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낭만의 도시 베니스(Veniceㆍ이탈리아어 Venezia)를 두고 숱한 소설과 음악, 미술과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트집쟁이 마크 트웨인마저 "고색창연한 집들이 펼쳐진… 베네치아는 완벽했다"고 극찬했던 곳. 걸핏하면 남장 차림으로 다녔던 프랑스의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와 멋쟁이 낭만파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가 파리의 지인들을 피해 열정을 불태운 사랑의 도시. 소설 '강을 건너 숲 속으로'에서 베니스를 "십자말 풀이를 푸는 것보다 재미있는 도시"라고 표현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뮤즈 아드리아나 이반치크를 만나 사랑하게 된 곳도 베니스였다.

◇역사를 품은 도시=

물 위에 세워진 수상도시 베니스는 118개의 섬이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골목길 대신 신경세포처럼 미세하게 뻗은 수로가 도시 곳곳을 이어준다. 이 때문에 마르코폴로 공항으로 도착했건 산타루치아 역으로 도착했건 베니스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이동은 배로 이뤄진다.

많은 사람들이 베니스를 얘기하면 곤돌라를 먼저 떠올린다. 새까맣고 미끈한 곤돌라에서 스트라이프(가로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오페라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을 뽐내는 잘생긴 이탈리아인 뱃사공. 곤돌라가 물과 한 몸이 돼 이루는 리듬감과 눈앞에 펼쳐진 베니스의 풍광이 매혹적이다. 우리로 치면 한강 유람선 같은 관광코스인 셈이지만 진짜 베니스를 맛보려면 값비싼 곤돌라보다는 24시간권, 72시간권 같은 정액권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 수상버스를 타는 게 낫다.

더 깊은 베니스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걸어 다녀야 한다. 베니스의 건물은 13세기 고딕 양식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17세기 로코코 시대를 모두 아우른다. 유럽의 창(窓)이었던 베니스는 동방과 비잔틴을 연결했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중계 무역으로 부를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문화ㆍ예술ㆍ문학 그리고 낭만과 자유를 꽃피웠다. 물 위에 지어졌음에도 수백년을 탄탄하게 지키고 서 있는 돌길을 따라 걸으면 작은 창 발코니를 꾸민 작은 화분들, 긴 빨랫줄에 널린 생활의 흔적들을 공유할 수 있다. 일렁이는 물 위에 떠 있지만 확신에 찬 자존심을 보여주는 건물 벽을 쓰다듬으면 역사의 온기가 감지된다.

베니스의 낭만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정점을 이룬다. 광장의 노천카페가 낮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밤에는 시원한 맥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지난 1683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을 두고 서양사학자 이광주 교수는'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라는 저서를 썼다. 모차르트가 머무르며 곡도 쓰고 술과 커피도 마셨기에 일명 '모차르트 카페'라 불리는 이곳에서 괴테ㆍ릴케ㆍ스탕달ㆍ니체ㆍ마네ㆍ모네 등이 담론을 나눴고 카사노바는 '작업을 걸었다'고 한다.

◇예술을 안은 도시=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팔라조 두칼레(Palazzo Ducale)'라는 독특한 미감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세워져 물빛과 함께 반짝이는 두칼레 궁전은 마치'돌로 짠 레이스' 같은 화려하고 날렵한 기둥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베네치아를 다스린 공화국 총독의 집무실을 포함한 행정 복합건물이었다. 9세기부터 짓기 시작해 15세기까지 외관 공사가 진행된 탓에 비잔틴과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한다. 건물 안에는 16세기에 정점을 이룬 빛의 화가들인 '베네치아 화파' 티치아노ㆍ틴토레토베로네세 등의 명작이 있다.

산마르코 광장의 심장부인 '산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도 빼놓을 수 없다. 육중함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시기의 건물이지만 이 성당은 정사각형 십자가 형태, 돔 천장, 모자이크 벽화 등을 갖춘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분류된다. 배를 타고 물길을 건너면 베니스를 정복하러 왔던 나폴레옹이 찬사를 보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Santa Maria della Salute)'으로 곧장 통한다. 흑사병이 끝난 것을 기념해 지어진 17세기 성당으로 둥근 돔 천장으로 덮인 팔각형 건물은 물위에 떠있는 꽃병처럼 아름답다.

그 옆은 어느덧 베니스의 또 다른 명소가 된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이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회장이 2009년에 세운 미술관이다. 도가나는 15세기 세관 건물이지만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개조해 지금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현대미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피노 회장은 도가나 외에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도 꾸준히 기획전을 열고 있으니 슈퍼리치의 미술 취향과 최신 경향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이다.

