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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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의 나무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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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9월 23일 이르쿠츠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박 6일 일정으로 바이칼 호수와 알혼섬을 여행했다.

바이칼은 러시아의 남쪽에 있는 호수로, 북서쪽의 이르쿠츠크 주와 남동쪽의 부랴트 공화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며 이름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이다. 약 2500만~30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담수호이다.

호수마을 리스트비안카서 바이칼 호 조망으로 하루 마무리



리스트비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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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비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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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비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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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우리는 호수마을 리스트비안카로 갔다. 시베리아 전통 목조 건축인 딸찌 목조건축 박물관과 바이칼호수 박물관, 노천 시장 등을 둘러보고 체르스키 전망대에 올라가 바이칼호수를 조망하는 것을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쳤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호숫가엔 색색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환바이칼 열차를 타러 간다.잠이 안 와 뒤척이다가 안정제를 먹고서야 잠들었다.



환바이칼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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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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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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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바이칼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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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환바이칼 열차를 타는 일정이다.슬류지안카~바이칼역을 9시간 달리는 환바이칼 열차는 3칸짜리 빨간띠를 두른 미니열차였다. 바이칼 호수를 달리며 아름다운 장소에 정차해 잠깐씩 산책을 하는 코스로 앙카 쏠카 철교, 빨라빈늬 고립마을, 슈미하터널 등을 둘러본다.

열차에서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과 단풍든 자작나무를 바라보느라 하나 같이 정신줄을 놓았다.

점심은 한식 도시락. 이틀

만에 먹는 김치가 왜 그리 맛있는지. 나는 한국을 떠나서는 김치 때문에 못 살 것 같다.

그리고 보드카. 짜릿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어야 하는 데 취기로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열차에서 내려 저녁 식사 후 '반야'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바이칼 호수로 뛰어드는 시베리아 사냥꾼 목욕법이다.깜깜한데 강물로 뛰어들라니?반야는 자작나무로 만든 사우나에서 나뭇잎으로 서로 등을 두들겨 주는 친절한 목욕법이다. 나는 쑥스러워 반바지를 입고 했다. 암튼 벗고 만나니 더 친해지는 것 같았다.

바이칼 호수의 33개 섬 중 가장 보석 같은 섬... 알혼섬



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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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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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찍기사진찍기에 열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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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우리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알혼섬에 입성한다.날씨가 오늘따라 한껏 분위기를 연출한다.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분다. 이런 회색빛 하늘을 무척 좋아한다.알혼섬은 바이칼 호수의 33개 섬 중 가장 보석 같은 섬이다.후지르 마을을 지나 부르한 바위를 올라갔다.여기저기 사랑의 징표가 조약돌로 새겨져 있었다.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을 간곡히 원한다.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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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혼섬에 들어와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왔다. 슬프게도 원래 예약된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하루 묵을 예정인데 이틀 묵는 여행객이 왔다고 우리의 예약을 취소시켜 버렸다. 깜찍한 예약법이다.그래서 일정에도 없던 최고의 깨끗하고 예쁜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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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아 ,글씨 ~!!"여기서 사단이 났다.저녁에 샤워기를 틀어대니 불이 나갔다.새까만 정적 속에서 샤워를 하다 말다 찬물로 8차례 하다 보니 정신이 반쯤 나갔다가 돌아왔다.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와 보지 않는다.나는 큰소리로 "사람 살려 ~"를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옆방 친구들의 "전기가 다 나갔나 봐"라고 외치는 소리뿐이었다.이렇게 돼지 목 따는 소리로 울부짖을 때 옆방엔 고귀하신 선생님이 계셨다는 것을 다음날 알고 얼마나 창피하던지.

저녁 식사 후엔 늘 그래 왔듯이 술과 차로 담소를 나눈다.

술을 아주 잘 먹는 언니들은 서로 자기가 술고래라고 뻐기고,

술을 아주 못하는 나는 안 취한 척 연극을 해야 했다.

이 자리에서 기죽지 않으려면. 하하.

내 가슴은 아직도 자작나무 숲을 헤치고 다닌다



무심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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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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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의 나라 바이칼에 왔으니 한 컷쯤은 넣어줘야 할 것 같아서 올렸는데... 자작나무 사진을 찍기가 참 어렵다.

다음날, 숙소에서 나와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아침에 사진을 찍으러 바닷가에 갔다가 열쇠를 잃어 버렸다. 200루불을 내지 않으면 방문을 안 열어주겠다는 쥔장의 엄포에 200불을 준비해 나갔는데... 해운 언니가 열쇠를 집 마당에서 주었다고 가서 열어보라고 한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물론. 아주 작은 해프닝들이 여행의 양념이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내 가슴은 자작나무 숲을 헤치고 다닌다. 보리 언니가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고 가슴이 떨릴 때 가는 것이다~~!" 라고 했다. 은행에 대출도 있고 현금 서비스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껏 잘 살아오지 않았나? 나는 또 여행 보따리를 쌀 것이다. 두 달을 못 넘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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