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미네랄 풍부한 토양, 기름진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 맑은 암반수, 증류기 재료가 될 구리…
이 네 가지가 어울려 좋은 위스키 만듭니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숲과 언덕을 따라 유서깊은 위스키 증류소와 고성(古城)들이 들어선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이다. 대표적 관광명소인 발린달로크 성. / 정지섭 기자

푸른 숲 끝으로 황금빛 단풍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두툼하고 붉은 털옷을 입은 스코틀랜드 특산종 하이랜드 소(Highland Cow)가 풀을 뜯는 잔디밭은 햇살에 반짝였다.

드문드문 서 있는 건물들은 서양 동화집에서 나온 것처럼 뾰족한 세모 지붕이다. 누군가 일깨워주기 전까진 여기가 '술 만드는 곳'이라는 걸 쉽게 눈치 못 챌 것 같다.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1시간 30분을 날아와 도착한 스코틀랜드 애버딘. 다시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맥캘란(Macallan) 위스키 증류소의 늦가을 풍경이다.

물과 흙, 보리, 구리가 빚은 위스키

햇살이 갑자기 숨더니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졌다. "진정한 스코틀랜드 날씨"라며 데이비드 콕스 맥캘란 총괄 디렉터가 껄껄 웃었다.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 관람·시음 투어는 빗속에서 첫 걸음을 뗐다.

술 공장이니 술 구경부터 할 줄 알았는데,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 유유히 흐르는 스페이(Spey)강가로 갔다. 강줄기를 끼고 있는 스코틀랜드 동부지역을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고 일컫는다.

콕스씨가 말했다. "넷이 어우러져 위스키가 됩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흙, 여기서 잘 자라는 기름기 풍부한 민스트럴 보리, 증류 원액으로 쓰일 맑은 암반수… 스페이강과 땅의 선물이죠. 여기에 증류기의 재료가 될 훌륭한 구리가 더해져요."

1824년 문을 연 이곳은 맥캘란의 유일한 증류소다. 싱글몰트라고 불리는, 단일 증류소에서만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180여년 고집해왔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100여곳 중 50여곳이 '물 좋고 흙 좋다'는 스페이사이드에 몰려 있다.

강가를 등지고 180여년의 비밀이 전수되는 곳, 증류 공장으로 갔다. 거대한 돔처럼 생긴 금속 용기 앞에서 매시턴(mashturn)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리의 싹을 틔워 곱게 빻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당분을 최대한 뽑아내 단맛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매쉬턴을 마친 원액은 지름 4m 짜리 3만L들이 통으로 나뉘어 옮겨졌고, 통마다 부글부글 끓어 거품을 냈다.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알코올 성분을 일으키는 워시백(washback) 과정이다.

그렇게 '물'은 '술'이 돼 거꾸로 세운 나팔처럼 생긴 증류기로 들어가 다시 펄펄 끓여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따끈한 새내기 위스키들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60년 넘도록 참나무통에서 긴 잠을 잔다.

관광객들이 맥캘란 위스키 증류소를 둘러보고 있다. / 정지섭 기자
스페인산(産) 참나무통에서 무르익는다

증류장이 정적이라면 숙성장은 동적이었다. 아름드리 굵기에 사람 키만 한 참나무통에 호스로 위스키 원액을 주입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참나무통 저장고는 맛과 향을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곳이다. 앞 단계까지는 스코틀랜드 안에서 자급자족했지만, 숙성 과정만큼은 '외세'가 개입됐다. 숙성을 책임질 참나무는 모두 스페인 발렌시아산이다. 깊고 그윽한 맛과 향을 간직하기에 그만한 게 없다고 한다.

고즈넉한 고성과 시골철길 볼거리

증류소 말고도 스페이사이드의 볼거리가 있으니 숲과 언덕 사이로 꼭꼭 숨어 있는 작고 아담한 성(castle). 그 중 한 곳인 발린달로크(Ballindalloch)성으로 가는 길은 빼어난 드라이브길이었다.

언덕진 초원을 따라 달리다 스친 곳은 대장간이 있다는 읍내 더프타운.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단선 철길과 간이역을 만났다. 이 시골 철길의 애칭은 '위스키 라인(Whiskey Line)'이다. 성탄절 등 연휴시즌에만 간간이 운행된다.

저녁 무렵 발린달로크성에 도착했다. 16세기에 지어져 줄곧 한 가문(맥퍼슨-그랜트·Macpherson-Grant)이 살아온 곳이라 했다. 응접실, 주방, 식당에 초라한 하녀 방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다.

여·행·수·첩

어떻게 가나

애버딘까지는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런던에서 영국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히스로공항 5번 터미널에서 애버딘행 국내선이 하루 4~6차례 운항된다. 운행 시간은 1시간 30분.

어떻게 보나

스코틀랜드의 유명 위스키 증류소는 100곳이 넘고 견학과 시음을 곁들인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대부분 유료로 10~20파운드(약 1만8000~3만5000원)대. 숙식을 겸한 패키지도 있다.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현지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더 편리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협회 홈페이지(www.scotch-whisky.org.uk), 스코틀랜드위스키닷컴(www.scotlandwhisky.com) 참조.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