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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아름다운 도시 1, 2위를 다투는 브뤼헤의 야경. [이두용 작가]

브뤼헤는 겐트와 더불어 벨기에 아름다운 도시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종탑과 광장, 성벽과 반듯한 돌길은 금방이라도 해리 포터가 나올 것 같은 중세로 여행자들을 안내한다. 크지 않은 도시라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벨기에서 딱 하루만 머문다면 여기다. 시작은 마르크트 광장이다. 광장 한쪽에 80m 높이 종탑이 우뚝 서 있다.

종탑은 1m 정도 기울어져 있다. 잘못된 설계 탓인지 처음부터 기울어졌다고 한다. 중간에 조정하려다 실패해서 지금도 기운 채로 서 있다. 5m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에 비하면 낫다고 해야 하나?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을 받지 못한다. 한번에 최대 90명 정도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그래서 올라가는 줄이 길다). 꼭대기까지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가파르고 좁은 나선형 계단을 45분 정도 올라야 한다. 각오하시길. 종탑 사진은 광장 쪽보다 뒤편 입구 쪽에서 찍는 게 더 예쁘다. 중세 때 주로 교수형 집행 장소로 쓰였던 광장은, 이제 흥정이 오가는 시장,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살아 움직인다. 광장을 중심으로 가보면 좋을 만한 핫스폿 네 군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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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와플의 진수를 맛보자

벨기에 와플은 크게 두 가지다.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풀이다. 격자 무늬가 있는 커다란 직사각형 케이크 형태가 브뤼셀 와플이다. 위에 과일, 시럽,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다.

리에주 와플은 마찬가지로 격자 무늬가 있지만 동그란 과자 모양이다. 브뤼셀 와플보다 더 쫀득쫀득하다. 여기서 맛본 와플은 브뤼셀 식이다. 추천 가게는 '리지스 와플(Lizzies Wafels)'. 광장에서 걸어 4~5분 거리에 있다. '엑스트라 라지'가 슬로건. 다른 가게 와플보다 크다.

세로 길이가 20㎝는 되는 거 같다. 생긴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통 벨기에 와플'을 고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직접 만든 초콜릿 시럽과 슈거 파우더를 뿌린 와플이 인기(라고 한)다. 토핑도 토핑이지만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와플 빵 맛이 좋다. 월·화 휴무. 5시까지 열고 현금만 받는다.

▶ 현지인 추천 '가성비 갑' 초콜릿

벨기에는 초콜릿의 나라다. 명성은 '셸 초콜릿'에서 나왔다. 크림이나 견과류 등을 속에 넣어 만든 초콜릿, 그게 이 나라 태생이다(원조가 '노이하우스' 초콜릿이다. 원래는 약을 넣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것을 넣었다고 한다). 이어 벨기에 초콜릿을 세계 수준으로 격상시킨 사람이 등장한다. 도미니크 페르소네(Dominique Persoone)다.

상상을 초월하는 실험 정신으로 다양한 초콜릿을 선보였다. 한국 된장과 김을 사용한 초콜릿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문을 연 '초콜릿라인' 본점이 이곳에 있다. 원하는 초콜릿을 골라 g 단위로 살 수 있다. 가령 250g이면 18유로(약 2만 3500원)다. 싸지 않다. 그래서 추천한다. '푸르 쇼콜라(Pur Chocolat)'. 초콜릿라인에서 5분만 걸어가면 된다. 현지 가이드가 추천하는 '가성비 갑' 초콜릿 상점이다. 관광객들에게 '브뤼헤 최고의 초콜릿 가게'란 찬사를 듣고 있다.

▶ 전세계 '맥덕' 유혹하는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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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레시피만 수천 종에 달하는 수도원 맥주는 이 나라의 자랑이다. 맥주순수령 탓에 획일화한 독일 맥주와는 다르다.

라거, 에일, 람빅 등 다양한 종류 맥주가 전 세계 맥덕을 유혹한다. 벨기에 맥주의 맛과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 있다. '할브 만(Halve Maan)' 양조장이다.

무려 150여 년 역사를 자랑한다. 가족 양조장으로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브루스 조트(Brugse Zot, 발음 주의)'다. 광대 그림 라벨로 유명하다. 진한 황금색 빛깔과 과일향 나는 풍미가 일품이다. 알코올 함량 6도(보다 진한 색깔의 7.5도짜리도 있다). 할브 만 맥주 제조 과정과 역사를 보여주는 견학 코스를 1시간 정도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2016년 3㎞ 길이 맥주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는 사실 등을 소개하는데,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 유럽 最古 다이아몬드 도시

14~15세기 벨기에는 북유럽 무역 중심지였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들여온 다이아몬드 원석은 벨기에, 특히 당시 거점 도시였던 브뤼헤를 통해 유럽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자연스럽게 브뤼헤는 다이아몬드 무역과 가공 중심지로 발전했다. 다이아몬드 가루로 만든 회전판으로 다이아몬드를 연마하는 기술도 브뤼헤에서 발명됐다. 물론 '영광스러웠던' 과거 얘기다.

현재 다이아몬드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은 이웃 대도시 앤트워프다. 그래도 브뤼헤는 '유럽 최고(最古) 다이아몬드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그 명성에 걸맞은 숍이 하나 있다. '페터 퀴호'라는 곳이다. 브뤼헤 관광청 추천. 2대째 운영되는 주얼리 숍인데, 주의하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작으니 잘 찾아야 한다. 방문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2000만원 정도 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취재 협조 = 플랜더스 관광청

[브뤼헤(벨기에) =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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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톰 행크스 분)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이런 명대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 배경을 찾아 거슬러 오르면 벨기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초콜릿이 벨기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쌉쌀한 맛을 가진 큰 덩어리에 불과하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함과 동시에 더위에 약해 쉽게 녹아 버리기까지 하는 이 먹거리를 낱개 단위로 만들어 포장해 그걸 넣을 전용 상자까지 만들어 낸 최초의 나라가 바로 벨기에다. 그뿐이랴. 우리나라 송편처럼 초콜릿에 여러 가지 속을 넣어서 다양한 맛을 내고, 한 입 베어 물 때 즐거움까지 안겨주는 프랄린 초콜릿을 최초로 만든 나라도 벨기에다. 이 덕분에 영화 속 명대사가 탄생할 수 있었으리라. 

벨기에 플랜더스 사람들은 초콜릿 만드는 것을 와인 만드는 것에 비유한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 내듯이, 초콜릿 역시 코코아 콩이 브라질, 멕시코, 코스타리카, 카메룬, 자바 등 산지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지역마다 다른 와인을 맛보기 위해 와이너리 여행을 떠나 듯 이제는 초콜릿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벨기에 플랜더스의 주요 도시에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학교가 있다. 바로 초콜릿 학교다. 요리학교나 제과·제빵 학교에서 일부분으로 초콜릿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초콜릿만을 위한 학교다. 수업과 시험, 실습이 온통 초콜릿이다. 

