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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둘러싸고 끝없이 이어지는 새하얀 빙산의 벽. 크루즈 투어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원주민 문화, 골드러시 등 알래스카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선사한다.

이러다 크루즈 전문 여행기자가 되는 건 아닐까. 여행+팀에 발령받자마자 홍콩의 드림 크루즈를 섭렵했는데 또 크루즈다. '뭉쳐야 뜬다'식 패키지 여행으로 설명하자면 절대 도망 못가는 패키지 여행. 하지만 코스가 마음을 움직인다. 북극의 대명사 알래스카. 그러니까 따끈한 초여름에 즐기는 겨울 나라로의 공간 이동이다. 

이거 끝내준다. 원주민어로 '거대한 땅'을 의미하는 알래스카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 면적의 7배나 되는 광활한 땅이다. 보통 투어로 끝나지 않을 거란 예감 아닌 확신이 들었다. 안내를 받아 부두로 향했다. 이미 접해본 적 있는 크루즈선은 이번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 싶었다. "5성급 호텔 저리 가라"라고 침 튀기며 설명하는 가이드의 생색에 그나마 있던 기대도 슬며시 밀어넣는 게 낫다 싶었던 찰나. 엄청난 뱃고동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압도적 크기에 유선형으로 쫙 빠진 뱃머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 배가 기항지 여행에 함께할 루비 프린세스호. 11만t급으로 타이타닉호의 거의 3배 가까운 크기로 알래스카를 연 20회 이상 운항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속 빈 강정도 많은 법. 내부는 과연?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오른 루비 프린세스호 내부 서비스와 부대시설은 덩치만큼 수준도 메가톤급이었다. 

알래스카 크루즈 투어의 매력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육로로 못 가는 환상적 기항지들을 럭셔리 선상에 올라 모두 가볼 수 있다는 것. 알래스카의 주도인 주노, 골드러시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한 스캐그웨이를 비롯해 알래스카의 하이라이트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 인디언 전통이 살아 있는 케치칸, 그리고 정원의 도시라 불리는 캐나다 빅토리아까지. 모두 알래스카에 있지만 서로 중복되지 않는 고유한 매력을 뽐내는 곳들이다. 알래스카 남단에서 시작된 거대한 피오르만 수십 개. 극지방은 바닷물이 깊고 맑아 울창한 툰드라가 투명한 바다 거울에 비치는 느낌이다. 크루즈선 양쪽으로 병풍 같은 얼음 절벽이 겹쳐 있다가 배가 지나갈 때 문이 열리듯 보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것은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으로만 접할 수 있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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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와 같은 극지방의 바닷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깊다. 봄과 여름에 떠나는 눈의 나라 크루즈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로망이다.

빙하에 둘러싸인 물살을 가르며 향한 첫 번째 기항지 주노. 준비돼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헬리콥터 멘델홀 빙하 관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멘델홀 빙하 위까지 올라간다. 그리곤 내려서 두발로 디뎌 본다. 신발을 통해 느껴지는 빙하의 감촉. 발로만 느껴서는 모자라다. 맨손으로 만져보고 눌러본다. 반질반질하면서도 뽀득뽀득한 눈과 얼음의 중간적인 느낌. "아, 나 오늘 빙하 만졌어." 괜히 뿌듯하다. 빙하 체험을 하니 출출하다. 현지 연어구이 시식을 해본다. 찬 바닷물에서 잡아 올려 그런지 신선도가 눈과 혀를 휘어 감는다. 이어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공존한다는 주노 시내를 둘러본다. 호수면 위로 한가로이 떠 있는 얼음 조각과 선명한 푸른색이 이곳이 북극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북풍의 집 스캐그웨이에서는 화이트 패스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화이트 패스 열차는 골드러시 시대 사용하던 차량을 개조한 것인데 채굴을 위해 쓰던 이 열차로 금광이 있던 지역까지 갔다 오는 것이다. 투어 내내 터널과 깊은 협곡, 폭포, 빙하 덮인 준봉의 절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택관광을 마치자 시간이 좀 남았다. 승선 전까지 간단히 시내를 둘러보고 에메랄드빛 호수를 감상했다. 스캐그웨이 기항은 알래스카 크루즈 일정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제 알래스카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이다. 입구에는 매년 40만명의 크루즈선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는 빙하지구가 보인다. 물 위에 떠 있는 다양한 크기의 빙하 조각과 뮤이르 빙하, 마저리 빙하, 램프러 빙하 코앞까지 배가 갔다가 180도 선회한다. 충돌하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하면서도 선상에서 빙하를 보는 감회 또한 짜릿하다. 빙하를 타고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끝없이 이어지는 골짜기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사색에 잠기게 한다. 이동 중 바다표범과 해달 등 극지방 동물과의 만남은 알래스카 크루즈 투어의 숨겨진 재미다. 운이 좋을 때는 혹등고래, 북극곰과도 만날 수 있다. 

다음 기항지 케치칸으로 향한다. 홀연 놀랄 만큼 기후가 온화해졌다. 케치칸은 온화한 기후와 뛰어난 경관으로 알래스카에서 축복받은 땅으로 불린다. 원시우림 보호지역을 직접 둘러보며 서식하고 있는 블랙베어, 사슴 등 생생한 자연과 마주한다. 알래스카산 게 요리는 오직 케치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방문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인트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마지막 기항지 빅토리아에 다다랐다. 이곳은 캐나다 속의 작은 유럽이다. 도시 곳곳에 영국 문화가 짙게 서려 있다. 빅토리아 명소인 부차르 가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식 정원으로 다들 한번씩 들르는 곳이다. 시내 구석구석을 빨간색 2층 버스가 누비는 모습은 마치 런던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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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태고의 자연색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대륙 알래스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환상적 빙하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 알래스카 크루즈 즐기는 Tip 

롯데관광이 알래스카 상품을 판매 중이다. 크루즈 전문 인솔자가 동행하며 시애틀 유명 관광지를 포함한 1박이 추가된 단독상품. 밤마다 펼쳐지는 쇼와 라이브 음악도 무료 제공.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에 출발. 판매가는 1인 369만원부터. 


열차로 종단하는 알래스카 여행

미국 알래스카.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땅일 거라는 막연한 짐작은 북부 내륙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Fairbanks)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위 65도의 페어뱅크스는 자정이 임박한 시각임에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白夜). 백야라면 그저 어슴푸레한 저녁 분위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한낮이나 마찬가지다. 거리의 사람들은 반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 활보했다.

여객기의 창을 통해 내려다보며 연방 탄성을 토했던 그 많은 설산과 빙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곳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위 66.5도 이상을 일컫는 북극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페어뱅크스의 한여름(7~8월) 평균 기온은 섭씨 27~28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반면 남쪽으로 500㎞ 이상 떨어진 제1의 도시 앵커리지(Anchorage)는 해양성 기후라 한여름 기온이 섭씨 16~17도로 오히려 선선한 편.

빙하로 뒤덮인 설산들을 배경 삼아 달리는 알래스카 관광열차. 좌석 옆부터 천장까지 통유리창이라 여행객들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가 달리는 도중 곰 등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승객들이 편히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몇 분씩 멈춰 서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 알래스카철도 제공

천혜의 환경 등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한 알래스카를 즐기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까지 576㎞를 열차로 종단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내리 달리면 12시간 걸리는 여정이지만 곳곳에 펼쳐진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중간에 여러 차례 내리게 될 것이다.