특히 홀수 해 여름의 베니스는 곳곳에서 모여든 미술계 사람들로 넘쳐난다. 189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4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덕분이다. 버려진 조선소 시설을 재활용한 아르세날레(Arsenale)의 본전시와 국가관들이 모여있는 해안공원 자르디니(Giardini)의 국가관 기획전이 양 축을 이룬다. 올해 비엔날레는 스위스 출신의 비체 크루거가 총감독을 맡아 빛과 계몽을 뜻하는'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s)'을 주제로 11월27일까지 이어진다. 수백 마리 비둘기 박제를 전시장 천장 파이프 위에 설치해 감시와 통제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과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의 영상작가 크리스천 마클레이, 양초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에 불을 붙여 서서히 녹아내리게 함으로써 문명을 비판한 스위스 출신의 우르스 피셔 등이 눈길을 끈다. 국가관은 이용백 작가를 내세운 한국관 외에 영국과 미국, 폴란드, 독일관이 인기다. 짝수 해에는 건축 비엔날레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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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 어떤 도시가 항공권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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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의 여행에 의한 여행을 위한 때'가 다가오고 있다. 사흘 연차를 붙이면 최대 11일의 휴가가 가능한 5월 황금연휴는 '매진 사례'가 된 지 오래다. 하루만 휴가를 내면 열흘을 쉴 수 있는 10월 한가위 연휴와 평균 일주일가량의 여름휴가를 노리는 얼리버드 여행족 역시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업계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중거리 여행지가 아닌 미주, 호주, 유럽 등의 장거리 여행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알뜰여행족은 여행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권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정보망을 총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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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가우디가 건축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여행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떠나는 해외 항공권 구매 시 연평균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면 최소 석 달(11주)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이라면 늦어도 4월인 바로 이때 예약하는 것이 가격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 그래서 여플(여행+)이 준비했다. 긴 이동 시간만큼이나 항공권 가격도 천차만별인 유럽을 합리적인 가격에 다녀올 수 있는 팁이다. 특히 유럽 여행지 '삼대장'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주요 도시를 가장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유럽 여행의 관문인 프랑스에서 가장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 스카이스캐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리행 항공권은 프랑스행 전체 항공권 평균 가격보다 무려 47%나 저렴했다. 리옹은 27%, 툴루즈는 11%가량 가격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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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에 있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리옹은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미식의 본고장'이라고도 불릴 만큼 '먹방' 여행에 최적화돼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만 약 2000곳. 도처에서 미쉐린(미슐랭) 레스토랑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전통 음식인 '리옹식' 부숑 요리 같은 리옹 사람들만의 특별한 음식 문화를 접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프랑스 남부 지방 중심에 위치한 툴루즈는 관광객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함이 가득한 도시다. 툴루즈의 별명은 '핑크 시티(Pink City)'. 대부분의 건물이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붉은 장밋빛을 띠고 있다. 장밋빛 도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큰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 사방이 온통 붉은 건물들로 둘러싸인 대표적 관광 명소 카피톨(시청)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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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를 흐르는 가론강의 퐁뇌프 다리. 석양이 질 무렵 가장 아름답다.

태양 같은 열정이 가득한 스페인은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주 배경지로 등장하며 최근 더욱 관심을 높였다. 스페인에서 항공권이 가장 저렴한 도시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말라가 순. 마드리드행 항공권은 스페인행 전체 항공권 평균 가격보다 약 23% 저렴했고 바르셀로나는 22%, 말라가는 17%가량 가격이 낮았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자연환경도 다르고 지방색이 뚜렷해 각 도시 개성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마드리드 왕궁과 마요르 광장이 주요 볼거리. 바르셀로나에서는 지중해의 매력을 머금어 더없이 아름다운 바르셀로네타 해변이 으뜸이다. 여기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비교적 싼값에 맛볼 수 있다. 또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흔적을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관문인 말라가는 천재 화가 피카소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고향이다. 도시 곳곳에 피카소가 남긴 많은 작품과 여운을 확인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반데라스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낭만의 나라답게 항공권 가격에도 낭만을 담았다. 이탈리아에서 항공권이 가장 저렴한 도시는 베니스와 로마, 트리에스테 순이었다. 베니스와 로마의 항공권 절감률은 14%, 트리에스테는 13%였다. 

'물의 도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는 120여 개 섬과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운하를 따라 오가는 곤돌라와 노를 젓는 뱃사공, 알록달록한 건물들, 아름다운 궁전과 다리 등 도시 전체가 낭만 덩어리다. 그래서일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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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과 론강 두 개의 강줄기가 흐르는 리옹. 혁명기념일에는 성당을 중심으로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열린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트리에스테.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특성 덕에 이탈리아와 동유럽 문화가 조화를 이룬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일리(illy) 커피의 본고장이기도 해 도시 전역에서 에스프레소의 깊은 맛과 향기를 접할 수 있다. 매년 10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르셀로나 요트레이스가 열려 항구에 하얀 돛을 단 요트가 장관을 이룬다. 


