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서 살지 않을까? 황홀함에 점점 빠져든다. ⓒ이형수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화보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내 삶에서 실제로 유령을 본적은 없다. 유령은 고사하고, 가위에 눌려본 적도 없다. 하지만 꼭 유령을 만나보고 싶었고, 마치 만날 것만 같았던 장소가 있었다. 사람을 놀래키는 '한(悍)' 많은 유령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여행객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들려줄 것만 같은 그런 유령.

내가 묵었던 숙소는 'Shiva guesthouse' 바로 옆이었다. 밤마다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있으면 저 장엄한 짜투르부즈(Chaturbhuj)이 음산하면서도, 고요함을 가져다 주었다. 밤마다 저 안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면서… ⓒ이형수
인도 북중부를 여행하다 우연히 들른곳, Orchaa에서 나는 그런 유령을 만나고 싶었다.

오르차는 8~90년대 히피여행자들의 주 서식지(?)였지만, 이제는 꽤나 알려진 탓에, 한국여행자도 곧잘 들르는 곳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 방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처음에는 이곳의 매력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하루가 지날수록 내게는 알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인도 특유의 향 냄새도,여기저기 널려있는 소똥들도, 형형색색의 사리도, 털복숭이 사두들도 아니었다.

내게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다가온건 해질녘 이곳 오르차의 고성에서 느낄수 있는 신비스러운 기운이었다. 마치 이 고성에서 밤을 지새면, 17세기의 유령들이 나와, 만찬을 즐기고, 또 내게 말을 걸 것만 같았다.

Orchaa palace에는 왕과 관련된 이야기나 그당시 풍습들이 벽화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언어는 모르지만 벽화를 통하여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이형수
오르차라는 주변을 합쳐 전체 만명 밖에 안되는 이 조그만 마을에는 1501년  이후 오르차의 왕이 된 분델라라는 지도자가 세운 고성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Orchaa의 뜻은 이곳 분위기와 아주 걸맞게 숨겨진 장소(hidden place)라고 한다.

오르차에 있는 동안에도 나는 혼자였다. 덕분에 남눈치 볼 필요없이 낮동안에 부지런히 혼자 고성들을 돌아보았고, 어떨때는 닫힌 문의 깨진 틈사이로, 올라가지 말아야 되는 좁은 계단 통로를 통해 탑의 꼭대기에 올라가보기도 했다. 오르차의 고성들은 특별히 관리자가 없었지만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었다.

베트와 강(Betwa)에 비친 사원들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 같다. ⓒ이형수

낮동안에는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 분주하게 지나다니고,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도… 그러나 해질녘이 되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듯 당시 왕국의 흥망성쇠, 전쟁과 암투, 사랑, 충성, 평화, 탄압 등 모든 사건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둥근사원. 해질녘에 사원에 홀로 문틈 사이로 저 베트와(betwa)강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누군가와 함께 내려다 보는 착각이 들었다. ⓒ이형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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