브뤼셀과 브뤼주에는 초콜릿 박물관도 있다. 초콜릿에 관한 역사와 배경까지도 알려주고 싶어하는 열정이 모인 이 박물관에는 초콜릿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희귀한 자료는 물론, 모든 초콜릿 종류를 맛보고 그 차이를 직접 구분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브뤼셀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초콜릿의 세계를 알려주는 초코 빌리지도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브뤼주에는 65개 이상 수제 초콜릿 가게가 있다. 중세 이후부터 계속된 일종의 공동 조합인 초콜릿 길드가 아직도 활동 중이며, 브뤼주 스완이라는 브뤼주 도시 공식 초콜릿이 있을 정도다. 

브뤼주 초콜릿 투어는 일명 '초콜릿 거리'에서 시작한다. 약 450m에 걸쳐 펼쳐진 이 거리에는 오랜 전통을 그대로 고수한 초콜릿에서부터 실험적인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모든 맛을 만날 수 있다. 초콜릿을 담는 상자도 초콜릿으로 만들어 상자까지 먹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 브뤼주의 초콜릿 거리를 걷다 보면 초콜릿은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립스틱, 약, 페인트, 구두,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창의적인 초콜릿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쯤되면 그 작은 벨기에 플랜더스 지역에 왜 2000개 이상의 수제 초콜릿 매장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연경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이사]


날씨의 변덕에도 꿋꿋하게
브뤼셀의 옥상 풍경


옥상은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곳이라는 점에서 나라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손꼽힌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옥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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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마다 파킹 58의 옥상에서 열리는 칵테일 바 레 자르당 쉬스펜뒤의 모습과 이곳에서 바라본 브뤼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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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텃밭으로 변신한 왕립도서관의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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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가장 핫한 복합 문화 공간 중 하나인 부으슈부르그의 5층 옥상 테라스에서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상영회나 칵테일 파티가 열린다. 8월 한 달은 바캉스로 문을 닫고, 9월에 재정비된 하반기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 예정.

탁 트인 시야가 보장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은밀한 공간 같은 느낌이 드는 옥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다만 머리 위 가림막이 없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걸릴 뿐. 프랑스의 북쪽에서 도버 해협을 면하고 있는 작은 나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옥상 놀이의 제약도 꽤 많은 편이다.

한나절 동안 포근했다가 금세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내 쾌청하고 쌀쌀했다가 다시 포근해진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린다. "오늘도 전형적인 브뤼셀 날씨군." 일례로 시내 한가운데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칵테일 파티를 들 수 있다.

브뤼셀의 중심가인 그랑플라스(Grand Place)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파킹(Parking) 58' 건물의 테라스에서 열리는 파티 '레 자르당 쉬스펜뒤'(Les Jardins Suspendus)가 그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던 당일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행사를 한 주 연기해야만 했다.

행사 연기 공지문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름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태양이여, 우리와 함께 하소서.' 그랜드 오픈 당일에는 아쉽게도 행사를 연기했지만, 비가 오지 않는 주에는 예정대로 파티가 열려 석양을 바라보며 칵테일 한잔을 즐길 수 있다. DJ들의 음악을 배경으로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모히토와 카이프리나 같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파티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늘 바로 아래에서 펼쳐지는 두 가지 풍경

반대로 변덕스러운 날씨의 덕을 톡톡히 보는 특별한 옥상도 있다. 바로 브뤼셀 왕립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텃밭이다. 2012년 친환경적 도심 텃밭을 널리 알리기 위해 350㎡ 넓이의 도서관 테라스에 각종 작물을 심은 이후, 매해 봄과 여름에 주기적으로 수확 이벤트를 한다.

이 신록의 테라스는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밤의 옥상도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옥상 놀이를 고안해낸 문화 공간도 있다. 다국적 아티스트와 함께 전시, 퍼포먼스, 상영회, 콘서트 등을 펼치는 복합 문화 공간 '부으슈부르그'(Beursschouwburg)에서 지난 6, 7월 월드컵 기간에 맞춰 'Out Loud!'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축제다.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나이트 파티로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비롯해 영화와 뮤직 다큐멘터리 상영이 진행됐다. 흔치 않기에 더욱 소중한 맑은 날을 만끽하기 위해 브뤼셀 사람들은 이렇듯 끊임없이 궁리 중이다. 옥상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들은 땅을 밟고 있을 때는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이 되어주고 있다.

이 글을 쓴 최혜진은…

『여성중앙』을 거쳐『쎄씨』피처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누구보다 주도면밀하고 깐깐한 워커홀릭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일보다는 연애를 더 좋아했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유럽으로 날아가 프리랜서 글쟁이로서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다. 책『그때는 누구나 서툰 여행』을 썼다. www.radioheadian.com

◆ 위시빈과 함께 하는 '비밀 여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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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 고흐카페. [사진제공 = 하나투어]

그렇습니다. 역시나 비밀 여행단답게, 이번주 스케일이 큰 유럽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그냥 가지 않죠. 역시나 비밀스러운 곳들로 떠납니다. 대도시에 가려, 그동안 은밀하게 덮여 있던 보석 같은 여행지, 그 먼지를 벗겨드릴게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져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유럽의 작은 소도시들. 비밀스럽게 둘러보시죠.

1. 코츠월드…영국의 동화마을 

런던에서 기차로 딱 1시간30분. 마법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마을 이름부터 끝내줍니다. '양떼와 오두막집이 있는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코츠월드. 아, 생긴 것도 그대롭니다. 양들이 풀을 뜯으며 돌아디닐 것 같은 분위기. 심지어 영국인들은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 1순위로 꼽는 곳입니다. 조용한 시골마을 바이버리와 물의 마을 버튼온더워터 등 여러 마을이 합쳐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곳, 둘러볼 땐 급하게, 안됩니다. 비밀스럽게, 그리고 느리게. 

2. 신트라…에덴의 동산 포르투갈 신트라 

포르투갈의 신트라. 리스본에서 기차를 타고 40분이면 도착합니다. 이곳, 시적입니다. 오죽하면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에덴의 동산'이라 칭했을까요. 그만큼 고즈넉하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백설공주가 살고 있을 듯한 페나성과 유럽판 만리장성 무어성, 또 헤갈레이아 별장 정원까지 놓치면 안 될 볼거리도 줄줄이 이어집니다. 리스본? 아닙니다. 이제는 신트라를 먼저 버킷리스트에 꾹 눌러써 두시기 바랍니다. 

3. 브루게…독특한 지붕이 인상적인 벨기에의 브루게 

벨기에 하시면 그랑플러스 광장이 있는 브뤼셀이 떠오르시죠? 비밀 여행단 애독자라면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브뤼셀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브루게라는 작은 도시가 나옵니다. 여기가 포인트입니다. 운하를 두고 형형색색의 집이 포진해 있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북쪽의 베네치아라는 애칭이 그제서야 가슴에 콱 박히는 브루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맛이 있는 마그르트 광장의 모습에 끌려 벨기에를 여행하는 이들은 꼭 브루게를 찍는다고 하네요. 

