한 건물에 위치한 셈이다.

구운 도자기를 일일이 붙여서 실내장식을 한 쿠빌리에 극장은 로코코 양식의 백미다.

쿠빌리에 극장은 구워서 만든 도자기를 일일이 붙여서 실내장식을 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극장이다. 또한 로코코 양식의 백미로 평가 받는 등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건물이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이 귀한 곳을 잠깐 공개해 모차르트나 바로크 오페라, 실내악 등을 공연한다. 쿠빌리에 극장은 시즌 중에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는데, 주로 모차르트나 몬테베르디의 음악같이 규모가 작은 오페라와 실내악들을 공연한다. 마치 파리의 국립 오페라 하우스가 바스티유 극장과 가르니에 극장 두 곳을 소유하고 운용하는 것과 흡사한 시스템인데, 쿠빌리에 극장의 경우에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공연 횟수가 매우 적다. 그러니 뮌헨을 방문하는 중에 쿠빌리에 극장에서 공연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말기 바란다. 유서 깊은 곳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적인 경험에서나 건축적인 경험에서나 소중한 기회다. 안타깝게도 공연이 없다면, 시간을 내서 일반에 개방되는 내부만이라도 보기를 권한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과 쿠빌리에 극장이 원래의 모습을 찾은 이후, 이 두 극장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거듭난 기관인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는 볼프강 자발리시가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자발리시가 일본의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떠나기 전까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두었다. 그 후로는 페터 슈나이더, 아우구스트 에버딩 등이 감독을 맡았으며, 또한 이곳은 전설이 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가장 많이 지휘봉을 잡은 극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주빈 메타가 감독으로 있으면서, 시즌과 페스티벌의 공연과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를 모두 관장했다. 메타 시절에 이 페스티벌은 다양한 연출을 보여 주고 세계적인 가수들을 출연시켜 세계 정상의 위치를 유지했다. 메타가 사임한 뒤에는 켄트 나가노가 극장의 전권을 물려받았는데, 메타 시절에 못지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은 모차르트,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이 극장의 전통적인 레퍼토리인 빅 3 오페라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해석을 하는 곳으로 국제적 명성이 높았다. 요즘에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비롯하여 프랑스, 체코 오페라 등에서도 탁월한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

뮌헨의 세 번째 극장인 ‘슈타츠테아터 암 게르트너플라츠(Staatstheater am Gartnerplatz)’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과 완전히 독립해 자신들만의 프로그램을 꾸린다. 이곳은 빈의 폴크스오퍼나 베를린의 코미셰 오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서, 오페레타 등의 가벼운 레퍼토리를 주로 다루며, 외국 작품이라도 독일어로 공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뮌헨 티켓 구하기

이 책의 초판본에서는 이 페이지의 제목이 “신청서 우편 접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나 싶다. 당시에는 이 페스티벌의 티켓을 구하는 것이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초판본 내용을 그대로 실어 보면 다음과 같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은 티켓 구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편이다. 우편 주문을 우선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미리 용지를 구해서 독일어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일찌감치 신청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각 공연마다 개막 두세 달쯤 전부터 받는 것이 보통이다. 현지에 살지 않고서는 적기에 신청서를 접수시킨다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에디타 그루베로바나 안나 네트렙코 같은 인기 가수가 출연하는 날은 인터넷이나 전화 판매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없어진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예매 방법은 현지에 아는 사람을 확보해서 그에게 독일어로 신청서를 접수시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뮌헨 현지에 작은 단골 호텔을 만들어서 그 매니저에게 부탁을 해 놓곤 한다. 보고 싶은 좋은 공연이 있으면 그에게 미리 전화나 팩스로 날짜와 조건을 이야기하고 그의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을 쓰는데, 독일인답게 항상 정확하게 잘해 주었던 것 같다. 물론 숙박은 그의 호텔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예약이 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은 때에도 이 극장을 찾아와서 한 번도 그냥 발길을 돌린 적이 없었다. 물론 행운이 따라 주었지만…….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로비에 들어가면 커다란 게시판이 눈에 뜨인다. 여기서는 자신이 사 놓은 공연 티켓을 사정상 인계하겠다는 많은 쪽지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자신들의 티켓을 아예 복사해 붙여 놓고 있어서 리얼하고 익사이팅한 느낌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그곳에서 뮌헨뿐 아니라 바이로이트·잘츠부르크·빈·베로나 페스티벌의 티켓들도 볼 수 있고, 심지어 멀고 먼 시애틀의 스리 테너 콘서트 티켓을 발견한 적도 있다. 물론 뮌헨 필하모닉이나 베를린 필하모닉의 티켓도 보이고 듣도 보도 못한 공연의 정보를 알 수도 있어서 과연 뮌헨은 음악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은 티켓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티켓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티켓을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1년 시즌의 요나스 카우프만의 리사이틀 같은 경우는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는 순간, 이미 매진이었다. 뮌헨 오페라를 지탱해 온 ‘내부인들’이 모든 티켓을 선점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뮌헨, 빈, 잘츠부르크도 대동소이하다.