모든 음모론의 도시로 어서 오세요 - 산 마르코 대성당

네모 선장의 잠수함 노틸러스 호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르면, 저기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Cattedrale Patriachale di San Marco)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늙은 모험가 알란 쿼터메인, 아름다운 뱀파이어 미나, 미국의 젊은 첩보원 톰 소여, 영원히 늙지 않는 도리안 그레이, 그리고 지킬 박사와 투명인간까지... [젠틀맨 리그]의 올스타 영웅들은 왜 이 물의 도시로 왔을까? 악의 집단 팬텀이 세계 정부 수반들의 회담이 벌어지는 이곳에서 테러를 벌이려는 걸 막기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그 정부 수반들은 왜 이곳에 모인 걸까?


그림자 정부론이라는 게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선거에 따라 뒤바뀌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같은 어둠의 조직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영국(좁게는 시티 오브 런던)과 네덜란드가 그 음모의 중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바다와 금융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줄기를 더듬어 가면 결국 지중해에 자리잡은 베니스의 금융 자본이라는 뿌리에 와 닿는다. 안젤리나 졸리가 멋진 몸매를 뽐내는 [툼 레이더]에서 이 도시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일루미나티 조직의 집결지로 그려진다.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가져다줄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열쇠를 찾고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 얽힌 이중의 음모 - 게토

세계사의 음모론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케이스는 이것이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걸작 희곡들은 사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나 여타의 인물이 쓴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공교롭게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리스트에서 이 도시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17세기의 영국 작가가 저 먼 나라 [베니스의 상인]을 주인공으로 희곡을 썼을까?


지중해가 세계의 중심이었을 때 베니스의 금융 자본은 바로 그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왕들은 그들의 채무자에 불과했고, 로마의 교황청조차 이들엔 손끝도 못 댔다. 또한 그들은 기독교 사회의 돈줄을 완전히 주무르면서도 아랍의 여러 나라와 적극적인 교역을 할 만큼 약삭빨랐다. 그 베니스의 실세가 바로 유대인들이었다. '1파운드의 살'을 담보로 삼는 음흉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라는 캐릭터는 당시의 유럽 사회가 베니스의 유대 상인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잘 보여준다.


베니스 유대인 사회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게토(ghetto)'라는 단어다. 오늘날은 유대인, 흑인, 예술가 등의 폐쇄적 공동체를 일컫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지만, 원래 이 도시의 유대인 거주 지역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베니스 북서쪽의 게토 지역은 2차 대전 때 큰 손상을 입은 뒤 복구되어 오늘날도 오랜 유대 문화의 잔재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신 게토(Ghetto Nuovo)와 구 게토(Ghetto Vecchio)라는 지명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 게토가 더 오래된 동네라고 한다. 여러모로 수상쩍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룩은 베니스 유대 자본의 잔혹한 힘을 보여준다.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십자군 - 산 바르나바 교회

성배와 아버지를 찾을 단서를 얻기 위해 도서관의 지하를 뒤지는 인디아나 존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입에 대었다는 성배(Holy Grail)는 기독교 문명의 여러 전설과 픽션에 끝없이 등장하며 모험가들을 유혹한다. 20세기의 고고학 히어로 인디아나 존스 역시 그 추적자들 중의 하나. 인디아나는 성배의 행방을 찾던 아버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뒤를 쫓다가 베니스에까지 오게 된다. 여기에 오래된 교회를 개조한 도서관이 있는데, 인디아나는 그 지하에 있는 옛 기독교인의 비밀 거주지(catacomb)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십자군 기사인 리차드의 무덤을 찾아낸다. 그리고 베니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밀교 집단 중의 하나인 '십자가 검 형제회(The Brotherhood of the Cruciform Sword)'와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도서관은 어디에 있을까? 소설 판에는 '산 마르코 광장 옆의 마르시아나 도서관'이라고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장소가 사용되었다.

이들이 뛰쳐나오는 문에 '산 바르바나 도서관(Biblioteca di S. Barnaba)'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산 바르바나 교회(Campo San Barnaba)'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 이 고풍스러운 교회와 주변의 가게들은 캐서린 헵번 주연의 영화 [섬머타임]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베니스에서 죽다. 죽은 뒤에 베니스에 가다 -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

어떤 연유에서이든 베니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때론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1911년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은 베니스의 리도 섬에 있는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The Grand Hotel des Bains)'에 머무른 뒤 [베니스에서의 죽음, Death in Venice]이라는 소설을 쓴다. 주인공인 구스타프 폰 아센바흐는 그랑 호텔 데스 바인스에 머무르면서 폴란드계의 미소년인 타지오를 보게 된다. 그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매혹된 구스타프는 자신의 노회함을 깨닫고 어떤 죽음의 계시를 받게 되는데, 결국 여기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1971년 루치노 비스콘티에 의해 영화화되는데, 바로 그 호텔에서 촬영되었다.