4. 아를…고흐가 사랑한 프랑스의 아를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던 마을인 프랑스의 소도시 아를. 보통 프랑스의 소도시 하면 몽생미셸을 떠올리는데 안 됩니다. 우린, 바로 비밀 여행단 애독자들이거든요. 지금부터는 아를로 갑니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곳이지요. 파리에서는 4시간 정도 걸립니다.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고,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이 잘 보존돼 있는 곳.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의 밤의 카페'와 '아를의 여인들'은 모두 이곳에서 탄생한 걸작들입니다. 

5. 할슈타트, 잘츠카머구트…배낭족들의 메카 할슈타트 

호수를 끼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할슈타트. 그 황홀한 풍광 때문에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동경하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물론, 한국인들에겐 낯선 곳이지요.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까지 타서 2시간 정도를 오면 호수를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거깁니다. 골목골목 속살 투어도 즐길 수 있으니, 꼭 한번 둘러보셔야겠죠. 

6. 체스키크룸로프…그대만 몰랐다, 체스키크룸로프 

체코의 프라하만큼이나 유명한 체스키크룸로프. 물론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당연히 아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평생 모르고 묻어버리는 곳이지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꺼내두셔야 합니다. 프라하에서 버스로 약 2시간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 놀랍게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몇 안 되는 곳입니다. 체코를 여행하는 사람 중 반은 오롯이 하루 시간을 털어 체스키로 떠난다고 합니다. 빼곡한 붉은 지붕의 모습이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한 최고의 소도시랍니다. 

7. 드레스덴…피렌체라 불리는 드레스덴 

옛 유럽을 떠오르게 하는 바로크 건축물들이 가득한 도시, 드레스덴입니다. 베를린에서 2시간30분 정도 걸리네요. 아, 물론 기자 역시 찍어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지만 여러 도움과 노력으로 다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우뚝 일어섰지요. 유서 깊은 건물들이 가득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넘칩니다. 여행자들 사이에선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기도 한답니다. 길 곳곳의 건물과 다리 아래엔 예전 총탄 자국이 그대로 박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찾아보는 재미. 

8. 센텐드레…헝가리판 헤이리 센텐드레 

헝가리 하면 부다페스트가 떠오르시죠? 이 질문에 센텐드레를 꼽으셨다면 여행 고수 인정합니다. 부다페스트에서 50분이면 작은 예술마을인 센텐드레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부터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예술마을로 자리 잡았지요. 그러니깐, '헝가리판 헤이리'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거리의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니 예쁘고, 그 골목을 따라 볼거리도, 쇼핑할 거리도 죽 늘어서 있습니다. 

9. 아시시…'무조건 1박' 아시시 

로마에서 2시간 정도 가야 되는 아시시. 이탈리아를 갔다면 무조건 1박을 해야 한다고 여행고수들이 꼽는 곳입니다. 성프란체스코를 기리는 수도원이 있는 곳도 여깁니다. 고요하면서도 풍광이 빼어나기론 이탈리아 최고인 곳. 특히 노을이 질 때가 골든타임입니다. 저녁에 바라보는 프란체스코 성당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감동을 선사한다고 하네요.  

※ 자료제공 = 위시빈, https://goo.gl/FkqwZw 

[신익수 여행·레저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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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 마르크트 광장에 울려 퍼지네

유럽을 한 달 이상 돌아다니다 보면 어떤 지겨움이 목울대까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무슨 엽서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나무숲, 고딕풍 성당과 운하, 무슨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호수 게다가 백조까지…. 특히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독일의 그 성은 오스트리아의 그 성 같고, 체코의 그 광장은 스페인의 그 광장 같고, 광장 위에 서 있는 종탑마저 모두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름답고 거대한 베르사유를 투어하는 2시간 동안 내내 졸았다. 

벨기에의 도시 브루게(Brugge)는 고딕풍의 성당, 아름다운 운하와 종탑으로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도시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일보 DB
'거울의 방'을 보는 것도 시큰둥했고 아름답게 재단된 정원을 보는 것 역시 별로였다. 독일과 벨기에·네덜란드·스페인 등등을 돌면서 성을 보는 것에 너무 지쳐 있었고, 건축과 미술에 대한 공부가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벨기에에 대한 첫인상은 모든 게 작다는 것이었다. 브뤼셀에는 벨기에의 국토만큼이나 조그마한 광장이 있는데 이 광장을 따라 조그만 '레이스 숍'들이 즐비한 울퉁불퉁한 포석 위를 걷다 보면 '오줌싸개 동상'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것을 보기 위해 벨기에까지 왔다는 게 조금 허무했다. 동상 옆에는 그 아이의 동상을 축소시킨 기념품 가게들이 관광객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봐, 오줌싸개 아이야! 바로 그 아이라고!" 한 가지 인상적인 게 있었다면 오줌 싸는 그 아이가 쓰고 있던 생뚱맞은 털모자 정도였다.

물론 벨기에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는 고디바처럼 비싼 초콜릿 말고도 맛있는 핸드메이드 초콜릿을 파는 가게들이 많고, 아름다운 성당들도 많다. 다만 내 여행이 브뤼셀에서 그친 건 아쉬웠다. 사실 한국에 여행을 왔는데 서울만 보고 경주 제주를 못 보고 간다는 건 한심한 일 아닌가. '킬러들의 도시'를 보고 나니, 브루게(Brugge)에 가보지 못한 게 정말 후회스러웠다. 시간이 정지된 이 중세풍 도시에 '킬러들의 도시'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상, 이 도시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에 무척 흥미가 생긴 것도 사실이고.

'내 인생 최고의 영화'와 '내 인생 최악의 영화'라는 평이 나란히 붙어 있는 누군가의 첫 번째 영화를 볼 때면 늘 상념에 빠지게 된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나 역시 첫 번째 작품으로 '내 인생 최고의 소설'과 '내 인생 최악의 소설'이라는 극단적인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평 사이의 행간에는 수많은 목소리들, 이를테면 증오·분노·조롱·열망·질투·시기·역겨움 같은 것들이 장엄하게 진동한다. 보고 또 봐도 좋은 사람과 보면 볼수록 역겨운 사람들 사이의 대립각이 크면 클수록 말이다. '킬러들의 도시'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배경인 벨기에의 브루게에 도착하며 콜린 파렐이 던지는 첫 마디는 이것이다. 이런 엿 같은 브루게!