페어뱅크스: 순수한 원주민 문명과 조우

알래스카 철도를 이용한 열차여행의 북쪽 출발지는 페어뱅크스. 내륙의 대표 도시이자, 빙하가 만들어낸 유콘강을 따라 형성된 원주민 문명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관광·교육·군사 중심지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이라고 굳게 믿는 노스 폴(North Pole)이 근처에 있다.

먼저 중심가에 위치한 모리스 톰슨 문화관광센터에 가보자. 지역 원주민 문화 등 알찬 볼거리는 물론 여행자를 위한 각종 책자와 지도를 제공한다. 알래스카대학 북극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원주민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79개 온천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치나(Chena) 온천에서 분당 1500L씩 솟는 섭씨 59도의 유황온천수에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문득 북극에 가보고 싶다면 북위 66.5도선을 넘어가는 북극권 탐험도 할 수 있다. 경비행기로 1시간쯤 걸리는 거리지만 직접 두 발로 북극권을 밟아봤다는 묘한 성취감이 들 것이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만년 빙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광은 보너스.

토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매킨리 산 베이스캠프. 눈밭에 착륙하는 순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잊지 못할 추억을 더한다. / 김선호 기자
드날리: 알래스칸들의 마음의 고향

페어뱅크스에서 열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4시간쯤 내려오면 드디어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6194m)과 드날리(Denali) 국립공원이 나온다.

드날리는 매킨리산의 원래 이름으로 원주민 말로 '위대한 자'란 뜻.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이 산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호텔과 캠핑장 등 많은 관광시설이 밀집해 있다. 공원 내 절경을 감상하려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146㎞에 이르는 공원 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곰·카리부·늑대·무스·산양 등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네나나(Nenana)강에서 즐기는 래프팅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다시 열차를 타고 4시간쯤 내려오면 토키트나(Talkeetna)에 도착한다. 아담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은 매킨리산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집결지이다.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직접 매킨리 산자락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매킨리산을 등반하려는 사람들이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베이스캠프 텐트촌 눈밭에 내릴 수도 있다.

앵커리지: 문명과 야생이 공존하는 땅

주(州) 인구의 절반 가까운 30만명이 살고 있는 제1의 도시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살아있는 곳. 도심에는 레스토랑·박물관·영화관이, 앞바다엔 연어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이 있고, 조금만 시외로 벗어나면 야생의 어드벤처를 경험할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살아온 11개 주요 원주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알래스카 원주민센터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주민 유산은 물론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까지 망라해 첨단 전시 장비를 활용해 보여주는 앵커리지 박물관도 볼거리로 가득한 명소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포테지(Portage) 빙하에 가면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산을 볼 수 있고, 크로우 크릭 광산에선 직접 콸콸 흐르는 냇물에서 사금을 채취하며 금을 좇아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흘러든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역에 가면 빙하가 바다와 만나며 펼쳐내는 장관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김선호 기자

빙하, 드디어 바다와 만나다

다시 열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지역이 나온다. 바다와 섬, 피오르(峽灣·협만)와 1만여개의 빙하를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2만5900㎢)이다. 위티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와 전세 보트를 이용하면 시야를 압도하는 빙하지대를 감상할 수 있고, 발데즈에서는 폭 6㎞가 넘는 웅장한 컬럼비아 빙하와 트레킹, 카약,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코르도바에선 오르카 내수로와 카퍼 리버 삼각지 투어와 함께 연어 낚시와 철새 구경 등을 할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쌓이고 쌓인 눈이 엄청난 압력으로 에메랄드빛 얼음이 되고 그 얼음이 또 굳어져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낮은 곳으로 향하는 빙하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우르릉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얼음덩이들은 보는 이들에게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반팔 옷을 입고 만년빙과 빙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알래스카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에게 혹한과 에스키모의 땅으로 알려진 알래스카는 지금 막 여름이 무르익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겨울은 마침내 그 기세를 여름에 내어주고 있다. 9월 초까지는 모든 게 풍요로울 것이다. 알래스카는 지금 여름과 겨울이 함께 가고 있다. 

■여행정보

●항공: 대한항공에서 올 7월과 8월 각 3차례씩 6번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한진관광·하나투어에서 관련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항로를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앵커리지까지 8시간 걸려, 지금의 시애틀을 경유하는 노선에 비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행 팁: 11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용 충전기를 따로 준비한다. 햇살이 제법 따가우니 모자·선글라스·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날씨에 따라 겹쳐 입고 두터운 윈드자켓 하나쯤 가져가자. 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기약을 챙겨가면 좋다.

●환율: 1달러=약 1080원(7일 현재)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알래스카

①물가와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
①물가와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 내는 토키트나 호수공원 풍경. 산짐승과 사람이 공유하 는 공간이다. ②북미 최고봉인 매킨리 등 눈 덮인 산봉우 리들로 둘러싸인 드날리 국립공원 설원(雪原)에 내려 앉은 경비행기. ③거드우드 인근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아메리카들소(바이슨). / 정지섭 기자

시인(詩人)은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의 머릿수를 헤아린 것보다 훨씬 많은 정령(精靈)들이다. 정령들은 때론 불곰이나 사슴, 독수리, 혹은 연어의 모습으로, 아니면 자작나무나 전나무에 깃들어, 혹은 거대한 빙산과 빙하를 이뤄 탄생과 죽음을 무한 되풀이하며 종장(終章) 없는 대자연의 서사시를 공동 집필해왔다. 이 서사시의 제목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49번째 주’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알래스카’다.

◇독수리가 되어 설원을 날다

지금 알래스카는 마법에 걸려 있다. 한여름의 뙤약볕과 만년설을 머리에 인 해발 6000m의 얼음산이 공존하게끔, 한겨울과 한여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정령들은 계절과 시공의 경계를 허무는 마법을 부려놓았다. 그 마법을 감상하기 위한 첫 순례지는 알래스카의 관문 앵커리지에서 북쪽으로 180㎞ 떨어진 마을 '토키트나(Talkeetna)'.

북미 최고봉 매킨리산을 품은 드날리 국립공원의 관문인 이곳에서 10인승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 마리 독수리처럼 날아올랐다. 푸른 기운을 머금은 숲 사이로 얼음 녹은 물이 콸콸 흐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앞은 순백의 세상. 무엇이 구름이고 무엇이 눈인지 분간이 어렵다.

비행기는 30여분을 '대협곡(The Great Gorge)', '사슴의 이빨 절벽(Mooses Tooth)' 등 날카로운 지형지물 사이를 휘휘 돌아 72㎞ 떨어진 산마루의 눈과 얼음이 만든 천연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승객들은 한결같이 얼이 빠져 있다. 대자연이 빚어낸 절경에 얼이 빠지고, 그 영역에 감히 인간 기술로 범접했다는 죄스러움에 또한 얼이 빠졌을 것이다. 누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혼란스럽지? 겨울은 당신이 겨울이라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부터가 겨울이다. 그게 알래스카의 사계(四季)다."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64㎞ 떨어진 거드우드(Girdwood)에서도 헬기로 설원을 날아 산악지대 '추가치(Chugachi)'의 은밀한 속으로 향했다. 콸콸 흐르던 강줄기가 얼어붙어 빙하로 변하는 계절의 경계를 지나 선명한 에메랄드빛 눈밭에 착륙한다. 해마다 새 눈이 해묵은 눈을 아래로 밀어내고 켜켜이 쌓이는 과정이 수천·수만년 동안 반복돼 보석보다 고운 빛깔이 만들어졌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 산양 두 마리가 여유롭고 그윽하게 고개를 까딱인다. "구경 잘 했느냐"고 물어보는 듯.

