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즐기는 낭만 가득한 동유럽 여행지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독립했다. 동구권 국가로 민주화된 후 공업과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들만의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4년 5월에는 유럽연합에 가입하여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중앙유럽에 위치한 내륙국으로서 서쪽은 체코, 북쪽은 폴란드, 동쪽은 우크라이나, 남쪽은 헝가리, 남서쪽은 오스트리아와 접해 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 내에서도 인기 있는 여행 목적지일 뿐만 아니라 어드벤처여행협회가 2010년 관광개발도상국 부문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흥미진진한 여행지'로 선정한 동유럽 국가이기도 하다.

↑ 바르데요브의 타운센터 스퀘어

↑ <사진제공=유레일 한국홍보사무소>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지

슬로바키아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도시 남쪽으로는 다뉴브 강이 흐르고, 구시가지는 강 북쪽에 위치해 있다. 부다페스트가 터키에 넘어간 후 헝가리의 수도였으며, 구시가지는 중세의 멋을 잘 나타내고 있다. 공산주의 시대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의 거처로 사용되었던 브라티슬라바성, 헝가리 왕족의 즉위식이 이루어졌던 곳이자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이 최초로 연주되었던 성 마틴 대성당 등이 자리한 이곳은 슬로바키아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적인 지역이다.

다뉴브 강 기슭의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브라티슬라바성은 사면이 탑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성은 원래 12세기에 석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으나 1431년부터 1434년 사이에 고딕 양식의 요새로 다시 지어졌다. 그 후에는 터키제국의 침공에 대비하여 철저한 경비가 필요해지자 다시 개축하여 4개의 탑을 세웠다고 한다. 1811년의 대형 화재로 소실된 후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라고 한다. 지금은 슬로바키아 국민 박물관의 분관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 지방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한가운데 있는 흘라브니에 광장은 광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좁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는 분수와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광장의 동쪽에는 구시청사가 있는데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섞여 있는 이 건물의 주변에는 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미하엘 문은 구시가의 여러 문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문으로 중세시대를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구시가지를 둘러싸면서 성 마르틴 교회의 성벽이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다. 문 자체는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16세기에 현재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지붕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미하엘 문 주변에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브라티슬라바의 구시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프란체스코 성당은 고딕 양식의 첨탑이 인상적이다. 근처에 미하르바궁전도 있어 함께 관광을 하면 좋다. 데빈성은 다뉴브 강과 모라바 강의 합류지점 위에 석회암의 바위로 지어진 성이다. 1809년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탑만이 남아있다.

성 마틴 대성당은 구시가지와 브라티슬라바 성 사이에 있는 건물로 구시가지를 보호하는 성벽 역할을 했다. 14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탑의 높이는 85m나 된다.

슬로바키아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슬로바키아 철도청의 철도 네트워크는 총 3616㎞에 달하며 인접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와 철도로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다. 슬로바키아 서쪽의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쪽의 교통요충지 코시체까지는 약 5~6시간이 걸린다. 또 브라티슬라바에서 체코 프라하까지는 4~5시간, 오스트리아 빈까지 1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는 2시간 40분이 걸리며,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수 있는 기차 패스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 말고도 한 나라를 구석구석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유레일 원 컨트리 패스'로도 가능하다.

특히 2012년 1월부터 유레일 글로벌 패스로 여행할 수 있는 국가에 슬로바키아가 포함된다. 슬로바키아는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기차로 유럽 내 23개국 어디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 여행국가에 포함됨으로써 그동안 체코에서 헝가리를 가려면 슬로바키아 티켓을 따로 구입해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게 되었다.


반스카비스트리차는 슬로바키아 중부에 위치한 중심 도시로 중세 초기에는 광산도시였다. 16세기 이후 르네상스식 궁전과 교회, 우아한 광장 및 성들이 많이 건립되어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체코슬로바키아가 성립되자 다시 중부 슬로바키아의 산업과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말에는 나치 독일의 지배에 대항해 슬로바키아인들이 일으킨 슬로바키아 민족 봉기의 거점이었다고 한다. 도시 중심부에는 과거 번창했던 야금술 산업 및 광산과 관련된 중요한 유물들이 아직 남아있어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의 방문이 많은 지역이다.

