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문가가 꼽은 避寒 여행지 5

'여행 도사'들은 추위를 피해 어디로 갈까. 세계를 누구보다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 전문가들에게 피한(避寒) 여행지 베스트 5를 추천받았다.

팔라우<사진>: 필리핀 남쪽 태평양 서쪽 끝에 있는 섬나라.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지상 낙원'이라 불린다. '세계 3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와 바닷속 풍광을 자랑한다. 미국령이었기 때문에 달러를 사용하고, 그래서 동남아 다른 휴양지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는 건 단점이다. -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음식과 인도·중국·프랑스 등 세계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엄청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말레이시아 이어 엔드 세일(Malaysia Year-End Sale)'이 해마다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열리는 것은 여성 여행객들에게 특히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 강지영 음식연구가

루앙프랑방: 라오스의 천년고도.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최근 들어서야 개발이 시작됐다. 그게 매력이다. 물가도 싸다. 그래서 세계 배낭족들이 몰려든다. 젊고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리웠던 옛날 방콕의 '냄새'를 여기서 다시 맡았다. - 김형렬 호텔예약사이트 호텔자바 이사

엘니도: 필리핀 팔라완섬 북쪽 끝에 있는 섬 군락이다. '휴식을 위해 존재하는 섬'이다 싶을 정도로 쉬기에 적당하다. 아침에 리조트에서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배를 타면 인근 무인도에 내려준다. 하루 종일 책 읽고 맑은 옥빛 바닷물에서 물장구치며 쉬고 있으면 저녁에 데리러 온다. 현지 직원들이 순박하고 친절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 이형옥 여행전문지 더트래블러 발행인

뉴칼레도니아: 추위를 피해 뉴칼레도니아 일데팡 섬으로 피신하고 싶다. 이곳에서 피로그(무동력 돛단배)를 탄 적이 있다. 세월이 잠시 멈춘 듯 평화롭고 여유로워지는 경험을 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더라도 흐뭇해질 만큼 선량한 아침과 별이 쏟아지는 저녁을 맞으며 아내와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면 서울의 추위는 기억에서조차 사라지리라. - 정명효 여행전문지 AB-ROAD 편집장


소수의 다이버들에게만 알려졌던 군도 엘니도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엘니도는 팔라완이라는 작은 섬의 북쪽 끝에 위치한 엘니도 마을 주변과 바쿠닛 군도 지역을 통칭하여 일컫는 지명이다. 작은 마을이었던 엘니도가 여행자의 발길이 본격적으로 닿기 시작한 것은 작은 섬 미니록(Miniloc)과 라겐(Lagen)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이 두 리조트를 빼면 아직까지도 엘니도는 작은 어촌 마을로,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방갈로 숙소들을 가지고 있는 소박한 작은 마을이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리조트의 모습. 엘니도는 오는 길이 힘들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 중 하나다.



산 넘고 물 건너 들어가는 엘니도

이 작은 섬으로 들어가려면 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행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들어가기 쉽지 않은 위치 때문에 다행히 섬은 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어 오히려 청정한 본래의 모습을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일단 엘니도는 필리핀의 큰 섬인 루손 섬 서쪽에 길쭉하게 뻗어 있는 또 다른 섬 팔라완에 속해 있다. 팔라완은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청정지역으로 내륙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열대 밀림으로 뒤덮여 있고, 바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시 해변이 대부분이다. 희귀한 동식물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어 팔라완은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귀중한 자연유산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팔라완의 북쪽에 엘니도 타운이 있다. 엘니도 타운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항공을 이용한다면 마닐라에서 1시간만에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비교적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리조트에서 거의 전세기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리조트 투숙객이 아니라면 예약 또한 쉽지 않은 형편. 대다수의 배낭여행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역시 항공과 함께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육로를 이용한다면 일단 팔라완 섬의 가장 중심지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는 배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엘니도까지 버스를 이용하는데 보통 6시간 정도의 장거리 이동이 필요하다. 물론 우기에 날씨가 안 좋아 길이 질퍽해지면 몇 시간쯤 지체되는 것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이렇게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오게 되는 곳이 바로 엘니도다.