◇고래가 되어 얼음바다를 가르다

이젠 과묵하고 침착한 고래가 돼 알래스카의 속살을 파고들 차례. 앵커리지에서 서쪽으로 492㎞ 떨어진 소도시 발데즈(Valdez)에서 고요의 바다인 프린스 윌리엄스 해협을 따라 6시간 동안 운행하는 '스탠 스티븐스 크루즈'는 바다의 신사 혹등고래처럼 점잖고 편안하게 물살을 갈랐다. 바닷물을 침대 삼아 떠 있는 30여 마리의 해달무리를 시작으로 물개 300여 마리가 몰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위 언덕, 흑곰이 나무 사이를 바지런히 내달리고 있고, 나무 꼭대기에선 독수리가 쉬고 있었다.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와중에, 선장 앨런이 흥분한 목소리로 승객들의 이목을 바닷가로 이끌었다. "(온순한 수염고래인) 혹등고래와 (포악한 이빨고래인) 범고래가 채 3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함께 있습니다. 생김새도 기질도 물과 기름처럼 다른 두 녀석이 한자리에 있는 건 정말 처음이에요!"

알래스카 지도

◇울버린이 돼 숲을 거닐다

알래스카에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없다. 불곰이나 말코손바닥사슴(일명 '무스·moose') 같은 집채만 한 산짐승들이 인가 근처까지 어슬렁거리는 게 다반사다.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은 갓 태어난 사슴 새끼의 부드러운 육질을 노리는 곰들 때문에 사슴과 곰 모두 예민한 시기. 하필 이럴 때 토키트나 호수공원(Talkeetna Lakes Park)으로 하이킹을 간다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곰 걱정은 크게 할 것 없어. 그거 알아? 사실 곰이 사람을 훨씬 무서워하거든."

숲 속에 네 개의 호수가 있고 그중 가장 큰 'X호수'와 'Y호수'의 주위를 돌아오는 5㎞의 숲길. 이 길은 사람의 길이기에 앞서 곰과 말코손바닥사슴과 울버린(족제비과에서 가장 몸집이 큰 육식동물로 '북미오소리' '굴로'라고도 한다)의 길이다. 안내원 하워드는 "이 숲의 진짜 고수가 울버린"이라고 했다. "여간해서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정말 부끄럼이 많아 숨어 있거든요. 하지만 불곰과 홀로 대적할 정도로 용맹하고 겁이 없어요. 우리도 곰과 맞닥뜨린다 해도 지레 겁먹을 필요 없어요. 함께 붙어 있고,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알리면 그만입니다. 울버린처럼요."

발길 닿는 곳마다 어린 말코손바닥사슴과 불곰은 쫓고 쫓기며 곳곳에 따끈한 발자국과 배설물과 털까지 살짝 남겨놓았다. 낯선 땅에서 온 이방인들의 편안한 순례를 위해 정령들은 그렇게 살짝 존재감만 남겨놓은 듯했다.

여행수첩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미주대륙인데도 직항편이 없어 시애틀까지 간 뒤 앵커리지행(行)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대한항공이 7월 27·31일과 8월 4일에 띄우는 직항 전세기를 이용하면 이런 번거로움 없이 인천에서 앵커리지까지 8시간에 닿을 수 있다. 한진관광이 연계 관광상품을 판매한다. 1566-1155.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알래스카서 눈을 들면 만년설, 발 아래는 꽃잔치… 산악 비행기·빙하 유람선·관광열차 타고 '여름 속 겨울' 즐겨볼까

Alaska 빙하와 꽃… 겨울 인듯, 여름 인듯
알래스카의 리틀 스위스라고 불리는 항구도시 발데즈의 그림같은 풍경. 앵커리지에서 발데즈까지 오는 길은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코스다. / 한진관광 제공
벌써부터 덥다.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이럴 때 간절한 것이 얼음. 한여름에 얼음 바다를 건너고 빙하를 밟아 볼 수 있는 알래스카는 단언컨대 여름철 최고의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알래스카의 7, 8월 최고 기온은 섭씨 20도를 넘지 않는다. 빙하가 있는 곳은 겨울 외투가 꼭 필요할 만큼 춥다. 해가 진 뒤인 밤 11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도 체온을 보호할 외투가 필수적이다. 알래스카의 또 다른 매력은 청량감이다. 깨끗한 공기, 탁 트인 시야에 부연 미세먼지에 시달리던 심신은 금새 생기를 되찾는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 거대한 빙하는 희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며, 만년설을 이고 우뚝 서 있는 높은 산들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북극의 광활한 툰드라와 그 곳에서 생존하는 동식물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연의 웅장함과 존재감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눈 쌓인 침엽수림과 유빙(流氷)이 떠다니는 바다. 산악 비행기를 타고 맥킨리 산을 굽어보고 창밖으로 드넓은 설원과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들을 바라보며 기차 여행을 하는 곳.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풍경을 직접 보는 맛은 평생 잊기 힘들 것이다.

얼음 바다를 가로 지르는 크루즈 여행

Alaska 빙하와 꽃… 겨울 인듯, 여름 인듯
알래스카에서는 산악비행기를 타고 맥킨리산을 굽어보고(아래쪽 사진은) 크루즈를 타고 얼음 바다를 가로지르며 빙하를 볼 수도 있다. / 한진관광 제공

'알래스카의 리틀 스위스'로 불리는 항구도시 발데즈는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다. 동화 속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발데즈는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드넓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해변, 만년설이 아름다운 산봉우리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한폭의 수채화인 이곳은 앵커리지에서 차로 6~7시간 걸린다. 짧지 않은 거리지만 앵커리지에서 발데즈까지의 여정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관광코스이다. 구름을 포개놓은 듯한 톰슨 고개와 산 위에 만들어진 특이한 워싱턴 빙하는 물론, 세계 최대의 지상 빙하라 불리는 마타누스카 빙하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데즈는 알래스카주 남동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에 위치해 있으며 콜롬비아빙하가 근처에 있다. 발데즈에서 콜롬비아 빙하 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은 현존하는 바다 빙하 중 가장 큰 콜롬비아 빙하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곳은 알래스카 횡단 파이프라인의 남부 터미널로 석유산업이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며 광산업, 사냥, 낚시 등 관광업, 모피산업도 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빙하 트레킹 코스도

매력적인 항구도시 스워드도 기억해 둬야 한다. 나이만에 자리한 스워드는 알래스카 남부 피오르드 해안 여행의 출발지로 다양한 크루즈여행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빙하 트래킹이 가능한 엑시트 빙하로 가는 길에 야생화가 흐드러진 산책길을 걸으면 자연의 향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스워드는 바다와 육지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스워드에서 20분 거리인 엑시트 빙하는 걸어서 빙하를 밟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엑시트 빙하는 스워드 하이웨이를 따라 이동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산(山)빙하인 엑시트 빙하로 가는 트레킹코스는 알래스카 최고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손꼽힌다. 입구에서 트레일 정상까지는 약 6km이고 트레일 정상은 빙하의 허리에 닿는다.