베니스의 몽환은 니콜라스 로에그 감독의 호러 스릴러 [지금 보면 안돼, Don't Look Now]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뒤 그 슬픔을 잊고자 베니스로 이사 간 부부가 오히려 그곳에서 딸에 연관된 초현실적인 체험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빨간 비옷을 입고 익사한 아이와 물의 도시 베니스가 기묘하게 연결되며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영화 속에서 부부가 머무는 호텔 유로파는 가상의 장소로, 베니스에 있는 두 개의 럭셔리 호텔(Hotel Gabrielli Sandwirth, Hotel Bauer Grunwald)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베니스의 죽음]에서 미소년 역할을 맡은 비요른 안데르센은 그 전설적인
미모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카사노바의 풋풋한 밀실 - 팔라초 말리피에로

베니스가 낳은 가장 유명한 인물.카사노바는 이곳에서 사랑의 기술을 베웠다.


베니스를 찾은 이들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미지가 있다. 리알토 다리 주변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가면들. 산 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카니발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 신비에 매혹되었으리라. 가면을 쓴 채 신분과 가문을 지우고 하룻밤 연인을 찾는 전통이라니, 이 도시가 낳은 최고의 유명인 카사노바 (Giacomo Casanov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카사노바는 1700년대 초반에 이 도시에서 태어나 근처에 있는 파도바의 학교를 오가며 청춘 시절을 보냈다. 베니스는 당시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는 여행 붐의 필수적인 코스였다. 카니발, 도박, 곤돌라, 점술 등 온갖 환락의 기운이 넘치는 곳. 이 도시가 21세기까지 그 명성을 떨칠 바람둥이를 배출해낸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팔라초 말리피에로(Palazzo Malipiero)는 베니스의 거의 한가운데 있는 멋진 건물로, 당시 카사노바의 후견인이었던 알비세(Alvise Gasparo Malipiero)의 소유였다. 카사노바는 바로 이 건물에서 그가 여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처음 깨닫는다.

이 도시의 천사는 그것도 뗐다 붙였다? - 페기 구겐하임 콜렉션

시대는 그 시대의 전설을 만들어낸다. 비엔날레와 영화제로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발돋움한 현대의 베니스는 그를 통해 제법 귀여운 전설을 탄생시켰다. 뉴욕과 빌바오에 거창한 미술관을 만들어놓은 페기 구겐하임은 베니스에는 작은 콜렉션(Peggy Guggenheim Collection)을 내놓고 있다. 그 입구에 이탈리아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마리노 마리니의 '도시의 천사(Angelo della Città)'라는 조각 작품이 서 있다. 마리니의 트레이드마크인 말 위에 두 팔을 펼친 남자가 앉아 있는 연작 중의 하나인데, 문제는 이 남자의 중심부가 꼿꼿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에로 영화의 거장 틴토 브라스의 나라이면서, 교황청을 품고 있는 나라다. 어린 소녀들도 자연스럽게 지나며 이 작품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가톨릭 인사들의 심기를 거스를 위험도 없지 않나 보다. 때문에 귀빈이 올 때는 이 부분을 나사를 돌려 뗀 뒤 그가 떠난 뒤에 다시 붙인다. 그래서 여러 번 그 부분이 도난당했다는 풍문이 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풍문일 뿐이라고 한다.


'도시의 천사'는 이탈리아 미래주의와 미국의추상표현주의의 세계로 우리를안내한다.

다른 바다로 통하는 비밀 통로 - 병기창의 사자상

바깥의 사람들은 눈치도 못 챌 이 도시의 신비를 가장 잘 그리고 있는 작품은 아마도 휴고 플라트의 만화 [베네치아의 전설, Favola di Venezia]일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자신이 이 도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게토의 비밀 정원에서 할머니의 친구들로부터 갖가지 이국의 우화들을 듣고 자라났기 때문이다. 만화의 주인공인 코르토 말테제는 베니스의 밤거리를 거닐며 유대-그리스-베네치아의 전통 부적, 마법의 에메랄드, 아라비아의 묘석과 같은 신비주의의 퍼즐을 맞추어간다. 그리고 그 유명한 병기창(Arsenal)의 사자 상 앞에 선다.

병기창 앞에 있는 사자의 고향은 그리스이고.그 팔뚝에 바이킹의 낙서가 새겨져 있다.


베니스의 병기창 앞에 앉아 있는 네 사자 중의 하나는 원래 그리스 아테네의 외항인 피레우스에 앉아 있던 것. 1687년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나선 프란체스코 모로시니 장군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사자는 기원전부터 피레우스 항에 앉아 그 바다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지켜보아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사자의 어깨와 팔뚝에 루닉(Runic) 알파벳과 특이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문장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 18세기에 베니스를 찾아온 스웨덴 외교관에 의해 이것이 스칸디나비아의 고대 언어임이 밝혀졌는데, 아마도 11세기에 지중해를 찾은 바이킹이 새긴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웅장한 전사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스웨덴에서 여기 왔다 가요. 여기서 돈 좀 벌었지요."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배낭여행자가 여행지에 새긴 낙서와 비슷한 종류랄까?