킬러인 레이와 켄은 자신들의 보스에게 벨기에의 브루게에 2주 동안 가 있으라는 연락을 받는다. 킬러들의 관광은 브리주를 통해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빈번히 역설하는데 건축가가 건축물을 보고 감동받듯, 레이와 켄은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 '최후의 심판'을 보며 감동을 토한다. 죄를 지은 인간들이 심판을 받는 무시무시한 그림 앞에서 지옥과 천국의 중간지대인 '연옥'의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네요"라는 레이의 말은 갈팡질팡 경계 위에 서 있는 한심한 인간들에 대한 난상토론 같다. 좋은 삶을 살 수도 있었던 그 시간에 사람 죽이는 일을 불평 없이 한 것에 대한 속죄, 물론 그들의 판단엔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킬러들의 도시: 아름다운 중세풍 도시, '뚜껑 없는 박물관'이란 별칭을 가진 브루게에서 벌어지는 킬러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연극계의 타란티노'란 애칭과 함께 천재작가로 불리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첫 작품. 이 영화로 할리우드의 악동 '콜린 파렐'은 66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살인의 세계에 아름다운 살인이 있을 리 없지만, 킬러들에게는 아마 이런 불문율이 존재하는 것 같다. '죽어 마땅한 놈은 죽어야 한다.' 그들은 '이 죽일 놈'이란 명제를 완성시켜주는 존재들이다. 세상에 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하듯 명제가 완벽해지려면 그 '역'도 명료해야 한다. '죽어 마땅한 놈은 죽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절대 죽어선 안 되는 존재'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령 아직 죽어 마땅한 죄를 지을 시간이 없었던 어린아이 같은 존재가 그렇다. 레이가 불안한 시선으로 이 아름다운 도시를 희번덕대는 건 실수로 아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킬러들의 불문율을 어겼기 때문에 레이는 어느덧 킬러 사이에서도 '죽어 마땅한 놈'이 되어 버린 셈이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도시에 핏빛 헤모글로빈이 낭자하게 떨어지는 건 감독이 의도한 바를 분명히 드러낸다. 브루게의 고딕풍 성당과 아름다운 운하 그리고 마르크트 광장에 서 있는 아름다운 종탑 위에서 벌어지는 밤의 추격전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를 낸다는 브루게의 종탑을 아이러니의 집합체로 만든다. 아이를 죽게 한 레이를 비난하면서, 자신이라면 아이를 죽게 한 바로 그 순간 자살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보스 헤리의 말은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어른 난쟁이를 일곱 살짜리 아이로 오인해버린 그 기막힌 아이러니마저도!

영화의 엔딩을 보다 문득 박민규의 단편 '누런 강 배 한 척'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아마도 신은 여전히 연옥에서 고민깨나 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놈을 천국에 보내고, 어떤 놈을 지옥에 보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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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벨기에 브뤼셀 그랑플라스 옆 쇼핑 아케이드 '갤러리 루아얄 생 위베르(Galeries Royales St Hubert)'에 있는 최초의 노이하우스 매장. 1857년 문을 열었다.

벨기에의 수도, 유럽의 수도, 브뤼셀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도시다. 꼭 100년 전인 1912년 장 노이하우스가 '프랄린(praline)'을 처음 만든 이래 벨기에는 초콜릿 천국이, 브뤼셀은 초콜릿의 수도가 됐다. 주택가 골목골목마다 초콜릿 가게가 있고 '인구 2000명당 쇼콜라티에가 1명'이라는 통계가 나올 수 있는 도시가 브뤼셀 말고 또 있을까. 뉴욕과 파리가 백화점과 명품 매장의 화려한 쇼윈도로 도시의 밤을 밝히는 이맘때, 브뤼셀은 초콜릿 가게에서 나오는 환상적이고 황홀한 불빛으로 동화의 도시가 된다.

브뤼셀=글·사진 홍주희 기자 < hong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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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콜릿으로 만든 오줌싸개 동상. 벨기에에서 초콜릿은 단순한 기호식품 이상이다. 초콜릿이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에너지를 충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더니, 실제 벨기에에선 초콜릿이 국가의 동력이다.

 연간 17만t 넘는 초콜릿을 생산해 30억 유로(약 4조22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린다. 식품산업 매출의 10%, 고용의 10%를 넘는다. 그런데 매년 만드는 초콜릿 17만t 중 40%는 벨기에 안에서 소비된다. 대체 얼마나 먹길래 전 세계로 수출하는 양만큼을 이 작은 국가가 소비하는 걸까. 벨기에는 경상도만 한 면적에 인구 약 1000만 명이 산다. 그 안에 초콜릿 가게가 2000개를 넘는다. 한 사람이 1년에 먹는 초콜릿 양도 11㎏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디저트 문화가 훨씬 발달한 일본인들이 1년에 2.2㎏을, 미국인들이 5.6㎏을 먹는다니 벨기에인들이 얼마나 초콜릿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관광지에서는 사방팔방 초콜릿 가게가 눈에 띈다.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그야말로 '초콜릿 초집중 지역'이다. 어느 블로거가 발품을 팔아 조사를 했더니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반경 1㎞도 채 안 되는 공간에 40개의 초콜릿 가게가 있다고 한다. 과연 초콜릿 왕국답다.

 당연히 초콜릿에 관한 한 자존심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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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리를 넣은 초콜릿. [사진 노이하우스] 브뤼셀 왕궁 근처엔 사블롱 광장이 있다. 고디바·노이하우스 등 대형 브랜드는 물론 피에르 마르콜리니, 비타메르 등 최고급 초콜릿 매장이 모여 있는 또 하나의 초콜릿 밀집 지역이다. 이 중엔 프랑스인 쇼콜라티에 파트리크 로제의 매장도 있다. 그런데 브뤼셀 관광사무소가 제작한 가이드북은 사블롱 광장을 소개하면서 파트리크 로제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브뤼셀에서 창업할 만큼 용감한 유일한 프랑스인 쇼콜라티에.(The only French artisan chocolatier brave enough to set up in Brussels.)'

 초콜릿에서 한 수 아래인 프랑스인이 브뤼셀에서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게 가상하다는 뉘앙스다. 초콜릿만큼은 미식(美食) 대국 프랑스도 우습다는 자신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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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 다크초콜릿(왼쪽부터). [사진 zaabar]

1인당 한 해 초콜릿 11㎏ 먹는 나라

최고급 초콜릿의 대명사로 불리는 '고 디바'도 이곳 사람들은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다. 고디바는 192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탄생했지만 1960년대 미국 기업인 캠벨스프로, 다시 2007년 터키 기업으로 팔려나갔다. 벨기에 사람들 눈엔 더 이상은 벨기에 초콜릿이 아닌 셈이다.

 자부심과 자존심은 엄격한 품질관리에서 비롯된다. '벨기에 초콜릿(Belgian Chocolate)'이라고 라벨을 부착하는 기준도 까다로워 재료 혼합과 정제·정련 등 전 과정 중 한 가지라도 벨기에 밖에서 이뤄졌다면 '메이드 인 벨기에'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벨기에 국기나 오줌싸개 동상 등 벨기에를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소비자를 혼란케 하는 것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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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몰드 안에 크림 등 필링을 채워 넣은 프랄린. [사진 노이하우스]유럽연합(EU) 본부가 브뤼셀에 있어 EU를 상징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초콜릿 관련 법만큼은 2003년 EU가 만든 법안을 거부했다. 자체 '초콜릿법'을 적용하고 있다. EU는 초콜릿에 100% 코코아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5% 이하의 식물성 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시중에서 파는 많은 초콜릿은 대량 생산을 위해 식물성 유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벨기에는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코코아 버터를 100% 사용한 것만 초콜릿으로 인정한다. 법이다.

