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빛 바다,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청량한 공기. ‘파라다이스’라는 단어가 꼭 들어맞는 천지 창조 그대로의 풍광이 청정 자연 뉴질랜드에 숨어 있다. 유럽의 노르웨이에나 있을법한 피오르(피오르드)가 남반구에 그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퀸스타운에서 좁고 가파른 언덕길과 호수를 따라 300km쯤 달리면 밀퍼드 사운드(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에 닿는다. 누구나 이곳에 닿으면 순간, 눈앞으로 펼쳐지는 원시의 자연풍광에 탄성을 지르고 말 것이다.

피오르랜드 최고의 볼거리, 해수면에서 올려다 보는 단애(斷崖)를 즐기려면 크루즈에 올라타자.



남반구의 피오르, 밀퍼드 사운드

바다에서 솟아오른 십여 개의 거대한 봉우리는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신비롭고 영롱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수백 미터 길이의 장쾌하게 쏟아내는 폭포, 바위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는 푸른빛의 빙하도 경이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남반구의 피오르 중에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알려진 밀퍼드 사운드, 약 1만 2천 년 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피오르 지형이다.

1877년 도날드 서덜랜드라는 탐험가에 의해 밀퍼드 사운드로 가는 길이 처음 발견되어 우리는 이 신비하고 경이로운 자연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남서부에 자리 잡고 있는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은 14개를 헤아리는 사운드(구불구불한 좁은 만)와 호수, 산, 숲 등으로 형성되어 있는 자연의 보고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테 와히포우나무 공원에 속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장 크며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지역버스가 들판과 굽이치는 산길을 헤치고 밀퍼드 사운드로 향하고 있다.


퀸스타운에서 300km 거리, 그러나 중간에 높은 산이 가로막혀 있고 바위산을 뚫은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 연방 감탄하느라 긴 시간도 지루한 줄 모른다. 가다가 수많은 양 떼를 만나기도 하고, 난생처음 보는 야생동물과도 조우한다.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서도 이곳은 특히 인적이 드물고 눈이 오면 폐쇄되는 길이 많다. 한참 달리다 보면 우뚝우뚝 솟은 설산들과 만나게 되고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들 풀밭을 만나기도 한다.


이 풀밭을 만나면 밀퍼드 사운드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길은 더 험해지고 산꼭대기에 있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터널은 바위산을 뚫어 만든 데다 비포장길이어서 다른 차와 마주 달릴 때는 조마조마하다.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드디어 애타게 찾던 피오르 관광 유람선이 출발하는 선착장에 도착한다.


피오르 깊숙이 위치한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출발한다. 뒤쪽으로 높이 160m의 보엔폭포(Bowen Falls, 보웬폭포), 왼쪽으로 삼각형의 멋진 능선을 자랑하는 마이터 피크(Mitre Peak)가 솟아있다. 이 봉우리는 밀퍼드 사운드의 절정으로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산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 중의 하나이며 이 봉우리 아랫부분의 물 깊이는 피오르 지역 중 가장 깊은 265m의 깊이를 자랑한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단애와 폭포를 바라보며, 자연의 포근한 숨결을 

호흡한다.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여진 사면을 힘차게 흘러 내리는 보엔폭포.


멋진 유람선에 올라타자 바다의 계곡을 헤치고 출항한다. 급경사의 산들이 포개어지듯 이어지는 사이로 스치듯 배가 지난다. 험준한 바위산과 초록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깊은 산 속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포개어진 산 너머로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다.


배는 피오르에서 가장 폭이 좁은 지역인 코퍼 포인트(Copper Point)로 들어간다. 구리 침전물이 발견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폭이 좁다 보니 바람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하는 곳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바다가 조금씩 넓어지고, 비로소 이곳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배는 다시 피오르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는데 조금 들어가면 뉴질랜드 물개가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실 록(Seal Rock)에 다다른다. 그리고 최고의 볼거리 스털링 폭포에 이르면 배는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가까이 지나간다. 예상치 못한 물 포탄 세례 때문에 물을 뒤집어쓴 여행객들 사이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운이 좋으면 귀여운 돌고래도 볼 수도 있으니 모두들 눈은 초롱초롱하다.


날씨가 좋은 날엔 무지개와 함께 피오르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자욱한 안갯속에 폭포가 떨어지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 좋다. 비가 오는 날은 깎아지른 직각의 벼랑으로 쏟아지는 빗물이 모두 거대한 폭포가 되어 바다로 떨어진다. 비가 오는 날 여행한다면 평생 볼 폭포보다 더 많은 다양한 물줄기의 폭포를 보게 될 것이다. 이곳의 바다, 계곡, 산들의 자연과 어우러져 반나절을 보내고 나면 ‘환경’과 ‘생태’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자연을 통해 느끼게 된다.

