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끼룩끼룩 날고, 진한 비린내 지천에 엉겨 붙어 어촌의 일상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곳, 먼 과거의 성지 같은 모로코 전통 메디나 안뜰을 거닐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오백 년쯤은 회귀한 듯한 느낌 지울 수 없는 곳. 검은 대륙 아프리카 대서양 언저리에 이런 추억 같은 공간이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온통 파란색으로 채색된 어선들이 대서양에 면한 항구도시, 에싸웨라의 진한 감성으로 초대한다.


아틀란틱 오션의 희망 정거장, 에싸웨라

전세계 여행 마니아들의 마음의 고향이 있다.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 거친 바닷가의 항구도시 에싸웨라, 카사블랑카 남단, 작고 아담한 추억의 항구도시다. 그곳에 가보면 안다, 왜 이곳을 사람들이 그리워하는지. 버스가 에싸웨라로 진입하는 순간, 거대한 대서양 바닷가에 아담하게 들러붙은 항구의 진한 고독을 느끼게 된다. 오랜 역사를 지닌 묘한 느낌의 골목길과 비린내 나는 포구, 드넓은 바다를 품에 안은 성벽도시, 에싸웨라는 우리에게 온전히 새로운 과거다.


소문만 무성한 도시가 있고, 소문 이상의 가치를 드러내는 도시도 있다. 새로운 추억을 꿈꾸며 신기성을 향유하려는 여행이란 묘한 것이다. 뜻밖의 새로운 여행지를 만나 우리는 특별한 추억, 새로운 느낌을 꿈꾼다. 그 느낌이 여행에서 얻게 되는 고마운 선물이다. 모로코 도착 후, 카사블랑카를 떠나며, 과연 에싸웨라에 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나 마라케쉬 도착 이후, 하루 만에 그곳을 포기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웅성거리는 버스 터미널을 빠져 나와 바다로 향한다. 성곽을 지나 구 시가지의 성문을 들어서는 순간, 묘한 기운이 엄습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 영혼의 고향 같은 바로 그 느낌. 고향을 떠나 먼 여행길을 떠돌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어디가 진정 고향 같은 곳인지. 이곳을 발견하고 성곽 기둥에 기대어있던 나는 그만 숨이 멎었다. 에싸웨라의 오래된 성곽과 부산한 시장통, 좁은 골목길 사람냄새와 오래되어 낡은 것들의 진귀한 가치를 눈과 온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랜 성벽과 메디나를 배경으로 한 갈매기의 날개 짓은 에싸웨라 항구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에싸웨라는 2001년 오래 버텨낸 질긴 역사의 흔적과 항구로서의 강한 생명력을 인정받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모로코라는 나라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어도 손색없는 곳이지만, 특별히 에싸웨라의 메디나와 철옹성 같은 높은 성벽들, 퇴색되어 진한 향수를 자극하는 요새와 생명력 넘치는 항구는 그 동적이며 인간미 넘치는 오묘한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곳을 거쳐간 이름난 예술가들이 떠오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모로코 최고 휴양도시 에싸웨라는 지미 핸드릭스의 영혼의 은신처였다. 그의 진한 감성이 묻어있는 음악들은 이 허름한 바닷가의 잔향이 고스란히 베어있을 것이다. 모로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예품들도 이곳에서라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목길 작은 공예품들, 그 감각이 이야기를 하고 숨을 쉰다. 세계 팝 뮤직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매년 6월쯤이면 세계음악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대서양을 마주하며 모로코 특유의 향기와 낭만적인 모습에 반해, 모두 행복에 취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서양의 짙고 푸른 바다와 많은 어획고의 항구도시로 더욱 유명한 곳이지만, 집채만한 파도와 거대한 들판과도 같은 해안 비치의 부드러움은 서퍼 마니아들에겐 매혹적인 것이다. 물론 북부의 작은 항구 도시, 아실라와 함께 아름다운 해변 도시로 최근 모로코뿐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원시의 바다, 원초적 서핑의 고향으로 평판이 자자한 곳으로 모로코 해안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에게도 특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비릿한 바다, 에싸웨라 항구를 향해 걷는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에싸웨라의 심장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을. 밥 두칼라(Bob Doukkala, 두칼라 문) 를 들어서면 잠시 아치형 문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수 백년 전 세월의 흔적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묘한 느낌이 강하게 밀려오기 때문이다. 한발, 한발 메디나 안쪽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색다른 건축물과 묘한 거리풍경에 압도되어 간다. 길가의 오랜 상점들과 도로 위 행상들, 보헤미안 컬러들과 모로칸들의 묘한 눈동자, 에싸웨라의 세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에싸웨라의 감동과 추억은 메디나 안쪽 작은 골목길에서 시작된다.