코르토 말테제는 베니스 곳곳의 신비주의 문양과 문자를 해독해 에게 해의 로도스섬으로 통하는 마법의 통로를 발견한다. 피레우스의 사자도 고향의 바다로 돌아가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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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4.12.02 09:58 신고

    가보고시 은 베니스여

토마스 만이 앉아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완성했던 카페 ‘플로리안’이 여전히 남아있는 도시, 달이 차오르면 물이 도심에 출렁이는 도시. 낡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features editor KIM EUN HEE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을, 관광보다 관찰을 좋아한다. 낯선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사랑한다. 낡고 오래된 것을 아낀다. 특히 100년쯤은 기본인 오랜 건축과 장소, 무엇 앞에서는 들여다보고 만져본다.

산 마르코 광장 입구.

베니스의 지붕은 전부 붉은색이다.

베니스의 흔한 일상 풍경.

자동차 대신 보트가 ‘주차’돼 있다.

전망대가 있는 산 마르코 종루.

만조인 ‘아쿠아 알타’ 때의 광장. 도심에 물이 사람 무릎까지 차오른다.

베니스 본섬과 마주한 산 클레멘테 섬의 호텔.

약 16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여행지. 유럽의 관문인 이스탄불에서 한 번 경유해야 했지만 촘촘하게 안배된 터키항공의 스케줄 덕분에 직항으로 비행해 온 듯 산뜻하게 맞이한 타국은 주위를 가늠하기 힘든 늦은밤이었다.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새도 없이 마중 나온 호텔 직원과 함께 공항을 나섰다. 조금 가야 한다며 싱긋 웃는 그와 5분여 정도 걸었을까? 호텔로 향하는 교통편을 타기 위해 도착한 남다른 정류장을 보고 나서야 내가 어디에 당도해 있는지 실감했다. 바닷물에 출렁이는 선착장이 정류장인 이곳,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선 보트를 타야 하는 이곳은 ‘물의 도시’ 베니스였다.

다음날 아침, 베니스 본섬과 20여 분 거리인 산 클레멘테 섬의 호텔 마당에서 마주한 베니스의 풍경은 여느 섬나라와 달랐다. 분화구 위, 파도를 피해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듯한 섬들과 달리 베니스는 그 몸을 쭉 펼쳐놓은 듯 막힘이 없었다. 보트를 타고 본섬에 다가갈수록 물 위를 유랑하듯 떠 있는 도시의 위용이 가까워졌다. 브래들리 쿠퍼를 닮은 보트 기사는 베니스에 처음 왔는지 물었다. “베니스는 원래 석호였어요. 침략해 오는 훈족을 피해 이탈리아 본토인들이 도망와 물 위에 말뚝을 박고 흙을 부어 만든 땅이죠.” 1500여 년 전인 567년의 일이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마련한 토대, 그 위에 쌓아 올린 역사와 문화. 베니스에 대해 곤돌라 밖에 몰랐는데. 보트에서 내려 베니스를 디딘 발 아래가 아득해졌다.