크루즈를 타고 절벽을 따라 이동하면서, 밀퍼드 사운드의 생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밀퍼드 사운드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립공원 중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산장이나 로지(lodge)에서 머물면서 밀키웨이가 춤추는 남반구 별밤을 감상하거나 조용한 숲길을 걸어 보자. 그러면 밀퍼드 사운드가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생태계와 숨겨진 비경이 우리 앞에 차분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고요한 그 순간, 지구 위에 인간 말고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함께하고 있는가를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가는 길
인천에서 밀퍼드 사운드로 가려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까지 직항 편을 이용한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퀸스타운으로 이동하거나 밀퍼드 사운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퀸스타운에서는 당일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이 있지만 가능하면 자동차를 렌트해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밀퍼드 사운드 지역에서는 크루즈 투어와 트레킹, 항공투어가 모두 가능하다. 테아나우 호수, 웨스틀랜드 국립공원(웨스트랜드 국립공원) 등 아름다운 자연풍광에 둘러싸여 있어 볼거리가 많다.



숙소와 의상
숙박시설로는 자연유산 지역에 위치한 로지(lodge)와 주변호텔을 이용한다. 대자연을 만끽하려면 로지가 좋고 주변 도시와 마을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4시간 거리의 퀸스타운에 머무는 것이 편리하다. 호텔은 비싼 편이므로 퀸스타운의 숙소를 이용하고 렌터카를 이용하여 다녀오면 저렴하다. 치안 상태는 깨끗한 자연만큼이나 안전하다.
뉴질랜드 여행은 운전석이 반대편이라 좀 불편하기는 하나 누구나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남섬 여행은 국제 운전면허증이 필수일지도 모른다. 밀퍼드 사운드 지역은 남반구로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인 까닭에 겨울 휴가철에 떠나는 이들은 반소매의상을 꼭 챙겨가자.



밀퍼드 트랙
밀퍼드 사운드가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라면 밀퍼드 트랙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World Finest Walk)라고 불리는 트레킹 코스. 테아나우에서 출발하여 밀퍼드 사운드까지 54km의 코스로 대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부족함 없이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4박 5일의 트레킹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여행자라면 당일 코스를 선택해도 좋다. 넓은 초원, 원시림의 환상적인 풍경, 서던 알프스의 빙하나 U자형의 피오르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매키논 패스(MacKinnon Pass) 등 광활한 대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여행지이다.


[한겨레][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세계일주여행 하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에 걸쳐 지구 한 바퀴 도는 여행자들 이야기

지난 12일 저녁 서울 홍대 앞의 한 카페. 2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이색 송년회가 벌어졌다. 세계일주여행을 다녀왔거나, 준비중인 사람들 40여명이 함께한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 회원들의 연말 모임이다. 주로 20~30대 대학생·직장인, 30~40대 여성, 40대 안팎의 부부인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음식과 맥주·와인 등을 서로 권하며 경험과 정보를 나눴다. 세계일주 스터디 클럽은 7년 전 세계일주여행을 준비중인 이들이 다녀온 이들에게서 조언을 듣던 자리가 발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경험자와 초보자들이 해마다 3~4회, 1회당 5주씩(매주 금요일) 토론을 벌이는 무료 학습모임으로, 지난 11월까지 31회의 학습이 이뤄졌다. 회당 5~15명꼴로, 지금까지 200여명이 학습에 참여했고, 참여자의 3분의 2 이상이 ‘꿈’을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운영진 김기진(38)씨는 “2~3년 전까지는 나홀로 여행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친구나 부부, 가족 여행자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했다.

“딴 나라 사람들 얘기”이거나 “부자들의 돈×랄”이면서, “평생 간직하는 꿈”으로만 여겨지던 세계일주여행을 감행하는 보통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너 미쳤냐?” “돌았군.” 세계일주여행 계획을 털어놓았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얼마의 돈을 들여, 이 바쁘고 험난한 세상에서 세계일주여행에 나서는 것일까. 세계일주여행 감행 이유와 얻은 것, 다녀온 뒤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2~3년 새 부부·가족 여행자 부쩍

세계일주여행이란, 말 그대로 지구를 한바퀴 도는 여행이다. 송년회 모임에서 만난 김현중(35·13개월간 30여개국 여행)씨는 “지구를 한 방향으로, 대륙을 이동하거나 대양을 건너 각 나라를 여행한 뒤 원점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말한다”고 했다. 보통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까지 여행자로 사는 이들이 많다. 김기진씨는 “일본의 경우 3년이 대세”라며 “우리는 2~3년 전까지 대개 1년 안팎이었는데, 올해 들어 2~3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세계일주여행에 대한 관심 급증은 최근 2~3년 새 크게 늘어난 관련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세계여행 카페는 최근 회원이 12만명을 넘어섰고, 여행을 다녀왔거나, 여행중이거나, 여행 준비중인 이들이 만든 세계일주여행을 내건 블로그 80여개가 운영중이다. 블로거들은 자신들이 거친 나라와 도시에 대한 교통·숙박·음식 정보, 사용한 비용 등을 일기 형식으로 상세히 밝히고 있어, 여행중이거나 계획중인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다녀온 이들이 펴낸 여행서도 봇물을 이룬다. 최근 2~3년 새 나온 세계일주여행을 다룬 여행서가 20여권을 헤아리고 일부는 인기 여행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올해 세계일주여행서 3권을 펴낸 한 여행전문 출판사 대표는 “올해 들어 한달에 2~3편꼴로 출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혼여행 추억·가족간 화합 위해”
오토바이·자전거·버스·트럭 여행도
1년에 1인당 2500만원쯤 들어
돌아와선 새 삶 개척하며 “행복해요”