앵커리지와 발데즈 사이에 있는 마타누스카 빙하는 알래스카에 있는 육지 빙하 중 사람이 근접하여 볼 수 있는 가장 큰 빙하다. 이 빙하의 언저리에는 빙하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암석, 화석, 지층, 종자, 식물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색다른 기차 여행의 맛

관광열차인 알래스카 레일로드는 알래스카의 대표적인 관광수단이자 교통수단이다. 앵커리지~페어뱅크스 구간, 앵커리지~스워드 구간등 다양한 구간을 운행하지만 그 중 추카치 산맥을 배경으로 자연과 바다, 빙하 등을 볼 수 있는 거드우드~스워드 구간이 가장 인기있고 대표적인 구간이다. 약 3시간이 소요되며 차량으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알래스카의 주도인 앵커리지는 현대의 첨단 문명과 함께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거친 자연환경을 동시에 품은 독특한 도시다. 알래스카 인구의 40%가 살고 있으며 항공, 기차, 크루즈 등 교통의 중심지이자 금융, 문화,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앵커리지 박물관, 수상 경비행기장 등이 있다.

Alaska 빙하와 꽃… 겨울 인듯, 여름 인듯
여행 상품 항공편을 이용해 알래스카로 떠나는 패키지 여행은 한진관광의 전세기 상품이 대표적이다. 인천공항에서 앵커리지까지의 직항편은 없으며 대한항공 계열사인 한진관광만 여름철에 전세기를 띄운다. 올해도 7월26일과 30일, 8월3일 등 단 3회만 운행한다. 미국 시애틀을 거치는 항공편은 17시간이 소요되지만 직항 전세기는 8시간이면 도착한다. 여행상품은 코스에 따라 발데즈 코스, 알리에스카 코스, 타키트나 코스 등 세가지로 나뉜다. 가격은 439만원부터이며 전 일정 기사/가이드팁 및 식사팁 포함으로 품격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약 및 상담은 전화(1566-1155)나 인터넷(www.kaltour.com)으로 하면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진관광 알래스카
알래스카 빙하·대자연 주제인 '빙하관광'
세계에서 가장 큰 연어를 잡는 낚시
호수·산 관람하는 경비행기 관광도 인기

한진관광은 알래스카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을 3회(7/26, 7/30, 8/3)에 걸쳐 판매한다. 에스키모의 땅, 얼음의 나라 알래스카를 대한항공 앵커리지 직항전세기를 이용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2011년부터 4년째 취항하는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는 북미대륙 중 가장 빠른 비행시간인 8시간 만에 앵커리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7~8월 평균기온 18도, 더운 여름을 피해 시원한 겨울을 맛볼 수 있는 청정지역 알래스카는 광활한 자연, 거대한 빙하, 야생 그대로의 생태계, 그리고 에스키모의 오늘과 내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5월말부터 8월까지 펼쳐지는 기나긴 낮, 백야현상 속에서 알래스카를 재발견 할 수 있다.

알래스카 여행의 꽃인‘빙하 관광’.
알래스카 여행의 꽃인‘빙하 관광’./한진관광 제공
알래스카 관광의 꽃은 빙하 관광이다. 알래스카 빙하 파노라마 6일(459만원)은 알래스카 빙하와 대자연을 테마로 하는 상품이다. 알래스카의 3대 빙하 체험(내륙빙하, 육지빙하, 바다빙하)과 더불어 깨끗한 공기와 주변에 걸어놓은 듯 위치한 산들과 전나무 숲이 인상적인 알리에스카 리조트에서 2박 숙박으로 편안한 일정을 제공한다.

알리에스카 리조트 내 에어리얼 트램을 타고 산정상에서 아름다운 호수와 주변 전경을 바라볼 수 있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북미 TOP 25 스키 리조트에 랭크되어 있으며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알래스카에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안절경과 세차게 흐르는 강들 그리고 완만한 경사의 툰드라와 수많은 야생동물, 하얗게 눈 덮인 산들이 있다. 약간의 시간과 지식, 그리고 여러분의 모험 정신만 있으면 알래스카에서는 거대한 자연으로부터 다채로운 문화까지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다. 빙하를 가로지르는 개썰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연어를 낚는 경험, 거대한 카트마이 국립공원의 곰들, 헬리콥터로 보는 빙하, 오로라와 강렬한 원주민 문화 등은 알래스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다.

알래스카 주의 남부 항구도시 앵커리지는 알래스카 관광의 중심지다. 알라스카의 변천 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앵커리지 박물관, 세계 최대의 수상 경비행기장 레이크후드, 세계 최대의 초콜릿 분수가 있는 와일드베리 공장 등이 있다.

북미 대륙의 최고봉 맥킨리산(6320m)을 주봉으로 하는 디날리 국립공원은 인디언말로 신성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국립공원 지역은 총 600만 에이커 이상이며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특히 내셔날 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인 조지 팍스 하이웨이를 타고 이동하는 산악인의 마을 타키트나는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산을 경비행기로 공중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 근접하여 볼 수 있는 가장 큰 육지빙하인 마타누스카 빙하와 하이킹을 하며 볼 수 있는 내륙빙하인 스워드 엑시트 빙하, 빙하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의 서프라이즈 빙하까지 관광한다.

알래스카 크루즈 유람선 관광은 예로부터 알래스카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알래스카 해양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항로가 서부해안까지 확장되어 알래스카 관광 및 물류 산업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알래스카 수상 교통 중 하나다. 최근 한국에서도 크루즈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낚시인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 낚시인들은 다른 곳에서라면 최고상을 받을 크기의 고기들을 그냥 놓아줄 정도이다. 숙련된 관광 낚시 가이드들이 낚시 장비를 추천하거나 대여해주며 간단한 낚시 방법도 알려준다.

3만4000마일에 이르는 해안선과 셀 수 없이 청명한 호수와 강들은 그 꿈의 장소가 된다. 경비행기 관광도 인기다. 전 미주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불과 1만마일 미만의 도로로 구성된 알래스카. 알래스카의 항공교통은 뉴욕의 옐로우캡, 베니스의 수상택시에 비유될 수 있다. 경비행기 관광은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로 진행된다. 예약 및 상담 문의 1566-1155 / www.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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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는 것. 그 자체로 감동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만년설로 덮인 거대한 산맥, 수 만년 세월의 빙하, 인간과 공존하는 야성의 동물들, 달리는 열차와 차 안에서 마주하는 시야의 모든 세상은 여전히 태초 모습 그대로이며 원시 세상이다. 인간이 이 땅을 떠나며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물질도, 명예도 아닌 한 인간이 경험한 감동뿐이다.

추카치 산맥의 계곡에 형성된 마타누스카 빙하, 대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대자연의 감동, 태초의 자연을 겸허하게 마주하는 곳.