베니스 본섬 여행의 시작이자 중심은 산 마르코 광장이라 해도 무방하다. 베니스를 다스린 총독들의 공식 주거지인 두칼레 궁전과 성 마르코 대성당 등 베니스의 정치, 종교, 문화의 상징물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광장 입구에는 대문처럼 기둥 두 개가 높이 솟아 있는데 이곳 터줏대감들은 두 기둥 사이를 지나가면 재수없다고 여긴단다. 사자상인 기둥은 베니스의 수호 성인 마르코의 상징이고 그 옆의 기둥은 마르코에게 영광을 빼앗긴 과거의 수호 성인 성 테오도르 상이라서 그 사이를 지나면 테오도르의 저주가 따른다는 것이다. 미신에 코웃음 치며 기둥 사이를 피해 광장에 입성했다. 탁 트인 보통의 광장과 달리 3면이 ‘ㄷ’자 형태의 석조 건축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과연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할 만했다. 비잔틴 양식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뒤섞여 화려한 궁전과 성당을 마주하고 있는 광장에는 노천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베니스의 상인들, 여행자들의 활기가 일렁거렸다. 돌아보면 일정 중 하루는 산 마르코 광장에 종일 앉아 있어도 좋을 걸 그랬다. 괴테와 프루스트, 찰스 디킨스가 앉아 커피를 마셨다던 ‘카페 플로리안’에서는 턱시도 차림의 음악가들이 악기를 연주했고, 과거 베니스의 부를 자랑하고자 금박으로 장식한 궁전은 햇빛에 반짝거렸다. 해가 지면 영화처럼 모든 불이 탁 켜지던 순간도, 여행 마지막 날 밤 우연히 겪은 ‘아쿠아 알타(만조)’의 경이로움도, 산 마르코 광장이 선사한 인생의 기쁨이었다. 광장에서 출발해 찾아가야 할 다음 본섬 여행지를 추천하자면, 없다. 베니스 본섬에 첫 번째로 놓인 다리 리알토, 나무로 만들어진 아카데미아 다리, 중세 회화미술의 정수가 담긴 아카데미아 미술관, 오페라의 종주국 이탈리아다운 화려한 극장 라 파니체, 그 앞에 자리한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자 생선 요리가 기막힌 ‘앤티코 마티니(Antico Martini)’ 등 가봐야 할 명소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나는 베니스에서 단 한 번도 지도를 보지 않았다(사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갈 때 한 번, 숙소로 돌아올 때 한 번 보기는 했다). 베니스의 명소들은 전부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다 만났다. 크고 작은 118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들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베니스 본섬은 어디로 가든 어딘가에 닿는다. 조밀하게 들어선 건물은 굽이굽이 골목을 이루고, 골목을 헤맬 때마다 베니스의 깊은 매력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걷다 다리가 아파 들어선 성당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고요해서 아름다웠고, 배가 고파 거리 상점에서 사먹은 조각 피자의 토핑은 알고 보니 정어리라서 뿜고 말았다. 우연히 마주친 빈티지 소품 숍에선 베니스 골목 풍경의 미니어처를, 베니스 유일의 비틀스 숍이라는 곳에선 ‘Hey Jude’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샀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셨고(베니스의 에스프레소는 정말 맛있다), 서점에 들어가 읽지도 못하는 책을 후루룩 넘겨보기도 했다. 그러다 닿은 어느 박물관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 입구를 서성거렸지만. 이것이 여행이었다. 여행길에 지나쳐온 이 작은 공간들을 다시 찾아가라고하면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선 지도를 보지 않으면 옆동네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길치니까. 하지만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곳에 다녀온 것처럼 베니스 골목 깊숙이 추억을 숨겨두고 온 기분은 나쁘지 않다. 베니스에서는 헤매어 보기를. 다시 갔을 때 다르게 마주하게 될 베니스의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베니스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editor 김은희

photo COURTESY OF bassani, FOTOTECA ENIT, SAN CLEMENTE PALACE KEMPINSKI VENICE, TURKISH AIRLINES

digital designer 오주희

■ 위시빈과 함께 하는 '비밀 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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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루체른

유럽 여행이란 게 그렇습니다. 가장 유명한 그 나라 수도 찍고, 주변 도시 한 곳 정도 더 보고 이동하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요. 비밀 여행단이 그래서 이번주는 '플랜B 도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거 놀랍습니다. B급인데, 수도보다 유명합니다. 해당 나라의 느낌이 오히려 이 도시에서 더 풍기는 '아우라 만렙(최고 등급)' 포인트,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1. 런던쯤이야…브라이턴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여. 이곳이 브라이턴이란 동네입니다. 한국의 몽돌 해변에나 있을 법한 자갈 해변.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 강한 편집숍과 빈티지 숍들이 그림처럼 늘어서 있는 포인트입니다. 아, 백사장이 아니라 실망이라고요. 천만에요. 몽돌 매력은 눈이 아니라, 귀가 먼저 느낍니다. 걸을 때 '따깍따깍' 하는 돌멩이 소리의 리듬에 빠지면 이거, 헤어나오기 힘들어집니다. 올여름에는 '게이 축제'가 열립니다. 그만큼 자유분방하다, 이렇게 느끼시면 됩니다. 명불허전 인생샷 포인트도 있습니다. 브라이턴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약 40분쯤 달리면 유명한 '세븐시스터즈' 절벽이거든요. 이곳 방문을 위해 브라이턴을 찾는 사람이 있을 만큼 꽤나 유명한 곳이지요. 새하얀 돌멩이로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만들고, 인생샷 한 장 찰칵, 이게 여행하는 맛이지요. 

2. 마드리드보다 유명한 세고비아 

저한텐 기타 브랜드로 익숙합니다. 네, 맞네요, 그 세고비아.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60㎞ 달려오면 만날 수 있는 세고비아. '수도교'가 핫스폿입니다. 과거에 고지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 크기와 견고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지요. 스페인의 대부분 도시들이 그렇듯이 세고비아도 그 도시만의 느낌을 가득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정리된 느낌, 이게 여행자들을 유혹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성들이 유독 선호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련된 느낌의 정점에는 세고비아 대성당이 있습니다. 어떤 분위기냐고요? 애칭만 알려드리면 고개, 끄떡이실 겁니다. '대성당 중의 귀부인'. 저도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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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톨레도

3. 머릿속에 담고 있는 스페인, 톨레도 

누구나 머릿속에 그리는 여행지 모습이 있습니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느낌 아시죠? 그 느낌 그대로가 바로 '톨레도'의 모습입니다. 마드리드에서 남서쪽 70㎞ 정도 떨어져 있는 동네지요. 도시의 3면이 타호강으로 둘러싸여 멀리서 보면 섬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 이곳 여행법은 따로 있습니다. 여행 고수들에게 '톨레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길을 잃는 것"이라고. 아닌 게 아니라, 골목골목에서 톨레도의 숨겨진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아, 심지어 관광안내소에 물어봐도 이런 답을 들려 줍니다. "길을 잃어 보라"고요. 길을 잃어 골목을 누비고 다니면 마치 과거의 스페인을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게 바로 '시간여행'의 묘미겠지요. 