 이처럼 강한 자부심은 곧 '프랄린'에 대한 자부심이다.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인 노이하우스(Neuhaus)의 설립자 장 노이하우스는 1857년 브뤼셀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그는 약사였고 주로 기침이나 위장 질환을 위한 약용 사탕을 팔았다. 하지만 그의 손자인 장 노이하우스(이름이 같다)가 1912년 '프랄린'을 만들면서 노이하우스는 물론, 벨기에 초콜릿의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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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쇼콜라티에 크리스티앙 반데르케르켄. 그가 들고 있는 5㎏ 초콜릿판을 녹여 프랄린을 만든다.속에 견과류 넣는 프랄린 '100년 자부심'

'프랄린'은 얇은 초콜릿 몰드(mold) 안에 견과류·크림·누가· 헤이즐넛 등 다양한 '필링'을 채워넣은 한입 크기의 초콜릿이다. 초콜릿 자체의 달콤쌉쌀한 맛뿐 아니라 입안에서 터지는 필링의 다채로운 맛으로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노이하우스·고디바·레오니다스(Leonidas) 등 벨기에의 대표적인 초콜릿 브랜드들은 프랄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브뤼셀의 초콜릿박물관(www.mucc.be)과 몇몇 초콜릿 숍에선 '프랄린'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대째 '마농(Manon)'이라는 초콜릿 숍을 이어오고 있는 쇼콜라티에 크리스티앙 반데르케르켄도 자신의 공장에서 '프랄린' 시연을 선보인다. '마농'은 주택가에 있는 작은 초콜릿 가게지만 미국 뉴욕과 일본에 수출하는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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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열린 `브뤼셀 초콜릿위크` 중에 브뤼셀 미디역에 전시된대형 초콜릿 기차.[사진 브뤼셀 관광사무소] 시작은 5㎏짜리 커다란 초콜릿 판이다. '칼리바우트(Callebaut)'라는 초콜릿 기업이 카카오 열매를 초콜릿으로 만들어 마농 같은 작은 쇼콜라티에와 노이하우스 같은 거대 초콜릿 공장에 판매한다. 벨기에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초콜릿은 '칼리바우트'의 초콜릿판을 사용한다.

 커다란 초콜릿 판일뿐이지만 코코아 함량에 따라 종류는 700가지가 넘는다. 반데르케르켄은 시연에서 네 가지 초콜릿을 보여줬다. '다크' '약간 밀크' '밀크' '화이트' 초콜릿이다.

 초콜릿 판은 '프랄린'을 만들기 위해 고온에서 녹인다. 걸죽한 액체 상태가 되면 넓은 대리석 테이블 위에 붓고 철판구이 하듯이 버무리고 뒤척이는데 이를 '크리스탈라이제이션(Crystallization)' 과정이라 부른다. 초콜릿의 풍미를 더하고 빨리 굳게 해서 제품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완벽한 크리스탈라이제이션 온도는 섭씨 32도. 쇼콜라티에들은 입술을 사용해 이를 정확하게 맞춘다. 체온보다 낮은 입술의 온도가 32도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초콜릿으로 몰드를 만든다. 우리네 떡살처럼 생긴 틀에 초콜릿을 부어 굳힌 뒤 각종 필링을 채워넣고는 다시 초콜릿으로 덮는다. 필링은 한 가지를 넣을 수도,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넣을 수도 있다. 반데르케르켄은 밤톨보다 작은 초콜릿 몰드 안에 세 가지 필링을 넣어 프랄린을 만드는데 "최소 10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시연한 것처럼 전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하지 않고서는 여러 가지 필링을 집어넣을 수 없다.

 브뤼셀엔 대대로 전통방식을 고집해 소박하게 '프랄린'을 만드는 반데르케르켄 같은 이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초콜릿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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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 브뤼셀의 크고 작은 초콜릿 브랜드들은 시연을 선보이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zaabar](오른쪽) 섭씨 50도에서 녹은 초콜릿을 대리석판 위에서 뒤척여 32도까지 온도를 낮추는 '크리스털라이제이션'. [사진 zaabar]

초콜릿 공장 투어 관광상품 인기몰이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최고급화를 지향해 초콜릿의 '오트 쿠튀르'(프랑스의 고급 맞춤복)라 불리는 쇼콜라티에다. 그는 멕시코·마다가스카르 등의 코코아 농장을 직접 다니면서 코코아 열매를 선별하고 자신의 아틀리에로 들여온다. 코코아 열매에서 초콜릿 제품까지 전 과정이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관리·감독하에 이뤄진다. 브뤼셀에서 이렇게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는 그가 유일하다. 사블롱 광장에 있는 2층짜리 그의 매장은 부티크에 가깝다. 검은색을 사용한 실내 인테리어와 초콜릿 포장은 웬만한 명품 패션브랜드 못지않게 세련됐다. 제품 설명에 사용하는 용어도 '그랑 크뤼(grand cru)' '도멘(domain)'처럼 소믈리에에게서 들을 법한 것들이다. "너무 비싸다"는 불만도 있지만 그의 초콜릿이야 말로 '검은 황금'인 셈이다.

 요즘엔 아주 새로운 시도도 등장한다. 아주 새로운 원료를 사용해 전에 없던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바(Zaabar)'는 향신료 초콜릿이 주요 제품이다. 인도 커리에 들어가는 카다몬, 텍사스의 칠리 페퍼, 라오스의 코리앤더, 인도의 생강 등 초콜릿과의 궁합을 상상할 수 없는 재료가 사용된다.

 이런 신개념 초콜릿의 등장은 최근 들어 네덜란드·독일 등의 초콜릿 수출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린다. 유럽 초콜릿 산업이 변화하면서 벨기에의 쇼콜라티에들이 '초콜릿 왕좌'를 지키기 위해 실험과 혁신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브뤼셀엔 관광객을 위한 초콜릿과 현지인을 위한 초콜릿이 있다고들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브랜드들의 경우 시내 곳곳에 매장이 많고 다양한 선물 세트를 구비하고 있어 관광객들을 쉽게 유인한다. 물론 이들의 초콜릿은 상당히 훌륭하다.

 하지만 진정 벨기에의 초콜릿을 맛보고자 한다면, 난생처음 들어본 우연히 마주친 초콜릿 가게가 훨씬 적합한 장소다. 공장 초콜릿이 아닌 수제 초콜릿을, 집적 만든 쇼콜라티에의 설명과 추천을 받으면서 구입하는 과정 전부가 '초콜릿 천국' 벨기에의 초콜릿을 맛보는 재미이니 말이다.