‘주체적 삶’ 위해 ‘꿈’ 실행하는 이들

왜 세계일주여행일까? 취재중에 만난, 다녀온 이들과 준비중인 이들 10여명(20~40대)의 말을 들어보니, “어릴 적부터의 꿈”이라는 대답이 절반 가까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고,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이뤄야 할 목표들) 중 하나를 이룬 것이란 얘기다. 다음으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 가치 없어 보여서’, ‘추억에 남을 신혼여행을 위해’ ‘이민·유학을 생각하다 차선책으로’ ‘세월호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껴서’ ‘탈출구가 필요해서’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여행 방식도 이유만큼이나 다양하다. 항공·선박·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이 대부분이고, 수시로 여행지에서 차량을 일정 기간 빌리는 여행자들도 많았지만, 여행 내내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버스·트럭 등을 이용해 지구를 한바퀴 도는 이들도 있다.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까? 경험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방문국 수나 생활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비렁뱅이도 아닌 수준, 최대한 아끼면서 볼것·먹을것·해볼것은 겪어보는 1년 여행에, 1인당 2500만원쯤 든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2000만원 이하면 고생스럽고, 3000만원이면 비교적 여유 있는 여행이 된단다. 숙소는 저렴한 호텔이나 호스텔·게스트하우스·한인민박·캠핑장 등을 이용한다.

경비는 몇년간 적금을 붓거나, 퇴직금이나 살던 집을 전세 놓아 마련하는 이들이 많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17개월간 45개국을 여행한 뒤, 올해 초 여행서까지 펴낸 정두용(41)씨는 “직장 다니며 적금 붓고 저축한 돈 5000만원을 털어넣었다”며 “유류비·부품 교체비와 숙식비가 많이 들었다”고 했다. 조성욱(29)씨는 달랑 기타 하나 들고,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9개월~1년여씩 40여개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조씨는 “거의 매일 버스킹(거리 공연)을 통해 경비를 마련했다”며 “하루 5만~10만원을 벌어, 최소한의 경비로 먹고 자며 이동했다”고 말했다.

열에 아홉 “행복감·자신감 찾아”

지구 한바퀴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열에 아홉이 한목소리로 하는 대답은 ‘행복감과 자신감’이다. “내 삶을 내 생각대로 살았다는 성취감과 기쁨”(나홀로 여행자)이나 “훨씬 강해진 가족간 유대감·일체감, 그리고 삶에 대한 행복감”(부부·가족여행자)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13개월 동안, 대기업(삼성전자) 퇴직금과 적금 등 7500만원을 들여 아내(41)·아들(14)과 함께 35개국 160개 도시를 도는 가족여행을 다녀온 안병일(45)씨. 그는 “여행 떠나기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자신감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처음 “안정된 생활을 왜 포기하느냐”며 반대하던 아내와, “1년 늦게 학교 다니기 싫다”며 떼쓰던 아이가, 설득 끝에 막상 여행을 결행하자 “각자 할 일을 나눠 맡는 결속력을 과시하며 적응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나와 가족을 위해 단 1년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그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삶이냐”고 되물었다. 안씨는 여행중 매일 기록한 일기를 바탕으로 <떴다! 두고보자 패밀리의 세계일주>라는 여행책도 펴냈다.

결혼과 동시에 대기업(현대자동차) 연구원직을 사직하고, 퇴직금과 차량 처분금을 합쳐 4000만원을 마련해 지난해 1년간 30개국, 100여개 도시를 도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정범(33)·서지혜(29)씨 부부도 “고생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행복감은 최고였다”며 “좋은 추억을 쌓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고 말했다.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 새로운 경험을 선택한 이들의 여행 뒤 삶은 어떨까? 안병일씨는 “목수 일을 배우며 새 삶을 개척중”이고, 김정범씨는 작은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여행 중 볼리비아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정두용씨는 “돈벌이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작은 펜션을 운영하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후회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 세계일주여행자들이 모두 성공적인 ‘일주’를 마치고 귀환하는 건 아니다. 차량털이를 당해 경비를 날리고 중간에 돌아오거나, 가족간 갈등으로 중도 포기하거나, 장기 신혼여행 도중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귀국한 사례도 있다.

세계일주여행이란 보통 사람들에게 여전히 ‘미친 짓’이자, ‘평생의 꿈’일 뿐인지도 모른다. 한 여행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 욕구가 커지면서, 여행 방식이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이다. 각자의 삶을 누리는 방식이고, 그 선택도 각자의 삶이다.”

인생의 일정 기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사용한 사람들. 이들은 세계일주여행에서 돌아와, 떠나기 전 주변에서 들었던 말을 되돌려준다고 한다. “그래, 나 돌았어(지구 한 바퀴를). 그리고 미쳤지(발길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그래서 내 삶이 더 행복해졌고, 행복하게 살 자신감도 얻었어.”

이병학 선임기자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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