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해발 2000미터 고원의 나라. 기기묘묘한 바위 봉우리들은 신들이 놀다 던져두고 간 체스 판의 말들일까.

아프리카에서 가장 풍부한 역사와 문화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이며 솔로몬 왕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3천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초기 기독교 왕국이었다. 특히 에티오피아 북부지역은 거대한 바위를 쪼개 만든 중세의 교회로 유명한 티그레이와 랄리벨라, 16세기의 성 곤도르, 고대 석주들이 줄지어 선 악숨, 타나 호수와 거대한 블루 나일 폭포 등 풍부한 문화 유적과 빼어난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미엔산의 봉우리들은 오랜 침식활동으로 인해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경관과 희귀 동식물

그 중에서도 곤다르(Gondar) 지역 북부에 자리 잡은 시미엔(Simien)산 국립공원은 드라마틱한 경관과 희귀 동식물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트레킹 지역이다. 시미엔산은 동쪽과 남쪽으로는 거대하고 완만한 평원을 이루고, 북쪽과 서쪽으로는 들쑥날쑥 솟은 가파른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형성한다. 사천만 년 전의 강력한 지진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활동은 기묘한 형상으로 솟구친 바위봉우리, 가파른 절벽, 장대한 골짜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을 만들어냈다. 1925년에 이곳을 여행했던 영국인 여행가 로시타 포브스(Rosita Forbes)는 먼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이 이 거대한 바위탑들로 체스 놀이를 했을 거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최고봉인 4543미터의 라스 다쉔(Ras Dashen)은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이곳의 트레킹 코스는 대부분 완만하고 평이하다. 시미엔산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에티오피아에만 서식하는 멸종 위기 야생 염소 왈라 아이벡스 수백 마리와 만 여 마리의 개코원숭이(겔라다 바분)가 서식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에티오피아 늑대, 시미엔 여우, 자칼 등을 비롯한 고유종의 포유류와 수염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137종 이상의 조류, 자이언트 로벨리아 등의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개별 트레킹 시에는 야생동물 위험 탓에 총을 든 '스카우트'를 고용해야 한다.

길이 500미터로 시미엔산에서 제일 큰 폭포인 '진바 폭포'


가파른 오르막 거의 없는 완만한 트레킹

길의 시작점은 드바라크(Debark)라는 작은 마을이다. 걷기 시작한 후 처음 만나는 이들은 개코원숭이 무리다. 황갈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맨 듯한 이 원숭이 무리가 고개를 숙인 채 진지하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일당을 받고 고용된 잔디 뽑기 노동자로 보일 정도다. 푸른 보리밭과 초가지붕의 붉은 흙집들이 나지막이 늘어선 마을을 지나 첫 야영지로 선택된 곳은 산카베르(Sankaber). 다음날은 노새와 노새 몰이꾼을 고용해 짐을 싣고 걷는다. 기치(Geech)로 향하는 길목에서 야생 노루와 개코원숭이 떼들과 다시 만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길이가 5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진바 폭포(Jinbar Waterfall). 화산의 융기로 생겨난 폭포는 웅장한 물줄기를 직류로 쏟아내고 있다. 안개가 몰려오는 산허리의 절벽길을 걷거나 맨발로 얼음처럼 찬 시냇물을 건너기도 한 끝에 오늘의 숙박지인 암하라 마을에 들어선다. 오후가 되면 동네 아이들이 무언가 푼돈이라도 마련하려고 퍼덕거리는 닭이며 채소 따위를 들고 텐트로 찾아온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 밤이 내리면 텐트 촌에는 몇 마리 여우들이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시미엔산에 서식하는 희귀한 거인식물 '자이언트 로벨리아'.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셋째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자이언트 로빌리아가 듬성듬성 자라는 초지대를 걸어 이멧 고고(Imet Gogo)로 향한다. 시미엔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난 3926미터의 봉우리다. 능선의 끝에 솟구친 이 봉우리는 삼면이 가파른 절벽이다. 마음 속 어딘가 답답한 응어리라도 남아있었다면 단번에 깨끗이 씻겨 나갈 것만 같은 전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절벽과 기괴한 형상으로 솟은 바위산들, 아찔한 경사의 절벽에서 풀을 뜯고 있는 그 드물다는 야생 산양들. 배낭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아 그 모든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기분이 든다. 내려오는 길에는 근처의 사하 봉우리(Saha 3785미터)와 카다빗(Kadavit 3760미터)에도 들른다.

마지막 날에는 숲 사잇길을 걸어 시내로 내려가 시냇물을 건넌 후 계속 이어지는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도중에 양치는 아이들을 만나 피리연주 한 자락을 들으며 잠시 쉬기도 한다. 아이벡스나 수염수리 등의 야생동물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인 체넥(Chenek)을 거쳐 브와힛 봉우리(Bwahit 4430미터)까지 가면 3박 4일의 트레킹 코스를 다 돈 셈이 된다. 운이 좋다면 국립공원을 통틀어 42마리밖에 살지 않는다는 에티오피아 늑대와 마주칠 수도 있다.

시미엔산 트레킹 내내 만난 '양치기 소년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천진한 산골 아이들이다.

코스 소개
시미엔산 국립공원은 곤다르로부터 101㎞,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부터는 850㎞ 정도 떨어져 있다. 해발고도는 1,900m에서 4,543m 내외.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유산이자 희귀 야생동물 서식지다.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길은 저지대의 작은 마을과 보리밭을 지나 가파른 협곡과 경사지의 수직 절벽으로 이어진다. 산카베르에서 기치까지는 4-5시간, 기치 캠프에서 이멧 고고를 경유해 첸넥까지는 7-9시간 소요. 첸넥에서 브와힛 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는 6킬로미터로 2-3시간 소요. 시미엔산 국립공원은 드바라크부터 첸넥까지 도로가 깔려 있어 하루부터 열흘까지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비행기나 버스(이틀 소요)로 곤다르까지 이동한다. 곤다르의 여행사에서 장비나 차량을 빌리는 일부터 가이드와 쿡 섭외까지 전부 가능하다. 곤다르에서 드바라크까지는 4시간 소요.


여행하기 좋은 때
건기인 12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좋다. 10월은 우기가 끝난 직후여서 가장 푸르고, 야생화들이 피어나는 달이다. 우기인 6월부터 9월은 종종 비가 내리고 안개가 피어 풍경이 가려지고, 길이 진흙구덩이가 된다. 하지만 한두 차례 세차게 퍼붓는 비이기 때문에 트레킹은 가능하다.


여행 TIP
개별적인 트레킹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는 텐트 및 식량을 다 지고 가야 한다. 노새와 몰이꾼을 고용해 짐을 옮기는 방법도 있다. 산카베르를 제외하고는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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