벨기에 - 부드럽지만 시큼한 '람빅' 맥주 맞아? 숙성될수록 달아
체코 - 황금빛 석양을 안주 삼아 황금빛 '필스너'를 마시다

벨기에 브뤼셀의 맥주 카페 ‘라 베카세’ 종업원이 맥주를 따르고 있다. 맥주의 종류 만큼 잔 모양도 다양하다. / 채민기 기자

맥주의 나라?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독일을 사이에 둔 유럽의 두 나라, 벨기에 체코에서는 어림없는 소리다. 벨기에에서는 과일부터 장미, 난초 같은 꽃까지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맥주가 향기를 뽐낸다. 체코는 1842년 황금빛 라거(효모가 양조통 바닥에서 작용해 발효된 맥주)의 효시로 불리는 ‘필스너’ 맥주가 탄생한 곳이다. 이들 나라를 여행할 때 맥주는 갈증 날 때 홀짝이는 음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의 테마가 된다.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람빅

대표적인 벨기에 맥주는 람빅(Lambic)이다. 효모를 인공적으로 첨가하지 않고 공중에 떠다니는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칸티용(Cantillon) 양조장은 박물관을 겸한 곳으로 "브뤼셀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으로 람빅을 만드는 곳"임을 자부한다. 곡식 저장고나 대형 맥주통 같은 양조 기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 실제로 양조에 사용하는 기구들이다.

입장료 6유로(약 1만원)에는 맥주 시음도 포함돼 있다. 람빅은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라거 맥주와 전혀 다른 시큼한 맛이 난다. 이게 맥주인가 싶은 첫인상이다. 통 속에서 해를 거듭하며 숙성되면 단맛이 강해진다. 이렇게 묵은 람빅을 갓 만든 람빅과 섞어 달콤한 괴즈(Gueuze) 맥주를 만든다. 시음용 맥주를 따라주던 직원은 "람빅이 와인이라면 괴즈는 샴페인"이라고 했다.

벨기에엔 맥주 전문 카페도 많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낮에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인다. '라 베카세'는 람빅을 신선한 생맥주로 맛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러운 도기 그릇에 맥주를 담아 준다. '라 모르트 수비테'에서는 트라피스트(벨기에 전역의 수도원 6곳에서 만드는 맥주)의 하나인 '베스트말레'를 생맥주로 판다.

브뤼셀 그랑 플라스 바로 뒤에 있는 '오 브라서'에서는 트라피스트 '베스트블레테렌 12'를 마시는 행운을 경험했다. 이 맥주는 생산량이 적어 예약을 하고 직접 수도원에 가야 살 수 있다. 소매점에 나오기도 하지만 수도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이익을 위해 되팔지 않는 조건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벨기에의 유명 카페 몇 곳을 제외하면 구경하기 어렵다. 쌉싸래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에 이런 희소성까지 더해져 애호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로 자주 꼽히는 맥주다.

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운하도시 브뤼헤(Bruges)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맥주 애호가에게는 색다른 면모로 다가온다. 6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할베 만(Halve Maan) 양조장에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현대까지 양조 기구가 변해온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브뤼헤 조트' 생맥주 1잔을 포함해 6유로를 받는다.

브뤼헤에서 맥주 마시기 좋은 곳은 '브룩스 비르트예'다. 300여가지 맥주를 취급하고, 5∼6종의 생맥주는 주기적으로 바뀐다. 전 세계 맥주광이 몰려드는 유명 카페지만 단골들이 바에 모여 앉아 주인과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도 난다.

황금빛 라거의 효시, 필스너

필스너라는 이름은 체코 제2의 도시 플젠(Plzen)에서 왔다. 프라하에서 기차로 1시간50분쯤 걸리는 이곳 플젠이 필스너의 고향인 셈이다. 플젠역에 내려 5분쯤 걸으면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의 고풍스러운 정문이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필스너 우르켈 맥주를 만드는 곳이다.

체코 플젠에 있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의 지하 맥주 저장고에서 안내원이 맥주 제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안내원 뒤의 대형 나무통에 맥주가 들어 있다. / 채민기 기자
이곳에도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버스로 공장 경내를 돌며 맥주를 나르던 옛 짐마차부터 하루 12만병을 생산하는 최신 포장 공장까지 둘러본다. 투어의 백미는 지하의 맥주 저장고. 땅굴 같은 통로 안에 사람 키보다 높은 나무 맥주통들이 쌓여 있다. 여기에 달린 꼭지를 열어 바로 따라주는 생맥주는 고소한 맛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저장고 안은 섭씨 7도 정도로 한여름에도 약간의 한기(寒氣)가 느껴진다.

프라하로 돌아와 골목길을 걷다 맥주 한 잔 생각이 난다면 '우 즐라테호 티그라'가 제격이다. '황금 호랑이'라는 뜻의 이 집은 카렐 교 근처의 후소바 골목에 있다. 관광객과 단골이 뒤섞여 금세 테이블이 꽉 찬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바 주변에 둘러서서 맥주를 마신다. 이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골목길까지 들려온다. 허름해 보이지만 1994년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데려갔을 만큼 프라하 펍의 '원조'로 불리는 곳이다.

체코 프라하 리에그로비 사디 비어가든의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저녁 무렵이면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산책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채민기 기자
좁은 실내와 떠들썩한 분위기가 힘들다면 비어 가든도 있다. 푸드코트처럼 야외 테이블 주변의 가게에서 맥주를 가져다 먹는다. '리에그로비 사디'는 리에그로비 공원 안의 비어가든이다. 필스너 우르켈과 감브리누스 같은 체코산 생맥주를 팔고, 대형 TV로 운동경기를 중계해 준다. 맥주 한 잔을 사서 들고 공원을 산책해도 좋다. 저녁때쯤 이곳을 찾으면 넓은 잔디밭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멀리 프라하 성 쪽으로 드리우는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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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벨기에 남단에 있는 오르발 수도원. 맥주 마니아들이 성지로 여기는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양조장 중 하나다.
벨기에 남단에 있는 오르발 수도원. 맥주 마니아들이 성지로 여기는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양조장 중 하나다.