앵커리지로 향하는 비행기는 장대한 산맥을 거쳐 설봉이 이어진 추카치 산맥을 바라보며 랜딩을 시작한다. 여름 알래스카는 유빙과 빙하의 녹음으로 짙은 회색 빛 물살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화려한 색보다 원시의 색채를 드러내는 곳. 대 자연의 세상에 나를 온전히 맡겨 본다. 수 만년 세월을 견뎌온 태초 자연의 모습 앞에 발가벗은 나를 세우는 일, 알래스카에서 볼거리는 찾는 일은 어리석음이다. 원시 그대로의 태초 자연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일, 그것이 행복이며, 진한 기쁨이 된다.

북극, Gulf of Alaska, 베링해로 둘러싸인 알래스카는 그 주변환경의 특이성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지는 땅이다. 하지만, 직항 비행기로 8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자연의 순수대지다. 앵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빙하지대, 삼림지대의 추카치 산맥과 스키 리조트 거우드, 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 생물을 목격할 수 있는 시워드, 발데스 지역을 둘러보거나, 페어 뱅크스를 중심으로 북극권 투어와 겨울 개 썰매, 오로라 관광이 가능한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앵커리지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글랜 하이웨이 Glenn Highway의 삼림지대를 달린다.


앵커리지를 벗어나 야성의 자연으로 나선다. 팔머 Palmer를 거쳐 마타누스카matanuska 빙하지역으로 향한다. 앵커리지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마타누스카 빙하는 팔머를 지나 동쪽으로 난 1번 Glenn Highway를 달리면 우측으로 빙하의 흔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 산을 깎고 평지를 다져온 얼음의 강. 그 고요히 움직여 온 유빙의 흔적 위를 20년 빙하 전문가와 함께 트렉 슈즈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세월의 흔적 위를 걷는다. 온통 머드로 덮여있는 진입로의 빙하는 얇은 머드막을 걷어내면 수 만년 세월의 빙하가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젠의 톱니를 빙하 위에 찍어가며 마타누스카의 빙하 몸체 위에 선다. 빙하 곳곳엔 유빙과 크레바스, 빙하 동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깊은 빙하 동굴에 빠져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으므로, 빙하를 걷는 일은 세심한 주위를 요한다. 태양이 구름을 걷어내고 광선을 발하자 빙하의 색깔이 에메랄드로 빛난다. 빙하의 끝자락에서 그 중심부로 옮겨가며, 거대한 빙하의 속살을 마주한다. 빙하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빙하수를 마시면, 온몸이 짜릿하고 상쾌하다. 피켈로 빙하를 찍으며 거대한 빙하 벽을 오르기도 하고, 빙하 계곡을 거닐며, 수 만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거대한 빙하 위에 올라보면, 지구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의 현실을 실감한다.


남쪽으로는 호머 Homer, 북쪽으로는 토크 Tok까지 이어지는 알래스카 1번 도로가 동북쪽으로 시원스레 뻗어있다. 대자연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로 가기 위해, 내륙의 숨은 보석, 발데스로 향한다. 글렌 하이웨이 Glenn Highway 를 가로질러, 다시 남쪽 거대한 추가치 산맥 Chugach Mountains 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거대한 남부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고, 리차드슨 하이웨이를 종단하면, 내륙의 고요한 해양 생태계 발데스에 도착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증가하는 시기의 알래스카는 해의 길이도 길어진다. 새벽 1시나 되어야 어둠이 찾아 들고, 다시 세 네 시경이 되면,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백야 현상이 지속되는 이 시기는 푸르른 자연이 넘실거리고, 아성의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즐리 베어나, 블랙 베어도 6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살찐 연어를 먹기 위해, 수로가 좁은 강 기슭에 자리를 잡고 주린 배를 채운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전진기지 발데스, 내륙 빙하와 험백 고래등 원시 자연을 마주하는 곳.


발데스의 아침은 평화롭다. 분주할 일도, 번잡한 교통 체증도 없는 인구 4000명의 고요한 해안 내륙도시 발데스는 부둣가를 산책하는 일로 시작된다. 발데스 빙하를 배경으로 발데스 항구에 고요히 자리잡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자궁, 발데스는 트렌스 알라스칸 파이프 라인의 최종 목적지로 미 내륙으로 이동하는 석유의 집산지이자, 연어 부화장과 콜롬비아 빙하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30년 넘게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와 해양 야생 동물들의 현장을 안내하고 지켜온 스텐 스테판 Sten Stephens 크루즈는 빙하 투어는 물론, 험백 고래와 바다 사자, 귀여운 해양 조류 퍼핀, 바다 수달과 물개,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직접 목격하고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발데즈 포트를 출발한 배는 좁은 내륙 수로 해협을 빠져 나가면서, 거대한 알래스카 만 Gulf of Alasaka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 수로를 전진한다.

Gulf of Alaska,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크루즈를 즐기며 고래와 물개, 해양 생물을 마주한다.

하루 일정을 모두 투자해야 할 정도로 바다 생물을 마주하는 일은 긴장감과 인내를 요구한다. 돌출한 등지느러미와 거대하게 휘어지는 꼬리를 보여주는 험백 웨일의 등장은 크루즈 선내의 모든 관광객을 긴장 시킨다. 유유히 유영하며 사라지는 험백 웨일을 지켜보는 고래관찰의 백미는 단연 꼬리를 관찰하는 일이다. 몇 번이나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거대한 꼬리를 출렁이며 물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몇 번 모습을 드러내다가 마지막 꼬리를 보이는 순간은 감동이다. 험백 웨일이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질 거라는 유일한 증거다. 20미터가 넘는 고래의 등장은 선장이나 모든 여행자들에게 관심의 중심이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바다 수달과 거친 바다를 춤추듯 뛰어 다니는 돌고래의 등장, 깎아지른 절벽의 해안가에 거대한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과의 조우, 파르르 날개짓 하며, 바다 위를 수놓는 귀여운 퍼핀의 등장은 잠시 고래를 마주한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빙하 크루즈는 유빙이 흘러 드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파르스름한 유빙이 하나 둘, 출몰하면서,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콜롬비아 빙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는 순간이다. 햇빛에 투영되어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유빙들의 바라보며, 아름다운 탄성과 동시에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차츰 거대한 콜롬비아 빙하 앞으로 다가선다. 얼음의 강이란 표현대로,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의 산을 깎고 추카치 산맥의 평지를 다져온 얼음 줄기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에 보석의 형체로 가득하다.

햇살에 반짝여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수 만년 유빙의 최후를 목격한다. 공기와 해양의 조류에 의해 시나브로 녹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유빙들을 바라보며 원시와 대자연의 고향, 알래스카의 미래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없는 해양을 가르고, 바다와 섬, 피요르드와 빙하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 자체로 고요한 감동이다. 닿을 수 없을듯한 꿈을 만나는 곳, 라스트 프론티어, 알래스카 대자연은 우리 문명에 지친 영혼들의 순백의 순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마타누스카 빙하를 향하여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여행정보
알래스카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7, 8월 한 여름에 손쉽게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8시간 만에 앵커리지로 입국하거나, 시애틀을 경유하여 알래스카 항공으로 앵커리지로 들어갈 수 있다. 장대한 산맥과 빙하투어, 개 썰매와 블랙 베어 혹은 고래 관찰, 매킨리 경비행기 투어도 매력적이지만, 무더운 한국의 여름을 피해, 영상 17, 8도의 선선한 알래스카를 찾아 피서를 겸해 투어를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원시 대자연과 조우하는 일, 거대한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고 좀더 겸손해진 나로 감동의 세상과 마주하는 일, 그 자체로 축복이 될 것이다.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의 모습. 만년설의 웅장하고도 신성한 모습이다.
빙하와 만년설, 백야와 오로라의 환상으로 다가오는 극지의 땅, 알래스카! 알래스카는 ‘웅대한 대지’라는 뜻의 인디언 말 ‘알리에스카’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그 이름처럼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넓고 한반도 전체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다.

