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디자인 도전
국가 상징물 '사자상'까지 호텔로 바꿔 '문화 마케팅'… "서울, 디자인으로 붙자"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비즈니스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이런 싱가포르가 이제는 예술과 디자인을 내세운 '아트 허브(Art hub)'로서 새로운 도시 마케팅에 들어갔다. 비즈니스와 예술의 균형(balance of business and art)을 내세우며 비즈니스하기만 좋은 나라가 아니라 '일하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친화적인 나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 비엔날레 2011'에만 480만싱가포르달러(약 42억2500만원)를 투자했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돼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입장에선 경제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강력한 라이벌을 맞게 된 셈이다.

‘디자인과 예술의 나라’를 표방하고 나선 싱가포르가 국가 상징물인 멀라이언(위쪽)을 호텔로 바꾸었다. 멀라이언 파크에 서 있는 멀라이언의 사자 모양 머리 부분에 상자 형태의 구조물을 씌워 만든 임시 호텔이다(가운데). 커다란 멀라이언의 머리가 객실 내부로 돌출해 있다(아래쪽).
얼마 전 싱가포르 강가의 멀라이언 파크에 들어선 멀라이언 호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펼쳐진 예술 이벤트다.

사자 모양의 머리와 물고기의 몸통을 한 멀라이언은 1964년 싱가포르 정부가 '사자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싱가포르를 상징하기 위해 만든 아이콘. 발칙한 '멀라이언 호텔'은 이번 싱가포르 비엔날레에 참여한 일본 작가 닷쓰 니시의 아이디어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멀라이언 파크에 있는 8.6m 크기의 멀라이언상(像)을 임시 호텔로 바꾼 것. 3m 남짓한 머리 부분에 면적 100㎡의 상자형 가(假)건물을 만들어 호텔 객실을 만들고, 물고기 형태의 하반신은 건물 밖으로 그냥 노출해 뒀다. 겉에서 보면 어설프지만 바로 옆의 유명 호텔 그룹인 풀러톤(Fullerton) 호텔이 운영을 맡아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일반인에게 오픈되는 32일간의 숙박 예약은 전화가 개통된 지 1시간12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싱가포르 국가 유산위원회 랄리타 나이두씨는 "처음에는 국가 상징을 왜 훼손하느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중이 예술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수용했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 유일의 레드닷 뮤지엄.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오픈하우스(Open house)' 역시 "예술과 문화를 위해 언제든지 열려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함축된 것이다. 비엔날레가 치러진 장소에도 이런 의지가 묻어난다. 수십년간 방치됐던 올드 칼랑 공항은 현대 예술의 장으로 변신했다. 1937년 싱가포르 최초의 공항으로 세워졌다가 1955년 문을 닫은 공항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깨진 창문이 너덜너덜한 낡은 격납고에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이 만든 독일식 농장 창고 설치물이 들어갔다.

비엔날레 말고도 싱가포르는 다양한 건축과 디자인 프로젝트로 '아트 허브'로서의 면모를 확충해 가고 있다. 2010년 개장한 복합문화센터 마리나베이 샌즈는 캐나다 유명 건축가인 모세 샤프디가 설계해 세계 건축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기관인 독일 '레드닷'이 싱가포르에 박물관을 두고 아시아의 디자인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비엔날레를 주관한 싱가포르 아트뮤지엄(SAM) 탄 분 흐허이 사무국장은 "성숙한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문화라고 보기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 차원에서 예술에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일하기 좋으면서도 살기 좋고 즐기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서울시가 바짝 긴장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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