'가톨릭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신다'라고 하면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도원의 맥주 양조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가 길다. 과거 유럽은 물이 깨끗하지 않아 마시면 배가 아프거나 심지어 전염병에 감염돼 사망할 정도로 위생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편이 더 안전했다. 그리하여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스스로 마실 맥주와 와인을 직접 만들게 됐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벨기에에 있는 성(聖)식스투스 수도원(Saint Sixtus Abbey)에서 생산하는 '베스트펠레테렌(Westveleteren) XII(12)'는 맥주 평가 사이트 레이트비어(ratebeer.com)에서 전 세계 맥주 수천 종 중에서 1위 자리를 몇 년째 지킬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으며 '세계 최고의 맥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 엄격히 지켜 만드는 세계 최고 맥주

트라피스트 맥주는 성배(聖杯)처럼 생긴 샬리스(chalice) 잔에 마셔야 제맛을 음미할 수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성배(聖杯)처럼 생긴 샬리스(chalice) 잔에 마셔야 제맛을 음미할 수 있다. / 김성윤 기자 
성식스투스 베스트펠레테렌 맥주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 중 하나다. 1664년 생겨난 트라피스트회(Trappist)는 좀 더 엄격한 기독교 초기 수도회 회칙을 엄수하고자 하는 가톨릭 개혁수도회. 트라피스트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소속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란 뜻이다. 엄격한 규율을 중시하다 보니 맥주도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 생산한다. 현재 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미국·오스트리아 4개국에 공인 트라피스트 맥주양조장 11곳이 있는데, 이 중 벨기에 6곳과 네덜란드 2곳이 가장 유명하다〈지도 참조〉.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전통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 만드는 에일(ale) 맥주라는 공통점 말고는 수도원마다 맛도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맥주는 보리와 물을 섞어 만든 물에 효모와 호프를 넣어 만드는데, 효모가 위에 뜨는 '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지면 에일이고 바닥에 가라앉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지면 라거(lager)이다. 국내 생산되는 대부분 맥주는 맑고 투명하고 황금빛을 띠는 라거이다. 라거는 19세기 만들어진 비교적 현대적 제조 방법이다. 옛날에는 모든 맥주가 에일 방식으로만 만들어졌다. 효모를 바닥에 가라앉히려면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며 장기 숙성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이 과거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에일은 라거에 비해 맛과 향이 풍부하다.

가장 일반적인 트라피스트 맥주는 '두벨(Dubbel·더블)'과 '트리펠(Tripel·트리플)'이다. 두벨은 알코올 도수가 약 6~7.5도 정도로 약간 센 편이며 붉은 구릿빛을 띤다. 캐러멜과 구운 빵 같은 구수한 맛이다. 트리펠은 알코올 도수 7.5~9.5도 정도로 두벨보다 높지만 빛깔은 오히려 더 밝은 오렌지색이나 금색을 띤다. '콰드루플(Quadrupel)'이란 맥주도 있다. '벨기에식 다크 스트롱 에일(Belgian Dark Strong Ale)'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수가 8~11도로 꽤 높다. 색깔은 적갈색이다. 맛과 향이 깊고 풍부하고 복잡하다. 구운 빵과 캐러멜, 과일 향에 때로는 건포도나 건자두 맛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베스트펠레테른XII가 벨기에식 다크 스트롱 에일에 해당한다. 인기는 높은데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아서, 수도원에 찾아가더라도 하루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기도 하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성배(聖杯) 모양의 샬리스(chalice) 잔에 마셔야 한다. 단지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라서가 아니라, 트라피스트 맥주 특유의 향과 풍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윗부분이 크고 넓은 샬리스 잔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자전거 타고 숲길 달려 마시는 맥주 맛

아헬(Achel) 수도원은 경내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 바가 있다. 베스트말러(Westmalle)나 오르발(Orval)처럼 수도원 길 건너편에 멋진 테이스팅룸(시음실)이 있는 경우도 있고, 로슈포르(Rochefort)나 순데르트(Zundert)처럼 수도원 주변에서는 마실 수 없고, 인근 마을까지 가야만 그 수도원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대부분 벨기에·프랑스 국경 혹은 벨기에·네덜란드 국경 근처 작은 마을이나 숲속에 있다. 한국으로 치면 속세를 벗어나 산 깊이 지어진 불교 사찰과 비슷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트라피스트 수도원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다. 렌터카를 운전해서 가거나 기차로 인근 도시까지 이동한 뒤 자전거로 가야 한다. 유럽의 기차는 별도 요금을 내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맥주를 너무 마시면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할 수 없으니 최대한 수도원에서 가까운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몇몇 수도원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하니, 홈페이지를 꼼꼼히 찾아보도록 한다. 교통이 좋지 못해 불편하지만, 플랑드르(벨기에와 네덜란드 북부 지역)와 프랑스의 아름다운 전원(田園)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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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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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가 자주 들렀던 카페 ‘라 플뢰르 앙 파피에 도레’. 벽에 마그리트(오른쪽에서 둘째)와 동료 작가들 사진이 걸려 있다. / 브뤼셀=최수현 기자

벨기에는 경상도 크기만 한 작은 나라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랑거리가 여럿 있다. 한입 크기 초콜릿 ‘프랄린’을 만들어낸 ‘디저트 왕국’이고, 만화 주인공 땡땡·스머프 등이 탄생한 애니메이션 선진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리는 그랑플라스를 품었다. 또 하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고향이다.

20세기 초현실주의 거장 마그리트는 브뤼셀에서 거의 평생을 지냈다. 작은 도시 브뤼셀에는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마그리트는 이곳의 '대표 상품'이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파이프와 중절모, 사과를 활용한 기념품을 판다. 2009년 문을 연 마그리트 왕립미술관은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지하철 파르크(Parc) 역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지르면 왕궁 맞은편에 미술관이 있다. 3층에서 출발해 1층까지 연대순으로 정리된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니 마그리트의 생애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그리트 그림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예술의 개념을 바꾼 예술가'로 평가받는 마그리트는 익숙한 사물을 낯선 맥락 속에 배치해 상식과 선입견에 도전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혼란과 충격에 빠지면서 당연하게 여겨오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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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왕립 미술관은 창문을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중절모 쓴 남성 실루엣으로 꾸몄다. / 고디바 제공

대표작 '빛의 제국'은 마지막 전시관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같은 제목의 작품을 여러 점 남겼는데 그중 1954년과 1961년작이 걸려 있다. 대낮의 하늘과 가로등불 켜진 밤거리가 공존하면서 마그리트 특유의 신비스럽고도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지하에는 마그리트 일대기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양복 재단사 아버지와 모자를 만드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4세 때 어머니가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비극을 겪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그의 작품 세계가 어머니를 잃고 방황해온 내면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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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가 1930년부터 24년간 살았던 집.

미술관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벨지카(Belgica) 역에서 내렸다. 마그리트가 아내와 함께 1930년부터 24년간 살았던 집으로 가는 길이다. 'MAGRITTE'라는 문패가 달린 붉은 벽돌 건물 앞에 '빛의 제국'에 등장하는 것과 똑같이 생긴 가로등이 서 있었다.

18세 때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 들어간 그는 어느 날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1888~1978)의 작품을 보고 '그림이 그림 이외의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1927년 첫 개인전이 혹평을 받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어울렸다. 그러나 화랑의 경제적 지원이 끊기면서 3년 만에 돌아와 이곳에 정착했다.

