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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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지중해변 산책로 코니쉬에 있는 ‘피전 록’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사람들.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 케이채

중동이라고 하면 많이 가지는 편견과 전혀 다르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유럽의 느낌을 머금고 있다. 중동의 파리라는 별명이 있다. 한때 이곳을 점령했던 프랑스 영향으로 매력적인 건축물이 가득하다. 다양한 아랍권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젊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이슬람 문화의 흔적 또한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베이루트의 독특한 매력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단 한 곳을 꼽으라면 지중해를 바라보는 산책로 코니쉬(Corniche)를 추천한다.

지중해가 펼쳐지는 베이루트 서쪽에 길이 4.8㎞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 코니쉬는 관광객들은 물론 레바논 사람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가족·커플·친구들까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산책로의 시작은 북쪽 끝의 세인트 조지 요트 클럽. 비싼 요트들이 일렬로 정박되어 있는 가운데 레스토랑과 술집이 즐비한 쇼핑 거리다. 이곳이 중동이 맞는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글로벌 커피숍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렌차이즈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남쪽을 따라 내려가면 본격적인 산책로가 펼쳐지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중해 바닷가에서의 낚시는 베이루트 사람들의 중요한 취미 생활 중 하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찌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쉬 발견할 수 있다. 파도가 높아 옷이 흠뻑 젖는데도 꿈쩍 안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큰 고기를 낚는 것 같지는 않다. 낚싯대를 드리운 그 자체로 이미 만족하는 게 코니쉬에서의 낚시가 아닌가 싶다. 낚시꾼들 사이로 가끔 펼쳐지는 바위로 가득한 해변에는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한다.

산책로 위로는 더 재미있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베이루트 젊은이들은 유럽 사람과 다름없는 서구적인 복장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연인들은 때로 과감한 애정표현을 한다. 여느 유럽 해변과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얼굴과 몸을 모두 가린 전통 복장의 무슬림 여성들이 곁을 지나가며 묘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슬람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복장은 달라도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엄격한 무슬림도, 서구화된 무슬림들도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해가 질 때쯤이 되면 어디선가 등장한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의자를 앞에 놓고는 가만히 앉아 사람 구경을 한다. 땅콩을 팔고, 커피를 팔고, 각종 장난감을 파는 노점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벤치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지나 계속 길을 따라가면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은 놀이공원이 있다. 오래돼 보이지만 여전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는 주말이면 특히 인기다. 공원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산책로가 끝나는 듯 보이지만 금세 다시 나타나는 길과 함께 거대한 바위들이 해안가에 펼쳐진다. 코니쉬의 남쪽 끝으로 가장 유명한 '비둘기 바위' 피전 록(Pigeon Rocks)이다. 피전 록은 일몰을 바라보는 장소로 특히 인기가 많다. 산책로에서 가만 바라볼 수도 있지만 길을 따라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보면 보트 운전사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피전 록 주위를 돌며 근처의 작은 동굴들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옆 나라 시리아 문제와 남쪽으로는 이스라엘, 북쪽으로는 터키와 맞닿아 정세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 레바논이다. 그러나 베이루트는 혼란의 중동 정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지키며 가장 서구화된 중동 도시로서 현대화를 이루어왔다. 코니쉬의 산책로를 따라 하루를 걷는다면 여행 전 가졌던 일말의 두려움은 씻은 듯 사라질 것이다.

[그래픽] 레바논 베이루트
레바논 베이루트로 향하는 직항편은 없으며 대부분 두바이나 아부다비를 경유한다. 베이루트 공항에서 시내는 30여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옛것과 새것,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기독교와 이슬람이 조화와 충돌을 거듭해 온 땅. 영광과 상처 가득한 과거를 딛고 불안정한 현재를 일구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중동의 숨은 보석.

중동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다

온몸을 감싼 검은 차도르의 여인들, 노을지는 사막으로 걸어가는 낙타의 행렬,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소리......‘중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이다. 시리아, 이란,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레바논은 중동 지역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난 곳이다. 이슬람 사원 옆으로 동방정교회가 서 있고, 히잡을 쓴 여성과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나란히 걸어가고, 박물관에나 가 있어야 할 상태의 택시 옆으로 최고급 세단이 질주하고, 뮈에젠의 기도 소리가 끝나면 귀를 찢는 테크노 음악 속에서 춤을 추는 밤이 시작된다.