운이 좋으면 바다 거북이와 만날 수도 있다.

청정해안이 일품인 스네이크섬의 전경

어렵게 당도한 엘니도에서 배낭여행자들은 대부분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천혜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고 떠난다. 주로 엘니도 타운에 작은 방갈로 숙소를 잡고, 낮에는 섬 주변에서 수영을 하거나 배를 빌려 인근의 섬들을 돌면서 스노클링과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천국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작은 바닷가 마을

엘니도 타운은 아주 작은 마을이어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가도 다 닿을 정도다. 타운에는 그래도 꽤 여행자들이 드는 편이어서 필리핀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이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파스타나 햄버거 등을 파는 식당도 여러 곳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가격은 상당히 순진한 편. 엘니도 타운에는 다이빙 숍도 여럿 있어서 이곳에서 쉽게 다이빙 투어나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해서 인근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엘니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3, 4월. 이때는 마치 우리나라의 봄처럼 마을을 둘러 싼 기암절벽은 원색의 꽃들로 가득차고, 마을에 많이 있는 캐슈넛 수확철이라 풍요로운 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9, 10월도 꽃은 다시 찾아와 여행자들을 기쁘게 하는데 오히려 여행 비수기에 속해서 숙박료는 저렴하다. 6월에서 11월까지는 우기로 들어가는데 보통은 낮에 비가 잠깐 쏟아지고 곧 맑아지는 전형적인 동남아시아 스콜을 보여준다.

엘니도 마을은 기암적별으로 

둘러싸여 있다.

엘니도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듯한 원시 해변들이 많다.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최적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엘니도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미니록과 라겐이라는 리조트가 문을 열고 나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섬을 빌려 섬 하나가 리조트인 이 두 곳은 꽤 호사스러운 시설을 갖추고 있고, 인근 자연환경은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미니록 리조트가 좀 더 먼저 생겼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박하고 친환경적인 분위기다. 나중에 생긴 라겐 리조트는 신혼여행자들을 겨냥해 좀 더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두 리조트는 한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 두 곳은 한꺼번에 이용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가족여행자들이나 좀 더 휴향에 가까운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은 엘니도 타운보다는 리조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좀 더 선명하다.



엘니도 즐기기

엘리도의 자연환경은 베트남의 하롱베이나 중국의 계림을 연상시킨다. 바다 한 복판에 불쑥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바위산을 이루고, 그 바위산 사이사이로 원시 해변이 눈부시게 자리잡고 있다. 바다 협곡을 따라 사람들은 스노클링을 하기도 하고 카약을 타고 잔잔한 바다 위를 누비기도 한다. 바다 속은 살아 있는 산호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열대어들이 꽤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바다 속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역시 다이빙이 제격이다. 엘니도 타운의 여행사와 다이빙숍들이나 인근 리조트들은 이 바위섬 사이를 누비고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고 있다. 주요 코스는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는 스네이크 섬으로 가서 해수욕을 즐기고 인근 전망대에 올르는 하이킹을 즐긴다. 쿠둑눈 박쥐 동굴이라는 곳도 많이 가는데 원시 팔라완인들이 살았던 곳으로, 그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빅라군과 스몰라군은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마치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해서 이 곳에서 카약을 타고 기암절벽 사이를 누비고 있으면 이곳이 바다 한 복판인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스네이크 섬. 마치 뱀처럼 길쭉하게 모래사장이 나 있다.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고 싶지 않은 곳이 바로 엘니도다. 고급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좀 더 느긋하게 현지인들 속에서 엘니도를 즐기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엘니도 마을에 작은 방갈로를 빌려 인터넷과 전화는 잠시 꺼 둔 후에 유유자적해 보는 것을 어떨까 싶다.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100% 휴양이 될 것이다.



가는 길

가장 쉬운 방법은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이동해서 엘니도 공항에서 내리는 것이다. 배낭여행자들은 팔라완섬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6시간 정도 이동해 엘니도 타운에 닿을 수 있다.

