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 여행

일본 도쿄(東京) 남쪽에 있는 개항 도시 요코하마(橫浜). 1859년 개항 후 152년이 지났지만 오래된 서양식 가로등 아래 고풍스러운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유럽의 해안가에 앉아 있는 듯하다. 요코하마를 즐기는 최적의 방법은 외국인 거주지 야마테 언덕~상점가인 모토마치~항구 인근 야마시타~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야경의 배경이 되는 미나토미라이 지구를 잇는 길을 천천히 걷는 것이다.

야마테에는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가 있다. 1853년 페리 제독과 함께 이곳에 왔던 미국인이 묻힌 게 시초다. 3000~4000명의 시신이 가톨릭·러시아 정교회·유대교·개신교 등으로 나뉘어 묻혔다. 항구와 도쿄~요코하마를 잇는 다리인 '베이 브리지(Bay Bridge)'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항구가 보이는 언덕'은 요코하마의 명물이다.

모토마치 거리는 야마테 지역과 야마시타 지역을 가른다. 개항 초기 외국인 대상 상점들이 모여 거리를 이뤘다. 이곳에는 1888년 만들어져 4대를 이어가는 '우치키 빵집'이 있다. 매일 오전 11시 30분 개점 당시 처음으로 만들어 팔았던 식빵을 그대로 재현해 판매한다. 일본 최초의 맥주 공장터도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요코하마의 밤은 잠들지 않는다. 빙글빙글 도는 놀이공원 관람차가 내뿜는 조명과 꺼질 줄 모르는 고층 빌딩 불빛이 항구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kmin@chosun.com
항구를 따라 펼쳐진 야마시타 지역에는 '야마시타 공원'이 있다. 햇살을 즐기며 이곳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은 '여느 휴양지가 부럽지 않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다. 공원 옆에 있는 '뉴 그랜드 호텔(New Grand Hotel)'에서는 개항 초기 외국인들이 즐겨 먹던 스타일의 '일본식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도리아'를 맛볼 수 있다.

야마시타를 지나 신코바시 다리를 건너면 미나토미라이 지구 내 '아카렌가 창고'가 나타난다. 개항 초기 항구에서 내린 물건들을 보관하던 세관 창고 건물을 개조해 쇼핑센터로 만들었다. 건물 주변으로 과거 기차가 지나던 레일을 그대로 남겨 옛 정취를 느끼도록 했다. 이곳 1층의 '요코하마 바샤미치 아이스'에서는 일본 최초 아이스크림 제조법으로 만든 담백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니 놓치지 말길.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본 뒤 '요코하마 코스모월드'의 대관람차를 타고 나면 어린 아이가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긴 산책에 지친 몸은 도심 온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만요 클럽'에서 풀자.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에서 매일 아침 온천수를 가져온다고 한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족욕탕에서는 요코하마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관람차의 화려한 조명과 296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인 '랜드마크 타워' 그리고 반달 모양의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그려내는 스카이라인이 환상적이다.

야마시타 공원에서 바라본 미나토미 라이 지구 전경.
야마테 지역‘외국인 묘지’. 수천개의 십자가가 늘어서 있다.
재즈바‘윈드잼머’에서 하루 세 개만 한정 판매하는 거대한 햄버거. 너무 커서 고기 와 야채가 분리돼 나온다.

야마시타 인근 차이나 타운(China Town)에는 중국 음식점만 있는 게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요코하마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이 술과 음악을 즐기기 위해 찾던 '재즈바(jazz bar)' 30여 곳이 남아 영업 중이다. 요코하마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동료들과 이곳을 찾아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린다. 바마다 '하우스 밴드(house band)'가 있어 매일 밤 바에 마련된 무대에서 작은 공연을 펼친다. 미국인이 주인인 '윈드잼머(Windjammer)'는 1972년 문을 열었다. 베이스 연주자 가야마 히로노부(57)씨가 이끄는 윈드잼머 하우스 밴드의 수준급 연주는 인근 재즈바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하루 세 개만 만들어 판매하는 지름 20㎝가 넘는 큰 햄버거 역시 이곳의 명물이다. 윈드잼머 (045)662-3966

외국 문물의 영향을 받은 요코하마지만 전통 일본식 선술집은 여전히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사쿠라기쵸역 인근 '노게(野毛)'에는 탁자 서너 개가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선술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시미주(64)씨 부부는 40년째 이곳을 지키며 선술집 '쓰바키(椿)'을 운영하고 있다. 시미주씨가 직접 만드는 소박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시미주씨는 젊은 시절 요정 요리가 발달한 교토에서 음식 만드는 걸 배웠다고 한다. 이곳의 메뉴는 대부분 그의 창작 요리다. 쓰바키 (045)23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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