사막과 이슬람으로 대변되는 중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베이루트 시내 전경

‘중동의 파리’라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오랫동안 중동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해왔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 불리며 그 아름다움을 뽐내왔다. 오천 년에 걸친 도시의 역사가 말해 주듯 베이루트는 페니키아·로마·맘루크·오스만 제국으로 이어지는 각 시대의 유적과 유물을 간직한 보고다. 부르카와 토플리스, 푸른 지중해와 만년설이 쌓인 산, 복원된 새 건물과 폭격의 잔해가 그대로 남은 낡은 건물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중해를 품에 안고 설산에 기댄 베이루트는 그 아름다움으로 사랑받아 왔으나 17년에 이르는 내전의 중심지가 된 덕분에 철저히 파괴되었다. 길고 고통스러운 내전의 시발은 1975년, 기독교인들이 무슬림이 탄 버스를 향해 쏜 한 발의 총이었다. 베이루트가 세상의 주목을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수상의 지휘로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야심적인 도심 재건축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10여 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 부어 200채가 넘는 오스만 제국식과 프랑스 식의 건물들을 복원했다. 주변의 낡고 허름한 건물들을 배경으로 들어앉은 중심가는 지나치게 깔끔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덕분에 영혼이 없는 거리라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곳의 노천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고된 하루를 마감하는 일은 이미 베이루트 시민들의 신성한 의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다운타운의 거리 축제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다를 품은 도시

베이루트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다운타운’ 혹은 건축회사의 이름을 따 ‘솔리데르(Solidere)’라 불리는 도심에서부터 걸어보자.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는 한낮의 텅 빈 도심은 삭막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곳을 복원하기 위해 베이루트 시민들이 쏟은 땀과 열정을 떠올리면 차가운 콘크리트 공간도 조금은 따스하게 느껴진다. 엄격하고 단정한 귀족의 얼굴 같은 도심을 빠져나오면 어디선가 바다가 기척도 없이 달려와 안긴다. 코르니체(Corniche)라 불리는 해변의 연안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햇살은 따가워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있고, 견과류나 파니니 스타일의 빵, 커피를 파는 노점상들 덕분에 느긋하게 소요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노인들 곁으로 MP3를 목에 걸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든 젊은이들이 지나가고, 가슴을 드러낸 티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녀를 흘끔거리며 조깅을 하고 있는 남자도 보인다.

연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왼편으로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 of Beirut)이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예쁜 대학이라는 론리 플래닛의 말이 심한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교정을 품고 있다. 품이 넉넉한 나무들과 늘씬하게 뻗은 삼나무들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줄지어 서 있다. 중동의 미남미녀들은 다 모아 놓은 것만 같은 청춘들이 가득한 교정을 돌아 다시 해변으로 나온다.

도시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바다가 기척도 없이 달려와 안긴다.

베이루트의 시내에서는 맥도날드,하드락카페 등의 서구문물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베이루트 걷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은 비둘기 바위(Pigeon Rocks)다. 베이루트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경관인 이 바위들은 바다 위에 우뚝 솟은 개선문 같다. 지금까지 걸어온 연안도로를 버리고 바다를 향해 이어진 절벽으로 내려가는 좁은 길을 따라간다. 이름 모를 꽃들이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 이어진 가파른 길을 따라가면 번잡한 베이루트 시내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도시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지중해의 바다 위에 섬처럼 뜬 비둘기 바위의 모습이 보인다. 주변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연인들의 속삭임은 혼자 걷는 이의 속을 살짝 긁기도 한다. 지중해를 향해 한껏 몸을 내민 이곳 절벽 위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두 개가 있다. 한 곳은 테이블도 없이 달랑 의자 두 개, 다른 한 곳은 의자 네 개. 뜨겁고 진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바다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노라면 혼자여도 나쁘지 않다는 만족감이 조금씩 차오른다.

비둘기 바위와 베이루트 시내 전경. 고층 빌딩들이 인상적이다.

코스 소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루트에는 오스만제국, 맘루크, 십자군, 압바스, 우마야드, 비잔틴, 로마, 페르시아, 페니키아, 가나안 시대의 유물들이 남아 있다. 무역항과 중동지역의 경제적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두바이에 빼앗겼지만 베이루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다. 중동의 갑부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날아오고, 중동의 검은돈이 흘러 들어오는 곳이기에 ‘중동의 스위스’라고도 불린다.
베이루트를 걷는 코스는 어디서 시작하든 괜찮다. 다운타운에서 시작해 연안도로를 따라 비둘기 바위까지 걷는다면 약 7킬로미터, 최소 두 시간이 소요된다.

가는 길
한국에서 레바논의 베이루트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보통 카타르의 도하나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를 경유해야 한다.

여행하기 좋은 때
베이루트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이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여행하기에 좋다. 단 12월부터 4월까지는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무덥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봄과 가을이 최고의 여행시즌이다.

여행 Tip
중동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48시간 체류 비자로 레바논에 들어와 이틀 만에 레바논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레바논은 북부와 남부에 걸쳐 다양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최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내서 찬찬히 둘러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레바논 요리는 그 맛과 다양성에서 미식가들의 격찬을 받아왔다. 한 번쯤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중동 음식의 진수를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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