마그리트 부부는 3층 건물 중 1층을 썼는데 현재 미술관으로 복원돼 있다. 비좁은 집안에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창문, 계단, 벽난로 등 일상의 소박한 사물들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작업실은 부엌에 붙어 있는 작은 다이닝룸이었다. 마당 한편에 스튜디오가 있었으나 거기선 생계를 위한 광고 디자인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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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1928년작 ‘공간의 문제’. 전쟁 당시 사라졌던 작품을 복원해 그가 살았던 집에서 전시했다. /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제공

마그리트가 동료 작가들과 함께 자주 갔다는 카페에 들렀다. 그랑플라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라 플뢰르 앙 파피에 도레(La Fleur en Papier Doré·금빛 종이로 만든 꽃)'는 그가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곳이다. 예술 작품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카페에 앉아 벨기에 맥주를 마셨다. 마그리트가 동료들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카페를 나오니 입구에 붙어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마그리트의 대표작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를 패러디한 것 같았다. '이곳은 미술관이 아니다: (음료를) 마시는 곳이다(Ceci n'est pas un musée: on consomme).'

한국에서 벨기에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 영국항공 등 경유편을 이용해야 한다. 마그리트 왕립 미술관(www.musee-magritte-museum.be) 입장료는 8유로. 월요일 휴관. 마그리트가 살았던 집(www.magrittemuseum.be)은 지하철 Belgica역에서 51번 트램 타고 두 정거장. 입장료는 7.5유로. 월·화 휴관. 카페 위치는 알렉시엥길(Rue des Alexiens) 55번지. 홈페이지 참조(www.lafleurenpapierdore.be)



벨기에 - 부드럽지만 시큼한 '람빅' 맥주 맞아? 숙성될수록 달아
체코 - 황금빛 석양을 안주 삼아 황금빛 '필스너'를 마시다

벨기에 브뤼셀의 맥주 카페 ‘라 베카세’ 종업원이 맥주를 따르고 있다. 맥주의 종류 만큼 잔 모양도 다양하다. / 채민기 기자

맥주의 나라?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독일을 사이에 둔 유럽의 두 나라, 벨기에체코에서는 어림없는 소리다. 벨기에에서는 과일부터 장미, 난초 같은 꽃까지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맥주가 향기를 뽐낸다. 체코는 1842년 황금빛 라거(효모가 양조통 바닥에서 작용해 발효된 맥주)의 효시로 불리는 ‘필스너’ 맥주가 탄생한 곳이다. 이들 나라를 여행할 때 맥주는 갈증 날 때 홀짝이는 음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의 테마가 된다.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람빅

대표적인 벨기에 맥주는 람빅(Lambic)이다. 효모를 인공적으로 첨가하지 않고 공중에 떠다니는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칸티용(Cantillon) 양조장은 박물관을 겸한 곳으로 "브뤼셀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으로 람빅을 만드는 곳"임을 자부한다. 곡식 저장고나 대형 맥주통 같은 양조 기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 실제로 양조에 사용하는 기구들이다.

입장료 6유로(약 1만원)에는 맥주 시음도 포함돼 있다. 람빅은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라거 맥주와 전혀 다른 시큼한 맛이 난다. 이게 맥주인가 싶은 첫인상이다. 통 속에서 해를 거듭하며 숙성되면 단맛이 강해진다. 이렇게 묵은 람빅을 갓 만든 람빅과 섞어 달콤한 괴즈(Gueuze) 맥주를 만든다. 시음용 맥주를 따라주던 직원은 "람빅이 와인이라면 괴즈는 샴페인"이라고 했다.

벨기에엔 맥주 전문 카페도 많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낮에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인다. '라 베카세'는 람빅을 신선한 생맥주로 맛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러운 도기 그릇에 맥주를 담아 준다. '라 모르트 수비테'에서는 트라피스트(벨기에 전역의 수도원 6곳에서 만드는 맥주)의 하나인 '베스트말레'를 생맥주로 판다.

브뤼셀 그랑 플라스 바로 뒤에 있는 '오 브라서'에서는 트라피스트 '베스트블레테렌 12'를 마시는 행운을 경험했다. 이 맥주는 생산량이 적어 예약을 하고 직접 수도원에 가야 살 수 있다. 소매점에 나오기도 하지만 수도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이익을 위해 되팔지 않는 조건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벨기에의 유명 카페 몇 곳을 제외하면 구경하기 어렵다. 쌉싸래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에 이런 희소성까지 더해져 애호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로 자주 꼽히는 맥주다.

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운하도시 브뤼헤(Bruges)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맥주 애호가에게는 색다른 면모로 다가온다. 6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할베 만(Halve Maan) 양조장에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20세기 초반부터 현대까지 양조 기구가 변해온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브뤼헤 조트' 생맥주 1잔을 포함해 6유로를 받는다.

브뤼헤에서 맥주 마시기 좋은 곳은 '브룩스 비르트예'다. 300여가지 맥주를 취급하고, 5∼6종의 생맥주는 주기적으로 바뀐다. 전 세계 맥주광이 몰려드는 유명 카페지만 단골들이 바에 모여 앉아 주인과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도 난다.

황금빛 라거의 효시, 필스너

필스너라는 이름은 체코 제2의 도시 플젠(Plzen)에서 왔다. 프라하에서 기차로 1시간50분쯤 걸리는 이곳 플젠이 필스너의 고향인 셈이다. 플젠역에 내려 5분쯤 걸으면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의 고풍스러운 정문이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필스너 우르켈 맥주를 만드는 곳이다.

체코 플젠에 있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공장의 지하 맥주 저장고에서 안내원이 맥주 제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안내원 뒤의 대형 나무통에 맥주가 들어 있다. / 채민기 기자
이곳에도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버스로 공장 경내를 돌며 맥주를 나르던 옛 짐마차부터 하루 12만병을 생산하는 최신 포장 공장까지 둘러본다. 투어의 백미는 지하의 맥주 저장고. 땅굴 같은 통로 안에 사람 키보다 높은 나무 맥주통들이 쌓여 있다. 여기에 달린 꼭지를 열어 바로 따라주는 생맥주는 고소한 맛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저장고 안은 섭씨 7도 정도로 한여름에도 약간의 한기(寒氣)가 느껴진다.

프라하로 돌아와 골목길을 걷다 맥주 한 잔 생각이 난다면 '우 즐라테호 티그라'가 제격이다. '황금 호랑이'라는 뜻의 이 집은 카렐 교 근처의 후소바 골목에 있다. 관광객과 단골이 뒤섞여 금세 테이블이 꽉 찬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바 주변에 둘러서서 맥주를 마신다. 이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골목길까지 들려온다. 허름해 보이지만 1994년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데려갔을 만큼 프라하 펍의 '원조'로 불리는 곳이다.

체코 프라하 리에그로비 사디 비어가든의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저녁 무렵이면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산책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채민기 기자
좁은 실내와 떠들썩한 분위기가 힘들다면 비어 가든도 있다. 푸드코트처럼 야외 테이블 주변의 가게에서 맥주를 가져다 먹는다. '리에그로비 사디'는 리에그로비 공원 안의 비어가든이다. 필스너 우르켈과 감브리누스 같은 체코산 생맥주를 팔고, 대형 TV로 운동경기를 중계해 준다. 맥주 한 잔을 사서 들고 공원을 산책해도 좋다. 저녁때쯤 이곳을 찾으면 넓은 잔디밭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멀리 프라하 성 쪽으로 드리우는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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