뮌헨의 또 다른 랜드 마크들

뮌헨이 음악뿐 아니라 미술로도 중요한 도시라고 이미 말했는데, 이 도시에 대단히 많은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뮌헨의 별명은 ‘박물관의 도시’로, 이곳은 인구 130만 명에 100개가 넘는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종류도 초상화, 마차, 도자기, 유리, 동전, 보석, 기계, 자동차 등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은 거의 다 있다. 하지만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이다.

뮌헨이 미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도시인 것은 세 미술관 때문이다. 이 미술관들은 역대 바이에른 왕들과 지금의 뮌헨 시가 심혈을 기울여 이룩한 장소로, 고대부터 로코코까지의 엄청난 컬렉션을 자랑하는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 그 후부터 근대까지의 작품들과 특히 인상파 컬렉션으로 유명한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 끝으로 우리 시대 거장들의 미술품들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를 가리킨다. 공연이 없는 오전이나 낮 시간을 이용해 이 미술관들을 방문해 보면, 그동안 뮌헨이라는 도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상들이 일거에 바뀌는 감동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노이에 피나코테크에서는 뮌헨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인상파 작품들에 놀라게 될 것이며,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가구, 주방 기구, 전화기, 오디오, 자동차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독일인들의 예술학적 정신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 세 미술관을 통해 우리는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가를 존경하는 그들의 정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또한 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최근에 문을 연 브란트호르스트 미술관(Museum Brandhorst)도 찾아보기 바란다.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옆에 있는 이곳에서는 뮌헨이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세계 첨단의 도시라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뮌헨에 온 당신, 저녁에는 공연을, 낮에는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매일 유럽 예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최고의 무대를 지향하다

2011년 페스티벌에는 유달리 좋은 공연들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벨리니의 《카풀레티 가와 몬테키 가》는 이브 아벨이 지휘하고 뱅상 보사르가 연출을 했는데, 더욱 화제를 모은 것은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의 의상이었다. 무대 위로는 하늘을 나는 두 남녀의 커다란 석고상이 배치되어, 누가 보아도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커플을 상징하고 있었다. 줄리에타 역의 에카테리나 시우리나는 시종 드레스를 반만 걸치고 나와서 위태로운 자세로 연기하여 자신의 비극을 강조했으며, 로메오 역에는 바지 역할의 일인자인 베셀리나 카사로바가 열창했다. 모든 이들은 그녀들이 대체 언제 라크루아의 의상을 입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2막이 올라가기 전에 드디어 그의 의상이 등장했다. 각기 다른 드레스를 입은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마치 오트쿠튀르 쇼 장면처럼 객석에서 무대 위로 놓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이것은 줄리에타가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과거 오토 셴크의 연출을 유르겐 로제가 재공연한 것으로 좀 섭섭했지만, 도인 같은 모습의 레이프 세게르스탐의 지휘는 대단했다.아냐 하르테로스, 케이트 앨드리치, 루시 크로, 이 세 여가수들의 노래는 너무나 훌륭하고 앙상블이 완벽해서,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장미의 기사》 중 최고였다. 또한 오크스 남작 역을 연기한 피터 로즈의 명연 역시 인상적이었으며, 가수 역을 맡은 표트르 베찰라는 단 한 곡의 아리아만 부르고도 관객들로 하여금 인터미션 때 사인을 받으려고 장사진을 치게 했다.