  1. Favicon of http://www.phi4koreans.com 필리핀한인커뮤니티 2019.05.21 09:34

    저희가 필리핀 정글의법칙 찍을 곳을 찾고있는데 여기 정말 괜찮은거같습니다 !!오오 ..

여행 전문가가 꼽은 避寒 여행지 5

'여행 도사'들은 추위를 피해 어디로 갈까. 세계를 누구보다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 전문가들에게 피한(避寒) 여행지 베스트 5를 추천받았다.

팔라우<사진>: 필리핀 남쪽 태평양 서쪽 끝에 있는 섬나라.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지상 낙원'이라 불린다. '세계 3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와 바닷속 풍광을 자랑한다. 미국령이었기 때문에 달러를 사용하고, 그래서 동남아 다른 휴양지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는 건 단점이다. -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음식과 인도·중국·프랑스 등 세계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엄청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말레이시아 이어 엔드 세일(Malaysia Year-End Sale)'이 해마다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까지 열리는 것은 여성 여행객들에게 특히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 강지영 음식연구가

루앙프랑방: 라오스의 천년고도.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최근 들어서야 개발이 시작됐다. 그게 매력이다. 물가도 싸다. 그래서 세계 배낭족들이 몰려든다. 젊고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리웠던 옛날 방콕의 '냄새'를 여기서 다시 맡았다. - 김형렬 호텔예약사이트 호텔자바 이사

엘니도: 필리핀 팔라완섬 북쪽 끝에 있는 섬 군락이다. '휴식을 위해 존재하는 섬'이다 싶을 정도로 쉬기에 적당하다. 아침에 리조트에서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배를 타면 인근 무인도에 내려준다. 하루 종일 책 읽고 맑은 옥빛 바닷물에서 물장구치며 쉬고 있으면 저녁에 데리러 온다. 현지 직원들이 순박하고 친절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 이형옥 여행전문지 더트래블러 발행인

뉴칼레도니아: 추위를 피해 뉴칼레도니아 일데팡 섬으로 피신하고 싶다. 이곳에서 피로그(무동력 돛단배)를 탄 적이 있다. 세월이 잠시 멈춘 듯 평화롭고 여유로워지는 경험을 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더라도 흐뭇해질 만큼 선량한 아침과 별이 쏟아지는 저녁을 맞으며 아내와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면 서울의 추위는 기억에서조차 사라지리라. - 정명효 여행전문지 AB-ROAD 편집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필리핀 엘니도

필리핀 엘니도 바다
엘니도 바다는 터키옥(玉)이라 부르는 짙푸른 청록빛이다. 물결은 잔잔하고 조류(潮流)도 세지 않다. 수영을 못해도 구명조끼만 입으면 얼마든지 카약을 저어 이 섬 저 섬 기암절벽을 돌아볼 수 있다. / 필리핀관광청 제공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경도(經度)가 비슷하다. 비행기를 타면 계속 남쪽으로만 날아간다. 서울에서 마닐라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기내식 한 번 먹고 커피 한 잔 하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필리핀은 열대지방이다. 1년 내내 여름이다. 우리나라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 비행기를 타도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이면 벌써 공기가 다르다. 뜨거운 태양이 비행기를 달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후끈후끈 열기가 몸을 감싼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처럼 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묘미다. 그러니 필리핀 여행을 유쾌하게 즐기려면 기내 가방에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샌들을 챙겼다가 비행기가 슬슬 고도를 낮출 무렵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좋다.

