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밸런싱 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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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아키텍처 제공
얼마 전 영국의 사보이호텔 관계자를 만났을 때다. "영국이 현대적 의미의 호텔 발상지라는 점에서 호텔업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많은 혁신을 이뤄 업계의 '참고서'가 되고 있죠. 120년 역사의 사보이호텔도 마찬가지예요. '펜트하우스' 개념을 처음 선보인 곳이죠." 오픈 당시 영국 호텔로는 처음으로 전기 엘리베이터를 도입한 뒤, 총괄 지배인은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옥상에서 바라보는 런던 템스 강도 훌륭하다. 그럼 뭘 망설이는가. 꼭대기에 최고급 룸을 만들자.' 당시 최고급 객실은 모두 1층이었다고 한다. 사보이의 실험은 성공했고, 오늘날 대부분 특급 호텔은 이를 따르고 있다.

과거 사보이의 시도처럼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호텔들이 늘고 있다. 영국 남부 지방 서포크를 향한 것도 '도전의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곳이라는 설명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CNN이 선정한 '죽기 전 가봐야 할 호텔 15곳'에도 이름을 올렸다. 런던에서 다른 취재를 하다 짬을 냈는데, 기차로 왕복 세 시간이 안 되는 거리라 하루 반나절만 투자하면 됐다.

언덕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건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반은 땅에, 나머지 반은 언덕 위에 걸처져 있는 모습이다. 아니, 15m 높이 허공에 떠 있다. 어린 시절 수학 비율 문제를 풀 듯 균형점을 정확히 찾은 형태다. 그 이름도 밸런싱 반(Balancing Barn·균형 있는 헛간·사진)이다. 이를 선보인 영국 창작 그룹 '리빙 아키텍처(Living Architecture)' 운영담당 리처드 데이는 "우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랭 드 보통이 제기한 '행복한 건축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건축가의 창의를 실험하고, 사람과 건물, 조경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행복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리빙 아키텍처는 지난 2008년 버려진 건물들, 폐허가 된 헛간이 있던 지역에 '지역 생물 보호'와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잘 조화시킬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마구잡이로 번식해 이 지역 전통 식물의 생태를 위협하던 외래 식물들은 최대한 줄였다.

건축은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인 MVRDV가 맡았다. 창업자 위니 마스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다른 한쪽으로 갈수록 위태해지는 기분을 통해 삶의 '균형'이란 무언지 생각해 보게했다"며 "카펫을 까는 대신 밑바닥 통유리를 통해 잔디가 마치 카펫 같게 했다"고 말했다. 방 4개로 8명 정원 기준으로 4박 5일에 150만원 정도. 1박에 1인당 5만원이 안 돼 가족·친구끼리 휴가를 보내거나 파티하기 위해 온다고 했다. 현재 7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행복의 건축'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공간과 어떤 희망이 일치했을 때 그걸 우린 집이라 부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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