반스카비스트리차의 관광 명소는 SNP광장 주변에 몰려 있으며 광장의 북동쪽에는 반스카비스트리차의 상징인 성과 시계탑이 있다. 시내 중심의 SNP광장에서 이어지는 돌나 거리에는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관광하기에 좋다. 반스카비스트리차의 성 주변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종교와 사회 운동으로 변천된 유서 깊은 곳이다. 반스카비스트리차의 성은 성이라고는 하나 망루나 성채가 별도로 있지 않다. 이 성은 교회, 성터, 구시청사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의 성모마리아 교회로 이 건물은 반스카비스트리차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진 이 교회는 몇 개의 예배당이 있는 건물로 광업의 수호 성인인 성 바르보라를 기념하여 지은 바르보라 예배당이 유명하다.

현재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구시청사는 1500년에 짓기 시작한 건물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건축양식이 복합되어 지어진 건물이다. 성 내부에는 전망탑이 남아 있는데 이곳은 한때에는 성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사용되었으며, 후에는 문에 성벽을 쌓아 요새화하였다고 한다. 탑에는 종이 3개나 있는데 그중 가장 무거운 것은 9900㎏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에 올라가면 반스카비스트리차의 시내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슬로바키아 민족 봉기 박물관은 슬로바키아 민족 봉기와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나치 독일의 지배에 대항하여 슬로바키아를 해방시키고자 일어난 반파시스트 조국 해방의 투쟁이었다. 이 박물관은 15세기의 성벽과 요새가 남아 있는 공원에 세워져 있는데 하얀 양송이를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의 구조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민족 봉기 운동 당시 실제로 사용되었던 무기와 통신기, 의복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가는 길=현재 우리나라에서 직항편은 없지만 체코항공, 프랑스항공이 공동으로 운항하고 있다. 분리 독립 후 브라티슬라바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유럽 및 북미 대륙을 연결하는 새로운 항공노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슬로바키아는 사계절이 뚜렷한 대륙성기후의 나라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겨울은 춥고 건조하며 여름에는 무덥고 습하다.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1월 평균기온은 3~2도이고 6월에는 16~26도이다. 산악지대로 갈수록 차가운 기온분포를 보인다.

△시차=한국과의 시차는 서머타임 기간인 3월부터 9월까지 7시간 차이가 나고 10월부터 2월까지는 8시간의 시차가 난다.

투박한 열차에 오르면 중세로 떠나는 슬로바키아(Slovakia) 여행은 시작된다. 열차 안의 낯선 언어는 무뚝뚝해도 친근함이 있다. 보헤미안의 풍류가 서린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는 고풍스럽고 정감 넘친다. 잊혀졌던 ‘원초적’인 동유럽의 향수가 담겨 있다.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깊은 동유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여행자들로 가득 채워진 프라하의 카를교나 부다페스트 왕궁에 서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와 있는 듯하다. 다국적 사람들의 혼란스런 언어, 빠른 발걸음 소리는 귀를 어지럽게 만든다.

미카엘스 탑은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의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탑 주변에는 노천바들이 늘어서 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한가운데 놓여 있으면서도 생소하게 다가왔던 브라티슬라바는 그런 점에서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는다. 오스트리아 의 수드반호프역(Südbahnhof, 남역)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열차로 불과 1시간 걸릴 뿐이다.


오스트리아 동쪽 끝, 마세그역(Marchegg)을 넘어서면 풍경은 달라진다. 빈의 도시 향은 사라지고 정겨운 시골풍경이 나타난다. 열차로 동유럽 국경을 넘는 것은 재미와 스릴이 넘친다. 차장이 도중에 바뀌고 출입국 검사도 까다롭다. 독일어를 쓰는 배낭족은 수프도 끓여 먹고 피리도 불어 대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촌스런 유니폼의 차장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이다.