웅대한 영토 위에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스케일의 빙하와 지구의 풍경이 아닌 듯 높이 솟은 산, 그 위를 덮은 계절을 초월한 만년설, 북극의 광활한 툰드라와 그곳에 생존하는 동물 등 태고의 신비로움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알래스카다.

알래스카의 주조인 '퍼핀'
사실 촬영보다는 개인적으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 알래스카로 가는 정기 직항노선은 아직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을 경유해 북미대륙의 끄트머리, 알래스카까지는 총 12시간이 걸린다. 앵커리지에서 다시 남쪽으로 3시간을 달려, 지구 최후의 비경을 간직한 스워드로 향했다.

새벽 5시 반. 스워드 항구는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빛에 싸여 있다. 미리 전화로 예약한 연어 낚싯배를 찾아 항구를 돌아다니는데, 멀리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 8월에서 9월에 해당하는 알래스카의 여름은 연어의 계절이다. 오늘 이들과 난생 처음 연어낚시를 하러 출발했다.

“굿모닝!”

“안녕하세요 함정민입니다.”

“네이슨이에요.” “난 마이크라고 해요.” “난 선장이죠.”

갑자기 뒤에서 중년의 여자가 나타난다. 당당히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이 커다란 배를 책임지는 사람은 여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알래스카에서도 여자 선장은 보기 드물다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배를 몰게 됐을까?

“이 배에서만 20년 됐어요. 그 전에는 연구선에서 선원으로 10년 일했습니다. 아버지가 선원이셨어요. 아버지는 17세 때부터 배를 타셨는데 지금은 85세가 되셨죠.”

30년 경력의 내공으로 다이애나 선장은 연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지점을 향해 정확하게 배를 몰아간다. 연어잡이에는 루어 릴낚시를 사용한다. 가짜 꼴뚜기를 매단 낚싯줄을 바다에 드리우고, 배는 천천히 움직인다. 색깔은 화려하지만 가짜 꼴뚜기인데 연어가 잡힐지 걱정이 앞서는데, 네이슨과 마이크 두 사람은 느긋하다.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한가로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스워드의 바다사자

“보통 얼마나 기다리면 연어가 잡히나요?”

“4~5분 정도요. 큰 연어는 30~40분 정도면 잡혀요. 큰 연어 같은 경우 50파운드(23Kg) 정도 되죠.”

“크기는요?”

“이렇게 커요. 150cm 정도 될 거예요.”

“150cm면 사람만 한데…. 나 만한 게 잡힌다고?”

미국 미시간주에서 대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크와 네이슨은 방학 때마다 알래스카에 올 정도로 둘 다 엄청난 연어 낚시광이란다.

“알래스카는 산도 다르고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것도 다르고 신선한 공기와
낚시 기술도 달라요.”

“알래스카의 물고기가 더 커요. 맛도 물론 더 좋고요.”

레저렉션 베이에서의 연어잡이. 사이즈가 큰 것은 50파운드 이상이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이크의 낚싯대에 신호가 왔다. 제법 큰 녀석이 걸렸는지 낚싯대가 팽팽하게 휘어진다. 녀석은 꽤 거세게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잡히고 말았다.

오늘의 첫 포획물은 연어다. 연어낚시가 처음인 나는 이렇게 손쉽게 잡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연어다. 시작이 좋다. 잡힌 연어를 보고 마냥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릴! 릴! 릴! 릴 감아요, 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한눈 판 사이, 드디어 내 낚싯대에도 걸려든 모양이다. 어찌나 힘이 센지 쉽지 않다. 하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기도 하는 강한 친구들이다.

한참을 씨름하고서야 잡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쉴새없이 연어가 잡혀 올라온다. 이 지점이 연어잡이의 명당인 게 확실한가 보다. 갓 잡은 연어는 즉석에서 야구방망이보다 좀 작은 방망이로 기절시킨 후 피를 빼야 한다.

“연어는 잡자마자 피를 빼서 차게 해야 좋은 맛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2시간 동안 잡은 연어가 총 8마리. 생전 처음 연어 낚시하는 것인데 기분 끝내준다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타누스타 빙하.

지구의 가장 마지막 아름다움

이제 본격적으로 스워드의 자연을 만나러 나섰다. ‘스워드’라는 이름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매한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당시 스워드 장관은 쓸모없는 땅을 샀다는 비난을 받고 해임되었지만, 곧바로 금과 석유 등 엄청난 자원이 발견되면서 알래스카는 황금의 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후 스워드 항구를 통해 알래스카의 주요자원을 실어 내가기 시작하면서, 유서 깊은 항구가 된 것이다. 항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 위에 뭔가가 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해달 한 마리가 바다에 드러누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해달은 잠도 물 위에 떠서 잔다는데, 개체수가 줄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종이라 해달이 다치지 않게 배도 조심해서 몰아야 한단다. 해달 한 마리 정도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좀 더 나가자 섬 하나를 온통 점령하고 있는 수만 마리 새 떼들이 장관을 이뤘다. 알래스카의 여름을 찾아 날아든 철새들이 고요한 바다를 요란한 생명의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다. 왠지 이들만의 평화로운 세상에 불쑥 무단 침입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워드는 각기 다른 종류의 새들이 같은 공간을 평화롭게 공유하고 있는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커다란 주황색 부리를 가진 알래스카 주조인 ‘퍼핀’이라는 새다. 머리에 멋들어진 깃털이 달린 녀석들은 수컷이고, 동그란 민머리면 암컷이라는데 속눈썹을 마스카라로 올린 것처럼 눈매가 새치름하다. 건너편 바위 위에는 까만 가마우지들이 사이좋게 줄지어 앉아 있다.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통통한 몸을 게으르게 뉘이고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엔 물개 같지만, 물개과에 속하는 ‘바다사자’다. 북극지방의 바위나 유빙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다사자는 위험을 느끼면 곧바로 바다로 뛰어든다. 동물도감에서나 보던 동물들이 손 닿을 곳에 꿈틀거리고 있으니, 눈을 뗄 수가 없다.

배는 차츰 빙하지대로 접어든다. 알래스카 여행의 백미인 빙하를 배 위에서만 스쳐보기는 아무래도 너무 아쉽다. 알래스카는 대자연의 웅대함을 온몸으로 땅 위에서, 바다 위에서, 하늘 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경비행기를 타면 뭘 볼 수 있죠?”

“이걸 타고 다니면서 산, 빙하,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어요. 특히 흑곰도 볼 수 있죠. 또 높은 산으로 가면 빙원도 볼 수 있어요. 오늘 비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거리긴 하지만 비행은 가능해요.”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나요?”

“그럼요. 경관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보시면 좋아할 거예요.”

순수함이 느껴지는 빙하지대
영화 <레옹>의 주인공을 닮은 멋진 조종사 짐 크레이가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했던 경험 때문인지 한국 취재진을 만나 더 반가워한다. 기세 좋게 스워드의 하늘에 올랐다. 연어낚시에 나섰던 항구를 지나고, 이제 발밑으로는 극지 특유의 툰드라 지대가 펼쳐진다.