4. 개성 넘치는 녀석 베니스, 베네치아 

118개의 섬들이 다리로 이어진 '물의 도시' 베네치아. 운하를 이동하는 교통수단 '바포레토'와 곤돌라, 운하를 둘러싼 건물들이 도시를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지요. 시인 프로스트가 이렇게 표현한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베네치아에 와서야 꿈이 현실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이지요.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이 포인트입니다. 약 400개의 다리가 섬을 이어주는데 그 다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허니문 화보로 가장 유명한 곳은 '리알토 다리'입니다. 꼭 찍어야겠죠. 

5. 스위스인이 인정한 도시 루체른 

스위스 최대의 관광 휴양지로 알려진 '루체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카펠교'가 도시의 중심을 꽉 잡아주고 있습니다. 그 주변?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엽서 속 바로 그 장면, 스위스풍 건물들이 동화 속 마을의 느낌을 팍팍 살려주고 있습니다. 호수 근처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여유를 즐기거나 가볍게 벤치에 앉아 백조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좋겠지요. 특히나 루체른의 구시가지는 꼭 가보셔야 합니다. 중세시대로 '백투더퓨처'한 느낌. 근처에는 리기산도 있습니다. 알프스 들꽃을 보고 싶다면 무조건 여기로 달려가십시오. 분위기 끝내줍니다. 

※ 자료제공 = 위시빈, https://goo.gl/4omv1u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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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기 위한 비행기 안에서 이탈리아 맛 기행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 그렇게 다가올 설렘을 맘껏 기대하며 지난 여행의 추억이 주는 그리움을 곱씹으며 다독이고 있다. 베네치아의 여행길에서 나는 오랜 인연이었지만, 인생이 주는 예기치 못한 장난으로 소원해져 버린 동생을 닮은 동행을 만났다. 그녀는 베네치아와 밀라노의 내 시간을 부분부분 함께 해주었다. 그녀와 함께일수록 나는 빨리 돌아가 동생이 만나고 싶어졌음이 신기했다. 그렇구나!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지금 내 곁을 지키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해 인생이 주는 선물.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라고 한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그대로 ‘이별’일테니.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하나보다. 나를 지키는 ‘연’과 내가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

흔해 빠진 수식어 ‘물의 도시 베네치아(Venezia)’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말 그러하니 말이다. 베네치아에서는 내 발이 닿는 어느 곳이든 항상 수줍게 찰랑거리는 운하가 흐르고 있었다. 골목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행여 시야에서 운하를 놓친다하더라도 은은하게 풍기는 비릿한 물 내음과 곤돌리에(Gondolier,곤돌라 뱃사공)의 노랫소리는 나의 감각을 감싸온다. 육지로의 여행이 무료해 질 즈음 베네치아로 떠날 채비를 했다. 산타 루치아 역(Stazione Venezia Santa Lucia)에서 막 벗어나 맞이한 베네치아는 운하에 반사 된 햇살에 순간 화이트아웃(White out,백시현상)을 겪을 정도로 신비로운 강렬함이 묻어났다.

‘패션의 도시’라는 위풍당당한 수식의 느낌은 나와 같은 방랑객스러운 여행자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또각또각 밀라노(Milano)의 성냥갑 같은 반듯함에 대한 선입견은 밀라노 중앙역(Stazione di Milano Centrale)과 연결 된 지하철역에서 무참하게 깨어졌다. 많은 집시(Gipsy)들과 어지러운 질서. 이런 대 반전 속 나는 실망보다 세세한 안도의 한숨이. 그래. 결국 이곳도 이탈리아의 한 부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운하를 자유로이 흘러가는 곤돌라와 곤돌리에. 하지만 곤돌리에의 변덕 역시 흐르는 강물처럼 기복이 심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희망의 꿈을 부르는 ‘천년의 도시’

바다 속 점토질 바닥에 인공 기반을 만들어 형성한 도시 ‘베네치아(Venezia).’ 100여개가 넘는 조그만 섬으로 이뤄 져 있어 이 섬들을 잇는 다리만도 400여개란다.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 놓인 십여 개의 다리를 20kg이 넘는 짐 가방을 들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것은 대표적인 관광의 나라치고는 세심하지 못한 처사라 생각되지만 내 손에 들린 무거운 짐만 아니었다면 모두가 신기하고 아름다웠을 풍경들. 두 손이 자유로워진 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베네치아의 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