동유럽의 오랜 향수가 투영된 도시

비엔나에서 브라티슬라바행 열차에 오르는 순간
고풍스런 동유럽 여행은 시작된다.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은 유럽의 외딴 시골역 같은 정경을 만들어낸다.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인 흘라브나 스타니카(hlavná stanica)는 기대만큼이나 여유롭다. 수드반호프역에서 봤던 마음 급한 단체관광객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MT라도 온 듯 배낭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퉁긴다. 슬로바키아의 수도가 아니라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경이다.

역 주변에서 구시가로 이어지는 길목은 고즈넉하다. 골목 어느 곳에서나 이정표가 되는 곳은 브라티슬라바성이다. 성은 슬로바키아의 동전에도 새겨져 있고 각종 기념품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로마와의 변경(邊境)을 지켜냈던 성은 1800년대 헝가리의 지배 때 파괴됐다가 재건축됐다. 한때는 대통령의 거처였고 국회의사당 건물로 이용되기도 했다.

성루에 오르면 브라티슬라바는 도나우 강(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뉜다. 한쪽은 창백하고 다른 한쪽은 소담스럽다. 구시가, 신시가에 대한 경계선은 어느 도시보다 명확하다. 구시가지는 헝가리 통치 시절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유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리 건너 신시가는 사회주의식의 황량한 회백색 건물로 채워져 있다.

슬로바키아 기념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브라티슬라바 성.

도시에는 슬로바키아의 애틋한 역사도 서려 있다. 슬로바키아는 오랜 기간 헝가리의 통치를 받았고, 브라티슬라바에는 200년 넘게 헝가리의 수도가 들어서기도 했다. 체코와 병합돼 체코슬로바키아를 세운 뒤에도 경제 발전은 대부분 체코 중심으로 이뤄졌고 전통 농업 국가였던 슬로바키아는 늘 뒷전이었다. 뒤늦은 개발은 1989년 벨벳혁명 이후 재분리된 슬로바키아가 오히려 옛 흔적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보헤미안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정취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지 여행은 미카엘스 탑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14세기에 세워진 미카엘스 탑은 오랫동안 브라티슬라바의 관문이었다. 성 마틴 대성당, 성 프란시스코 교회, 시청사 등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인근에 몰려 있다. 성 마틴 대성당은 슬로바키아의 역대 왕과 왕비를 기리고 있으며 성 프란시스코 교회는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 골목은 중세의 ‘고도’임을 항변하듯 규칙 없는 미로 같은 길이다. 흐비쯔도슬라보브 광장(Hviezdoslav Square) 등 구도시의 거리들은 빛바랜 건물과 그 건물에 기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미로같은 구시가의 상징적인 기준이 되는 미카엘스 탑.

브라티슬라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성 프란시스코 교회.

옛 시청사가 있는 광장 앞 주변은 노천바와 조각품들로 채색된다. 브라티슬라바의 명물인 소를 주제로 한 조각과 거리의 악사를 만날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노천바에 앉아 맥주를 주문하면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가득 담겨 나온다. 알싸한 맛이 강한 보헤미안 맥주는 구시가의 향취를 더욱 몽롱하게 만든다. 음악가인 프란츠 리스트 역시 도시에 취해 15차례나 브라티슬라바를 찾았다고 한다.

브라티슬라바 외곽에서는 외국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헝가리어, 체코어가 국어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슬로바키아어를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이곳 사람들의 자국어에 대한 애착심은 대단하다. 그렇다고 여느 식당이나 모텔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한 경우는 없다. 그림을 그려주면 그림으로 화답할 정도의 정성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의 흥청대는 관광지와 달리 때가 묻지 않은 게 슬로바키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구시가의 골목들은 다른 동유럽의 수도와 달리
고즈넉한 풍경이다.

브라티슬라바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정감이 묻어나는 도시다.

슬라브족 여인들은 덩치도 아담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가족뿐 아니라 체면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동양인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순박하고 단아한 사람들을 동유럽의 숨겨 놓은 도시는 소중하게 간직해내고 있다.

가는 길
오스트리아 빈이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차를 타는 게 일반적이다. 빈의 수드반호프역에서는 평균 1시간 단위로 열차가 다닌다. 동유럽구간의 이동 때는 동유럽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빈에서 유람선을 타고 닿을 수도 있다. 슬로바키아 입국 때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물가는 오스트리아, 체코와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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