광활한 벌판에 까만 점 하나가 움직인다. 알래스카 흑곰이다. 녀석은 지류를 거슬러 온 연어를 낚아채기 위해 일대를 어슬렁거리는 중이다. 흑곰은 공격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이 이들의 공간을 침범했을 때의 얘기일 것이다.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누리고 있는 흑곰의 모습은 참 평온해 보인다.

드디어 거대한 빙하가 매혹적인 푸른빛의 몸체를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홀게이트 빙하’. 이 빙하 역시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녹아서 떨어진 빙하 조각들이 수면을 뒤덮고 있다. 여름이라(자연스럽게) 녹은 것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유빙 위에서 태평하게 노니는 바다사자들. 녀석들은 자신들의 터전이 점점 위태로워지는 걸알고 있을까? 커다란 빙하가 떨어져나가는 현장이 알래스카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바다사자들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비행기 오른쪽으로 스워드에서 가장 거대한 ‘베어빙하’가 펼쳐진다. 여름엔 빙하가 녹으면서 산의 흙이나 모래가 섞여 거뭇한 색깔이 섞여 있다. 그래도 오래된 빙하일수록 더 진하게 나타난다는 푸른빛은 숨길 수 없다. 그러니까 푸른빛의 농도는 빙하의 나이테인 셈이다. 수만 년의 세월을 단단히 안으로 품고 있는 빙하. 그 푸른 침묵 앞에서 잠시 말을 놓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일까? 빙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론 성에 안 찬다. 이젠 직접 그 위를 걸어보고 싶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육지 마타누스타 빙하를 찾아 길을 떠났다. 등 뒤로는 만년설산을 두르고, 앞으로는 빛 고운 단풍을 거느린 마타누스카 빙하! 트레킹에 앞서 아이젠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 한다. 22살 밖에 안됐지만 경력 6년의 빙하 트레킹 가이드 엘리사가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준다.

“주의할 점은 발을 높게 해서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2인치 길이의 스파이크 달려 있는 거 보이죠? 발은 높게, 발 간격은 넓게 해서 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지를 찢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발 전체로 걸어야 합니다. 뒤꿈치나 앞꿈치로만 걸으면 안돼요. 특히 언덕에서는 더 긴장하고 걸어야 합니다.”

바로 눈앞에서 대면하는 빙하는 멀리서 볼 때와는 그 존재감의 차원이 다르다. 오래된 시간이 뿜어내는 푸른빛은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다. 내일이면 조금 더 달라질지도 모르는 지구의 오늘 얼굴…. 난 그저 내 눈과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할 뿐이다.

해지기 전에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며 엘리사가 걸음을 서두른다. 나를 이끈 곳은 정상에 있는 빙하호수다. 오랜 세월에 걸친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U자곡이 만들어진 뒤 자리에 빙하가 녹은 물이 고이면서 아름다운 빙하호가 형성된 것이다.

“빙하는 집 냉장고에 있는 얼음과는 아주 달라요. 구부러집니다. 그러면 빙하 아래쪽은 그렇지 않아도 위쪽은 갈라터지죠. 그것들이 지금 보고 있는 갈라진 빙하모양입니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 물이 빙하의 낮은 쪽에 고이는데 이렇게 호수가 되는 것이죠.”

빙하호수는 제 몸 안에 빙하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알래스카의 빙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녹아내리고 있다. 여름엔 녹고 겨울엔 다시 얼고 그렇게 제 스스로 소멸과 생성을 거듭하며 이 자리를 지켜왔지만 수만 년을 거듭해오던 그 자연적인 순환이 빠르게 깨지고 있다.

지구 끝에서 만난 경이로운 풍경, 그래서 붙은 ‘지구 최후의 비경’이란 이름이 정말로 ‘최후’의 의미가 되는 일만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드날리 공원의 툰드라 지대
자연의 순수함을 이어가다, 드날리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의 무너짐 속도는 빨라지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 그대로의 순수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래스카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드날리’다.

‘알래스카를 알래스카답게’ 하는 곳, 드날리국립공원에 새벽 4시부터 완전무장하고 들어섰다. 드날리공원 안에서는 지정된 투어차량을 타야만 돌아볼 수 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동물이 눈에 들어온다. 차도를 가로질러가는 무스 한 마리를 발견하고 투어차량이 멈춰 섰다.

녀석은 ‘말코손바닥사슴’이라고도 불리는 ‘무스’인데 툰드라 지대에만 서식하는 동물이다. 사슴과에서 가장 체구가 큰 무스는, 큰놈은 몸길이가 3m에 체중이 800kg까지 나간다. 덩치는 크지만 작은 관목이나 나뭇잎을 주로 뜯어 먹고 사는 순한 초식동물이다. 머리에 왕관처럼 커다란 뿔을 달고 있는 녀석들은 수컷인데 번식기인 9~10월에는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뿔을 맞대고 투쟁을 하기도 한다.

드날리는 말이 공원이지 미국의 작은 주 하나를 능가할 정도로 그넓이가 광대하다. 공원 안은 또 하나의 ‘세계’라 해도 좋을 정도다.

이곳에선 가문비나무 등의 침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푸른 타이가 지대,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이 낮게 깔린 울긋불긋한 툰드라 지대가 절묘하게 혼합되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자연을 내내 차 안에서만 봐야 하는 게 못내 아쉽다.

무스

“잠깐 5분이라도 내리면 안됩니까?”

“안 됩니다. 절대 차에서 내리면 안 됩니다.”

지정차량과 투어시간까지 엄격히 제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드날리의 주인은 바로 동물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야생 그대로의 습성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동물들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도로를 누빌 수 있고, 흰머리독수리처럼 한때 멸종위기 보호종이었던 동물들도 마음껏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긴 하지만, 그 장소와 시간 또한 정해져 있다. 

“관광객들이나 당신들처럼 촬영하는 팀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우리 다음세대의 후손들이 보게 하기 위해서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항상 욕심이 생긴다. 더 가까이 갔으면, 더 좋은 시간대에 갔으면, 더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 모든 사람들이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면 자연을 계속 보존하기 힘들 것이다.

북극광이라고도 불리는 오로 라는 알래스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드날리국립공원은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을 끼고 있다. 사실 드날리 국립공원은 드날리라는 이름보다 매킨리로 더 유명하다. 차가 산등성이를 한바퀴 돌자 차량에서 신기루처럼 멀게만 보이던 매킨리가 바로 눈앞에 우뚝 솟아 있다. 게다가 가까이서도 쉽게 보기 어렵다는 온전한 자태로 말이다. 이만한 행운이 또 있을까?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보다. ‘맑게 갠 모습만 봐도 좋겠다’ 했던 마음이 이제 하늘에서 굽어보고 싶단 마음으로 바뀐다.