엘니도(El Nido)는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420㎞ 떨어져 있는 섬이다. 단일 섬이 아니라 꼬마 섬 45개로 이뤄진 군도(群島)다. 대부분 무인도이고, 그중 몇 군데에만 여행객을 맞는 리조트가 있다. 여행객은 대개 미니록, 라겐, 팡굴라시안, 아풀릿 네 섬 중 한 곳에 머무른다. 여기까지 가려면 마닐라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한 시간쯤 날아 엘니도 본섬 공항까지 간 뒤 거기서 다시 40분쯤 배를 타야 한다. 인천 공항에서 아침 8시 비행기로 출발해도 엘니도 리조트에 체크인 할 무렵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들인 시간이 전혀 낭비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필리핀 엘니도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할 줄 알면 금상첨화다. 떼 지어 노니는 예쁜 열대어를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
엘니도는 스페인어로 '새의 둥지'란 뜻이다. 엘니도의 아침은 새소리와 함께 열린다. 새벽 5시 반, 온 세상 새가 모두 엘니도에 몰려오기나 한 것처럼 요란한 새소리가 온 섬에 울려 퍼진다. 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서면 방갈로 뒤편 울창한 숲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원한 숲내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눈앞은 바로 바다다. 촘촘히 박혀있는 수많은 섬이 천연 방파제 노릇을 해줘 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다. 날이 밝아오면 바다는 진한 코발트블루의 황홀한 자태를 드러낸다. 맑고 푸른 빛에 눈이 시리다.

그리고 완벽한 자유가 시작된다. 배를 타고 가다 마음 내키는 곳 아무 데서나 멈춰 물안경과 오리발을 차고 바다 밑 산호를 감상하고 신기한 열대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섬 저 섬 기기묘묘한 석회암 절벽들을 끼고 도는 보트 크루즈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카약을 저어 바다 동굴을 탐험할 수도 있다. 절벽 주변에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수십곳 있다. 그 밑에는 화려한 산호초 100종, 진기한 물고기 800종, 엘니도에만 서식하는 바다거북들이 산다. 점심은 코코넛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먹는다. 아침에 리조트에 신청하면 바나나 잎에 싼 밥, 싱싱한 해산물, 잘 구운 바비큐, 망고 디저트를 곁들인 피크닉 바구니를 챙겨 준다. 해변에서 몇 걸음만 걸어 들어가면 천연 원시림이 펼쳐진다. 가벼운 하이킹을 즐기며 코뿔새·다람쥐·박쥐 같은 희귀종들이 서식하는 열대우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스노클링도, 수영도, 다이빙도, 낚시도, 하이킹도 내키지 않거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풀장 안락의자에 누워 산미겔 맥주나 마가리타 한 잔을 옆에 놓고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 사람 아무도 없는 무인도를 찾아 단둘이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10만원쯤 비용을 들이면 리조트 직원이 보트로 원하는 섬에 데려다 주고 분위기에 맞는 디너 테이블을 차려준 뒤 약속한 시각에 데리러 온다. 엘니도 여행객 중에는 신혼 커플이 많다.

엘니도에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번잡한 도시의 기억은 거짓말같이 아스라해진다. 사방이 바다인 엘니도에서 탈출은 불가능하다. 스노클링 같은 데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낮에도 별로 할 일이 없다. 해가 지면 세상은 어두워지고 섬은 적막에 싸인다. 밤늦게 술 마시고 떠드는 사람도 없고 술집도 없다. 리조트 말고는 마을도 주민도 없는 무인도에서 딱히 갈 곳도 없다. 이런 밋밋한 곳에서 여행객은 하루하루 속절없이 중독된다. 시간은 꿈결처럼 몽롱하게 흐른다. 그러다 체크아웃 날짜가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돌아가기 싫다…"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외딴 시골 비행장에서 프로펠러 쌍발기에 몸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여행객은 문득 꿈에서 깨어난다.

여행 수첩

엘니도까지 직항은 없고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필리핀항공(Philippine Airlines)이 인천-마닐라를 매일 2회, 부산-마닐라를 매일 1회 운항하고 7월 25일부터 무안에서도 주 2회 운항한다. 국내 여행사들과 제휴해 다양한 엘니도 여행상품도 판매한다.

필리핀 관광청 한국사무소 02-598-2290, www.7107.co.kr

필리핀 항공 1544-0008(상품) 1544-1717(항공), www.philippineair.co.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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