그 외에 도니체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파볼 브레슬리크가 열연을 했고, 《사랑의 묘약》은 니노 마차이제와 매튜 폴렌차니가, 드보르자크의 《루살카》는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와 표트르 베찰라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니나 슈템메와 벤 헤프너가 불렀다.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로엔그린》, 《돈 조반니》, 《폰토 왕 미트리다테》 등도 페스티벌 무대를 장식했다.

2012년에는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연출하는 바그너의 《반지》 전 4부작이 페스티벌 무대를 장식하게 되고, 마이어의 《코린토의 메데아》를 비롯하여, 《라 보엠》,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호프만의 이야기》, 《장미의 기사》, 《신데렐라》, 《보체크》, 《폰토 왕 미트리다테》 등이 올라갈 예정이다.

한 명의 오페라광이 남긴 것들

뮌헨 주변에는 작고 개성 있는 도시들이 있어서 당일이나 1박 정도로 멋지고 유익한 나들이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퓌센 근처의 노이슈반슈타인 성城이다. 이곳은 바이에른 왕국의 마지막 왕이자 오페라광이었던 루트비히 2세가 지은 성채들 중 하나인데, 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유럽 성채의 원형으로 각인된 곳이다. 성 안에서는 바그너 오페라의 장면을 그린 벽화들과 《로엔그린》에 나오는 호수와 백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바그너에게 심각하게 경도되었던 생전 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성의 꼭대기에 있는 메인 홀이 정사를 돌보기 위한 곳이 아니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나 《탄호이저》에 나오는 것처럼 노래 경연 대회를 하기 위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과연 인생에서 오페라란 무엇인지”라는 자문에 빠지게 된다. 오페라 팬이라면 당연히 한 번은 방문해야 할 이곳은 렌터카로 가도 괜찮고, 뮌헨 중앙역에서 버스나 기차로도 갈 수 있는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루트비히 2세의 또 다른 숨은 궁전 린더호프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할 만큼 아름답다. 린더호프의 성채가 있는 산 아래 마을 퓌센은 한국 관광객들이 스쳐 가는 곳인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루나 이틀 혹은 그 이상 머물기를 권한다. 전원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다. 숙박비가 무척 싼 이곳은 자전거를 빌려 일대를 하이킹하거나 느긋하게 숲길을 산책하거나 종일 책만 읽고 있어도 행복한 곳이다. 특히 페스티벌이 열리는 여름과 단풍이 장관을 이루는 가을에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황홀하다.

그 외에도 뮌헨 주변에는 뉘른베르크, 슈방가우, 울름, 파사우, 잘츠부르크, 인스브루크 등 음악적인 사연들로 유명한 여러 도시들이 있어서 음악 팬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그리고 덜 유명하지만 가까워서 부담이 적은 소도시 아우크스부르크나 레겐스부르크 등을 소풍 삼아 방문해 점심이라도 먹고 온다면 참으로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인간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오페라 거리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은 막스 요제프 광장 건너편의 슈테판 하우스로 달려간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보던 차림 그대로 앉아서 유명한 그 집의 소시지와 맥주를 열심히 먹는다. 조금 있으면 악기 케이스를 든 오케스트라 악사들도 몰려 들어온다. 바로 방금 연주를 했던 국립 오페라 극장 단원들이다.

언젠가는 음악가들 사이에 우리나라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동양 소녀가 있었다. 약관의 나이로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의 악장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야메이 유였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주자들을 호령하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상복을 입은 그녀는 호기심에 맥주를 노리는 홍조 가득한 앳된 소녀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민들을 일일이 응대해 주었다. 이제 식당 안은 관객과 음악가들의 열띤 토론장이 되어 버렸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다만 예술과 인간이 어우러진 뮌헨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늦은 밤 불빛 아래 맥주잔을 든 그녀의 뺨은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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