백두산 높이의 두 배가 넘는 북미의 지붕, 매킨리. 매킨리라는 이름은 1886년, 한 미국인이 매킨리의 빙하에 접근하는데 처음 성공한 것을 기념해 당시 미국 25대 대통령인 매킨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미지의 자연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그 이름에 깃들어 있다. 굳이 하늘에서 굽어보고 싶어한 내 욕심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하늘과 가까운 이 눈과 얼음의 땅에 두 발을 딛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매킨리 산은 106년의 등정 역사가 있어요. 그동안 3만 2000명이 정상 등정을 시도했고 그중 15% 정도가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산악인 고 고상돈 씨가 유명을 달리한 곳도 이곳, 매킨리 산이었다. 드날리국립공원의 상징인 매킨리. ‘드날리’는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신성하다’ 란 뜻이라고 한다.

만년설을 이고 신비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을 올려다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을 아타파스칸의 마음이 매킨리 산을 날고 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온다. 알래스카에서의 마지막 밤. 알래스카에 오면서 가장 보고 싶고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오로라’다. 알래스카에서 15일을 지내면서 벌써 6번째 시도다.

“잠도 안 깼는데 도대체 몇 시야?”

새벽 1시에 깨웠더니 카메라 감독이 아직 비몽사몽이다. 북극광이라고도 하는 오로라는 하늘이 청명한 겨울에 더욱 장관이지만, 기온이 비교적 낮은 페어뱅크스에서는 여름에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날이 많단다. 그런데 이번 촬영기간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며칠간의 기다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그렇게 얼추 1시간 반이 지났을까?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즈음, 드디어 맞은 편 하늘에 오로라가 황홀한 자태를 드러낸다.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로 보내는 신호와도 같은 신비한 빛의 향연. 알래스카가 나에게 선사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순수한 대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 알래스카에서 얻은 감동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열차로 종단하는 알래스카 여행

미국 알래스카.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땅일 거라는 막연한 짐작은 북부 내륙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Fairbanks)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위 65도의 페어뱅크스는 자정이 임박한 시각임에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白夜). 백야라면 그저 어슴푸레한 저녁 분위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한낮이나 마찬가지다. 거리의 사람들은 반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 활보했다.

여객기의 창을 통해 내려다보며 연방 탄성을 토했던 그 많은 설산과 빙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곳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위 66.5도 이상을 일컫는 북극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페어뱅크스의 한여름(7~8월) 평균 기온은 섭씨 27~28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반면 남쪽으로 500㎞ 이상 떨어진 제1의 도시 앵커리지(Anchorage)는 해양성 기후라 한여름 기온이 섭씨 16~17도로 오히려 선선한 편.

빙하로 뒤덮인 설산들을 배경 삼아 달리는 알래스카 관광열차. 좌석 옆부터 천장까지 통유리창이라 여행객들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가 달리는 도중 곰 등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승객들이 편히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몇 분씩 멈춰 서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 알래스카철도 제공

천혜의 환경 등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한 알래스카를 즐기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까지 576㎞를 열차로 종단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내리 달리면 12시간 걸리는 여정이지만 곳곳에 펼쳐진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중간에 여러 차례 내리게 될 것이다.

페어뱅크스: 순수한 원주민 문명과 조우

알래스카 철도를 이용한 열차여행의 북쪽 출발지는 페어뱅크스. 내륙의 대표 도시이자, 빙하가 만들어낸 유콘강을 따라 형성된 원주민 문명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관광·교육·군사 중심지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이라고 굳게 믿는 노스 폴(North Pole)이 근처에 있다.

먼저 중심가에 위치한 모리스 톰슨 문화관광센터에 가보자. 지역 원주민 문화 등 알찬 볼거리는 물론 여행자를 위한 각종 책자와 지도를 제공한다. 알래스카대학 북극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원주민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79개 온천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치나(Chena) 온천에서 분당 1500L씩 솟는 섭씨 59도의 유황온천수에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문득 북극에 가보고 싶다면 북위 66.5도선을 넘어가는 북극권 탐험도 할 수 있다. 경비행기로 1시간쯤 걸리는 거리지만 직접 두 발로 북극권을 밟아봤다는 묘한 성취감이 들 것이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만년 빙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광은 보너스.

토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매킨리 산 베이스캠프. 눈밭에 착륙하는 순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잊지 못할 추억을 더한다. / 김선호 기자
드날리: 알래스칸들의 마음의 고향

페어뱅크스에서 열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4시간쯤 내려오면 드디어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6194m)과 드날리(Denali) 국립공원이 나온다.

드날리는 매킨리산의 원래 이름으로 원주민 말로 '위대한 자'란 뜻.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이 산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호텔과 캠핑장 등 많은 관광시설이 밀집해 있다. 공원 내 절경을 감상하려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146㎞에 이르는 공원 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곰·카리부·늑대·무스·산양 등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네나나(Nenana)강에서 즐기는 래프팅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다시 열차를 타고 4시간쯤 내려오면 토키트나(Talkeetna)에 도착한다. 아담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은 매킨리산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집결지이다.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직접 매킨리 산자락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매킨리산을 등반하려는 사람들이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베이스캠프 텐트촌 눈밭에 내릴 수도 있다.

앵커리지: 문명과 야생이 공존하는 땅

주(州) 인구의 절반 가까운 30만명이 살고 있는 제1의 도시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살아있는 곳. 도심에는 레스토랑·박물관·영화관이, 앞바다엔 연어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이 있고, 조금만 시외로 벗어나면 야생의 어드벤처를 경험할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살아온 11개 주요 원주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알래스카 원주민센터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주민 유산은 물론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까지 망라해 첨단 전시 장비를 활용해 보여주는 앵커리지 박물관도 볼거리로 가득한 명소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포테지(Portage) 빙하에 가면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산을 볼 수 있고, 크로우 크릭 광산에선 직접 콸콸 흐르는 냇물에서 사금을 채취하며 금을 좇아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흘러든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역에 가면 빙하가 바다와 만나며 펼쳐내는 장관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김선호 기자

빙하, 드디어 바다와 만나다

다시 열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지역이 나온다. 바다와 섬, 피오르(峽灣·협만)와 1만여개의 빙하를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2만5900㎢)이다. 위티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와 전세 보트를 이용하면 시야를 압도하는 빙하지대를 감상할 수 있고, 발데즈에서는 폭 6㎞가 넘는 웅장한 컬럼비아 빙하와 트레킹, 카약,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코르도바에선 오르카 내수로와 카퍼 리버 삼각지 투어와 함께 연어 낚시와 철새 구경 등을 할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쌓이고 쌓인 눈이 엄청난 압력으로 에메랄드빛 얼음이 되고 그 얼음이 또 굳어져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낮은 곳으로 향하는 빙하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우르릉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얼음덩이들은 보는 이들에게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반팔 옷을 입고 만년빙과 빙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알래스카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에게 혹한과 에스키모의 땅으로 알려진 알래스카는 지금 막 여름이 무르익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겨울은 마침내 그 기세를 여름에 내어주고 있다. 9월 초까지는 모든 게 풍요로울 것이다. 알래스카는 지금 여름과 겨울이 함께 가고 있다.

■여행정보

●항공: 대한항공에서 올 7월과 8월 각 3차례씩 6번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한진관광·하나투어에서 관련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항로를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앵커리지까지 8시간 걸려, 지금의 시애틀을 경유하는 노선에 비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행 팁: 11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용 충전기를 따로 준비한다. 햇살이 제법 따가우니 모자·선글라스·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날씨에 따라 겹쳐 입고 두터운 윈드자켓 하나쯤 가져가자. 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기약을 챙겨가면 좋다.

●환율: 1달러=약 1080원(7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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