운 좋게 숙소는 베네치아의 명물인 ‘리알토 다리(Ponte de Rialto)’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가슴이 멎을 만큼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인식이 강해서였을까?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의 그 어느 도시보다 상점이 발달했다고 느껴진다. 리알토 다리는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처럼 다리의 양 쪽 끝으로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하지만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를 이루는 상점들은 역사적으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반면(과거 베키오 다리에는 푸줏간, 대장간, 가죽처리장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이탈리아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악취가 나고 깨끗지 못한 외관상의 이유로 모두 내쫓기게 되었다. 그 후 들어선 것이 보석상. 푸줏간과 보석상이란 너무 대비적인 이런 역사를 알기에 결코 베키오 다리를 아름답다 찬양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시절 마지막 생존권마저 권력에 의해 빼앗긴 불쌍한 서민들의 절규 섞인 투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는 기념품점, 젤라테리아, 식음료 상점, 보석상과 유리공예 판매점까지 하나의 쇼핑 거리다. 수많은 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 진 베네치아 교통&문화 카드는 언뜻 여행자를 위한 배려인 듯 해보이지만, 성당 입장료와 화장실 사용료까지 세트 상품으로 묶어 판매 하고 있는 것은 ‘물의 도시’라는 수식어와는 다르게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하지만 이런 삭막함도 잠시. 베네치아는 지난 천년의 세월이 그러했듯, 앞으로 다가올 천년을 위해 희망의 꿈을 부르는 도시다.

운하를 떠다니는 곤돌라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매년 성황리에 개최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활기찬 모습에서 그리고 벌떼처럼 몰려드는 여행자들을 대하는 지치지 않는 상인들의 웃는 얼굴에서 그 희망의 찬가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1.리알토 다리 건너 어시장의 아침을 함께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솟구친다. 가끔 삶이 지루하다 느껴질 때 나는 이른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고는 한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녹슬어버린 정신에 기름을 치는 시간을 갖는다. 2.정말 하나를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황빛의 연어가 반짝거리며 진열되어 있다. 3.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보기 좋은 베네치아 어시장을 만들기를 바라본다.
사람 냄새 나는 수산시장 살아있는 아침

대운하로 이뤄 진 도시인만큼 베네치아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것이 '오징어먹물파스타(Spaghetti alla Nero di Seppia,10~15유로)'와 '해산물튀김'이다. 베네치아에서 먹어 본 오징어먹물파스타는 버터의 고소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풍부한 맛이었다. 여기에 기존 먹어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을 지닌 오징어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그 어떤 색채감도 지니지 않은 그저 검은색일지라도 오징어먹물파스타는 그 생김을 뛰어넘는 맛을 지녔다.

아침 일찍 리알토 다리 건너 생선과 채소 등을 파는 재래시장으로 간다. 어시장은 11시 가량이 지나면 장사를 정리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움직여야만 싱싱한 해산물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어시장의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고자 부지런히 가판대에 얼음을 깔고 생선을 세팅한다. 어! 그런데 우리나라 생선가게와는 왠지 느낌이 다르다. 단지 외국이기 때문에 느끼는 나의 고정관념이려나 싶어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생각해보니 아! 얼음 위에 곱게 누워있는 생선이 우리의 것과 다르구나. 자반고등어와 동태, 갈치 등이 진열 되어있는 우리나라 생선가게와는 달리 이곳은 연어와 송어, 농어와 가리비 등이 투명한 얼음 위에서 주황빛, 은빛 제 살을 반짝반짝 빛내며 올려 져 있었다.

저 연어 한 덩이를 사서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팬에 잘 구워 레몬을 넣은 새콤한 크림소스를 뿌려 연어 스테이크를 만든다면 참 맛있겠구나. 고소하고 풍부한 크림소스가 뿌려진 농염한 맛의 연어 살을 한 입 먹으면 치아 사이로 거칠게 부스러지는 연어 살과 혀끝으로 고소하게 감기는 크림의 맛. 아마 마지막에는 레몬의 상큼함이 다음 들어올 음식에 대한 예를 갖추고 있으리라.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술학도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를 대하는 것과 매한가지의 설렘을 지닌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생생한 아침의 시장 구경을 마무리하며 돌아가는 길, 부자(父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륜의 깊이를 나타내듯, 아버지는 값이 비싼 연어를, 아들은 조그마한 생선의 비닐을 벗겨내고 있었다. 아들의 표정이 즐겁지 만은 아니 해 보인다. 아마도 생선가게라는 가업을 잇기 싫은 눈치다. 하지만 이 청년도 언젠가는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다. 베네치아의 볼거리 어시장이 아버지와 같은 분들로 인해 베네치아의 명물이 되었음을 깨닫고, 존경심을 지닐 날이 늦더라도 오지 않을까? 내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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