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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톰 행크스 분)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이런 명대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 배경을 찾아 거슬러 오르면 벨기에 다다른다. 그렇다고 초콜릿이 벨기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쌉쌀한 맛을 가진 큰 덩어리에 불과하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함과 동시에 더위에 약해 쉽게 녹아 버리기까지 하는 이 먹거리를 낱개 단위로 만들어 포장해 그걸 넣을 전용 상자까지 만들어 낸 최초의 나라가 바로 벨기에다. 그뿐이랴. 우리나라 송편처럼 초콜릿에 여러 가지 속을 넣어서 다양한 맛을 내고, 한 입 베어 물 때 즐거움까지 안겨주는 프랄린 초콜릿을 최초로 만든 나라도 벨기에다. 이 덕분에 영화 속 명대사가 탄생할 수 있었으리라. 

벨기에 플랜더스 사람들은 초콜릿 만드는 것을 와인 만드는 것에 비유한다. 포도의 품종에 따라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 내듯이, 초콜릿 역시 코코아 콩이 브라질, 멕시코, 코스타리카, 카메룬, 자바 등 산지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지역마다 다른 와인을 맛보기 위해 와이너리 여행을 떠나 듯 이제는 초콜릿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벨기에 플랜더스의 주요 도시에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학교가 있다. 바로 초콜릿 학교다. 요리학교나 제과·제빵 학교에서 일부분으로 초콜릿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초콜릿만을 위한 학교다. 수업과 시험, 실습이 온통 초콜릿이다. 

브뤼셀과 브뤼주에는 초콜릿 박물관도 있다. 초콜릿에 관한 역사와 배경까지도 알려주고 싶어하는 열정이 모인 이 박물관에는 초콜릿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희귀한 자료는 물론, 모든 초콜릿 종류를 맛보고 그 차이를 직접 구분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브뤼셀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초콜릿의 세계를 알려주는 초코 빌리지도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브뤼주에는 65개 이상 수제 초콜릿 가게가 있다. 중세 이후부터 계속된 일종의 공동 조합인 초콜릿 길드가 아직도 활동 중이며, 브뤼주 스완이라는 브뤼주 도시 공식 초콜릿이 있을 정도다. 

브뤼주 초콜릿 투어는 일명 '초콜릿 거리'에서 시작한다. 약 450m에 걸쳐 펼쳐진 이 거리에는 오랜 전통을 그대로 고수한 초콜릿에서부터 실험적인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모든 맛을 만날 수 있다. 초콜릿을 담는 상자도 초콜릿으로 만들어 상자까지 먹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 브뤼주의 초콜릿 거리를 걷다 보면 초콜릿은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립스틱, 약, 페인트, 구두,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창의적인 초콜릿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쯤되면 그 작은 벨기에 플랜더스 지역에 왜 2000개 이상의 수제 초콜릿 매장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연경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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