메디나를 관통하면, Moulay Hassan 궁전 앞 너른 광장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아래, 갈매기 끼룩끼룩 날고 저 멀리 에싸웨라 항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가 보이니 가슴도 확 트인다. 비린내 온몸에 밀려오면, 해풍을 맞으며 그 바다를 마주하고 선다. 방파제와 성벽 아래, 어부들의 부산한 손놀림과 경매 시장의 소란한 소리가 항구의 활기에 생명을 더한다. 한가히 드나드는 배, 하늘을 유유히 선회하는 거대한 갈매기들, 온통 파란색으로 채색된 부둣가 어선들, 이 모두 에싸웨라의 얼굴이다. 이곳에 서면, 왜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아틀란틱 오션을 마주하고 선다. 거대한 파도 일렁이는 바다와 먹잇감 찾아 하늘 수놓는 갈매기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고독한 방랑자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깊은 영혼의 고향 같은 기운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거부감도 없이 오랜 추억의 무대처럼 항구의 부산함은 소란스럽지만 오래도록 정겹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뱃사람과도 눈인사 나누고, 그물 고치는 어부와 항구로 들어오는 어선들은 마음에 머문다. 하늘 선회하며 먹거리 찾는 갈매기와도 이내 친구가 된다.


Essaouira 는 영어식 표기지만 이 도시의 이름을 처음 부르거나 기억할 때 조금 난감했다. 에싸우이라, 에싸웨라 등, 다양하게 불리 우는 이곳은 흔히 essa-weera 로 불린다. 에싸웨라는 모가도르라는 옛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북 아프리카 인들이 사용하는 베르베르어에서 유래한 말로 안전한 항구라는 뜻이다. 거센 대서양의 파도와 바람을 막아낸 안전한 항구였기에 예부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을 것이다.

밥 두칼라를 들어서면, 길게 이어진 Ave Zerktouni 메디나 시장 길의 매력에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항구의 묘한 매력에 더불어 에싸웨라의 낭만은 깊고 높은 성벽과 골목 깊숙한 곳에 있다. 메디나 안쪽의 좁고 높은 골목길은 아련하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삶의 진한 향수를 자극한다. 메디나 안쪽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전체가 작은 상점들과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죽제품, 은 세공품, 향신료, 목 공예품들과 킬림 양탄자들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보는 것 자체가 이미 행복한 선물과 다름없는 에싸웨라의 골목길. 길을 잃어도 좋다, 흘러간 모로칸 전통 음악에 심취하여 세월의 오랜 시간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보자.

에싸웨라, 그 이름의 이면에는 예술인들의 오랜 열병이 있었다.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시민 케인’의 감독 오손 웰스가 남은 생을 이곳 바닷가에서 살았고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와 밥 말리 등이 한동안 머물다 갔다. ‘글래디에이터’ 리들리 스콧 감독도 이곳에 집을 샀으며, 프랑스인들은 별장처럼 이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여행자와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사랑한 이유는 대서양의 아스라한 물빛과 오래된 먼 미래와도 같은 이곳의 이국적인 풍경 때문일 것이다.


대서양, 그리운 바다, 히피들의 마음의 고향, 아무 하릴없이 몇 날을 이 골목 저 골목 배회해도 행복한 이곳은 진정한 여행자의 천국이다. 따사로운 태양아래, 눈부신 바다와 멋진 카페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포진하고 있으며, 무엇을 먹어도, 어디를 둘러 보아도 그 느낌과 공기가 사뭇 다른 이곳을 그 누군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오래된 추억, 에싸웨라 그 빛 바랜 골목길 사이를 거닐다 보면, 누구나 자유 그 소중한 가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에싸웨라 여행정보

아프리카 북단, 대서양 바다가에 자리한 에싸웨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유럽의 파리나, 중동의 카타르 등을 경유하여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갈수 있다. Air Moroc 국내선 비행기로 에싸웨라 모가도르 공항에 닿을 수 있으며 카사블랑카, 마라케쉬에서 버스가 자주 출발한다. 아주 이름난 관광지는 아니나, 독특한 풍광과 숨겨진 매력 때문에 예술가들과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있다.


아틀란틱 오션의 너른 가슴을 느껴볼 수 있으며, 독특한 모로코 풍의 호텔에서 한가로이 여유와 낭만도 찾아보자, 어선들이 부산히 오가는 포구와 생선 경매장, 멋스러운 골목길 쇼핑, 비치에서의 자유로운 시간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여행자와 모로코 주민들이 어우러진 메디나 안 시장통은 언제나 활기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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